[일요시사=사회팀] 베일에 가려있던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실체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검찰은 지난 19일 브로커 A씨 등 12명을 성매매알선 및 성매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조사를 받은 연예인들 대부분이 무혐의 처리됨에 따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거 다 무혐의 나오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지난 18일 기자와 만난 한 검찰 관계자는 연예인 성매매 수사와 관련한 쓴소리를 뱉어냈다. 그는 이번 수사가 "실체도 없는데 의혹만 커진 꼴"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의혹만 커져
검찰에 정통한 한 전직 고위 공무원도 검찰 관계자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없다지만 연예인들의 사생활마저 수사 대상이 된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언론 역시 연예인의 사생활을 이용해 (사람들의) 관음증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한 인터넷 연예 매체의 속보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모 종합일간지가 확정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지난 10일 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성매매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르는 일"이라고 했고, "민원실을 통해 알아보라"며 답변을 피했다. 사실 확인에 애매한 입장을 취했던 셈이다.
실명 거론 연예인들 법적 대응
'물타기용' 정보 흘렸다가 역풍?
아울러 안산지청은 복수 매체의 보도가 나간 직후에도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 빈축을 샀다. 일각에선 "검찰 수사 브리핑이 늦어지면서 추측성 소문이 확대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 8월 연예인 성매매 브로커로 알려진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2차례 법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브로커 A씨뿐만 아니라 성매매 혐의를 받고 있는 한 연예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해당 영장을 기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취재할 당시 이번 수사의 시작은 마약 수사라는 전언이 들렸다. 때문에 여성 연예인과 재력가 간의 환각 성매매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소문만 무성했던 연예인 스폰서의 실체가 드러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번 수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핵심 키맨인 A씨를 구속하지 못한 데다 의혹을 받고 있는 연예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기소가 가능하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실제로 검찰에 정통한 한 인사는 "정·재계 인사 중 마약과 연루된 인물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가 며칠 뒤 "생각보다 사이즈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력가와 연예인의 만남을 성매매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수사를 직접 관할한 일선에선 혐의가 있는 여성 수십명을 소환조사하는 등 의욕을 보였지만 총괄 보고를 받는 대검찰청에선 "혐의 입증이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연예인 성매매 리스트'가 사실처럼 유포되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 연예인들의 실명을 기재한 '증권가 찌라시'는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언론도 칼춤을 췄다. 일부 기자들은 해당 리스트를 신뢰하면서 확인 취재를 했다. '대어'가 걸려들 것이란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말고 식'의 찔러보기가 계속됐다. 한 유력 언론사 관계자는 "성매매 가격표라고 나도는 걸 우연히 보게 됐는데 (연예인 이름값에 비해) 액수가 낮아 헛웃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Y씨, L씨, K씨, S씨 등 유명 여배우들이 이 같은 '카더라'에 몸살을 앓았다. 심지어 개그우먼 J씨가 이번 사건의 브로커로 등장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들 중 일부 연예인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12명 기소…알맹이 빠져
무죄판결시 후폭풍 예고
파문이 확산되자 검찰은 "올해 안으로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17일 피력했다. 사실과 다른 소문이 퍼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한 까닭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유명 연예인 얘기는 자취를 감췄으며, 실제 성매매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여성들은 연예인 지망생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지난 19일 검찰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검찰은 지난 5월 마약사건을 수사하던 중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일부 유명 연예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발표에서 배우 황수정씨와 장미인애씨가 수사 대상자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가 인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그동안 '찌라시'에 오르내린 L씨 등 연예인들이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확인했다.
검찰은 성매매 브로커 A씨를 30대 후반 남성이자 연예계 관계자로 소개했다. 또 성매수남 2명을 사업가로 알렸다. 이들은 성매매 연예인과 중국까지 간 것으로 밝혀졌다. 성매수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연예인 1명당 최저 3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검찰은 "성매매 관련 여성 대부분이 드라마 또는 방송에 출연한 경력은 있지만 연예인이라 부르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명 연예인에 속하는 B씨의 경우는 답변을 거부했다.
그녀만 남았다
검찰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1명(남성)을 기소하고, 성매매 혐의로 11명(남성 2명, 여성 9명)을 기소했다. 하지만 기소 명단에 B씨가 포함돼 있는지는 확정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사건의 무게 중심은 '성매매 의혹 규명'에서 '찌라시 유포자 색출'로 넘어갔다. 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B씨의 경우는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래저래 자충수를 놓은 검찰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