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트리의 비밀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2: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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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시절 별 떼고 십자가 장식

[일요시사=사회팀] 서울시청 앞 광장에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성탄절의 기쁨과 연말연시의 행운을 기원하는 듯 반짝이는 불빛에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형 트리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트리 위에 장식된 십자가 때문이다.



 

지난 9일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하 종자연) 홈페이지에 한 편의 논평문이 게재됐다.

‘공공의 장소에 특정종교의 상징물인 십자가를 부착한 성탄 트리 설치는 공직자 종교중립 위반’이라는 제목의 글에는 “십자가가 걸린 성탄 트리는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종자연은 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가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들이 기쁨과 행운을 기원하는 날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특정 종교를 의미하는상징물의 설치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장소인데…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높이 18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

서울시청 앞에 성탄절을 축하하는 트리가 설치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당시 서울은행이 기증한 20m 높이의 산전나무로 제작된 성탄 트리는 ‘시민공동성탄수’로 불렸다. 74년 에너지소비정책의 일환으로 자취를 감추었던 시청 앞 트리는 7년 만인 80년에 다시 세워졌다. 81년에는 전구 1만 여개가 달린 10m 높이의 트리 꼭대기에 88올림픽대회 유치를 축하하기 위한 한국올림픽 위원회기가 장식되기도 했다. 이후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전구수와 트리 위 전구 점화시간의 미묘한 변화는 있었지만 성탄 트리의 설치는 지속됐고, 트리 위에는 항상 별 모양의 장식이 있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별 모양의 장식이 십자가 모양으로 바뀌었다. 서울시청에 따르면 시청 앞 광장의 성탄 트리가 처음 세워진 60년대부터 2001년까지는 서울시에서, 2002년 이후부터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CTS(기독교 방송국)가 설치를 맡았다고 한다. 이때부터 서울시청 앞에 설치되는 트리에는 매년 십자가가 장식됐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청 앞 트리는 여의도순볶음교회와 CTS가 설치를 담당했다.

트리 위 십자가 장식물 설치에 일부 시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무교인 직장인 정씨는 “기독교의 날이라는 걸 너무 강조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일반 기념일처럼 지내고 싶었는데 그걸(십자가) 보면 종교적인 기념일로 다가오는 듯해 반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씨 또한 “서울시청은 공공의 사람들이 이용하고 바라보는 곳인데, 십자가를 종교적인 의미로 설치한 거라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처음 설치된 60년대부터 꼭대기 별모양 달아
2002년 이후 갑자기 기독교 십자가 모양으로

반면 기독교인 직장인 이씨는 “크리스마스 기원이 기독교랑 연관되어 있으니 트리에 십자가를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다만 공공장소인 서울시청 앞에는 중립적인 상징물을 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특정 종교를 의미하는 상징물에 부정적인 일부 시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종자연에 따르면 2008년에도 한 시민이 시청 앞 성탄 트리와 관련하여 공직자 종교차별신고센터(공직자의 종교차별 사례를 신고하는 센터)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시에 공문을 통해 “크리스마스 트리 위의 십자가는 타종교 기념일 때 설치되는 상징물 등과의 형평성 관계로 많은 논란이 예상되므로 국민의 정서 등을 감안하여 종교계 자체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종교시설 설치장소 사용허가 시 종교 간 형평을 고려하고 종교시설 설치 주최 측과 충분한 대화와 논의 등을 통해 종교상징물로 인한 일반국민의 불편과 종교차별의 오해가 없도록 권고해 줄 것”이라며 시정권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2013년 현재까지도 십자가가 달린 트리의 설치는 계속 되고있다. 종자연은 이를 방관하는 서울시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9일 한국교회연합 홈페이지에는 앞서 게재된 종자연의 논편문을 반박하는 글이 올라왔다.‘종자연은 종교의 자유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글에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의 상징물이기 때문에 기독교 최대 기념일에 십자가를 달아도 상관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기독교 기념일?


CTS 측은 이와 관련해 “향락을 즐기는 날로 전락해버린 성탄절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트리를 설치하고 있다”며 성탄 트리 설치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트리 상단의 십자가 조형물은 소비와 향락으로 물들어 의미가 변질되어버린 성탄절에 인류의 구원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그리스도의 고난과 그의 사랑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지속적으로 설치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십자가 트리설치와 관련해 “종교적 자유를 제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속되는 시민들의 (트리관련) 민원에 대해서는 “12월 중으로 “열린광장위원회를 개최해 안건에 올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트리 논란’벨기에선

기독교계 “트리 치워”

과거 벨기에에서도 수도 부루셀 시내에 설치된 82피트(약 25미터) 높이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논란이 된 바 있다. 기존의 성탄 트리와 다른 형태의 트리가 설치되면서 온갖 비난에 이어 온라인 청원운동까지 벌어졌다.

부루셀 시내에 설치된 새로운 트리는 녹색빛을 내는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부루쉘의 현대적인 이미지와 전통의 뿌리를 형상화하기 위해 제작됐다. 그러나 제약회사 로고와 유사한 디자인에 시민들은 ‘난해하고 추상적이다’ ‘약국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1만 명이 넘는 시민이 철거를 요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기독교계는 “부루셀 시청이 전통적인 디자인의 트리가 이슬람 신자나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거스를 수 있다는 이유로 난해한 디자인을 채택했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트리 디자인 논란에 부루셀 시장은 “오히려 벨기에가 기독교 문화권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기 때문에 굳이 트리까지 기독교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번 트리는 기독교보다는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의 희망을 상징하는 빛을 주제로 삼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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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