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연말 시상식 '관전포인트'

  • 최현경 mw2871@ilyosisa.co.kr
  • 등록 2013.12.17 10: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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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최후의 왕중왕 누구?

[일요시사=사회팀올 한해의 끝을 장식할 연말 시상식이 돌아왔다. 몇몇 후보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대중도 올해 방영되었던 드라마를 회상하면서 특정 연예인을 지지하거나 수상 후보로 예상하고 있다. 과연 KBS, SBS, MBC 방송사의 금빛 트로피를 거머쥐는 영광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


 



어느덧 찾아온 12월. 방송국에서는 2013년 한해동안 대중들을 울고 웃겼던 스타들의 시상식 준비에 한창이다. 연말 시상식을 열흘 가량 앞두고 방송 3사를 빛낸 별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올 한해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야왕> <그 겨울> <주군의 태양> 등의 흥행으로 드라마 제국의 명예를 거머쥔 SBS에서는 연기 대상의 자리를 두고 주연 배우들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배우 수애다. 수애는 SBS 드라마 <야왕>에서 야망을 위해 자신에게 헌신적인 하류(권상우 분)를 배신하고 악행도 서슴지 않는 ‘주다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난 1월 시작한 <야왕>은 살인, 복수, 불륜 등의 소재로 최고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시청률 25.8%로 큰 인기를 끌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청순하고 우아한 이미지의 수애가 냉혈한 악녀 역할을 맡아 이미지 변신한 점은 높이 평가됐다.

올해 브라운관 빛낸 연기자·개그맨 
금빛 트로피 거머쥘 영광의 주인공은?

SBS 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태공실’역을 열연한 배우 공효진도 대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주군의 태양>은 인색하고 야박한 복합 쇼핑몰 사장 ‘주중원’과 사고 이후 귀신이 보이는 ‘태공실’이 만나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혼령들을 위로하는 로코믹 호러(호러와 로맨틱 코미디가 결합된 장르) 드라마다. 흥행 드라마 제조기인 홍정은, 홍미란 자매 작가의 집필로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은 <주군의 태양>에서 공효진은 순수하면서도 여성스러운 태공실 역을 맡아 ‘공블리(‘사랑스러운 여자 공효진’을 의미하는 말)’ 매력을 다시 한 번 발휘했다. 공효진은 <주군의 태양>에서도 까칠한 남자 소지섭과 달콤한 로맨스를 선보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자아내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내면서 흥행면이나 연기력면에서 대상감으로 손색이 없다.

배우 송혜교 역시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를 통해 연기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 겨울>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첫사랑에 실패한 남자와 부모의 이혼, 시각 장애로 외로운 삶을 사는 여자가 만나 삶의 희망과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 겨울>에서 시각장애우 ‘오영’역으로 5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송혜교는 깊이 있는 내면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SBS 연기대상은
김혜수 vs 공효진

지난해 남자 배우들이 대상을 거머쥔 MBC(조승우), SBS(손현주)와 달리 유일하게 여자배우에게 상이 돌아간 KBS는 올해도 많은 여자 배우들이 후보자로 물망에 올랐다. 그 중 돋보이는 배우는 김혜수와 이보영이다.

김혜수는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124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못하는 일이 거의 없는 똑부러진 성격의 계약직 ‘미스 김’을 열연했다. 빨간 내복을 입고 김연아 피겨 스케이트 선수의 ‘죽음의 무도’를 패러디 하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연기로 시청자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 최고의 캐릭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우 이보영 또한 지난해부터 방영된 드라마 KBS <내 딸 서영이>에서 선과 악을 구분 지을 수 없는 캐릭터 ‘서영’을 맡아 애절한 눈물 연기를 선보이는 등 복잡하면서도 세심한 감정표현으로 극을 이끌었다.

많은 여배우들 사이에서 유일한 남자 배우 주원 역시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뮤지컬 배우 출신답게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에서 차가운 성격의 ‘구마준’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실력을 입증한 주원은 KBS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을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올해 출연한 KBS 드라마 <굿 닥터>에서는 서번트 신드롬을 앓는 순수한 레지던트 박시온 역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여성들을 ‘주원앓이’하게 만들었다. 주원의 자연스러운 자폐 연기로 흥행한 <굿 닥터>는 20%의 시청률을 넘어 동시간대의 월화드라마 중 1위를 차지해 2013년 KBS 최고의 드라마가 됐다.

KBS 연기대상은
주원 vs 김혜수

지난해 MBC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열연한 배우 안재욱이 무관에 그쳐 논란을 일으킨 MBC는 여느 때보다 올해 대상 선정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력한 <MBC 연기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배우 박원숙, 한지혜, 고현정이다.

박원숙은 MBC 드라마 <백년의 유산>에서 ‘방영자’ 역을 맡아 며느리에게 악행을 저지르는 악독하면서도 코믹한 시어머니를 연기했다. 막장 시집살이 논란으로 대한민국 며느리들로부터 눈총을 받았지만 연기력만큼은 인정받았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황금무지개>에서도 악한 회장 ‘강정심’으로 출연 중인 박원숙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배우 한지혜 또한 유력한 대상 후보이다. 그동안 청순가련 여주인공역만 맡아오던 한지혜는 MBC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쌍둥이 자매인 ‘몽희’  ‘유나’ 역을 오가는 1인 2역에 도전해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9월 한 예능 방송에 출연한 한지혜는 “사실 대상을 받지 않아도 상관없다. 대상을 꿈꾸면서 그에 걸맞는 노력을 했다. 나는 이미 노력에 대해 충분히 값진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만족스럽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MBC 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일본 NTV <여왕의 교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까탈스럽고 차가운 성격의 여교사가 초등학교 담임 선선생님으로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다.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지만 김향기, 김새론, 서신애 등 명품 아역배우들과 마여진 선생역을 맡은 고현정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주옥같은 어록을 남겨 호평이 이어졌다. 특히 냉혹한 현실에 거침없는 독설을 던지는 마선생 역의 고현정은 눈썹 하나까지도 연기했다는 평을 받아 <MBC 연기대상> 후보에 올랐다.




이외에도 최근 MBC 드라마 <기황후>로 급부상한 배우 하지원,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의 배우 문근영, MBC 드라마 <투윅스>의 이준기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연기력과 시청률 등 다양한 기준으로 많은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는 연기대상과 달리 연예대상은 다소 낮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경쟁률 낮은 방송 3사 연예대상은?
김준호 이경규 유재석 김수로 거론

그 중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들로 즐거운 2013년을 보낸 KBS는 <KBS 연예대상> 후보로 개그맨 김준호, 강호동, 개그우먼 이영자가 거론되고 있다. 그 중 개그맨 김준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김준호는 올해 KBS <개그콘서트> ‘뿜엔터테인먼트’에서 시구를 탐내는 노년 연기자로 분해 “~자나”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또 KBS <인간의 조건>에서는 매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달하면서도 후배 개그맨들을 챙기는 선배 개그맨으로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KBS <1박 2일>까지 출연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가장 유력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세금 탈세로 물의를 일으킨 후 1년여 만에 방송에 복귀한 강호동도 <KBS 연예대상> 후보에 올랐다. 강호동은 KBS 첫 복귀 프로그램으로 독서 예능 KBS <달빛 프린스>을 선택했으나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조기 종영해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 그러나 KBS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전직 운동선수답게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면서 명MC로 부활했다. 

또 다른 후보자인 개그우먼 이영자는 올해 방송 3사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영자는 KBS <안녕하세요>에서 홍일점 MC로 함께 출연 중인 신동엽, 정찬우, 김태균의 놀림에도 굴하지 않고 다양한 상황극에 적극적으로 임해 방청객들과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연예인 출연진들의 어머니들과 함께하는 KBS <맘마미아>에서는 구수하면서도 친근감 있는 진행으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어 지난해 <KBS 연예대상> 쇼·오락 MC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BS 연예대상은
김병만 vs 이경규

SBS는 올해 새롭게 선보인 <화신> <땡큐> <맨발의 친구들> 등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줄줄히 폐지되면서 메인급 프로그램들의 MC가 대상후보로 지목받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병만, 이경규, 유재석이다. 올해 SBS 연예대상을 노리고 있는 세 명 모두 단골 대상후보로 2013년 SBS 예능을 이끌었다.


타방송사에서 ‘달인’의 캐릭터로 대활약한 데 비해 무관으로 그쳐 아쉬움을 남긴 개그맨 김병만은 지난해 SBS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야생에서의 빠른 적응력과 생존본능으로 ‘병만 족장’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김병만은 위험천만한 환경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하면서도 위험이 도사리는 정글에서의 긴장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오지탐험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진정한 버라이어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김병만의 노력에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김병만은 지난해 유력한 대상 후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사람인지라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경규 또한 김병만과 쌍벽을 이루는 대상 후보감이다. 이경규는 SBS <힐링캠프> SBS <스타주니어쇼 붕어빵> MC로 후보자들 중 가장 많은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지난해 “3시간 앉아 있는데 최우수상 받으려고 앉아 있는 것 같냐” “대상 받으면 더 말하겠다” 등의 발언으로 대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지만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에 그쳤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돌직구 질문을 하는 등의 노련한 진행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이경규에게 올해만큼은 수상의 영광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MC라는 타이틀에 맞게 <런닝맨>으로 2년 연속 대상을 받은 유재석도 무시할 수 없는 대상 후보다. SBS의 간판급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한 <런닝맨>은 올해에도 다양한 게스트들이 출연해 재미를 줬다. 특히 MC 유재석의 유쾌하면서도 배려심 있는 진행으로 게스트들의 재능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KBS 연예대상은
김준호 vs 이영자

올해 MBC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단연 돋보였다. 토요일의 터줏대감 <무한도전>과 일밤의 두 코너인 <아빠! 어디 가?> <진짜 사나이>가 일요일 예능까지 석권하면서 올해 MBC 예능은 풍년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개그맨 박명수의 대상 수상 논란으로 고민이 많은 MBC는 특정 MC가 없는 프로그램들의 흥행에 대상 선정이 더 어려워졌다. 그 중 <진짜 사나이>의 김수로와 류수영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대상감은 아니라는 여론이 많아 단체 수상이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MBC 측 관계자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MBC는 연예대상의 대상 후보군을 따로 뽑아놓지 않는다”며 “그 해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팀과 활약해준 모든 예능인 개인이 대상 후보이다”라고 말해 프로그램 수상이나 단체수상 쪽으로 힘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MBC는 2011년 대상을 개인이 아닌 <나는 가수다>에 ‘올해 프로그램상’을 준 바 있다. 이에 <MBC 연예대상> 후보로 <아빠! 어디 가>와 <진짜 사나이>가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다.

매년 공정성 등의 논란으로 비난을 피하지 못한 방송사들의 연말 시상식. 올해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대상을 받는 영광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수상 노린 스타들의 말말말

“‘온몸상’ 받고 싶어요”

연말 시상식을 열흘 정도 앞두고 수상을 향한 연예인들의 발언이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개그맨 박명수는 올 <MBC 연예대상>을 향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일 <무한도전>에서 고3수험생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던 중 박명수가 갑자기 “내가 2013 연예 대상 수상자다”라고 말했다. 이에 “2012년이다”라고 정정하는 멤버들을 향해 박명수는 “올해 또 (받을지 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제가 올해에는 안 될까요?”라는 박명수의 질문에 김태호 PD가 “안 되겠죠. 작년에도 논란 많았는데” 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능 <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올해 많은 인기를 얻은 방송인 샘 해밍턴 또한 <MBC 연예대상> 신인상을 노리고 있다. SBS <좋은 아침>에 출연한 샘은 “연말 시상식, 욕심 나지 않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형식이 때문에 힘들어졌다. 윤후도 만만치 않다”며 경쟁자를 의식하기도 했다. 샘이 견제했던 윤후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상 후보감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에 MBC <아빠! 어디가?>의 제작진은 “출연 아이들의 순수함을 위해 신인상 수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상을 향한 욕심은 예능인뿐만이 아니었다. SBS 아침드라마 <두 여자의 방>에 출연중인 배우 서갑숙과 김청은 <SBS 연기대상> ‘신인상’을 향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청이 “연말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고 싶다”고 말하자 서갑숙은 이에 동조하며 “안 되면 온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에게 주는 상 ‘온몸상’이라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악역 ‘민준국’을 연기한 배우 정웅인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상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표현했다. DJ 정선희가 “죄송한데, 상 타세요?”라고 묻자, 정웅인은 “손현주 선배가 SBS <추적자>로 상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연말 연기대상 전까지 민준국 이상의 악역이 없어야 되는데 상반기에 드라마 <야왕> 수애 씨가 있었다”며 배우 수애를 견제하는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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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