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입과 몸이 즐거운 건강여행 ③전남 영암

소백산맥 끝자락 칼바람 잊게 하는 ‘힐링 천국’

소백산맥의 끝자락을 장식한 월출산 아래 월출산온천은 물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맥반석 온천수’라 불리는데, 신체에 부담이 적고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수중 안마 장치가 부착된 매그넘탕에서 기포 마사지를 받으며 뭉친 어깨 근육이나 관절을 부드럽게 풀 수 있다. 온천과 함께 건강을 위한 영암의 대표 음식이 갈낙탕이다. ‘산낙지 한 마리에 지쳐 쓰러진 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처럼 낙지는 기력을 회복하는 데 최고의 보양식이다. 독천 낙지마을 30여 개 낙지 전문점에서는 펄펄 끓인 갈비 국물에 산 낙지를 살짝 끓여 내는 갈낙탕을 비롯해 연포탕, 낙지구이, 낙지초무침 등 다양한 낙지음식을 선보인다. 월출산 자락에 영암구림마을, 왕인박사 유적지, 도갑사 등 이름난 여행지도 많아 보는 즐거움까지 주는 오감 만족 여행지다.


영암 월출산온천과 독천 낙지마을
몸도 지지고 입도 즐거운 그 곳…

수은주가 영하를 가리킨다고 방 안에 움츠리고 있으면 몸은 더 무겁고 나른해진다. 활동량을 늘려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야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마음이야 밖에 있지만, 몸은 따뜻한 걸 원한다. 이런 때 건강 에너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지가 영암이다. 그곳에는 몸을 따뜻하게 해줄 월출산온천과 쇠한 기력을 회복시킬 낙지 요리가 있다.

소백산맥의 끝자락을 장식한 월출산 아래 물 좋기로 소문난 월출산온천이 자리한다. 온천의 상큼한 맛은 피부가 먼저 아는 법. 그런 면에서 월출산온천은 일단 합격점이다. 월출산 암반대의 주요 구성 암석인 홍색장석화강암(맥반석)을 수원으로 하여 ‘맥반석 온천수’로 통칭된다. 맥반석은 흡착·정화 성질이 강해서 온천수의 유해물과 오염물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피로회복 효과가 탁월하다. 수질은 약알칼리성 식염천으로, 각종 미네랄 성분과 용존 산소량, 원적외선 방사량이 풍부하다. 신체에 부담이 적고 게르마늄, 나트륨, 유황, 미네랄을 함유해 피로회복, 신경통, 류머티즘, 알레르기성 피부 질환, 무좀 등에 좋다. 

뜨끈한 온천 
몸 담그고

월출산온천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필수코스는 매그넘탕이다. 다양한 수중 안마장치가 부착되어 어깨가 결리거나 몸이 찌뿌둥한 사람에게 제격이다. 뜨거운 물 속에서 강한 기포가 마사지 효과를 일으켜 굳은 관절을 부드럽게 해준다. 레저 개념으로 조성된 유수기류탕도 인기다. 노천탕이 있지만 겨울철에는 운영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온천욕이 몸에 이롭다고 해도 알아두어야 할 상식이 있다. 먼저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식사하고 한 시간쯤 지나 10~15분 입욕했다가 30~60분 푹 쉬는 것이 좋다. 탕에 너무 오래 있거나 하루 4회 이상 온천욕을 하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때수건으로 힘껏 미는 것은 피부를 지나치게 자극하니 피한다.
온천욕으로 몸이 개운해졌다면 독천 낙지마을에 가서 원기를 돋운다. 40여 년 전만 해도 학산면 독천리는 갯마을이었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갯벌이 사라지고 낙지도 자취를 감췄지만, 낙지전문점 30여 곳이 영암 낙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낙지 골목의 대표음식은 갈낙탕이다. 소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이는 음식으로, 연포탕과 갈비탕을 합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전에 우시장이 열려 소갈비를 구하기 쉬웠기에 갈비탕에 낙지를 넣고 끓였는데, 국물 맛이 진하면서도 시원하더란다. 쫄깃한 낙지를 씹는 재미와 갈비를 뜯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맑고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연포탕도 인기다. 채소를 넣고 말갛게 끓인 연포탕은 낙지의 부드러운 맛을 살리기 위해 데치듯이 끓인다. 
낙지 좀 먹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산낙지를 선호한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아 기름소금 바른 낙지를 통째로 먹는다. 입안에서 꿈틀대는 낙지의 차진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그만이다. 
낙지를 데쳐서 각종 채소와 함께 무친 낙지초무침은 새콤해서 산낙지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좋다. 낙지초무침 양념에 참기름, 김가루를 뿌려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다음은 눈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월출산으로 간다. 영암 여행은 월출산에서 시작해 월출산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명산 아래 영암의 대표 여행지가 모여 있다.


월출산 아래 영암 구림마을은 220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일본에 학문을 전한 왕인박사, 풍수지리의 대가 도선국사, 고려 태조 왕건의 책사 최지몽 등이 구림마을 출신이다. 마을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양동마을처럼 전통마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옥과 양옥, 심지어 일본식 가옥도 있다. 길가에 늘어선 전봇대와 전선이 옥에 티이기도 하지만, 정겨운 풍경이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나지막한 돌담 사이로 소담한 골목길이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운치 있는 정자가 반긴다. 
비둘기 구(鳩), 수풀 림(林)을 쓰는 마을 이름에는 도선국사의 탄생 설화가 전한다. 마을 중심에는 도선국사의 탄생과 관련한 국사암이 있다. 국사암에서 큰길로 나오면 소나무 사이에 자리한 회사정과 만난다. 촌락 사회의 운영을 논의·의결하는 주민자치조직인 대동회의 집회 장소다. 3·1운동 때 독립 만세의 함성이 울린 역사의 현장이다. 
회사정에서 냇가를 따라 마을로 들어가면 죽정서원이 있다. 그 왼쪽으로 조선 성종 때 경기체가 <금성별곡>을 지은 박성건이 후학을 양성하던 간죽정이 자리한다. 이외에도 호은정, 육우당, 서호사, 동계사 등이 있다. 

불끈 낙지 
한 입 ‘캬아~’

구림마을을 돌아보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도기박물관과 하미술관이다. 영암도기박물관은 1986년과 1996년 이화여대박물관이 구림도기가마터를 발굴하면서 만들어졌다. 지역에서 출토된 옹관과 구림도기, 가마터 등이 전시되었다. 도기는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리거나 구운 다음 오짓물을 입혀 다시 구운 그릇. 도자기는 도기와 자기가 합쳐진 말로, 굽는 온도에 따라 자기, 도기, 옹기, 토기로 나뉜다. 1280℃ 이상 고온으로 구우면 자기, 1250℃ 정도는 도기다. 항아리나 뚝배기 같은 질그릇이 도기에 속한다. 전시실에는 재일교포 하정웅씨가 기증한 한국과 일본의 도기, 해외의 도기를 전시한다. 여행객이 직접 도기를 만들어보는 체험교실도 연다.
영암군립하미술관은 하정웅씨가 기증한 조각, 판화, 공예, 사진 등 미술품 3030여 점을 기반으로 전시실을 운영한다. 지역 미술관이 아니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전시 작품 수가 많고, 마르크 샤갈, 마리 로랑생 등 수준 높은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왕인박사 유적지가 있다. 왕인박사는 <천자문> 1권, <논어> 10권과 도공, 제기 기술자 등을 데리고 일본에 건너가 우리 문물을 전한 인물로, 일본에서는 ‘고대 문화의 시조’라 불린다. 유적지에는 왕인박사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사당, 왕인박사 탄생지, 왕인박사가 수학하던 문산재와 양사재, 책굴, 후학들이 조각한 2.75m 높이의 왕인석상, 왕인박사를 상징하는 계곡 성천, 전시관 등이 잘 정돈돼 있다.


도갑사는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해탈문(국보 50호)을 제외한 건물이 대부분 불에 타서 고졸한 멋은 없다. 도선국사가 도갑사를 떠나며 “내가 떠난 뒤 철모 쓴 자들이 와서 절에 불 지를 것이다”라고 예언했는데, 한국전쟁 때 군인들에게 화를 당했다. 해탈문은 단아하면서도 예스럽고 소박하며, 계단 소맷돌에 새겨진 태극무늬가 이채롭다. 대웅보전 뒤로 난 산길을 올라가면 투박하지만 단아한 석조여래좌상(보물 89호)이 미륵전에 봉안되었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독천 낙지마을→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왕인박사유적지→월출산온천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독천 낙지마을→도갑사→월출산온천
· 둘째 날 : 구림마을(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미술관)→상대포→왕인박사 유적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영암문화관광  http://tour.yeongam.go.kr
· 월출산온천관광호텔  www.wolchulspa.co.kr
· 영암구림마을  http://ygurim.namdominbak.go.kr
· 영암도기박물관  http://gurim.yeongam.go.kr
· 영암군립하미술관  http://haart.yeongam.go.kr
· 왕인박사 유적지  http://wangin.yeongam.go.kr
· 도갑사  http://dogapsa.org


문의 전화
·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55
· 월출산온천 관광호텔  061)473-6311
· 영암도기박물관  061)470-6851
· 영암군립하미술관  061)470-6841
· 왕인박사 유적지  061)470-6643
· 영암구림마을  061)472-0939
· 도갑사  061)473-512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영암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4회(08:00, 10:30, 14:40, 16:50) 운행, 
            4시간5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061)473-3355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2번 국도(영암 방면)→영산호방조제→학산면 소재지(독천 낙지마을)→819번 지방도로→월출산온천


숙박 정보
· 월출산온천 관광호텔 : 군서면 마한로, 061)473-6311,  www.wolchulspa.co.kr
· 한옥호텔 영산재 : 삼호읍 나불외도로, 061)463-0300,  http://ysjhotel.com (한옥에서의 하루)
· 구림전통한옥민박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2-4581,  http://구림전통한옥.kr (한옥에서의 하루)
· 목원당 : 군서면 죽정서원길, 061)473-7077,  www.mokwondang.co.kr (한옥에서의 하루)
· 월인당 : 군서면 모정1길, 061)471-7675,  http://moonprint.smarter.or.kr (한옥에서의 하루)


식당 정보
· 청하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3-6993
· 독천식당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2-4222,  www.nakji1970.com
· 학산정 : 낙지 요리, 학산면 독천로, 061)471-2877
· 동락식당 : 낙지 요리, 영암읍 서문안길, 061)471-3388


축제와 행사 정보
· 영암호 해맞이 축제 : 2014년 1월 1일, 호텔현대 야외광장,  061)470-2259,          


주변 볼거리
마한문화공원, 천황사, 기찬묏길, 가야금산조테마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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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