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고개든 '이재만 살인사건' 미스터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10 11: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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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치 유망주를 죽였나

[일요시사=사회팀] 40대 초반의 초선 시의원. 지역에서 손꼽히는 정치 유망주였던 이재만 청주시의원은 시의원으로 당선된 지 2년 만에 살해당했다. 그가 살해된 원인과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들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사건은 한 조직폭력배의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수사 종결 16년 만에 새로운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이 의원을 살해한 진짜 배후가 지역 고위 인사였다는 충격적인 폭로다.




16년 전 있었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실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검찰은 1997년 청주시의회 소속 이재만 당시 의원이 조직폭력배에게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이 의원의 유족들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하고 진위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양심고백 파문  

앞서 유족들은 "이재만을 청부살해한 배후 세력이 3명 더 있다"며 그 실명을 언론에 공개하고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들은 고소장에서 배후 세력으로 의심받는 3명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씌웠다.

검찰은 당시 사건 기록을 살펴보는 한편 조만간 관련자를 불러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유족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반대의 경우도 실명이 거론된 3명의 심각한 명예훼손이 우려되는 상황이라 파문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만 살인사건'은 이 의원이 1997년 10월2일 오후 9시50분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 2명에게 피습당한 사건이다.


이 의원은 사건 당일 오후 6시께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그러나 이로부터 3시간 뒤 이 의원은 옆구리와 허벅지 등을 난자당한 채 자택 앞에서 발견됐다.

흉기에 찔려 신음하고 있던 이 의원을 목격한 건 그의 딸 이모씨다. 이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집 밖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놀라 창문을 열어보니 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며 "범인으로 짐작되는 20대 남자 2명이 도망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딸의 신고로 이 의원은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사건을 맡은 청주서부경찰서는 사망한 이 의원의 옷가지에 지갑 등 귀중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점에 주목했다. 또 사건 발생 며칠 전부터 이 의원의 귀가시간을 묻는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고, 같은 시기 집 주변에서 괴한들을 봤다는 증언을 확보하면서 계획 살인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같은해 12월 경찰은 조직폭력배 김모씨를 범인으로 특정하고, 경기도 인근에서 그를 체포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선배 조직원으로부터 이 의원을 살해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관련한 혐의를 인정했다. 김씨 등 소위 '화성파' 조직원이었던 일당 5명은 해당 사건에 연루돼 차례로 검거됐다.

후속 보도 등에 따르면 사건의 몸통이자 배후로 지목된 양모(현재 군산교도소 수감 중)씨는 1999년 5월 검거됐다. 양씨는 1년8개월에 걸친 도피생활 중 경찰이 공개수배로 전환하자 자수를 선택했다.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 화물터미널에서 체포된 그는 이어진 경찰 조사에서 이 의원을 살해한 내막을 실토했다.

양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던 자동차 납품업체에서 생산한 연료절감 장치를 이 의원 소유의 운수회사로 납품하려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양씨의 제안을 거절하며 그에게 폭언을 했던 것으로 양씨는 주장했다.

또 이 의원은 양씨 조직이 관리하던 나이트클럽 인허가 과정에서 이를 반대해 조직의 타깃이 됐던 것으로 양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양씨는 "누군가 자신에게 살해를 지시한 적은 없으며 자의적 판단이었을 뿐 배후는 없다"고 못박았다.


1997년 청주시의원 피살…조폭 단독 범행 종결
"지역실세들이 청부한 배후" 폭로에 재수사

결국 경찰은 해당 사건을 양씨 개인의 원한에 의한 청부 살해로 결론 냈다. 이 의원을 직접 살해한 김씨와 최모씨는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으며, 뒤늦게 구속된 양모씨에게는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이밖에도 범행에 가담한 3명에게는 양씨와 같은 혐의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그런데 끝난 줄 알았던 '이재만 살인사건'의 불씨가 양씨를 통해 재점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살인사건의 진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고백이었다.

내년 5월 만기출소를 앞둔 양씨는 최근 자신의 자필 편지를 한 변호사에게 건넸다. 양씨는 편지에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모두 3명을 거론했다. 그의 폭력조직 선배 A씨(2012년 사망), A씨의 동창 B씨, B씨의 친인척이자 지역 고위 인사로 알려진 C씨다.

양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에게 청부 살해를 지시한 인물은 얼마 전 사망한 선배 A씨다. 그리고 A씨에게 “이 의원을 손보라”고 부탁한 것은 B씨이며, B씨의 뒤를 봐준 인물은 C씨다. 당시 B씨는 양씨를 만난 자리에서 일을 처리하면 C씨를 통해 나중에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B씨의 친구이자 양씨의 선배인 A씨가 이를 보증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얼마 전 A씨가 사망하면서 양씨는 자신의 범행에 대한 대가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더불어 수감생활 중 모친이 타계하는 등 심경 변화를 겪은 것도 이번 고백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어찌됐든 양씨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 유족들은 즉각 양씨를 만나기 위해 교도소를 찾았다. 그리고 면회 자리에서 그가 직접 밝힌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었다. 이어 양씨에게서 필요하다면 법정 증언도 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다. 16년 만의 진실 규명이 급물살을 탔다.

지난 2일 이 의원의 미망인 등 유족들은 고소장 제출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시 고인과 조직폭력배(양씨)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과 이해관계가 없었다"며 "양씨를 통해 확인한 배후 인물들은 특정 사업과 관련해 고인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건은 청주지검 형사2부에 배당됐다.

유족, 실명 공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15년인 점을 살펴 공소권 유무 등 수사 진행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양씨 등이 기소되고 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공소시효 진행이 중단됐다고 보면 아직 사건을 재수사할 시간은 남아있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고발 내용과 공소시효 등을 살펴보고 있지만 자세한 사항을 이야기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배후인물이 있기는 있을 것"이라며 "당시 수사회의에서 추론됐던 것이고, 똑 떨어지는 연결고리를 찾지 못해 (누군지) 밝히지 못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배후 지목' 업체 측 반박
"이재만 모른다" 법적대응 예고

'이재만 살인사건'과 관련해 유족들로부터 실질적인 배후로 지목된 한 방송사 측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 대응할 것임을 강조했다.

해당 방송사는 복수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배후설에 휩싸인 대표는 사건 당시 이재만 의원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며 "청주시의회가 관장하는 인허가와 관련한 갈등이나 시비의 소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이 같은 일방적인 주장이 아무런 여과 없이 유포돼 방송사의 이미지와 대표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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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