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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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맞긴 맞는데 GH? MB?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없었다"며 거리를 뒀던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현재까지 정황상 박근혜 내각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측근'이 정보 유출을 자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어느덧 2라운드로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 등 개인정보였다. 결과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선일보> 보도 후 옷을 벗었다.

채동욱 찍어내기
공무원 동원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 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청 소속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수사 착수 2달여 만에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꼬리'인 조 국장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앞서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 몇 명이 서초구청에 있다는 전언을 접했다. 당시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비서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국장에 대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높은 사람은 원 전 원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국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소속) 조모 행정관에게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해 달라는 부탁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가족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조회 시점이 눈길을 끄는데 조 국장이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기는 일치했다. 따라서 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댓글'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 확산에
꼬리 자르기

부정할 수 없는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 조 국장이 부탁을 받은 조 행정관(현재 직위해제)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시설담당으로 이번 정보 유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불법 열람했다"고 확인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함께 이른바 TK(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시기 서울시에서 근무한 원 전 원장과도 안면이 있다. 또 조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표창을 받고, 인사 승진을 하는 등 공직 세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하면서 공직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그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의 신속한 조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다.

행정관 서초구청 통해 혼외아들 정보 입수
'진짜 몸통' 유출 배후는…현정권? 전정권?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 같은 날 이 수석은 정보 유출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듯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있었다. 통상 총무비서실 업무는 감찰업무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보직 업무는 조경이었단 점을 상기할 때 조 행정관이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빼냈어야 했냐는 것이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 최종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란 점을 지적했다. 즉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 이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서울시 고위 공무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있는데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조 행정관이 팔을 걷어붙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개인의 일탈?
조직적 개입?

앞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복구했고, 조 국장에 이어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드러난 제3의 인물이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이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김 국장을 특정했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의 요청으로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설정이다.

졸지에 배후가 된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김 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서류 경력만 놓고 보면 '채동욱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안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곽 전 수석과 같이 일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관련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다만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먼 친척 사이인 것은 인정했다. 또 조 행정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발표해 곤혹스럽다"며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수습 나선 청와대 '꼬리자르기' 의혹 확산
원세훈 구하기? 채동욱 자르기?…수사 결과 촉각

이 같은 김 국장의 해명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조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국장을 배후로 지목한데 따른 확인 절차로 풀이됐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증거 확보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압수수색은 김 국장에게도 일정한 혐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있다"며 대질 신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김 국장의 연결고리를 '원세훈'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이면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밝혔듯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행정관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 김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장관을 역임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 국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안전행정부로 복귀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S라인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원세훈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은 MB
곽상도면 GH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직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문을 받은 서초구청 소속 임모 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곽 전 수석에게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임 과장의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정보 유출의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이 의심되면서 그 역시 '사건의 꼬리'로 언급된 바 있다.

또 곽 전 수석이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직전 <조선일보> 관계자와 강남 한 일식집에서 수상쩍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곽 전 수석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곽 전 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박근혜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윗선의 존재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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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