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의혹' 진실게임 2라운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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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맞긴 맞는데 GH? MB?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정권 차원의 찍어내기는 없었다"며 거리를 뒀던 청와대의 해명도 거짓으로 드러나 정국은 요동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진짜 '몸통'이 누구냐에 쏠린다. 현재까지 정황상 박근혜 내각이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측근'이 정보 유출을 자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을 둘러싼 진실공방은 어느덧 2라운드로 돌입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9월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숨겼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정보를 입수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받았다. 해당 기사를 위해 열람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는 가족관계등록부, 주민등록초본, 출입국증명서 등 개인정보였다. 결과적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조선일보> 보도 후 옷을 벗었다.

채동욱 찍어내기
공무원 동원했다

그런데 잠잠해지는 듯 했던 '채동욱 사태'는 엉뚱하게도 서초구에서 재점화됐다.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청 소속 조모 행정지원국장이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유출했다는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시민단체로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에 관한 고발장을 접수받은 검찰은 수사 착수 2달여 만에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의 꼬리'인 조 국장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앞서 기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핵심 측근 몇 명이 서초구청에 있다는 전언을 접했다. 당시 구청 한 관계자는 "원세훈 측근 중 1명이 조 국장"이라고 귀띔했다.

조 국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인 원 전 원장과 절친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비서격으로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국장에 대해 "조 국장이 경북 포항 출신이고 ▲원 전 원장과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으며 ▲이른바 '영포회' 소속으로 ▲원 전 원장의 가정사도 도맡아 처리하는 집사 역할을 수행했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전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조 국장의 승진이 굉장히 빨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직급은 높았지만 서초구청으로 임용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아 높은 사람이 힘을 써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서 높은 사람은 원 전 원장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조 국장은 행정지원국 소속 부하 직원을 통해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모군 모자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열람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국장은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 소속) 조모 행정관에게 6월11일 채군의 가족부를 조회해 달라는 부탁을 문자메시지로 받아 가족부를 열람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조회 시점이 눈길을 끄는데 조 국장이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를 열람한 시기와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기는 일치했다. 따라서 정보 유출 과정에 '국정원 댓글' 수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됐다.

논란 확산에
꼬리 자르기

부정할 수 없는 징후도 속속 포착됐다. 조 국장이 부탁을 받은 조 행정관(현재 직위해제)은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시설담당으로 이번 정보 유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공식 브리핑에서 "조 행정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조 국장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등 개인정보를 전달받은 뒤 불법 열람했다"고 확인했다.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같은 공무원 출신으로 일찍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안동 출신인 조 행정관은 조 국장과 함께 이른바 TK(대구·경북) 인맥으로 분류된다.

조 행정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 추진본부 조경팀장과 환경사업팀장 등을 역임했고, 같은 시기 서울시에서 근무한 원 전 원장과도 안면이 있다. 또 조 행정관은 이명박정부 당시 표창을 받고, 인사 승진을 하는 등 공직 세계에서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조 행정관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하면서 공직 생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에 그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에 회부했다"고 전했다. 그간 전례에 비춰봤을 때 청와대의 신속한 조처는 이례적이라고 평가받았다.

행정관 서초구청 통해 혼외아들 정보 입수
'진짜 몸통' 유출 배후는…현정권? 전정권?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시선은 곱지 못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확산됐기 때문. 같은 날 이 수석은 정보 유출의 배후로 청와대가 지목된 것을 의식한 듯 "조 행정관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문제는 청와대의 해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것에 있었다. 통상 총무비서실 업무는 감찰업무와 무관하고 조 행정관의 보직 업무는 조경이었단 점을 상기할 때 조 행정관이 왜 채군의 개인정보를 빼냈어야 했냐는 것이다.

특히 복수 언론은 조 행정관이 소속된 총무비서실 최종 책임자가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 3인방 중 1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란 점을 지적했다. 즉 이번 정보 유출 과정에 이 비서관이 어떤 방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겠냐는 의혹이다.

기자와 통화한 한 서울시 고위 공무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공무원 조직 문화가 있는데 상급자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 같은 일을 한다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잘못하면 '목'이 날아가는데 조 행정관이 팔을 걷어붙인 진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개인의 일탈?
조직적 개입?

앞서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은 검찰의 신체 압수수색을 앞두고 주고받은 메시지를 나란히 삭제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제스처였다. 하지만 검찰은 문자메시지를 복구했고, 조 국장에 이어 조 행정관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인적사항 확인을 요청한 또 다른 인물이 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드러난 제3의 인물이 안전행정부 소속 김모 국장이다.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밝히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김 국장을 특정했다.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안전행정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의 요청으로 조 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즉 조 행정관을 사이에 두고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으며, 조 행정관은 다시 조 국장에게 개인정보 유출을 부탁했다는 설정이다.

졸지에 배후가 된 김 국장은 이명박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팀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중앙공무원교육원 국장급으로 재직 중인 김 국장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서류 경력만 놓고 보면 '채동욱 찍어내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지휘 체계 안에 있던 셈이다.

하지만 김 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 행정관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 조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곽 전 수석과 같이 일한 적이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관련한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다만 김 국장은 조 행정관과 먼 친척 사이인 것은 인정했다. 또 조 행정관과 개인적으로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청와대로 불려가 조사를 받을 때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배후인 것처럼 발표해 곤혹스럽다"며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사건 수습 나선 청와대 '꼬리자르기' 의혹 확산
원세훈 구하기? 채동욱 자르기?…수사 결과 촉각

이 같은 김 국장의 해명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나지 않아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는 조 행정관이 검찰 조사에서 김 국장을 배후로 지목한데 따른 확인 절차로 풀이됐다.

특히 사정기관의 압수수색이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의 증거 확보 작업으로 해석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압수수색은 김 국장에게도 일정한 혐의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김 국장의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 국장은 "조 행정관이 자신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있다"며 대질 신문을 요청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김 국장의 연결고리를 '원세훈'으로 보고 있다. 원 전 원장은 행정고시를 패스한 공무원 출신이면서 '서울시 공무원 모임'을 통칭하는 속칭 'S(서울시) 라인'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앞서 밝혔듯 조 국장은 원 전 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 행정관은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모임'에 자주 참석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또 김 국장은 원 전 원장이 장관을 역임한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원이란 점이 주목된다. 김 국장은 지난 5월 청와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안전행정부로 복귀했다.


따라서 여러 정황을 살펴봤을 때 일부 S라인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원세훈 구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원세훈은 MB
곽상도면 GH

하지만 정치권에선 청와대 개입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사건의 유력한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을 지목한 것이다.

실제로 <조선일보> 보도 직후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문을 받은 서초구청 소속 임모 과장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곽 전 수석에게 부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임 과장의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정보 유출의 몸통으로 곽 전 수석이 의심되면서 그 역시 '사건의 꼬리'로 언급된 바 있다.

또 곽 전 수석이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직전 <조선일보> 관계자와 강남 한 일식집에서 수상쩍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의미심장하다. 곽 전 수석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채군 모자의 개인정보가 곽 전 수석에게 흘러갔다는 정황이 발견될 경우 박근혜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 윗선의 존재도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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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