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석 1년> '주인없는' SK그룹 상황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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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상위권 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실적 악화와 유동성 관리 실패까지 더해져 내년 기업 경영활동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데 SK그룹은 다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 계열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룹이 제기했던 경영공백 우려는 '엄살'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 1년이 다 돼 간다. 최 회장은 SK그룹 펀드자금 중 약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에 나섰지만 2심에서도 1심에서의 형을 그대로 선고 받았다. 최 회장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SK그룹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으로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산하 6개 위원은 전략위원장에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글로벌성장위원장에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김영태 SK(주)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 정철길 SK C&C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 김재열 SK(주) 부회장, 인재육성위원장에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중심으로
임직원 똘똘 뭉쳐

최 회장 구속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 전반적으로 경영 공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오너리스크는 '오너 경영'의 한계다. 총수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오너 경영의 경우 총수가 경영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을 보면 최 회장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SK그룹은 수펙스를 중심으로 오너 부재와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악재 속에서 계열사들의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계열사는 SK그룹의 지주사 격인 SK C&C다. SK C&C는 기업규모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다른 주력 계열사에 비할 바 못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고 핵심 계열사다.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최 회장-SK C&C-SK(주)-상장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SK의 상장 계열사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C, SK케미칼,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건설, SK해운, SK, SK가스, SK컴즈, 로엔엔터테인먼트, 실리콘화일, 부산도시가스, 유비케어, SK브로드밴드 등 16개사. SK C&C는 SK(주)의 지분 31.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주)는 SK텔레콤(25.22%), SK이노베이션(33.4%), SKC(42.5%), SK네트웍스(39.14%), SK건설(40.02%), SK해운(83.08%)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C&C는 3분기 매출액 5549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1.8%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8.7% 증가했다. 특히 SK C&C는 올 3분기 글로벌 사업에서만 12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2.23%에 해당된다. 전년 동기 글로벌 사업 매출이 766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61.1% 이상 높아진 금액이다.

계열사 대부분 승승장구…오너 존재감 실종?
주가도 구속 전보다 상승 "공백 우려는 엄살"

국내 SI 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실적이다. 독보적 업계 1위 삼성SDS의 경우 3분기에 매출액 1조75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449억원. 전년 동기에 비해 6% 상승했다. LG CNS는 지난해보다 8% 증가한 7157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S와 LG CNS는 오너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주가도 상승 추세다. 최 회장 구속 전날인 지난 1월30일 SK C&C의 주가는 10만4000원. 4월16일 8만76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4일) 13만1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SK C&C는 투르크메니스칸 안전도시 구축사업과 방글라데시 정부네트워크 백본망 구축 사업 등 대형 글로벌 IT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 화재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영업외비용 반영 등에 따른 당기순이익은 95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2분기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넘어서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SK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우시공장의 화재는 ‘전화위복’격이 됐다. 우시공장은 전세계 D램 생산량의 13% 가량을 제조해왔다. 그런데 화재로 인해 D램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이에 따라 PC용 D램 현물가격이 대폭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D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화재로 인한 출하량 차질을 최소화했다. 생산 물량은 그대론데 가격만 오른 효과를 본 셈이다.

공장 화재 악재
'전화위복'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회사인 SK텔레콤의 실적도 양호하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매출 4조1246억원, 영업이익 5514억원, 순이익 502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1%, 영업이익 88.4%, 순이익 32.6%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통신시장의 포화 속에서도 SK텔레콤의 LTE 가입자는 9월 말 기준 약 1227만명을 기록, 전체 가입자의 45%를 넘어섰다. 가입자당 매출도 전분기에 비해 2.6% 오른 3만4909원을 기록했다. 평균 해지율은 지난 분기 2.27%에서 2.25%로 감소했다.

16개 계열사의 누적 실적을 봐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급등했다. 올 3분기 유무형자산취득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 감소했고 매출액은 135조7000억원으로 3.3%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6%나 끌어올렸다. 시가총액 또한 연초 이후 69조7182억원에서 78조5312억원으로 8조8130억원(12.64%) 증가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건설의 해외사업도 우려와는 다르게 상승세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 300조원'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정구속됐고 재계는 SK그룹이 중국·동남아·중동·중남미 등지에서 추진해왔던 해외사업과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올스톱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에 벌려놨던 해외사업들의 유지 여부도 미지수로 남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총,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상승률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K건설만 봐도 그렇다. SK건설은 지난 6월 12억 달러 규모의 칠레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따냈다. 또 터키에서 사업비 9억5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SP 사업' 덕분이다.

TSP는 토탈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의 약자로 고객에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SK건설의 사업 모델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기본설계 및 유지 관리까지 수입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의 경우 SK건설은 설계와 시공 등을 맡고 있다. 준공 후 관리는 SK종합화학이 수행한다.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와 베트남 해상공사 역시 SK건설이 수주했다. 지난 2일에는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선전에 최첨단 건강검진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중국 측 파트너인 비스타와 지난 5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중국 정부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이 중국 헬스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 SK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SK차이나를 통해 한·중합작병원 'SK아이캉병원'을 개원한 이래 두 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중국 국유기업 닝보화공과 합작사인 닝보SK를 출범시키고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에틸렌프로필렌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이징자동차그룹 및 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내년 하반기까지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까지는 생산 규모를 2만대 분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지난 6월 말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총 3조3000억원을 추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 및 하위공정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각각 34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충칭에 연산 20만톤 규모의 부탄디올 생산공장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 기록
SK건설 해외 대형사업 연속 수주

SK그룹은 2014년 경영방침을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으로 결정했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 SK그룹은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오너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SK컴즈는 투자 대비 이익 창출이 적은 싸이월드와 싸이메라 분사를 검토 중이다. 미미한 점유율(1.4%)를 유지하던 검색 서비스도 전문검색 서비스 업체에 이관해 관리 비용을 줄인다. 12월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실본부장급 이상의 간부직원들은 일괄 사표를 결의한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고무플랜테이션 사업 법인인 'PT인니조아'를 현지 자원개발 회사인 'PT존린'그룹에 매각하는 협상도 진행 중이다. 중국 구리광산 지분매각도 검토 중이다.


SK E&S는 인천종합에너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를, SK이노베이션은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의 재판으로 2011년부터 2년 연속 임원 인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는데 올해부터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이달 중순 정기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올해 실적이 좋았다는 점에서 임원들의 승진 규모가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개편·인사
일사천리

이처럼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어의 몸'인 최 회장은 그룹이 오너리스크를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냥 웃을 수 있을까? 같은 처지에 있는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지난 1년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이라크 재건' '태양광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 "일부에서는 오너 부재라는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 모범사례로 봐야한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다"면서도 "없을 때 더 잘하는 SK그룹에서 최 회장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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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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