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욕설 방송 천태만상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2.02 14: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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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욕하는 대담무쌍 프로그램들

[일요시사=사회팀‘삐∼’ 부적절한 단어가 나올 때 ‘삐’처리하던 방송이 이제는 대놓고 욕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에 방영되는 드라마부터 아이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까지 늘어가는 ‘욕설 방송’에 시청자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MBC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가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앞선 19일 여자 가수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과 가상 부부로 출연하는 남자 가수 그룹 샤이니 태민은 가을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태민은 평소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는 손나은의 진심을 알아보기 위해 몰래 카메라를 준비했고, 석고로 손 모양을 뜨는 과정에서 일부러 “불편하다”며 짜증을 냈다. 태민의 차가운 행동에 서운함을 느낀 손나은은 개인 인터뷰에서 이내 속상했던 마음을 고백하며 눈물을 흘렸다.

<우결> 제작진 출연자에 “개xx구만”
편집 없이 그대로 전파…실수? 의도?

방송 이후 <우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들의 미방분 영상이 올라왔다. 문제는 손나은의 속마음 인터뷰 도중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에서 들리는 “개xx구만?”이라는 욕설이 화근이었다. 욕설을 들은 누리꾼들이 온라인에 문제의 욕설 부분만 편집된 영상을 올리면서 실시간으로 해당 방송이 검색되자, 제작진은 홈페이지 게시판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욕설을 한) 목소리 주인공에게 확인한 결과 악의를 가지고 태민씨를 욕한 게 아니었다”며 “손나은씨의 속마음 인터뷰를 하는 동안 나은씨가 너무 갑작스럽게 울음을 터트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여자 스태프가 나은씨를 위로하다 무의식 중에 그런 말을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청자들은 “위로로 욕을 하다니” “스태프 하차하고 프로그램 내려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욕설 자체에 대한 사과없이 ‘편집의 문제’로만 치부해 변명하기 급급한 제작진들의 공식사과문과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으로 결혼한 남녀 연예인들의 부부생활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2008년 명절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단독 편성됐다. 당시 20~30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많은 스타커플들을 양성한 <우결>은 세계판이 제작되는가 하면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위로차원 한 말이
“개xx” 라고?

On style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4>도 욕설과 비방이 편집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방송돼 비난을 받았다.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4>는 3차례의 심사에 거쳐 최종 도전자를 선발해 패션잡지의 표지모델, 화장품 모델의 기회를 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지난 10월 출연자 정하은은 같은 방을 쓰게 된 황현주에게 “너 착한 척 하는 것 같아. 그런 거 재수없어. 너 존x 싸가지 없다. 뒤지기 싫으면 닥치고 있어. 존x 짜증나니까. 너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네가 한다고 말했지? 내 말 흘려서 듣냐”며 욕을 했다.

정하은의 욕설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사람을 붙여 욕설이 오갔음에도 이를 여과 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제작진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했다. 이에 제작진은“서먹한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솔직한 마음을 터놓기 바랐다”고 해명했다.

며칠 뒤 푸켓을 방문해 다른 도전자들과 야자타임 시간을 가진 정하은은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황현주의 질문에 “평소 나를 의식하고 따라한다고 생각해 불편했다”고 답했다.

이후 Top5 선발에서 탈락한 정하은은 황현주를 찾아가 “내가 너를 오해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을 해야지 했는데 이제는 말할 기회도 없다”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욕설논란으로 정하은과 함께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은 황현주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하은을 따로 만나 사과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시청률 노린
꼼수 아니냐

반면 SBS <런닝맨>은 실수로 출연진의 욕설을 편집하지 않은 채 방송해 곤혹을 겪었다. 지난 7월 14일 중국 상해에서 개최한 SBS <런닝맨> ‘아시안 드림컵 출전권 레이스’ 편에 축구 선수 박지성과 여자 가수 그룹 에프엑스의 설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런닝맨 멤버인 유재석, 김종국, 하하, 이광수는 드림컵 출전선수로, 나머지 멤버 지석진, 개리, 송지효, 설리는 실내에서 경기에 임한 멤버들을 응원했다. 이 때, 제작진이 출연자 김종국과 지동원 선수가 선발로 앞섰다는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 설리는 ‘차오xx’라고 말했다. ‘차오xx’는 중국 현지에서 상대방의 부모님을 조롱하는 의미의 수위높은 욕설로 알려져 있다.

욕설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되자, 설리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이먼트는 “촬영 현장에서 스태프와 출연진이 중국어를 주제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의도없이 따라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모르면 아예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다른 나라 연예인이 씨x이라고 욕하고 잘 몰랐다고 하면 괜찮겠냐”며 비난하는가 하면 일부 네티즌들은 욕설 부분을 편집하지 않은 채 내보낸 제작진의 잘못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런닝맨> 조효진PD는 “방송에 포함된 설리의 중국어 욕설은 미리 알지 못했다”며 “중국어라고 하더라도 확인을 안한 건 우리 잘못이다. 편집했어야 하는 부분인데 실수였다. 앞으로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히고 해당 방송의 ‘다시 보기’ 서비스를 즉각 중단시켰다. <런닝맨> 측은 이후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문제의 장면을 삭제했다.

앞선 3월에는 설리와 같은 소속사인 남자 가수 그룹 샤이니 온유가 ‘손가락 욕’으로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18일 MBC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는 11개월 만에 정규 앨범 3집을 발표하고 타이틀 곡 ‘드림걸’로 활동 중이던 샤이니가 출연했다. 당시 ‘보이는 라디오’가 진행되고 있어 출연진들의 모습이 인터넷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방송 이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샤이니 온유 손가락 욕’이라는 제목의 글과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누군가 손가락 욕을 하고 있는 장면이 캡처된 사진들이 게재됐다.

<도전…> 출연자 대화 여과 없이 노출
가족과 보기 민망…불편한 시청자들

당사자의 얼굴이 방송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손가락 욕을 한 당사자의 소매부분이 노출되면서 누리꾼들은 같은 의상을 입은 온유를 의심했다.

문제의 장면은 DJ인 가수 윤하가 샤이니를 소개하기 전 온유가 멤버들과 장난치는 과정에서 한 행동으로 밝혀졌다. 다음날 온유의 소속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유야 어찌됐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온유가 손가락 욕을 한 것에 대해 반성 중이다. 주의하겠다”며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고의성의 유무를 알 수 없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일부 드라마는 극중 인물들의 ‘감칠 맛 나는 욕 연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평균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또한 지나친 욕설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으로부터 제재받았다.

<응답하라 1994>는 복고 감성을 자극해 지난해 인기몰이를 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이어 스무살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욕설 논란의 문제는 극중 인물 중 경상남도 삼천포 출신의 삼천포(김성균 분)가 룸메이트인 전라남도 순천 출신의 해태(손호준 분)와 사투리를 쏟아내며 싸우는 장면에서 “눈깔 확 뽑아다가 깍두기랑 오독오독 씹어볼랑까”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방송 전부터 특별판으로 제작된 이들의 욕배틀은 23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욕설’이 있어야
드라마가 재밌다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이 하숙집 오빠 쓰레기(정우 분)가 여자친구의 가슴을 만졌다는 말에 “변태xx, 저질, 색마”라는 등의 욕설을 퍼붓는 장면 또한 문제가 됐다.

방송 이후 <응답하라 1994>의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해당 욕설은 방송에서 부적절하다”는 민원을 받은 방통심의위는 지난달 20일 드라마의 사투리 욕설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51조인 ‘품위유지’와 ‘방송언어’ 위반으로 권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일부 시청자들은 “욕을 해야 재밌는데”라며 아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개연성없는 스토리 전개, 연장 방송 등 ‘막장 드라마’로 뭇매를 맞고 있는 MBC 드라마 <오로라 공주>도 욕설 자막 논란으로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9월 <오로라 공주>에는 극중에서 제작된 드라마 ‘알타이르’의 마지막 촬영 후 뒤풀이하는 장면이 나왔다. 이날 오로라(전소민 분)에게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을 빼앗기고 기분이 상한 박지영(정주영 분)이 노래방에서 드라마 제작진인 윤해기(김세민 분)가 막춤을 추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 속마음이 말풍선으로 표현됐다. 말풍선에는 ‘하이구, ㅈㄹ이 풍년이에요’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해당 장면이 본 시청자들은 방송이후 게시판에 “공중파 일일드라마가 맞냐” “황당하다”며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대에 방영되는 드라마에서 욕설 자막이 삽입된 것에 대한 불쾌함을 드러냈다.

<오로라 공주>는 앞선 6월에도 오로라가 남자 주인공 오창석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속마음이 말풍선으로 표현됐다. 오창석이 다른 여자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ㅈㄹ을 떨어요” “놀고들 ㅈㅃㅈㄴ”라는 오로라의 생각이 자막으로 등장해 지난 8월 방통심의위의 제재를 받고 “저속한 표현 등에 법규를 지키겠다”며 사과문을 내보내기도 했다.

극중 학생 입서
‘새x∼’‘지x∼’

스타배우들의 출연과 흥미로운 소재로 올해 인기를 끈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속물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이보영 분)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 바른 생활 사나이 차관우(윤상현 분)가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드라마다.

지난 6월 12일에 방영된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국선변호사 장혜성이 살인미수로 기소된 고등학생 고성빈(김가은 분)의 변호를 맡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고등학생 신분의 피의자 고성빈이 피해 여학생과 대면하는 장면에서 “저 xx 끝까지, 야 이xx야, 뭐라고 xx리는지 면상을 보고 말겠다” 등의 욕설을 내뱉었다. 강도가 심한 욕설은 무음으로 방영됐으나 일부 욕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지난 7월 18일에 방송에는 주인공 장혜성이 회의 중에 자신을 위협한 살인마 민준국(정웅인 분)이 다시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민준국 소가 새끼를 낳으면 송아지고 개가 새끼를 낳으면 너다. 민준국 이 나쁜 xx야. 나 이제 너 하나도 안 무서워. 너 따위한테 겁 안 먹어. 꺼져버려”라고 욕설을 퍼부어 드라마 관련 검색어로 ‘욕’이 오르기도 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 

‘배째라 방송’ 1등은?

경고 받고도 ‘나몰라라’

지난 7월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종편사업자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제재조치 이행결과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출연자의 막말·저질 발언이나 선정적인 발언에 대한 제재가 이뤄졌음에도 해당 종편들이 출연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출연자로 인해 가장 많은 제재조치를 받은 종편은 ‘채널A’로 모두 10건의 ‘제재’를 받았으나 6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채널A는 지난해 11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더티(dirty)한 작당”  “애송이 같은 아마추어” 등의 표현으로 ‘주의’조치를 받았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에 최민희 측은 “오히려 윤 전 대변인은 2주 뒤인 채널A <이언경의 세상만사>에 출연해 ‘후보단일화는 막장드라마’ ‘후보단일화 TV토론은 사기꾼 같은 이야기’라고 말해 선거방송심의에서 ‘경고’ 제재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6월에는 시사평론가 이봉규가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비난을 표해 ‘주의’조치를 받았다. 이에 채널A는 이봉규에게 ‘구두경고와 1개월 출연정지’ 조치를 내렸으나 지난 2월 이후 3차례에 걸쳐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봉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에 대한 막말 발언으로 또다시 ‘경고’조치 받았다. 채널A는 출범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방송언어 순화 계획’의 일환으로 ‘막말 방송 3진 아웃제 실시’를 내세웠으나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 ‘3진 아웃제’는 방통위나 자체 심의규정 등을 연간 3회 이상 위반한 출연자를 해당 프로그램에서 퇴출시키는 제재방법이다.

 

저속한 용어 <SNL 코리아> ‘경고’
욕먹고 억울한 김구라

방송인 김구라는 욕 때문에 억울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구라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스타>에서 후배 개그맨인 맹승지가 동료 개그맨인 정명옥을 언급하자 “내가 <SNL 코리아>에서 정명옥에게 욕을 먹는 연기를 했다”며 “억울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8월 <SNL 코리아>는 ‘김구라의 말싸움 대행서비스, 일오xx에 x팔x팔’코너에서 “이 펠리컨같이 생긴 xx야, 니가 왜 xx이야, 이 xx야. 니 하관이 풍년이다. 이 개xx야. 이 풍년 xx야”, “이 또라이 같은 x아. 이런 거지같은 x을 봤나” “이런 싸가지 없는 개xx, x놈의 개 호로xx를 봤나, x팔 x끼,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날려버리기 전에 똑바로 해. 개x끼, 이 마징가 x끼야”라고 언급하는 장면 등을 삐음으로 처리해 방송했다.

방통심의위는 회의를 열어 지나친 욕설과 저속한 용어 사용 등의 이유로 <SNL 코리아>를 ‘경고’ 조치했고, 이 사실이 일부 매체에 ‘SNL 김구라편 지나친 욕설’ ‘욕설, 비속어 SNL 김구라편 경고’ 등의 제목으로 보도됐다. 이에 김구라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프로그램이 징계를 받은 걸로 안다”며 “사실 정명옥이 내게 한 욕 연기 때문에 징계를 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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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