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산부인과 의료사고 진실공방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26 09: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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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출산하다 혼수상태, 왜?

[일요시사=사회팀] 사진 속에 두 아이들과 해맑게 웃고 있는 이모씨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던 중 혼수상태에 빠졌다. 출산 시 어떠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는 이씨의 가족들과 산모가 원해서 자연분만을 했다는 병원 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일요시사>로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서울의 H산부인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내용이었다. 제보자 김모씨를 만나 정확한 사건경위를 들어봤다.

“위험성 몰랐다”

지난 8월 김씨는 부인 이씨와 셋째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었다. H산부인과에서 둘째를 낳은 경험이 있는 이들 부부는 2년여간 주치의 A원장에게 주기적으로 진찰을 받아왔다.

8월17일 12시경 진통을 느낀 이씨는 병원에 입원했고, 당시 A원장은 지방에 학회가 있어 병원에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부재중인 A원장 대신 병원에 있던 B원장이 이씨의 출산을 담당했고, 당시 당직이었던 C원장은 B원장을 도왔다. 김씨는 C원장으로부터 “B원장이 산모의 주치의인 A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분만 여부에 대해 물었고, 이에 A원장이 ‘분만을 진행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오후 5시50분경 이씨는 아이를 출산했다. 10여분 후 의료진에 의해 응급실로 들어간 김씨는 수술실에서 “살려달라”며 호흡곤란 증세를 겪고 있는 이씨를 봤다. B원장은 김씨에게 “산모가 응급상황이어서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고, 8시경 산모는 근처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김씨에 따르면 많은 출혈로 의식이 없던 이씨는 이미 동공이 열린 상태였고, 옮겨진 병원에서 수술 전 이씨는 자궁 파열과 범발성 혈액응고장애 등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의료진들이 이씨의 출혈을 막기 위해 복부를 개방하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고 한다.

제왕절개 경험 산모에 자연분만…자궁 파열
‘위험한 선택’두고 가족·병원 주장 엇갈려

며칠 뒤, 이씨가 입원한 병원을 찾은 A원장은 김씨에게 이번 분만 사고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일 후 산부인과 측에서는 “아무 책임도 질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던 이씨의 의료사고에 병원 측에 진료기록을 요청했다. 그는 “진료기록에 두 번의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다고 적혀 있는데, 분만실에는 초음파 기기가 없었다”며 “진료기록의 조작 여부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양대병원으로 옮겨진 이씨는 아직까지도 혼수상태다. 이씨는 ‘VBAC’으로 셋째 아이를 출산 중이었다. VBAC(Vaginal Birth After Cesarean)은 ‘제왕절개를 한 경험이 있는 산모가 다음 출산 시 자연분만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씨는 2010년 첫째 아이를 제왕절개술로 출산한 후 2012년 둘째를 질식 분만(자연 분만)했다.

김씨는 VBAC의 위험성에 대해 듣거나 이에 동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VBAC의 경우 산모의 골반크기에 따라 응급 시에는 제왕절개로 분만을 시도한다. 이씨의 경우 VBAC으로 3.8kg였던 둘째를 출산한 경험이 있지만, 4.4kg인 셋째처럼 거대아(4kg가 넘는 신생아)를 VBAC으로 출산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는 병원 측이 질식 분만을 시행함으로써 자궁파열을 발생시켰고, 과다출혈로 의식을 잃어가는 이씨의 상태악화를 막기 위한 빠른 처치를 하지 못해 산모를 혼수상태에 이르게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과거에 제왕절개를 한 산모가 자연분만을 할 경우, 자궁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자궁이 파열할 위험이 있는 VBAC은 권장하지 않는다”며 “VBAC은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들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의적인 책임지겠다더니 
뒤돌아 책임없다 말 바꿔”

A원장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둘째 아이도 같은 병원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이씨에게 수차례 VBAC의 위험성을 말했다고 한다. 출산 전 A원장은 이씨에게 “VBAC은 자궁파열이나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산모나 아기에게 위험할 수 있다.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VBAC을 하겠다는 산모의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출혈을 보인 이씨의 수술과정과 대처를 묻자, A원장은 B원장과의 통화에서 “‘진행이 잘 안 되면 무리하지 말고 수술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보통 출산 시에는 약간의 출혈이 있으나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출혈을 확인했고, 봉합을 했지만 출혈이 계속 있어 출산한 지 약 1시간 후 전원했다”고 답했다. 초음파 기기가 없었다는 김씨 측의 주장에는 “못 보고 지나쳤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책임을 번복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주 발생하는 의료사고가 아닌 만큼 도의적인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 김씨가 병원 측에 요구한 자료들이 일반적인 것들이 아니었다. 법적인 자문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김씨 측에서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식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서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산모가 원했다”

A원장은 마지막으로 “내가 조금 더 강하게 (제왕절개)수술을 하자고 말을 했다면 이런 일이 안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수술)결과가 안 좋아서 모두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의료진이 방치했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가항력 보상제’ 실효성 논란
 시행 7개월 ‘보상 0명’

지난 4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가 시행됐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는 분만에 한해 의료사고 발생 시 국가와 의료기관이 7대 3으로 분담해 보상하는 제도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보상을 받은 산모나 가족은 한 명도 없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에 대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기존 50대 50으로 추진되던 보상제도는 산부인과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정부와 의료기관이 함께 책임지기 위한 취지에서 만든 제도가 정작 산부인과 의사들에게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저출산 시대의 안전한 분만환경 조성 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산부인과 측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의 경우 국가가 보상액 전부를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수색전증, 폐색전증 등 같이 진단과 임상경과가 예측하기 어려운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경우 산부인과 의료진은 어쩔 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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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