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인사 관전포인트5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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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끊길라' 물갈이 공포에 숨도 못쉰다

[일요시사=경제1팀] 겨울.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 왔다. 연말 인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와 경제 민주화 열풍 때문에 '조용조용'하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 교체 등의 요인들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짙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재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의 인사이동이 본격화된다. 유례없는 장기 경기침체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불어 닥친 경제 민주화 열풍은 임직원들의 목숨줄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 인사는 승진, 전보 등 60명에 달했다. 올해는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교체 등의 많은 요인들로 작년 이상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포인트1> 오너 2·3세, 넓어지는 보폭

특히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관심거리다. 최근 1∼2년간 대다수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에 승진 인사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직 이동 등으로 3세들의 보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단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장녀 이부진 사장도 회장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 사장에 올라 3년간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신라호텔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하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선보여 왔다.

이서현 부사장은 2010년 말 부사장에 승진한 뒤 3년 동안 인사이동이 없어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에버랜드가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하고 건물 관리업을 에스원으로 이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으로 옮겨가 패션사업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승진 명단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은 만큼 내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인사에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승진보다는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철강사업이 일원화되는 만큼 품질부문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우 올 3월 승진한 만큼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3남매도 올해에는 조용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올 초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승진했다는 게 이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또한 지난 2011년 승진해 이번 명단에는 빠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사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의 그룹 임원 승진이 점쳐진다. 김동관 실장이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후계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장의 임원 승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 6월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기선 부장의 경우 이달 말 예정인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2> 자리 비운 회장님, 안정이냐? 혁신이냐?

총수가 구속 등으로 공백 상태인 그룹들의 인사도 관심사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라 실적 부진 등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CJ그룹은 지난달 말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총 91명의 인사 중 55명이 승진했다.

앞선 10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수시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를 지주사인 ㈜CJ 대표이사로 겸직 발령한 게 대표적이다. 외부 인사가 지주사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의 주요 요직인 지주사 사업팀장에는 구창근 부사장을, 재무팀장에는 김재홍 상무, 인사팀장에는 이준영 상무, 홍보실장으로는 김상영 부사장, CSV경영실장에는 민희경 부사장, 인재원장에는 손관수 부사장, 인재원부원장에는 신영수 상무, 법무 TF팀장에는 성용준 부사장 등을 새로 임명했다.

CJ 출신 인사들 중에서는 이관훈 전 지주사 대표가 상담역으로, CSR팀장을 맡고 있던 권인태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룹 홍보실장이던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 전략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비 엇갈리는 정기인사 시즌 성큼
경기침체·경제민주화로 폭풍 예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변동식 CJ오쇼핑 공동대표와 강석희 ㈜CJ 경영지원총괄 겸 CJ E&M 대표이사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규 임원 20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젊은 인재 발탁도 눈에 띄었으며 노혜령 ㈜CJ 홍보기획담당 상무와 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 등 여성 임원도 2명이 배출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위기 상황과 저성장 기조를 감안해 현금 흐름 중시 등 내실경영과 함께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중인 SK그룹도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년 12월 중순 실시하던 인사를 12월 초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초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 출범에 따라 다수 계열사 CEO 교체 인사를 실시한 만큼 연말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체제 출범 후 SK그룹은 계열사별 독립적 인사권한을 부여, 계열사마다 인사시기 등에 차이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인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인사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인사 역시 예년보다 늦춰지다가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4월 말에야 단행된 바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후 인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인사 폭은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과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은 인사 시기나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인트3> 사업구조 개편, 대규모 인사 예정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 43%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삼성SDS가 삼성 SNS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CEO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올해 승진과 전보 등의 대상이 되는 인원은 총 20여명 규모로 작년(17명), 재작년(17명) 수준에 비해 폭이 넓어 졌다.

TV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윤부근 CE부문 사장과 스마트폰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사장 재직 기간이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부회장 승진이 부담스러운 경향은 있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승진한 지 각각 2년, 3년이 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강호문 부회장이 물러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에서는 부회장 승진 뒤 2∼3년이 지나면 현업에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작년 승진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우 최근 불거진 '보험왕' 탈세 파문이,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이전에 맡았던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4> 신상필벌 바탕, 예상 깬 인사도?

다음 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대한 문책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술 부문을 책임지는 임원인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등도 사표를 수리했다. 올 들어 제기된 대규모 리콜과 품질 논란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현대차는 박정길 전무를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바디기술센터장엔 김헌수 상무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후임으로 박동일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적 악화에 총수 공백
세대교체 칼바람 예상

LG그룹에서는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 악화가 최대 현안이다. 양대 사업본부인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예상을 깬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일부 부회장의 2선 퇴진에 이어 구본준-차석용-이상철 부회장단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재임 3년을 넘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김대훈 LG CNS 사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이웅범 LG이노텍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LG그룹이 공을 들여 영입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5> KT·포스코…, 선장 잃은 회사는?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한 KT와 포스코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임기를 1년6개월 가까이 남기고 사임하면서 주요 임원진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석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들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더욱이 KT는 덩치를 줄이는 인적 구조조정도 예정하고 있다. 임원진이 줄어들고 외부 인사의 영입 등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KT는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8명으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일 후보의 윤곽은 연말에 나올 전망이다. 외부 인사로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방석호 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내부 인사로는 표현명 현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한 포스코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 후임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매년 3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포스코는 새 회장이 선임되면 후임 사장과 임원 인사의 방향과 폭이 결정돼 큰 폭의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다음달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년 2월 전에 내정자가 나올 전망이다. 김준식, 박기홍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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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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