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연말 인사 관전포인트5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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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 끊길라' 물갈이 공포에 숨도 못쉰다

[일요시사=경제1팀] 겨울.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계절이 왔다. 연말 인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대기업들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는 장기 경기침체와 경제 민주화 열풍 때문에 '조용조용'하게 넘어가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하지만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 교체 등의 요인들로 대규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짙다.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재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이달 말 LG그룹을 시작으로 주요 그룹들의 인사이동이 본격화된다. 유례없는 장기 경기침체와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불어 닥친 경제 민주화 열풍은 임직원들의 목숨줄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그룹의 최고경영자 인사는 승진, 전보 등 60명에 달했다. 올해는 주요 그룹들의 실적 악화와 총수 공백, 세대교체 등의 많은 요인들로 작년 이상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포인트1> 오너 2·3세, 넓어지는 보폭

특히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관심거리다. 최근 1∼2년간 대다수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에 승진 인사 규모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보직 이동 등으로 3세들의 보폭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단으로 승진한 만큼 올해 장녀 이부진 사장도 회장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겠냐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부진 사장은 지난 2011년 사장에 올라 3년간 호텔신라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호텔신라의 면세점 부문을 한 단계 성장시키고 신라호텔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하는 등 발군의 경영능력을 선보여 왔다.

이서현 부사장은 2010년 말 부사장에 승진한 뒤 3년 동안 인사이동이 없어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에버랜드가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인수하고 건물 관리업을 에스원으로 이관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한 만큼 이서현 부사장이 에버랜드 사장으로 옮겨가 패션사업을 이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승진 명단에는 빠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말 인사를 기점으로 경영 일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은 만큼 내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등기인사에 이름을 올릴지도 관심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역시 승진보다는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철강사업이 일원화되는 만큼 품질부문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의 경우 올 3월 승진한 만큼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양호 회장의 한진그룹 3남매도 올해에는 조용하게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올 초 이뤄진 정기인사에서 승진했다는 게 이유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또한 지난 2011년 승진해 이번 명단에는 빠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인사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의 그룹 임원 승진이 점쳐진다. 김동관 실장이 주력사업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후계자로서의 보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수석부장의 임원 승진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올 6월부터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정기선 부장의 경우 이달 말 예정인 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인트2> 자리 비운 회장님, 안정이냐? 혁신이냐?

총수가 구속 등으로 공백 상태인 그룹들의 인사도 관심사다. 이재현 회장의 부재에 따라 실적 부진 등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CJ그룹은 지난달 말 201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총 91명의 인사 중 55명이 승진했다.

앞선 10월 초에는 이례적으로 수시 임원인사도 단행했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대표를 지주사인 ㈜CJ 대표이사로 겸직 발령한 게 대표적이다. 외부 인사가 지주사 대표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의 주요 요직인 지주사 사업팀장에는 구창근 부사장을, 재무팀장에는 김재홍 상무, 인사팀장에는 이준영 상무, 홍보실장으로는 김상영 부사장, CSV경영실장에는 민희경 부사장, 인재원장에는 손관수 부사장, 인재원부원장에는 신영수 상무, 법무 TF팀장에는 성용준 부사장 등을 새로 임명했다.

CJ 출신 인사들 중에서는 이관훈 전 지주사 대표가 상담역으로, CSR팀장을 맡고 있던 권인태 부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룹 홍보실장이던 신동휘 부사장은 CJ대한통운 전략지원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희비 엇갈리는 정기인사 시즌 성큼
경기침체·경제민주화로 폭풍 예고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변동식 CJ오쇼핑 공동대표와 강석희 ㈜CJ 경영지원총괄 겸 CJ E&M 대표이사가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규 임원 20명 중 1970년 이후 출생자가 10명에 달하는 등 젊은 인재 발탁도 눈에 띄었으며 노혜령 ㈜CJ 홍보기획담당 상무와 권미경 CJ E&M 영화사업부문 한국영화사업본부장 등 여성 임원도 2명이 배출됐다.

CJ그룹 관계자는 "그룹 위기 상황과 저성장 기조를 감안해 현금 흐름 중시 등 내실경영과 함께 글로벌 사업 강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적인 성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이 구속 중인 SK그룹도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매년 12월 중순 실시하던 인사를 12월 초로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초 '따로 또 같이 3.0' 신경영체제 출범에 따라 다수 계열사 CEO 교체 인사를 실시한 만큼 연말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체제 출범 후 SK그룹은 계열사별 독립적 인사권한을 부여, 계열사마다 인사시기 등에 차이가 있다.

김승연 회장의 부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한화그룹은 보통 2월 초에 정기인사를 하지만 이번에는 인사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인사 역시 예년보다 늦춰지다가 비상경영위원회가 출범한 직후 4월 말에야 단행된 바 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가 내년 초로 예정되어 있어 그 이후 인사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인사 폭은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과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는 태광그룹은 인사 시기나 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포인트3> 사업구조 개편, 대규모 인사 예정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가진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 43% 전량을 미국 코닝에 넘기고 삼성SDS가 삼성 SNS를 흡수 합병하기로 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열사 CEO를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올해 승진과 전보 등의 대상이 되는 인원은 총 20여명 규모로 작년(17명), 재작년(17명) 수준에 비해 폭이 넓어 졌다.

TV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윤부근 CE부문 사장과 스마트폰 부문 1위를 이끌고 있는 신종균 IM부문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가 관심사다. 사장 재직 기간이 5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아 부회장 승진이 부담스러운 경향은 있지만 실적만 놓고 보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승진한 지 각각 2년, 3년이 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강호문 부회장이 물러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삼성그룹에서는 부회장 승진 뒤 2∼3년이 지나면 현업에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작년 승진한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의 경우 최근 불거진 '보험왕' 탈세 파문이,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이전에 맡았던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4> 신상필벌 바탕, 예상 깬 인사도?

다음 달 정기인사를 앞두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품질경영에 대한 문책인사를 이미 단행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기술 부문을 책임지는 임원인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전격 경질하고 김용칠 설계담당 부사장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등도 사표를 수리했다. 올 들어 제기된 대규모 리콜과 품질 논란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현대차는 박정길 전무를 설계담당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고 바디기술센터장엔 김헌수 상무를, 김상기 전자기술센터장 후임으로 박동일 이사를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실적 악화에 총수 공백
세대교체 칼바람 예상

LG그룹에서는 LG전자 휴대폰 부문의 실적 악화가 최대 현안이다. 양대 사업본부인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에 따른 문책성 인사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개발 등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 예상을 깬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

LG그룹은 지난해 일부 부회장의 2선 퇴진에 이어 구본준-차석용-이상철 부회장단에 대한 변화가 있을지가 관심사다. 재임 3년을 넘긴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김대훈 LG CNS 사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이웅범 LG이노텍 대표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지도 관심사다.

LG그룹이 공을 들여 영입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5> KT·포스코…, 선장 잃은 회사는?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이 각각 사의를 표명한 KT와 포스코는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상되고 있다.

KT는 이석채 회장이 임기를 1년6개월 가까이 남기고 사임하면서 주요 임원진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석채 회장 시절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들이 대거 물갈이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원들은 잔뜩 몸을 낮추고 있다. 더욱이 KT는 덩치를 줄이는 인적 구조조정도 예정하고 있다. 임원진이 줄어들고 외부 인사의 영입 등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

KT는 지난 18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8명으로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단일 후보의 윤곽은 연말에 나올 전망이다. 외부 인사로는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방석호 전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장,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등이, 내부 인사로는 표현명 현 사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한 포스코는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 후임 회장을 선출하게 됐다. 매년 3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온 포스코는 새 회장이 선임되면 후임 사장과 임원 인사의 방향과 폭이 결정돼 큰 폭의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다음달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내년 2월 전에 내정자가 나올 전망이다. 김준식, 박기홍 포스코 사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내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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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