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 수십억 횡령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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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회사 곳간 털다 쇠고랑

[일요시사=경제1팀] 지난달 서울 소재 모 금속제조업체 전 임직원들이 구속 기소됐다. 회사 돈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인데 당시 또 다른 임직원들도 회사 돈 10억여원을 회사 운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들 중의 한 사람으로 지목됐던 국내 항공사 회장이 최근 구속됐다. 회사 돈 38억여원을 횡령했다는 것. 동생인 현역 국회의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청주지검은 회사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서울 소재 모 금속제조업체 전 임직원 2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이들의 횡령 규모는 총 8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 이들과 또 다른 임직원들이 회사 돈 10억여원을 회사 운영 외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정황도 포착, 수사를 확대했다. 이들 중에는 이 회사 대표이사직을 지낸 국내 모 항공사 회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경일 이스타항공 회장이다.

실적 개선됐는데…

지난 14일 이 회장이 회사 돈 38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8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금속제조업체 공동대표로 일하며 허위로 용역을 발주하거나 회사 직원을 통해 물품을 구입한 뒤 대금을 거짓으로 지불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사 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이스타항공을 경영하면서 친·인척 등을 회사 임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전주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그룹 내에서 ㈜케이아이씨 상무, ㈜삼양감속기 대표이사, ㈜새만금관광개발 대표이사, ㈜케이아이씨 대표이사 등 주요 자리를 두루 거쳤다. ㈜케이아이씨는 이스타항공그룹의 모기업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케이아이씨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가 금속제조업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돌연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지난해 5월부터는 동생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으로부터 100%에 가까운 에이스이공이공 지분과 함께 이스타항공 회장직을 물려받아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의원은 2007년 말 이스타항공 출범 이후부터 회사를 운영해 오다가 지난해 19대 국회의원(전주 완산을)에 당선된 후 정경분리를 선언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검찰은 이 회장이 횡령한 돈의 용처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이 횡령한 돈이 개인적인 용도 이외에 또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은 이 회장의 동생인 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이전부터 이스타항공과 관계를 맺어왔던 점 등으로 미뤄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선거운동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의원에게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대법원이 사건을 무죄취지로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가까스로 의원직 상실 위기를 넘긴 직후 찾아온 비보다.

이 의원은 지인들이 만든 ‘울타리’라는 모임에서 선거운동기간 전에 지지를 호소했으며 자신의 중학교 동창과 공모해 유사기관을 설치하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물품대금 허위지불…회사 돈 38억원 빼돌려
임원으로 친인척 허위 등재해 급여도 챙겨

대법원은 "이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공식 선거사무소가 아닌 사무실에 비선조직을 설치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유사기관을 설치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잘못됐다"며 "비선조직이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라거나 비선조직의 활동이 선거운동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이 의원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지배하에 있는 이스타항공과 ㈜새만금관광개발의 직원들을 동원해 홍보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등 직무상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무죄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스타항공 그룹의 직원들이 경선운동을 넘어서 선거운동을 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된다.

의원직 유지 여부는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갈릴 전망이지만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한 만큼 의원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이씨의 혐의가 확인됨에 따라 주변 인물과의 연관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84억원과 26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고 2011회계년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206억원 초과해 자본 전액 잠식 상태에 빠졌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유가 상승 여파로 영업 손실을 내는 등 흑자 전환에 실패했고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매각설이 나돌았고 이스타항공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매각 계획은 없다"고 강조해왔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169억원, 영업이익 4억2000만원을 달성하며 취항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을 기록했다. 이는 다수의 중국 부정기편 운항과 올해 항공기 2대 추가 도입 등을 통한 공급성 증가로 인한 매출증대, 그리고 직/간판 판매 호조에 따른 매출 상승으로 인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수사 확대 움직임

이스타항공 측은 "상반기 흑자전환에 이어 7∼8월 성수기 매출증대와 4/4분기 영업실적을 잘 이어간다면 2013년에는 흑자전환에 이르는 한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스타항공은 총 9대의 항공기를 운영하며, 도쿄, 오사카, 대만, 방콕, 코타키나발루, 푸켓, 심양 정기노선과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중 최다 운항 노선의 중국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 회장의 구속이 이스타항공에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는 이유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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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