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번진 '이석채 수사' 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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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 사방이 적 “입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이석채 KT 회장이 아프리카로 떠난 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의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그야말로 사방이 적인 이 회장에게 정치권 역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수사가 이 회장 개인의 배임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첩보가 사정기관 지근에서 들린다. 그 징후는 바로 비자금 의혹이다.




KT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날,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석채를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온갖 구설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석채 KT 회장.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으로 ‘이석채 체제’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석채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흔들리는 이석채
사정기관 정조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 본사를 비롯해 KT 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 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회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았다. 먼저 고발 주체인 참여연대 측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은 ▲스마트몰(SMART Mall) 사업 ▲OIC랭귀지비주얼 사업 ▲사이버MBA 사업 등에서 특정 인물에게 이득을 안겨 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각 사업들의 배임 정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스마트몰 사업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6·7·8호선의 역사 및 전동차에 IT시스템을 구축, 상품홍보 및 판매를 도모하는 규모 2140억원대의 광고권 임대 사업이다.

참여연대 측은 KT 내부보고서를 인용,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몰 사업을 강행했으며, 최초 5억원만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에 60억원을 재투자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전방위 압수수색 이후 비자금 의혹 불거져
정치권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 ‘여의도 술렁’

또 스마트몰 사업은 ‘MB라인’으로 불리는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뇌물수수 사건과도 연결돼 있는데 음 전 사장은 지난해 스마트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 업체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OIC랭귀지비주얼 사업은 이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KT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먹튀’ 의혹이 불거진 경우다.

KT는 지난 2009년 이 회장과 8촌 관계인 유 전 장관이 운영하던 법인과 공동출자 방식으로 OIC랭귀지비주얼(이하 OIC)을 설립했다. 교육 회사로 출발한 OIC는 2011년 지분 구조가 바뀌는데 당시 유 전 장관은 시세가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수억원의 이득을 봤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KT는 57억원을 OIC 증자에 투자했고, 다음해엔 아예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계열사 편입 당시 OIC가 3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 전 장관이 연루된 수상한 사업은 또 있다. 이 회장은 유 전 장관이 회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지분을 보유한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기존 주식가보다 9배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 2012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77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잇따른 배임 의혹
관건은 돈의 흐름

해당 의혹들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2월이다. 당시 KT 측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KT 측의 해명을 요약하면 “경영상의 판단이었으므로 배임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이 회장 재임 기간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9곳의 사옥을 매각하면서 이중 28곳의 사옥을 감정가보다 25% 낮은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현금 확보를 명목으로 서울 노량진, 경기도 성남 등에 있는 사옥을 매각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98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회사와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최대 86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KT 사옥을 시세보다 싸게 판 뒤 ▲해당 건물에 비싼 임차료를 내고 재입주하는 수법으로 ▲특정인(들)에게 이득을 안겨줬다.

KT 사옥을 매입한 자본은 바로 사모펀드. KT의 부동산자산운용 담당 자회사인 KT AMC 등이 모집한 펀드들은 사옥을 사들인 뒤 KT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매달 비싼 임대료를 챙기고 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밝힌다면 이 회장의 배후가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KT가 집행한 자금 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추적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흘러갔던 자금의 종착지를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국엔 TK 쪽으로 돈이 모인 것 같은데 검찰 입장에선 수사를 배임 선에서 끝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확대할지를 지휘부 차원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에 의하면 ‘이석채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특수부로 일부 수사가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 방향의 컨트롤타워가 대검찰청에 있는 까닭이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된다면 그 불똥은 고스란히 여의도로 옮겨 붙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에 대한 여야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있다.


연이은 압수수색
퇴진론 고개들까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십자포화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퇴진’을 종용하는 것임에도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도 신사업을 논의하고, 예정된 아프리카 출국을 강행하는 등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자진해서 나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이대로 버티면 또 다른 쪽으로 칼끝을 돌려 괴롭히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친박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전력이 있다. 그러나 공 들여 영입한 친박계들도 이번에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낙하산 인사’의 대표격으로 전해진 홍사덕·김종인·김병호 전 의원 등은 KT 경영고문 및 자문위원의 직함을 달고 있음에도 이번 수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검찰은 지난달 31일 밤과 1일 오전 사이에 KT 분당사옥, 서초사옥 등 모두 8곳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임직원의 차명 계좌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또다시 벌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 김홍진 G&E부문장(사장), 권순철 전무(비서실장), 옥성환 상무(비서실), 심성훈 상무(전 비서실장) 등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한 검찰 출입 기자는 “이 회장의 비자금이나 횡령 혐의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이 고발 내용 외에 추가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한 IT업계 관계자는 “‘KT판 4대강’으로 불리는 BIT 사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T는 KT와 KTF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전산망을 하나로 통일하는 시스템 개발 사업으로 최초 예정됐던 투자규모는 3800억원이었다. 그러나 ‘어센츄어’란 업체에 용역을 맡겼던 BIT 사업은 당초 예상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9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다.


수상한 사업 재점화
배임 혐의 드러날까

특히 BIT 사업에 참여했던 몇몇 IT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가이드도 없었고,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란 믿기 힘든 증언까지 내놓고 있다. 아울러 BIT 개발사업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의 일감 몰아주기,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국인 인력 고용, 인건비 계상 부풀리기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에서 BIT 사업을 둘러싼 시비가 가려질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퍼진 “아들 회사를 편법으로 인수했다”는 의혹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관련 의혹의 핵심은 아들이 있던 모 소프트웨어 업체를 KT가 인수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된 A씨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이 회장 재임기간 중 KT와 5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해당 합작법인의 주축 연구원이 바로 A씨다. 합작법인의 인력 대부분은 A씨가 있던 개발업체에서 충원됐다.

이후 이 합작법인은 KT의 한 계열사로 흡수 합병됐다. 즉 유 전 장관이 연루된 OIC의 인수합병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기자는 제보자가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한 A씨가 일했던 몇몇 업체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권한 위임이 안 되는 특수한 조직구조라서 그런 민감한 정보들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었다”는 답변만 받았다. 당시 KT 측은 “동명이인이며 A씨는 아들이 아니다”란 해명을 내놨었다.

비자금설 모락
소환조사 촉각

이 같은 의혹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다. 이제 관심은 이 회장이 언제 소환될 것이냐에 쏠린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KT 임원들을 먼저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전례에 따라 이 회장은 맨 마지막에 소환될 확률이 높다. 이 회장 입장에선 말 그대로 ‘압박수사’가 예고된 상황. 그러나 “혐의점이 쉽게 드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입을 열었다.

그는 “이 회장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직접 돈을 받는다든지 증거를 남기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야권 출신 한 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돈을 주지 않아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석채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지했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9일 저녁 사내방송 인트라넷 페이지에 “일부 언론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거액의 비자금 계좌가 발견됐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이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KT의 해명이 과연 사실로 드러날지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 ‘낙하산 인사’해부
“전현 정부 연합군 장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소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KT 전현직 인사 36명의 명단을 지난달 14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KT 낙하산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KT경영고문)과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KT경영고문), 국민행복기금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병원 사외이사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은혜 전무와 이춘호 EBS이사장(KT사외이사)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

 

[KT 낙하산 인사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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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