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으로 번진 '이석채 수사' 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3:4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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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포화’ 사방이 적 “입 열면 여럿 다친다!”

[일요시사=사회팀] 이석채 KT 회장이 아프리카로 떠난 사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의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그야말로 사방이 적인 이 회장에게 정치권 역시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수사가 이 회장 개인의 배임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첩보가 사정기관 지근에서 들린다. 그 징후는 바로 비자금 의혹이다.




KT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한 다음날,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석채를 찍어내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온갖 구설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이석채 KT 회장.

그러나 이번 압수수색으로 ‘이석채 체제’가 끝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여의도를 중심으로 ‘이석채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흔들리는 이석채
사정기관 정조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양호산)는 KT 본사를 비롯해 KT 광화문지사, 서초지사, KT 회장 자택 등 16곳에서 전 방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 회장이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고발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이 회장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았다. 먼저 고발 주체인 참여연대 측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이 회장은 ▲스마트몰(SMART Mall) 사업 ▲OIC랭귀지비주얼 사업 ▲사이버MBA 사업 등에서 특정 인물에게 이득을 안겨 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각 사업들의 배임 정황을 간략히 살펴보면 먼저 스마트몰 사업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6·7·8호선의 역사 및 전동차에 IT시스템을 구축, 상품홍보 및 판매를 도모하는 규모 2140억원대의 광고권 임대 사업이다.

참여연대 측은 KT 내부보고서를 인용, KT가 수백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도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몰 사업을 강행했으며, 최초 5억원만 투자했던 특수목적법인에 60억원을 재투자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전방위 압수수색 이후 비자금 의혹 불거져
정치권으로 수사 확대 가능성 ‘여의도 술렁’

또 스마트몰 사업은 ‘MB라인’으로 불리는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뇌물수수 사건과도 연결돼 있는데 음 전 사장은 지난해 스마트몰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 업체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진행 중이다.

OIC랭귀지비주얼 사업은 이 회장과 친인척 관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이 KT의 사업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먹튀’ 의혹이 불거진 경우다.

KT는 지난 2009년 이 회장과 8촌 관계인 유 전 장관이 운영하던 법인과 공동출자 방식으로 OIC랭귀지비주얼(이하 OIC)을 설립했다. 교육 회사로 출발한 OIC는 2011년 지분 구조가 바뀌는데 당시 유 전 장관은 시세가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수억원의 이득을 봤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KT는 57억원을 OIC 증자에 투자했고, 다음해엔 아예 계열사로 편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계열사 편입 당시 OIC가 3억96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유 전 장관이 연루된 수상한 사업은 또 있다. 이 회장은 유 전 장관이 회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지분을 보유한 ㈜사이버MBA를 인수하면서 기존 주식가보다 9배 비싼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 2012년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77억원 규모의 손해를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잇따른 배임 의혹
관건은 돈의 흐름

해당 의혹들이 불거진 시점은 지난 2월이다. 당시 KT 측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KT 측의 해명을 요약하면 “경영상의 판단이었으므로 배임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참여연대는 “이 회장이 KT 사옥 39곳을 헐값에 매각했다”며 ‘부동산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이 회장 재임 기간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39곳의 사옥을 매각하면서 이중 28곳의 사옥을 감정가보다 25% 낮은 헐값에 팔아넘겼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현금 확보를 명목으로 서울 노량진, 경기도 성남 등에 있는 사옥을 매각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980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회사와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이 최대 869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KT 사옥을 시세보다 싸게 판 뒤 ▲해당 건물에 비싼 임차료를 내고 재입주하는 수법으로 ▲특정인(들)에게 이득을 안겨줬다.

KT 사옥을 매입한 자본은 바로 사모펀드. KT의 부동산자산운용 담당 자회사인 KT AMC 등이 모집한 펀드들은 사옥을 사들인 뒤 KT에게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매달 비싼 임대료를 챙기고 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투자자가 누구인지를 밝힌다면 이 회장의 배후가 드러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KT가 집행한 자금 내역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좌 추적에 공을 들였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사모펀드로 흘러갔던 자금의 종착지를 확인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국엔 TK 쪽으로 돈이 모인 것 같은데 검찰 입장에선 수사를 배임 선에서 끝낼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확대할지를 지휘부 차원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에 의하면 ‘이석채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담당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특수부로 일부 수사가 이관될 가능성이 있다. 수사 방향의 컨트롤타워가 대검찰청에 있는 까닭이다.

오래 전부터 정치권과의 염문설이 끊이지 않았던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된다면 그 불똥은 고스란히 여의도로 옮겨 붙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에 대한 여야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이 회장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여있다.


연이은 압수수색
퇴진론 고개들까

하지만 이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십자포화에도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실상 ‘퇴진’을 종용하는 것임에도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내년도 신사업을 논의하고, 예정된 아프리카 출국을 강행하는 등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KT 한 관계자는 “검찰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쥔 것”이라며 “이 회장이 자진해서 나가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이대로 버티면 또 다른 쪽으로 칼끝을 돌려 괴롭히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친박 인사’를 대거 영입하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전력이 있다. 그러나 공 들여 영입한 친박계들도 이번에는 어찌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낙하산 인사’의 대표격으로 전해진 홍사덕·김종인·김병호 전 의원 등은 KT 경영고문 및 자문위원의 직함을 달고 있음에도 이번 수사에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검찰은 지난달 31일 밤과 1일 오전 사이에 KT 분당사옥, 서초사옥 등 모두 8곳에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임직원의 차명 계좌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또다시 벌어진 압수수색이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 김홍진 G&E부문장(사장), 권순철 전무(비서실장), 옥성환 상무(비서실), 심성훈 상무(전 비서실장) 등의 자택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한 검찰 출입 기자는 “이 회장의 비자금이나 횡령 혐의 등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찰이 고발 내용 외에 추가 혐의점을 잡고 수사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한 IT업계 관계자는 “‘KT판 4대강’으로 불리는 BIT 사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IT는 KT와 KTF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전산망을 하나로 통일하는 시스템 개발 사업으로 최초 예정됐던 투자규모는 3800억원이었다. 그러나 ‘어센츄어’란 업체에 용역을 맡겼던 BIT 사업은 당초 예상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 9000억원을 투입하고도 아직까지 미완으로 남아있다.


수상한 사업 재점화
배임 혐의 드러날까

특히 BIT 사업에 참여했던 몇몇 IT 엔지니어들은 “처음부터 가이드도 없었고, 사실상 실패한 프로젝트”란 믿기 힘든 증언까지 내놓고 있다. 아울러 BIT 개발사업은 사업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의 일감 몰아주기, 전문성이 떨어지는 외국인 인력 고용, 인건비 계상 부풀리기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 과정에서 BIT 사업을 둘러싼 시비가 가려질지 주목된다.

지난해부터 업계를 중심으로 퍼진 “아들 회사를 편법으로 인수했다”는 의혹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관련 의혹의 핵심은 아들이 있던 모 소프트웨어 업체를 KT가 인수하면서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된 A씨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의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이 회장 재임기간 중 KT와 50억원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하는데 해당 합작법인의 주축 연구원이 바로 A씨다. 합작법인의 인력 대부분은 A씨가 있던 개발업체에서 충원됐다.

이후 이 합작법인은 KT의 한 계열사로 흡수 합병됐다. 즉 유 전 장관이 연루된 OIC의 인수합병 과정과 비슷한 절차를 밟은 것이다.

기자는 제보자가 이 회장의 아들로 지목한 A씨가 일했던 몇몇 업체 관계자와 접촉했지만 “권한 위임이 안 되는 특수한 조직구조라서 그런 민감한 정보들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었다”는 답변만 받았다. 당시 KT 측은 “동명이인이며 A씨는 아들이 아니다”란 해명을 내놨었다.

비자금설 모락
소환조사 촉각

이 같은 의혹의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다. 이제 관심은 이 회장이 언제 소환될 것이냐에 쏠린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KT 임원들을 먼저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전례에 따라 이 회장은 맨 마지막에 소환될 확률이 높다. 이 회장 입장에선 말 그대로 ‘압박수사’가 예고된 상황. 그러나 “혐의점이 쉽게 드러나진 않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입을 열었다.

그는 “이 회장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사람이라 직접 돈을 받는다든지 증거를 남기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도 야권 출신 한 정치인에게 줄을 대려다가 실패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돈을 주지 않아서 그랬다는 얘기도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이석채 회장의 비자금 관련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공지했다.

복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29일 저녁 사내방송 인트라넷 페이지에 “일부 언론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 거액의 비자금 계좌가 발견됐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이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했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KT의 해명이 과연 사실로 드러날지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KT ‘낙하산 인사’해부
“전현 정부 연합군 장악”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소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KT 전현직 인사 36명의 명단을 지난달 14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KT 낙하산 인사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지냈던 홍사덕 민화협 상임의장(KT경영고문)과 공보단장을 지낸 김병호 전 의원(KT경영고문), 국민행복기금이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박병원 사외이사 등 박근혜정부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김은혜 전무와 이춘호 EBS이사장(KT사외이사)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석>

 

[KT 낙하산 인사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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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