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기원’ 수능선물 변천사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11.05 09: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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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엿 먹어라? 주고도 욕 먹어요

[일요시사=사회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싶은 주변 이들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말보다는 선물로 그 마음을 대신 한다. 80년대 학력고사 시절부터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대입시험과 함께한 수능선물은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1월7일 시행된다. 매해 이맘때면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는 다양한 선물들이 어김없이 쏟아진다. 찹쌀떡부터 스마트 시계, 수능대박 기원 콩 등의 이색선물까지 수험생에게 ‘힘을 주는 선물’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시대를 타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학 학력고사’로부터 비롯됐다. 1984년부터 시작된 학력고사는 가고 싶은 대학에 먼저 지원한 후 시험을 보는 방식이었다. 학력고사 시절에는 대학입학 지원자들에게 ‘원하는 대학에 붙어라’는 의미에서 엿과 찹쌀떡이 유행했다. 실제로 엿은 다른 음식들에 비해 쉽게 소화돼 수험생의 뇌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좋다는 장점과 가격이 저렴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때문에 시험 당일 학부모들이 수험장 교문에 엿을 녹여 붙이거나 엿통을 멘 선배들이 수험장에 들어가는 후배들에게 엿가락을 물려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1994년 학력고사가 폐지되며 ‘수능시험’이 도입됐다. 선지원 방식의 학력고사와 달리 시험을 본 후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의 수능은 고득점을 맞는 것이 중요했다.

따라서 찹쌀떡과 엿보다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험을 잘 보라’는 마음을 재미있게 표현한 상품들이 쏟아졌다. 수험생에게 포크, 성냥, 휴지, 거울, 껌 등에 의미를 부여해 선물하는 것이 유행했다. 휴지, 테이프는 ‘잘 풀어라’, 성냥은 ‘시험에 확 붙어라’, 포크나 모형도끼 ‘답을 잘 찍어라’ 등을 의미했다.


80년대 “붙어라”무조건 엿·찹쌀떡
90년대 “잘 찍어라”포크·도끼 유행
2000년대 웰빙열풍 아로마·베개 등장
최근엔 스마트 시계·3D 방석 인기몰이

이후 매년 ‘수능 한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능을 앞두고 급격히 추워지는 날씨와, 긴장감 때문에 더욱 추위를 느끼는 수험생들을 위한 손난로, 무릎담요 등 보온 선물들이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웰빙열풍이 불며 수능 고득점과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을 동시에 생각하는 선물들이 인기를 끌었다. 다크 초콜릿의 인기로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기분 전환도 되는 초콜릿 선물과 수험생의 건강을 생각한 비타민 등의 건강식품이 대표적이었다. 또 수능 전날 숙면을 위한 아로마, 숙면베개, 수면양말 등도 인기를 얻었다.




경기 불황으로 힘들었던 2008년에는 수능선물에도 ‘저렴’과 '복고’바람이 불었다. 고가품보다는 80년대 유행했던 낱개 엿과 찹쌀떡 등이 다시 인기를 찹쌀떡이 초콜릿을 제치고 수능선물 1위를 재탈환하기도 했다.

매년 시끌벅적했던 수험장이 신종플루의 공포로 써늘했던 2009년에는 수험생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홍삼 제품, 손세정제, 마스크 등이 각광받았다. 이외에도 숙면유도 음악과 학습 파일을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골전도 베개’ ‘이어캔들’ 등 수험생들의 숙면, 체력, 집중력을 보강하는 선물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다.

실용성 위주로

2010년대에는 ‘실용적’이면서도 ‘스마트’한 수능선물이 눈길을 끌었다. 그 중 가장 핫했던 제품은 스톱워치, 알람, 계산기능이 내재된 ‘수능 시계’였다. 과목별 남은 시간을 표시해주는 기능이 착안된 수능 시계는 효율적인 시간분배가 중요한 수험생에게 인기를 끌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 반 만에 7000여 개가 판매되며 지금까지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과거의 선물들과 더불어 실용적이거나 응원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정성어린 이색선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장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수험생들을 위한 3차원 입체구조 원단의 ‘3D 공부방석’나 콩 위에 원하는 메시지를 새긴 뒤 콩을 자라게 하는 수능대박 기원 메시지콩, 식용 네잎클로버 등이 새로운 수능선물 문화를 만들고 있다.


최현경 기자 <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수험생 받고 싶은 선물은?
“엿·떡 지겹다”

수능 이후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하는 수험생들과 자녀가 대학생활을 통해 성숙해지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심리가 반영된 설문조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한 백화점에서 고3 수험생 550명과 수험생을 둔 학부모 320명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은 선물과 가장 주고 싶은 선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 중 남자 수험생들의 31%는 노트북과 태블릿PC를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았다. 현금(25%), 캐주얼 의류, 신발(19%), 최신 스마트폰(13%)과 배낭여행(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외모를 가꾸는 데 관심이 많은 여학생들은 명품지갑이나 가방(29%)을 꼽았고, 이어 피부관리·화장품(25%), 캐주얼 의류·구두(19%), 다이어트식품(15%), 공연티켓(7%) 순으로 답했다.

미용과 스마트기기에 관심이 많은 수험생 자녀들의 마음과는 달리 많은 부모들은 수험생에게 정장과 구두(34%)를 사주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어 도서(27%), 가방(14%), 노트북(12%), 스마트폰(10%)을 꼽았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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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