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종합상조 '상납 커넥션' 폭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2: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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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장부에 없는 행방 묘연한 검은돈

[일요시사=경제1팀]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현대종합상조 일부 직원들이 알선료 등을 상납 받아 왔다는 주장인데 구체적인 증거까지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전 현대종합상조 팀장에 따르면 상납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은 해당 돈이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사용됐다고 해명했지만 출처와 용처가 불분명해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일부 직원들이 각 지역 행사팀장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 등을 상납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종합상조에서 근무했던 행사팀장 A씨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여부 및 상납금액의 사용처가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대종합상조에서 5년4개월 간 행사팀장으로 일했던 A씨가 최근 <일요시사>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관행처럼…
어디에 어떻게

A씨는 지난 2009년 4월 현대종합상조에 입사, 영주·안동지역으로 발령을 받고 1년여 동안 행사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0년 7월에 대구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근무를 하던 중 수석팀장으로 임명됐다가 지난 8월, 해고 통보를 받고 회사를 나왔다.

A씨의 말에 따르면 2009년 입사와 동시에 서울고객감동센터 신모 본부장이 장례 행사 비용 외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 등 부수적인 수입을 문모 과장의 계좌로 입금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서울고객감동센터장이자 박헌준 회장의 사위인 신○○ 본부장과 회사 창설멤버인 문○○ 과장, 박헌준 회장의 친척으로 알려진 박○○ 과장이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를 그때 당시 120명 정도 되는 행사팀장들로부터 받아왔다"며 "그 금액은 수십억원이 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신 본부장은 박 회장의 장녀 은혜씨의 남편이다.

현대종합상조 각 지역 행사팀장들은 상주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당 등을 소개해주고 해당 비용의 30∼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알선료 명목으로 받는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행사팀장들은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의 알선료를 받았다. 알선료는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올수록 금액이 커진다.

전 행사팀장 "상납"주장…통장 내역 공개 
본사서 버스·제단·납골 알선료 송금 지시

A씨에 의하면 행사팀장들은 이 알선료를 지난 2006년부터 2011년 말까지 신 본부장의 지시로 문 과장의 개인계좌로 입금했다.

또 다른 행사팀장 B씨도 "전체적인 장례 행사 진행 비용은 현대종합상조 회사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지시한 뒤 건당 평균 20만∼30만원 정도의 알선료는 문 과장의 계좌로 입금을 지시받았다"며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모 지역에서 행사팀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C씨도 "대부분의 행사팀장들이 알선료 입금은 관행처럼 여겼다. 어떠한 불이익이 올지 몰라 잘못된 일임을 알았어도 별다른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고 전해왔다.




문 과장이 행사팀장들로부터 알선료를 받아온 사실은 A씨의 통장거래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의 2010년 5월28일부터 2011년 10월13일까지 통장거래 내역을 보면 A씨는 문 과장에게 13번에 거쳐 적게는 7만5000원에서 많게는 23만7000원까지의 알선료를 계좌 입금했다. 같은 기간 현대종합상조 회사 계좌로 입금된 장례 행사 비용은 4500여만원. 1년6개월여 동안 문 과장에게 보낸 금액은 150여만원 선, 전체 행사 비용의 3%로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A씨는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행사팀장들이 문 과장에게 입금한 알선료는 더 커진다"며 "(내가) 근무했던 영주·안동·대구 지역의 알선료는 최하 수준이다. 버스의 수와 크기, 제단의 장식 여부, 납골당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많게는 50만원에서 6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주에 장례물품 등 소개하고 수수료
5만∼50만원 받아 20만∼30만원 입금
상납금 전국서 수년간 수십억원 추정

현대종합상조 측이 밝힌 전국 행사팀장은 200여명. A씨의 주장처럼 서울고객감동센터 일부 직원들이 6년간 알선료를 받아 챙겼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총 금액이 수십억원에 이른다.

A씨는 "더 이상한 점은 장례 행사 비용은 회사 계좌로 입금을 받으면서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알선료는 개인 계좌로 입금을 지시했다는 점"이라며 "회사의 회계기록에도 남지 않는 이 돈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말도 안된다"
A씨 해명 재반박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 과장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알선료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길게는 6년 가까이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알선료를 서울고객감동센터로 올려 보냈지만 조금도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A씨를 비롯한 현직 행사팀장들의 전언이다. A씨는 신 본부장, 문 과장, 박 과장 등 4명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마치고 검찰에 접수를 앞두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현대종합상조 홍보팀 관계자는 문 과장의 계좌로 알선료를 지급받은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해당 알선료는 각 지역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하거나 해외 연수 등의 비용으로 사용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알선료를 회사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점에 대해서도 "별 다른 뜻은 없다"며 "어차피 행사팀장들을 위해 사용될 돈인데 굳이 회사 계좌로 입금을 받아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다"고 답변했다.

회사 아닌 간부 개인계좌로 
검찰 고발 예정…파문 예고

그러나 A씨는 "회사에서 행사팀장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적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당 500회 이상의 장례행사를 유치한 팀장들에 한해서만 지급된 것"이라며 "해외 연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현대종합상조 관계자의 해명에 대해 반박했다.

현대종합상조는 엄격한 사내 윤리규범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되자"며 '클린 이미지'와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해왔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항상 "정직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특히 현대종합상조는 부정한 수단이나 의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 받는 윤리신고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1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과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불이익 우려해 
알고도 쉬쉬"

현장에서 뛰는 행사원들은 일체 팁을 받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조치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무려 100억원대 비리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바 있다.

현대종합상조는 앞선 2010년 상조업계에 '검풍'이 몰아칠 당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박 회장과 고석봉 현대종합상조 대표이사는 2006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장례행사를 통한 수익을 장례행사 대행 법인 '하이프리드서비스'에 귀속시킨 다음 이 법인으로부터 배당금과 급여·수당 명목으로 모두 37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또 2007년 1월께 경기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에 서울고객감동센터를 건축하면서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모두 8억3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회계상 미지급된 설계사 수당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설계사 9명에게 지급한 것처럼 꾸며 마련한 82억여원을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 아파트 구입, 개인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 "직원들 복지향상에 썼다"
"개인계좌는 불편함 없애기 위한 것"

박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상 배임 등)로 2010년 11월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이어진 2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 형량이 1년6월로 감형됐다. 박 회장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환송 전 판결과 같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고 대표에 대해서는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시 대로 피고인들의 횡령금액 일부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전체 액수에 비해 비중이 많지 않고 앞서 원심에서 판시한 여러 가지 정상이 있기 때문에 파기 환송 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2심 판결에 따라 지난해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고법 판결 일주일 뒤인 6월29일 영업전략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조용히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회사 내부는 '회장님'의 경영의지를 칭찬하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상조업계는 박 회장의 수장 자격에 의구심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직원들에게는 윤리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비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박 회장이 수장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박 회장이 창피해서라도 앞으로 어떻게 직원들에게 윤리를 운운하겠느냐" "비리 회장 낙인은 당분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등의 평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부재중인 사이 현대종합상조가 양호한 실적을 낸 점을 들어 무용론까지 거론됐다. 박 회장이 실형을 살던 2011년 현대종합상조는 전년(338억원)대비 11% 증가한 3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94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12억원으로 나아졌다. 순이익도 48억 적자에서 65억 흑자로 전환했으며 총자산과 총자본도 각각 1329억, -435억원에서 2025억원, -370억원으로 불어났다.

회장님도 어긴
강력한 윤리규범

지난해 6월 공정위의 상조업체 주요정보 공개에서 상조업계 전체 기업 중 자산총액 1위, 선수금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조서비스 고객피해보상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 예치금 1위(210억원),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조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비교정보'에서도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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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