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이상한 장학금' 왜?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2 10: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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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동네서…몇푼 받으려 애 낳는다?

[일요시사=사회팀] 셋째 자녀에게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일명 '다산장학금' 제도.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이 제도는 해당 사업의 타당성과 실효성 여부를 놓고 그간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런데 서초구가 최근 자체 운용하고 있는 다산장학금 제도를 둘러싸고 구의회와의 법적분쟁을 앞두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서초구청은 서초장학재단 조례안 개정을 놓고 서초구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심성 행정?

관련 보도에 의하면 서초구청은 지난달 16일 '서울특별시 서초구 장학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2일 서초구의회는 장학재단의 사업, 기금 출연과 지출에 관한 조항을 담고 있는 일부개정조례안(이하 개정안)을 찬성 12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본회의를 거쳐 통과시킨 바 있다.

서초장학재단 조례는 서초구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다자녀 가정의 셋째 이상 자녀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 규정 등이 포함돼있다.

앞서 서초구청은 지난해 12월 보도자료를 통해 "서초구는 올해(2012년) 서초다산장학재단을 설립, 구가 출연한 10억원과 관내 기업 기탁금, 구청 공무원들이 십시일반 기탁한 금액 등 총 17억원을 토대로 올해 하반기 등록금 일부를 지원했다"고 홍보했다.

서초구청은 해당 장학 사업을 위해 2011년12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그리고 서초구의회는 "구가 장학재단에 출연할 수 있는 기금은 일반회계 본예산의 0.3% 범위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시 말해 서초구청이 임의대로 구예산을 남용해 장학기금을 지출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구 관계자 진술 및 구의회 회의록, 관련 보도 등에 따르면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총 100억원의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 2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모두 60억원을 출연하려고 했다. 그러나 서초구의회는 재정악화 등을 근거로 서초구청이 요구한 예산 중 일부를 삭감했다. 2013년 기준 서초구 일반회계 예산은 3105억원으로 서초구청은 이중 0.6%를 장학기금 조성을 위해 편성했던 셈이다.

개정안 통과 당시 구 한 관계자는 "장학재단 때문에 10억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반대로 서초구 내 초·중·고교에 지급돼야 할 경비들이 예산서에서 삭감됐다"고 말했다. 즉 다산장학금 예산 마련을 위해 기초교육 예산을 손봤다는 얘기. 그런데 서초구의회가 개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

개정안의 대표 발의자인 서초구의회 김안숙 의원은 "서초장학재단 사업 추진 당시 서초구청은 100억원의 기금 출연이 이뤄지고 나면 원금 이자를 통해 장학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의회는 '이자'를 통해 장학사업을 하겠다는 취지로 조례를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초장학재단은 지난해 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 1억2500만원을 지급했고, 이 때문에 구가 출연한 원금이 훼손됐다는 게 다수 의원들의 입장이다.

서초구의회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다음 두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첫째, 앞서 언급한대로 장학금 출연 금액은 해당년도 본예산 일반회계 예산의 0.3%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할 것. 둘째, 기금 지출을 조례 제정취지에 맞도록 장학기금이 100억원 이상 확보된 후 원금을 제외한 운영 수익금만으로 장학금을 지출할 것이다. 그리고 서초구의회는 지난 16일 서초구청이 재의를 요구한 개정안에 대해 개정안 원안을 유지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급한 불이 떨어진 건 서초구청이다. 서초구청이 설립한 서초다산장학재단은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셋째 이상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 신청을 받았다. 신청 접수는 서초구청 안에 있는 교육전산과가 담당했는데 이를 토대로 서초다산장학재단은 현재 장학금 지급자를 선별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서초구청은 서초구의회가 의결한 개정안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며 가처분 신청 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청은 구의회가 서초구청장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이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서) 기금 출연의 범위를 사전에 제한하는 규정을 조례로 신설한 것은 지방자치법 제22조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또 서초구청은 서초다산장학재단이 독립된 법인으로서 의결기구인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의회 조례가 재단 운영을 간섭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장학재단 운영과 관련해서 서초다산장학재단은 자체 사무국이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사무국 업무는 서초구청 교육전산과가 대행하고 있다.

조례 통과 후 구청과 구의회 갈등 증폭
출산율 제고 등 실효성 의문…법적분쟁
"권리 침해"vs "원금 훼손" 팽팽

이와 관련해 재단 관계자는 "인건비 지출 등 현실적인 요건을 감안해 구청 직원이 재단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서울시 내 다른 구청도 서초구와 같은 형태로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 내 모든 결정은 구청이 아닌 이사회에 일임하고 있으며, 관련 조례에 따라 공무원이 겸직을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즉 장학재단 사업은 정해진 규정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서초구청 측 입장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해당 장학 사업이 '보여주기식 행정'이란 비판이 있다.

구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난 2004년 있었던 '우면산내셔널트러스트' 사업을 예로 들었다. 그는 "조남호 전 구청장 때도 녹지를 지킨다는 취지로 주민들의 돈을 모아 땅을 매입하는 사업이 있었지만 조 전 청장이 퇴임한 후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흐지부지 됐다"며 "구비가 현 집행부(서초구청)의 성과내기 용도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또 복수 관계자는 "이미 박근혜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다산장학금' 제도를 서초구가 중복해서 운용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결국 장학금 사업은 내년 선거를 노린 '선심성 행정'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진 구청장은 서초다산장학재단의 설립취지를 설명하면서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경우가 줄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실효성 논란

그러나 셋째 이상에게만 대학등록금을 지원하는 제도의 실효성 여부는 중앙정부에서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교육부 국정감사 자리에서 "다산장학금은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공약 성과를 위한 꼼수 사업"이라며 "정부는 출산율 제고를 말하지만 지금 아이를 낳은 세대가 자녀를 대학에 보낼 나이가 되려면 최소 20년은 걸리는데 이를 받기위해 자녀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산장학금 국감 도마 왜?
"1% 위한 꼼수 사업"

정부가 내년부터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해 대학등록금을 지원해 주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윤관석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교육공약 성과를 위한 꼼수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윤 의원은 지난 14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출산장려를 이유로 셋째 이상 자녀에 대한 대학등록금 지원 사업에 1225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는 전체 대학생 중 1%를 위한 예산"이라고 질의했다.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체 대학생은 300만명(전문대 포함) 수준이고, 이중 셋째 이상 대학생은 10만9000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편성한 1225억원의 예산으로는 2만7000명 밖에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지적. 윤 의원은 "이 돈을 차라리 국가장학금으로 편성했다면 모든 대학생에게 조금이라도 혜택이 더 돌아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윤 의원은 교육부장관에게 "셋째 대학생 등록금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보느냐"며 "지금 아이를 낳은 세대가 자녀를 대학에 보낼 나이가 되려면 최소한 20년 이후에 받을 수 있는데 그때를 생각해서 자신 있게 자녀를 낳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질책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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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