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정설' 검찰총장 인선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5: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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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대로 '착착' 청와대 복심은?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후임 임명을 위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모두 14명의 후보군을 추린 가운데 '포스트 총장'을 놓고 청와대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검찰 장악을 노리는 청와대와 정치권력의 쓴 맛을 본 검찰의 엇박자는 이번에도 계속될까.




지난 8월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일식집. 곽상도(15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이 비밀 회동을 가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채동욱(14기) 당시 검찰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청와대와 조선일보가 '합작'을 했다는 이 의혹은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차기 검찰총장
스킨십 있었나

지난 1일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곽 전 수석이 (미리 수집한 채 총장의) 정보를 들고 강 국장을 만났다"며 "곽 전 수석이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신 의원의 발언에 따르면 곽 전 수석은 서천호 국가정보원 제2차장에게 채 총장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서 차장은 국정원이 아닌 경찰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으며, 곽 전 수석은 대구 대건고 동문이었던 강 국장에게 자료를 건넨 것으로 복수 언론이 보도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들은 관련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사실무근"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채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한 사실은 없다는 것. 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의 수준을 놓고 봤을 때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추측은 '팩트'에 가까웠다.

지난 9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대서특필되자 배후세력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당시 국회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로를 통해 밝혀진다면 채 전 총장(당시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총장 이미 선택? 김기춘 배후설 제기
'채동욱 색깔' 지우기…5대 권력기관 장악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와 함께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몇몇 검사들은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특히 황교안(13기) 법무부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차관 등이 지난 8월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봤을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유력해보였다.

'채동욱 사태'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된 인물은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김 실장은 박근혜정부의 '왕실장'이자 정부 각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불린다. 정치권 안팎에선 현 정국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인물은 김 실장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김 실장 부임 후 5대 권력기관(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중 2곳의 수장이 쫓기듯 조직을 떠났다.

그러나 김 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그 일(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관여하거나 개입한 일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일은) 국가 고위공무원의 사생활, 품위, 도덕성의 문제이지 정치적 의미는 없다"고 덧붙였다.

왕실장 김기춘
검찰도 손보나

하지만 전두환 군사정권이 몰락한 뒤 첫 임기제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김 실장의 파워는 검찰 전반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두 달 전 김 실장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을 밀어내며 깜짝 발탁된 배경에도 '검찰 손보기'가 있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실장이 복귀할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서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실제로 옷을 벗었고, 모두의 시선은 김 실장에게 쏠렸다.

채 전 총장의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후보는 모두 14명이다. 지난 15일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신임 총장 후보로 검찰 전직 간부 11명과 현직 간부 8명 등 모두 19명을 추천했으며, 이중 인사 검증에 동의한 14명의 후보군을 추렸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종구(3기) 위원장 등 9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오는 24일 전체 회의를 앞두고 있다. 총추위는 다가올 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총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하게 된다. 3명의 후보는 다시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되고, 법무부 장관은 이들 중 1명을 총장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그런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인선된 최초의 검찰총장이 바로 채 전 총장이다. 또 채 전 총장 인선 당시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김 실장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채 전 총장이 이렇게 굴욕적인 퇴진을 할 것이라 예측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 2월 초 총추위는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과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당시 총장대행), 소병철(15기) 법무연수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정부기관인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속내는 달랐다. 어느 정도 정권과 말이 통하는 인사를 총장에 앉히고 싶어 했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를 탈락시켰다. 때문에 청와대에서 총추위에게 "후보를 다시 올리라"고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하지만 총추위를 다시 열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이때 당시 "김기춘의 의중이 김진태에게 쏠려있다"는 첩보가 나왔다. "채동욱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첩보가 나온 시점도 이와 비슷하다. 앞서 김 실장은 황 장관과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추천한 막후권력으로 거론됐다. 또 황 장관과 정 총리 모두 공안라인이란 점은 '김기춘 배후설'에 힘을 실었다.

김 실장이 법무부 장관을 역임할 때 김 전 차장은 법무부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김 실장과 김 전 차장 모두 경남 출신이란 점도 둘의 돈독한 관계를 가늠케 했다. 하지만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결국 채 전 총장이었다.

지난 2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한 법사위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의 인선 배경을 놓고 "소 원장은 병역면제를 받았다는 점, 김 전 차장은 지난 정권 때의 인물이란 점이 고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임명장을 주고도 채 전 총장이 못 미더웠던 청와대는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견제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김 전 고검장은 '별장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청와대의 '검찰 접수'에 제동이 걸린 격이었다.

권력기관 장악
액션플랜 가동

그런데 '별장 성접대 의혹'은 거꾸로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3월 중순 김기용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하며 권력기관 장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박 대통령은 남재준 국정원장(당시 전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정원장으로 김덕중 국세청장(당시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신임 국세청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채 전 총장까지 포함하면 5대 권력기관 중 3개 권력기관의 장을 새로 임명한 것이다. 여기에 이성한 경찰총장까지 새로 내정되며, 청와대는 모두 4개 기구의 수장을 교체하게 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유독 '코드'가 맞지 않았던 양건 전 감사원장과 채 전 총장은 김 실장 부임 후 쫓기듯 물러났다. 정권 초 임기를 약속받았던 양 전 원장은 감사원 인사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으며, 채 전 총장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과정에서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이번 총장 인선을 앞두고 청와대와의 호흡이 우선이란 얘기가 나온다. 현 정부 입장에서 권력기관의 핵심인 검찰을 장악하지 못하면 '채동욱 체제' 때처럼 엇박자가 날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권력기관 장악의 총대를 멘 김 실장이 어떤 형태로든 검찰총장 인선에 개입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총추위가 천거한 14명의 후보 중 현재 검찰총장 직무 대행을 맡고 있는 길태기(15기) 대검 차장은 인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다. 특수 수사통 출신으로 채 전 총장을 보좌했던 길 차장은 청와대가 추진하고 있는 '채동욱 색깔' 지우기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평이다.

때문에 길 차장의 동기이자 현직에 있는 소 원장의 인선 가능성이 특히 주목된다. 공안·기획통인 소 원장은 지난 1998년 '북풍사건'을 합동수사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대구고검장 재직 시 TK 출신들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정부가 공안라인을 우대하고 있는 현 상황은 소 원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한 관계자는 "소 원장의 고향이 전남 순천인데 VIP(대통령)께서 달가워하시겠냐"며 인선 가능성을 낮게 내다봤다. 더불어 척추 탈구로 병역면제를 받았던 소 원장의 이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소 원장과 같은 기수인 석동현(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해 말 '성추문 검사' 사건이 터지자 책임을 지고 용퇴한 전력이 있다. 공안통이란 점과 검찰 내부 평가가 원만하단 점은 소 원장과 같지만 현직에 없다는 점이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검찰총장 중 현직 밖의 영입은 김대중정부 때 발탁된 이명재 변호사(1기)가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진태·노환균·소병철·석동현 경합
10·11기 불러오고 황교안 내칠 수도

검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신임 검찰총장은 연수원 13기 아랫기수에서 추천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위치기 때문에 장관보다 선배를 총장으로 기용하는 건 검찰 문화와 맞지 않는다. 때문에 복수 관계자는 14∼16기 중 검찰총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총추위는 국 차관 등을 포함한 16기 후보 5명을 천거했다. 하지만 16기에서 총장이 나올 경우 관행상 총장을 제외한 12명의 간부급 검사가 대거 사퇴할 것으로 보여 이에 따른 수사 공백이 예고된다. 따라서 16기보단 15기의 인선 가능성이 높으며, 김 전 차장이 포함된 14기의 인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전 차장에게는 나이란 장벽이 있다. 황 장관보다 기수는 1년 늦지만 나이가 다섯 살이 많아 황 장관이 컨트롤하기엔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지난 총추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만약 김 전 차장이 인선된다면 자연스레 김 실장의 역할론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명의 다크호스는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14기)이다. 노 전 원장은 지난 3월 채 전 총장이 신임 총장에 지명되자 김 전 차장과 함께 사표를 제출한 후 검찰을 떠났다. 하지만 노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피고인인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의 변호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현 정권에 코드를 맞추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비록 외부 인사지만 향후 인선 과정에서 박근혜정부의 색깔과 가장 잘 부합하는 인사란 점은 반드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드보이 귀환?
황교안은 아웃?

현재까지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차기 검찰총장은 결국 소 원장과 석 전 지검장, 김 전 차장과 노 전 원장이 경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 3명의 후보군 중 1명은 총장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만약 길 차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면 차기 총장 인선 전의 리더십 공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 장관 경질(혹은 경질 예정)과 같은 돌발변수가 발생한다면 황 장관보다 윗기수인 김태현(10기) 전 법무연수원장과 박상옥(11기) 전 서울북부지검장도 발탁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10∼11기가 검찰총장이 되도 신임 법무부장관을 총장보다 윗기수로 인선한다면 '올드보이'의 귀환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는 설명.

더불어 황 장관의 동기인 박용석(13기) 전 대검 차장과 차동민(13기) 전 서울고검장의 존재는 경우에 따라 황 장관의 목줄을 죌 수 있을 전망이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총추위 위원은?]

<당연직 위원>
▲김주현 법무부 검찰국장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배병일 한국법학교수회장
▲신현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비당연직 위원>
▲문창극 고려대 석좌교수
▲이영란 숙명여대 교수
▲정갑영 연세대 총장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 (총추위 위원장)

 

[검찰총장 후보 14인 명단]

▲10기 김태현 전 법무연수원장(58·대구)
▲11기 박상옥 전 서울북부지검장(57·경기)
▲13기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54·경기)
▲13기 박용석 전 대검 차장(58·경북)
▲14기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56·경북)
▲14기 김진태 전 대검 차장(61·경남)
▲15기 길태기 현 대검 차장(55·서울)
▲15기 소병철 현 법무연수원장(55·전남)
▲16기 국민수 현 법무부차관(50·대전)
▲16기 임정혁 현 서울고검장(57·서울)
▲16기 조영곤 현 서울중앙지검장(55·경북)
▲16기 김현웅 현 부산고검장(54·전남)
▲16기 이득홍 현 대구고검장(51·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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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