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렉스타 황당한 횡포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21 13: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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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끼고 있다 나간다니 발목

[일요시사=경제1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가 '신종'횡포 논란에 휩싸였다. 매장 점주 6명을 상대로 무단으로 할인 판매를 해 본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손실금을 물어내라고 요구한 것. 그런데 이들 모두는 매장을 접겠다는 의사를 본사에 표현한 뒤 이 같은 통보를 받았다. 할인 판매도 본사 직원이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무단으로 할인 판매를 했으니 그간 회사에 입힌 손해를 물어내지 않으면 현금예치금과 마지막 한 달분 판매수수료를 지급할 수 없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NC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브랜드 트렉스타 매장을 운영하던 김이중씨가 매장을 정리한 뒤 본사로부터 들은 황당한 이야기다.

지난 6월31일 후임 브랜드 매니저에게 매장에 대한 인수인계를 마치고 현재는 바로 옆 다른 아웃도어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아직까지도 현금예치금 1500만원과 6월분 판매수수료 1100만원을 본사로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억울해? 소송해!"

김씨는 "할인 판매는 본사 영업과장의 지시로 진행한 일인데 이제 와서 책임을 매장 주인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지난 25년간 여러 브랜드 매장을 운영했지만 이런 식의 터무니없는 운영 방식은 처음이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씨는 지난해 10월6일부터 지난 6월31일까지 트렉스타 매장을 운영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가을부터 백화점 영업을 총괄하는 A과장이 각 매장으로 전화를 걸거나 직접 방문해 20% 할인 판매를 지시했다.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고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할인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려야만 백화점 매장 운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A과장의 말을 들은 김씨는 지난 2월1일부터 6월25일까지 20% 할인 판매를 진행했다. 할인 판매 시작 이후 매출은 급상승했고 매장 영업은 순조로웠다. 2∼5월까지 판매한 물품에 대한 수수료도 꼬박꼬박 입금됐다. 문제는 김씨가 매장을 접기로 했을 때 발생했다.

김씨는 6월까지 매장을 운영하겠다는 의사를 본사 측에 통보하고 6월31일 인수인계를 무사히 마쳤다. 그런데 7월26일 입금 됐어야 하는 영업보증금과 6월분 판매수수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았다. 김씨는 본사에 확인전화를 했고 "본사는 할인 판매를 지시한 사실이 없으니 손실금액을 물어내야 한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할인 판매를 지시했다는 A과장은 이미 회사를 퇴사했으니 일단 김씨가 본사 측에 손실금액을 물어내고 억울하면 별도로 A과장에게 민사소송을 하라는 것.

백화점 브랜드 매니저는 백화점 총 판매 금액에 따라 일정 수수료를 취득하는 중간관리자다. 국내 백화점 유통업체 대부분이 중간관리자 형태로 운영 중이며 본사가 제공한 제품의 재고, 판매, 브랜드 관리 의무가 있다. 이들은 매장의 재고 및 판매에 대한 보증금 형태로 현금예치금을 해당 브랜드의 본사에 예치하며, 거래 종결 후 예치금을 반환받는다. 김씨에 따르면 트렉스타 백화점 브랜드 매니저는 판매대금의 17%를 수수료로 지급받는다. 김씨는 6월분 판매수수료와 현금예치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할인 판매 손실금 점주에 전가
매장 철수 의사 밝히자 돌변
"누가?" 세일 지시 두고도 대립

김씨와 같은 처지에 몰린 브랜드 매니저들은 한 둘이 아니다. 김씨의 매장을 비롯해 롯데 광주월드컵아울렛점, 롯데 부산·강남·광주·대전점 등 6곳의 브랜드 매니저 모두 매장 운영을 접은 뒤 할인 판매에 대한 손실금을 물어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이 본사로부터 요구받은 손실금과 돌려받지 못한 현금예치금을 합치면 적게는 26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에 이른다.

트렉스타는 해당 건에 대해서 본사 공식 지시로 진행된 바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트렉스타는 일괄적인 영업정책으로 판매활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매장에서 임의적으로 진행된 영업활동으로 재고, 판매차액이 발생되었으므로 중간관리자(백화점 브랜드 매니저)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담당 과장의 임의 지시로 할인 판매가 실시됐다면 최종 입장은 담당자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단서를 붙였다. A과장은 퇴사한 상태. 트렉스타는 A과장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씨를 비롯한 브랜드 매니저들은 본사가 할인 판매를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가격이 정해져 들어오는 제품을 매장에서 할인해서 판매하려면 본사에서 할인이 가능한 전산망을 열어줘야 하고 일일·월말 정산을 하면 각각의 매출 상황이 본사로 전송되는데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매장을 접겠다는 의사를 전하기 전에는 정상적으로 수수료가 입금됐는데 매장을 접은 뒤에 문제를 삼는 것은 본사 측의 보복성 압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브랜드 매니저들은 트렉스타를 공정관리위원회에 제소하는 한편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복성 압박?

트렉스타는 '트렉스타 공식입장'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사태해결에 나섰다. 트렉스타 측은 "6월25일 이전에는 자체적으로 할인이 가능한 상태였으므로 트렉스타가 백화점에서 자체적으로 할인'키'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았다"며 "일부 브랜드 매니저들이 거론하는 것처럼 본사가 전산망을 열어주지 않았더라면 할인 판매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트렉스타가 말하는 할인'키'는 매장 내 POS단말기에서 할인이 가능하도록 전산망을 열어주는 것을 말한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금번 불미스러운 사건은 최종적으로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트렉스타의 가족으로써 이번 사건이 일어난 점에 대해서 사과를 드린다"며 "내부적인 개선 방향을 찾아서 문제점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으며 브랜드 매니저들과도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트렉스타는?

트렉스타는 부산에 위치한 국내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로 1988년 동호실업으로 출발, 90년대 초 사명을 성호실업으로 변경하고 트렉스타 브랜드를 론칭했다. 비슷한 시기 중국 천진 1공장을 설립한 트렉스타는 90년대 후반 일본,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 중국 제2 공장을 설립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2000년대에는 대만, 홍콩, 인도, 중국 시장에 진출, 사명을 트렉스타로 전환했으며 한국군 전투 군화 납품 계약을 체결해 군 납품을 시작했다.

현재 국내 및 아시아 등산화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세계 아웃도어 브랜드 랭킹에서 16위에 진입한 세계적인 브랜드로, 국내 유일하게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세계 60여개국에 아웃도어 신발을 수출하고 있다. 트렉스타 대표이사는 한국신발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권동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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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