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데렐라 실화' 재벌가 사위 현주소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8 10: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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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잘 만나 팔자 고친 백년손님들

[일요시사=경제1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위는 식구보다는 손님에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벌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아들 못지않은 사위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일요시사>가 '백년손님' 딱지를 뗀 사위와 처가와는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사위들을 소개해 봤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국내 최초로 처가의 사업을 물려받은 사위들이다. 그들의 장인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는 북한에서 홀로 월남,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장녀 이혜경 부회장은 76년 현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부산지검의 검사였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씨의 친손자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현인섭씨의 3남2녀 중 셋째다.

이듬해인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한 현 회장은 이 창업주 아래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81년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고 83년 동양시멘트 사장, 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은 10년 이상 열애 끝에 80년 담 회장과 결혼에 골인했다. 담 회장의 선친은 화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이화경 부회장과는 담 회장이 서울로 유학 오면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은 결혼 직후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가 1년 뒤 동양제과로 회사를 옮겼고 89년 사장에 올랐다.

인생역전
승승장구

이 창업주가 타계한 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 지붕 두 사위'시대가 지속됐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시멘트와 금융 부문을, 담 회장은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맡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분리 후 두 회장은 부부 경영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 내실 다지기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현 회장이 이끄는 동양그룹은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현 회장이 담 회장에게 친 'SOS'는 거절당했고 지난 9월30일, 11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막지 못해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오리온도 사정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지난 2011년 6월 회사 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여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는 등의 수법으로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담 회장이 구속기소된 후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담 회장의 '두 얼굴'에 혀를 내둘렀고 회사 명성에는 금이 갔다. 여기에 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오리온의 실적이 더 오르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오리온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경영권도 안전하지 않다. 이는 담 회장이 현 회장의 손을 뿌리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 창업주의 동양그룹과는 달리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사위복'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고 이정화씨와 결혼해 슬하에 성이, 명이, 윤이, 의선 등 1남3녀를 뒀다.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사장은  재벌가 사위들 중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 사장은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장남으로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시작해 현대정공,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를 거쳐 지난 2003년 현대카드 사장을 맡아 3년이나 적자였던 현대카드를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동양가 희비' 손 벌린 현재현 등 돌린 담철곤
사위복 터진 삼성·현대차…경영 실적 '방긋'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등의 광고 카피는 모두 그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혼인한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역시 철강 경기 침체 속에서 견실한 실적을 거두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루퍼란대학교 경영학과와 페퍼다인대학 MBA과정을 수료한 그는 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정윤이 전무를 만났다. 2001년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2002년 관리본부 부본부장(전무), 2003년 영업본부장 및 기획담당(부사장)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2011년에는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영업본부장 시절 1조원대에 머물던 현대하이스코의 연간 매출액을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매출 8조4000억원, 영업이익 4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0.3% 성장시켰다.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결혼한 선두훈 영훈의료재단선병원 이사장·코렌텍 대표는 현대차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08년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한 인공관절개발사 코렌텍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인공 고관절 수술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다 2001년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가 부친이 일구어 놓은 병원에 자리 잡았다. 현재 대전 선병원은 전문 경영인인 둘째 선승훈씨가 경영을 맡고, 치과의사인 셋째 선경훈씨가 치과병원을 담당하면서 삼형제가 이끌어가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선 대표가 이끌고 있는 코렌텍은 국내 인공관절 시장에서 고관절 부문 1위, 슬관절 부문 3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렌텍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관절 제조에 성공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의 사위들도 지난해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두면서 '사위복'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첫째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은 최근 급성장한 회사 실적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고를 나와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임 부사장은 지난 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3년 뒤 이부진 사장과 결혼했다. 이후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났다가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했다. 5년간 상무보와 상무를 거친 후 지난 2009년 12월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초고속 승진
핵심보직 중용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출시와 카메라모듈 사업의 성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1% 상승한 매출액 4조42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33.4%, 31.5% 증가한 3355억원, 2705억원을 냈다.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탁월한 실적을 선보이며 그룹 내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입사, 2004년부터 제일모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1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은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볼리비아 국영석유가스공사 'YPFB'와 8억4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건설사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범삼성가로 꼽히는 신세계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이 있다. 2001년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결혼한 문 부사장은 2011년 말부터 이마트 해외사업을 총괄해오고 있다.

현대가 맏사위
"내 갈길 갈란다"

장영신 애경 회장의 맏사위 안용찬 애경·제주항공 부회장도 맹활약하는 사위 중 한명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거쳐 87년 애경에 입사한 안 부회장은 처남인 채형석 부회장의 소개로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결혼했다.

지난 2006년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을 역임하며 관할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한 그는 제주항공과 네오팜 등 계열사들의 실적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한 해 동안 항공기 4대를 새롭게 도입하고 신규 노선 공략에도 적극 나섰으며 아토피 피부염 보조치료용 보습제를 만드는 네오팜 또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2057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 2011년 한 해 액수와 맞먹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실적(22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네오팜은 올 상반기 100억원의 매출과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박장석 SKC 사장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79년 SK네트워크에 입사한 박 사장은 2004년부터 SKC 사장을 맡아 비디오테이프, CD, DVD 등 주력사업 쇠퇴로 맞은 SKC를 위기에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SKC는 2조6292억원의 매출액과 1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2.1% 감소했으나 태양광사업 침체 속에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씨와 결혼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는 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컨설턴트 회사에 근무하며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윤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08년 멜라민 파동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대부분 처갓집 도와 경영
거리 두고 개인플레이도

사회적으로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사위의 경영참여 불가 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그룹들도 있다. LG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코오롱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양자 광모씨를 포함, 1남2녀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장녀 연경씨와 결혼한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부터 블루런벤처스에서 일해 왔다. LG그룹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연경씨도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사장의 LG그룹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지곤 하지만 딸들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 일가의 가풍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딸 자혜씨와 결혼을 한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과 막내딸 자영씨와 부부 사이인 이재원 전 일성제지 회장은 LG그룹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구 창업주의 자리를 이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딸 미정씨와 결혼한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도 마찬가지로 한국제지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그의 부친인 고 최화식 대한펄프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위는 '백년손님'일 뿐이다.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맏딸 경애씨는 경상도 출신 제헌의원인 배태성씨의 장남 영환씨에게 시집갔다. 영환씨는 현재 삼화고속 회장직을 맡고 있다. 차녀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은 강대균 대한전자재료 회장과 결혼했다. 삼녀인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스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박 창업주의 차남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장녀인 은형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김선협 포천아도니스CC 대표와 결혼했으며 차녀 은경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인 장세홍 대표와 혼인했다. 3녀인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 대표와 결혼했다.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녀인 세진씨는 최성욱 변호사에게 시집을 갔고 최 변호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잘 키운 사위
아들딸 안부럽다

코오롱그룹 또한 정·관계는 물론 재계 유력가문들과의 사돈 관계를 통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사위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오너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현재 장자승계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원만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장손인 이웅렬 회장이 차례로 그룹을 승계했다. 이외 다른 형제나 사위들은 모두 기업 경영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먼저 이 명예회장의 장녀인 경숙씨는 영남대 교수인 이문조씨와 결혼했다. 차녀인 상희씨는 고 고흥명 한국파이롯트 회장의 외아들인 고석진씨와 결혼했으며 삼녀인 혜숙씨는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동혁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동혁씨는 현재 고려해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컬럼비아 대학 석사를 마치고 해운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사녀 은주씨는 신병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외아들인 영철씨와 가정을 꾸렸으며 막내딸인 경주씨는 사업가인 최윤석씨와 결혼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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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