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데렐라 실화' 재벌가 사위 현주소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8 10:4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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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잘 만나 팔자 고친 백년손님들

[일요시사=경제1팀]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사위는 식구보다는 손님에 가깝다는 뜻이다. 하지만 재벌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아들 못지않은 사위들이 종종 눈에 띈다.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일요시사>가 '백년손님' 딱지를 뗀 사위와 처가와는 거리를 두고 살고 있는 사위들을 소개해 봤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국내 최초로 처가의 사업을 물려받은 사위들이다. 그들의 장인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는 북한에서 홀로 월남,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장녀 이혜경 부회장은 76년 현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부산지검의 검사였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씨의 친손자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현인섭씨의 3남2녀 중 셋째다.

이듬해인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한 현 회장은 이 창업주 아래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81년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고 83년 동양시멘트 사장, 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은 10년 이상 열애 끝에 80년 담 회장과 결혼에 골인했다. 담 회장의 선친은 화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이화경 부회장과는 담 회장이 서울로 유학 오면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은 결혼 직후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가 1년 뒤 동양제과로 회사를 옮겼고 89년 사장에 올랐다.

인생역전
승승장구

이 창업주가 타계한 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 지붕 두 사위'시대가 지속됐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시멘트와 금융 부문을, 담 회장은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맡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분리 후 두 회장은 부부 경영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 내실 다지기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현 회장이 이끄는 동양그룹은 현재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져있다. 현 회장이 담 회장에게 친 'SOS'는 거절당했고 지난 9월30일, 110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막지 못해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오리온도 사정이 그리 좋지는 못하다. 지난 2011년 6월 회사 돈으로 고가 미술품을 사들여 자택에 장식품으로 설치하는 등의 수법으로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담 회장이 구속기소된 후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담 회장의 '두 얼굴'에 혀를 내둘렀고 회사 명성에는 금이 갔다. 여기에 담 회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오리온의 실적이 더 오르면서 '무용론'까지 제기됐다.

오리온은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40%에 육박해 경영권도 안전하지 않다. 이는 담 회장이 현 회장의 손을 뿌리친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이 창업주의 동양그룹과는 달리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사위복'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난 고 이정화씨와 결혼해 슬하에 성이, 명이, 윤이, 의선 등 1남3녀를 뒀다.

둘째 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사장은  재벌가 사위들 중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로 평가받고 있다.

정 사장은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장남으로 서울대 불문과를 나와 미국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시작해 현대정공,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를 거쳐 지난 2003년 현대카드 사장을 맡아 3년이나 적자였던 현대카드를 공격적이고 과감한 경영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취임 2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웠다.


'동양가 희비' 손 벌린 현재현 등 돌린 담철곤
사위복 터진 삼성·현대차…경영 실적 '방긋'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등의 광고 카피는 모두 그의 주도하에 만들어졌다. 

셋째 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혼인한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 역시 철강 경기 침체 속에서 견실한 실적을 거두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루퍼란대학교 경영학과와 페퍼다인대학 MBA과정을 수료한 그는 95년 현대정공에 입사해 정윤이 전무를 만났다. 2001년 임원으로 승진했으며 2002년 관리본부 부본부장(전무), 2003년 영업본부장 및 기획담당(부사장)을 거쳐 2005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2011년에는 단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영업본부장 시절 1조원대에 머물던 현대하이스코의 연간 매출액을 2조3000억원으로 끌어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지난해에는 매출 8조4000억원, 영업이익 4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0.3% 성장시켰다.

맏딸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결혼한 선두훈 영훈의료재단선병원 이사장·코렌텍 대표는 현대차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08년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한 인공관절개발사 코렌텍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인공 고관절 수술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다 2001년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가 부친이 일구어 놓은 병원에 자리 잡았다. 현재 대전 선병원은 전문 경영인인 둘째 선승훈씨가 경영을 맡고, 치과의사인 셋째 선경훈씨가 치과병원을 담당하면서 삼형제가 이끌어가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선 대표가 이끌고 있는 코렌텍은 국내 인공관절 시장에서 고관절 부문 1위, 슬관절 부문 3위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렌텍은 세계 최초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인공관절 제조에 성공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의 사위들도 지난해 우수한 경영성과를 거두면서 '사위복'이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첫째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남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은 최근 급성장한 회사 실적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고를 나와 단국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임 부사장은 지난 95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3년 뒤 이부진 사장과 결혼했다. 이후 미국 MIT로 유학을 떠났다가 삼성전자 미주본사 전략팀,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 등을 거치며 경영수업을 했다. 5년간 상무보와 상무를 거친 후 지난 2009년 12월 전무로 승진했고 지난해 삼성그룹 임원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초고속 승진
핵심보직 중용

삼성전기는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S4 출시와 카메라모듈 사업의 성장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1.1% 상승한 매출액 4조428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33.4%, 31.5% 증가한 3355억원, 2705억원을 냈다.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과 결혼한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탁월한 실적을 선보이며 그룹 내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2002년 제일기획 상무보로 입사, 2004년부터 제일모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11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을 맡은 김 사장은 지난해 9월 볼리비아 국영석유가스공사 'YPFB'와 8억4000만달러 규모의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하며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세계 건설사 순위 20위권에 진입하는 쾌거를 올렸다.

범삼성가로 꼽히는 신세계에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사위인 문성욱 이마트 부사장이 있다. 2001년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 결혼한 문 부사장은 2011년 말부터 이마트 해외사업을 총괄해오고 있다.

현대가 맏사위
"내 갈길 갈란다"

장영신 애경 회장의 맏사위 안용찬 애경·제주항공 부회장도 맹활약하는 사위 중 한명이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MBA를 거쳐 87년 애경에 입사한 안 부회장은 처남인 채형석 부회장의 소개로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과 결혼했다.

지난 2006년 생활·항공 부문 부회장을 역임하며 관할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한 그는 제주항공과 네오팜 등 계열사들의 실적을 크게 개선시키면서 리더십과 경영 능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한 해 동안 항공기 4대를 새롭게 도입하고 신규 노선 공략에도 적극 나섰으며 아토피 피부염 보조치료용 보습제를 만드는 네오팜 또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액 2057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 2011년 한 해 액수와 맞먹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실적(22억원)을 크게 넘어섰다. 네오팜은 올 상반기 100억원의 매출과 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고 최종건 SK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박장석 SKC 사장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79년 SK네트워크에 입사한 박 사장은 2004년부터 SKC 사장을 맡아 비디오테이프, CD, DVD 등 주력사업 쇠퇴로 맞은 SKC를 위기에서 끌어 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SKC는 2조6292억원의 매출액과 144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2.1% 감소했으나 태양광사업 침체 속에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의 외동딸 윤자원씨와 결혼한 신정훈 해태제과 대표이사는 미국에서 MBA과정을 수료하고 컨설턴트 회사에 근무하며 해태제과 인수 작업을 주도한 장본인으로 2005년 해태제과 상무로 입사했다. 이후 윤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이사를 맡았으며 2008년 멜라민 파동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며 경영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대부분 처갓집 도와 경영
거리 두고 개인플레이도

사회적으로 사위들의 경영참여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서 사위의 경영참여 불가 등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그룹들도 있다. LG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코오롱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양자 광모씨를 포함, 1남2녀를 두고 있다. 지난 2006년 장녀 연경씨와 결혼한 윤관 블루런벤처스 사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공학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00년부터 블루런벤처스에서 일해 왔다. LG그룹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연경씨도 가사에 전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사장의 LG그룹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지곤 하지만 딸들을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 일가의 가풍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딸 자혜씨와 결혼을 한 이재연 아시안스타 회장과 막내딸 자영씨와 부부 사이인 이재원 전 일성제지 회장은 LG그룹 계열사의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다.

구 창업주의 자리를 이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딸 미정씨와 결혼한 최병민 대한펄프 회장도 마찬가지로 한국제지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는 등 그의 부친인 고 최화식 대한펄프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위는 '백년손님'일 뿐이다.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맏딸 경애씨는 경상도 출신 제헌의원인 배태성씨의 장남 영환씨에게 시집갔다. 영환씨는 현재 삼화고속 회장직을 맡고 있다. 차녀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은 강대균 대한전자재료 회장과 결혼했다. 삼녀인 박현주 상암커뮤니케이션스 부회장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박 창업주의 차남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3녀를 뒀다. 장녀인 은형씨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김선협 포천아도니스CC 대표와 결혼했으며 차녀 은경씨는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인 장세홍 대표와 혼인했다. 3녀인 은혜씨는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 대표와 결혼했다.

그룹 경영권을 이어 받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녀인 세진씨는 최성욱 변호사에게 시집을 갔고 최 변호사는 김앤장법률사무소에 재직 중이다.

잘 키운 사위
아들딸 안부럽다

코오롱그룹 또한 정·관계는 물론 재계 유력가문들과의 사돈 관계를 통해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사위들이 있음에도 이들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오너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현재 장자승계 방식을 통해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다. 이원만 창업주에 이어 장남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장손인 이웅렬 회장이 차례로 그룹을 승계했다. 이외 다른 형제나 사위들은 모두 기업 경영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먼저 이 명예회장의 장녀인 경숙씨는 영남대 교수인 이문조씨와 결혼했다. 차녀인 상희씨는 고 고흥명 한국파이롯트 회장의 외아들인 고석진씨와 결혼했으며 삼녀인 혜숙씨는 고 이학철 고려해운 창업주의 장남인 동혁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동혁씨는 현재 고려해운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컬럼비아 대학 석사를 마치고 해운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사녀 은주씨는 신병현 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의 외아들인 영철씨와 가정을 꾸렸으며 막내딸인 경주씨는 사업가인 최윤석씨와 결혼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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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