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편. 2001년 <화산고>부터 2009년 <10억>까지 빼곡히 10편의 필모그래피를 성실하게 쌓아온 신민아는 순수와 섹시함을 한 몸에 지닌 환상적인 아우라를 가진 배우다. 다양한 소재와 캐릭터의 영화로 배우로서의 욕심을 꾸준히 부리며 최근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로 사랑받고 있다. CF퀸부터 충무로 블루칩까지 자신만의 매력을 다방면으로 쏟아내고 있는 그녀가 너무나 평범한, 그래서 더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낼 캐릭터 조유진 역할을 맡아 <10억> 서바이벌 게임쇼에 참가했다. 열정과 노력을 모두 끌어낸 신민아의 스릴러적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강함과 여림을 동시에 선보이는 캐릭터 조유진 역
“왜 이렇게 작품을 많이 찍어”…“난 변해야 할 때”
<10억>은 8명의 남녀가 호주에서 진행되는 상금 10억원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 목숨을 건 게임을 벌이게 된다는 이야기.
“일단은 <10억>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영화 설정이 재미있었어요. 국내에서 많이 시도됐던 장르도 아니고 또 여러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치고 구르며 온몸 혹사
조유진은 이것저것 다하다 보면 나중에 자신에게 맞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으로 뚜렷한 목표 없이 닥치는 대로 살아온 인물. 피자배달을 하던 중 신호등에 멈춰선 어느 날 ‘10억 서바이벌 게임쇼’에 선발됐다는 한 통의 전화는 앞만 보며 달려온 그녀를 호주로 초대한다. 안 해본 게 없는 그녀이기에 10억쯤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희망을 갖는다.
“유진이라는 인물에겐 한 가지 매력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유진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전형적인 사람 같지만 달리 보면 정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강한 면도 있고 여린 면도 있는 사람이죠. 그런 점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호주 촬영분이 가장 많았던 신민아는 넘어지고 다치고 구르며 온몸을 혹사하는 촬영을 감행해야 했다. 잘 씻을 수 없는 상황에서 끈적끈적한 피 분장과 흙 분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노메이컵도 그렇지만, 거의 흙 분장을 많이 했어요. 워낙 태양도 강하고, 점점 옷도 더러워지고, 얼굴에 상처도 많고, 흙 분장이 많았는데 분장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땅바닥에 있는 흙을 묻히고 들어가곤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정유미, 고은아, 유나미 모두 힘들었어요. 모든 영화가 고생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내세우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10명의 배우가 열정적으로 했어요. 그런데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좋은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촬영이 힘들었기 때문일까. 출연 배우들과 사이도 많이 돈독해지고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한 달 정도 촬영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여자 배우들끼리 더 돈독해서 나중에는 오빠들이 삐치기도 하고 그랬어요. 같이 고생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더 친해지고, 속마음도 많이 털어놓는 관계가 됐어요.”
요즘 신민아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이렇게 작품을 많이 찍냐”는 것. 2008년 <무림 여대생> <고고70>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2009년 <키친> 그리고 <10억>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달려가고 있다. 지금 같은 혹한기에 다작을 했다는 것은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 무엇보다 장르도 다양했고 각 캐릭터마다 이전과는 다른 변화 포인트들이 있다.
“정말 최근에 했던 작품들이 감독님들 성향들도 그렇고 역할도 그렇고 다 달랐어요. 사실 그 작품들을 선택하던 시기쯤 내 스스로 나에 대한 욕심이 생기면서 여기서부터 뭔가 변하지 않으면 그냥 정체돼 버린 채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데뷔하던 시기, 유행처럼 잡지모델 출신의 하이틴 스타들이 많이 배출됐는데 그들 대부분 연기로 활동 영역을 넓히며 각자의 색이 명확한 배우들로 성장했다.
“그 당시 잡지에 어린 모델들이 나오는 게 유행이었는데 함께 일했던 언니들을 만나면 끈끈한 정이랄까, 지금도 그때 그 느낌이 있어 좋아요. 무엇보다 배우로 가는 정석의 길은 아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색을 지닌 배우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서로 뿌듯해 하기도 하고. 자주 보진 않아도 늘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다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더디지만 천천히 하지만 꼼꼼히
당시 하이틴 잡지 모델들은 전형적인 미인형 얼굴이기보다 굉장히 트렌디하고 그 세대 정서에 부합되는 얼굴들을 뽑다 보니 각자의 개성과 색이 더 명확했던 것 같다. 또 배우로 성장한 그들과 대화해 보면 본인 세계나 가치관이 확실하다. 그게 연기에서도 나온다.
“다들 뭔가 각자만의 색깔이 있어서 배우로 전향한 이후에도 장점이 될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때도 막내고 지금도 막내인데 언니들이 늘 민아는 어리다며 제쳐놓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제가 일을 좀 빨리 시작한 편이긴 하지만 사실 저는 굉장히 더딘 면이 있어요. 말도 느리게 천천히 하고 걸음마도 늦게 뗐고 한글도 늦게 깨우쳤죠. 그렇게 더딘 면을 굳이 운으로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배우의 길도 좀 더디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지만 천천히 배우면서 꼼꼼히 갈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영화를 열심히 찍고 잘 포장해 얘기하는 것밖에 몰랐는데 지금은 또 다른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즐기면서 인터뷰에 응한다는 신민아. 작품을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는 그녀는 천상 배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