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데렐라 활극' 동양-오리온 동상이몽 내막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3:2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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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냐 회사냐…담철곤은 실리를 택했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서열 38위 동양그룹을 이끄는 현재현 회장이 벼랑 끝에 섰다. 자금확보를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리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기업어음 등은 하루하루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믿었던 동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은 등을 돌렸다. '물'보다 진한 '피'는 '돈'보다는 연했다.




동양그룹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그룹 주력이었던 동양종금을 비롯한 금융계열사들의 부실악화로 퇴출직전 상태에 몰렸던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동양그룹은 금융계열사에 자체 자금을 쏟아부어 가까스로 위기탈출에 성공했다.

15년 만의 위기
현 회장 선택은?

15년이 지난 지금 동양그룹은 또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최대 원인은 고질적인 재무구조 부실을 꼽을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악화됐던 그룹 재무구조는 동양증권 등에서 고금리를 약속하고 발행한 동양 관련 CP(기업어음) 등으로 돌려막으면서 간신히 유지해왔다. 그런데 최근 증권사가 계열사 CP를 발행하지 못하게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면서 자금 조달의 길이 막혔고 미뤄둔 계산서가 한꺼번에 날아든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동양그룹의 CP 규모는 1조1000억원대다. CP외에 채권단 보유 여신도 9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동양그룹은 채권단 보유 여신은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만기를 연장해놓은 상태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동양증권에서 CP 매각도 10월부터는 금지되기 때문에 자금조달 방법이 없고 그렇게 되면 동양은 굉장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궁지에 몰린 동양그룹은 계열사 보유 자산들을 기초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최대 1조원 가량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고 낮은 신용등급을 보강하기 위한 신용 제공처를 백방으로 찾아왔다.

그러나 선뜻 신용보강에 나서는 기업은 없었고 결국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서지간인 담철곤 오리온 회장에게 SOS를 쳤다. 담 회장과 그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각각 12.91%, 14.49%)을 담보로 신용을 보강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하고 이후 동양매직 등 계열사 매각을 성사시키면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율은 28.81%로 시장 가치로 보면 1조6000여억원에 해당한다.

현 회장과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사위들이다. 이 창업주의 장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이 현 회장의 부인이고,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이 담 회장의 부인이다. 부인들로 보면 '자매 그룹'이고 사위들로 보면 '동서 그룹'이다. 두 부부는 서울 성북동에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사촌이기도 하다.

좌초위기 현 회장 'SOS'…담 회장 'NO'
심사숙고 끝에 "동양에 지원없다" 결론

동양그룹의 '사위 경영'은 지난 2001년 9월 시작됐다. 북한에서 홀로 월남한 이 창업주는 슬하에 딸만 둘을 뒀다. 장녀 이혜경 부회장은 1976년 현 회장을 만나 결혼했다. 당시 부산지검의 검사였던 현 회장은 고려대 초대 총장을 지낸 현상윤씨의 친손자이며 이화여대 의대 교수를 역임한 현인섭씨의 3남2녀 중 셋째다.

이듬해인 77년 동양시멘트 이사로, 법조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을 한 현 회장은 이 창업주 아래에서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았다. 81년엔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땄고 83년 동양시멘트 사장, 88년 동양증권 회장을 거쳐 89년 동양그룹 회장에 올랐다.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은 10년 이상 열애 끝에 80년 담 회장과 결혼에 골인했다. 담 회장의 선친은 화교 출신으로 대구에서 한의원을 경영했다. 이화경 부회장과는 담 회장이 서울로 유학 오면서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던 담 회장은 결혼 직후 동양시멘트에 입사했다가 1년 뒤 동양제과로 회사를 옮겼고 89년 사장에 올랐다.


이 창업주가 타계한 89년부터 2001년까지는 '한 지붕 두 사위'시대가 지속됐다.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현 회장은 시멘트와 금융 부문을, 담 회장은 제과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맡아 자연스럽게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분리 후 두 회장은 부부 경영을 앞세워 신사업 확장, 내실 다지기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독자행보를 걸어왔다.
지난 9월10일 이혜경 부회장은 어머니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을 통해 이화경 부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도 담 회장 부부에게 동양그룹을 지원해줄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오리온의 재무상태다. 양호한 편이지만 넉넉하지만은 않다. 올 상반기 말 계열사를 포함한 오리온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조8129억원이고, 이 가운데 유동자산은 1조168억원으로 분석됐다. 이 중 보유현금과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만 놓고 본다면 4000억원 수준이다.

담 회장 지원 거부
경영권이 우선

게다가 오리온은 돈쓸 곳도 많다. 중국시장 판매 확대를 위한 선양공장 신축에 내년까지 총 1억달러가 소요된다. 또한 담 회장이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던 터라 회사 차원에서의 지원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담 회장은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추석연휴 전 담 회장은 '지원 불가'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런 입장이 금융감독원에 전해졌고 금감원은 발표를 미룰 것을 요구했다. 추석 연휴에 동양그룹 계열사의 CP와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동양증권 특별 점검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담 회장의 심경 변화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이 이사장도 이날 담 회장에게 발표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모의 사위사랑
지분 무상 증여

그러나 담 회장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23일 동양그룹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격 발표했다. 담 회장 부부는 이어 지원 불가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사랑하는 오리온 가족 여러분께 전하는 글'을 사내 인터넷망에 올렸다. 이 글은 이화경 부회장이 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는 "동양그룹에서 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불면의 밤을 보내며 어떤 결정이 최선일지 고민했다"며 "추석 내내 아버지의 체취가 담긴 책 <동양보다 큰 사람>을 읽으며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식으로서, 동생으로서, 경영자로서 모두를 충족시키는 완벽한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슴에 평생 안고 갈 빚이 될 테지만 저희와 오리온그룹은 독립경영을 할 것이며 동양그룹이 요청한 자금 지원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부부는 또 "혈연 앞에서조차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경영자'라는 이름의 자리가 이번만큼 힘든 적은 정말 없었다"며 "오리온의 대주주로서, 경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이번 저희의 결정으로 인한 어떤 비난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업계는 담 회장 부부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담 회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외국인 지분율이 40% 육박하는 상황에서 잘못되면 오리온이 외국인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담 회장 부부의 지분은 개인 지분이지만 따지고 보면 개인 지분이라고 할 수 없다. 오리온이 동양을 지원한 후 행여 동양그룹이 발행한 ABS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태에 당면할 경우 결국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지분을 매각해 상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오너 주식의 담보 제공이 경영권 문제로 퍼지고 결국 회사 가치 하락으로 동반부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이 이사장이 동양그룹 지원에 나서고 동양네트웍스 측이 오리온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9월24일 이 이사장은 동양네트웍스에 무상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90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 이사장의 증여 결정은 오리온 그룹의 동양그룹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결정됐다"며 "이번 오리온의 발표로 친족기업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서운한 속내를 드러냈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어 "오리온그룹은 이 이사장의 의지와 달리 동양그룹 지원을 공식 거절했다"며 "친족기업이면서 계열분리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이유를 들어 동양그룹의 지원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한 오리온그룹과 대비되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겠다"
10월 CP 못막으면 법정관리

담 회장만 바라보던 현 회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이사장이 사재 출연에 나섰다고 하지만 이는 동양네트웍스의 부채비율(723.8%)을 120%로 낮춰 자금조달에 작은 숨통이 뚫린 정도. 10월 말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 4200억원을 막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재계는 동양그룹이 이를 갚지 못하면 주요 계열사들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는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이다. 두 계열사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인데다 10월 중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CP 등이 그룹 내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동양레저의 경우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CP가 1329억, 동양인터내셔널은 1898억원이다. 또한 두 계열사 모두 10월까지 갚아야하는 회사채가 모두 800억원에 이른다.


동양그룹의 지배구조는 현 회장→(주)동양→동양인터내셔널→동양시멘트→동양파워→삼척화력발전소와 현 회장→동양레저→동양증권 순으로 지분을 보유한 구조로 돼 있다.

이중 동양레저는 ㈜동양 지분 36.25%, 동양증권 지분 14.8%, 동양파워 지분 24.99%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증권 19%, 동양시멘트 1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그룹 전체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그룹 지주회사격인 ㈜동양의 대주주가 동양레저이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동양그룹은 "팔 수 있는 건 다 판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은 동양매직과 ㈜동양의 섬유사업 부문을 매각해 각각 2500억원, 800억원을 확보하고 당장 1000억여원을 현금화할 수 있는 레미콘사업장 20곳 등도 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지분만을 매각하려고 했던 동양파워는 전량 매각 방침으로 돌아섰다. 동양파워는 동양시멘트와 함께 그룹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발전사업을 담당하기로 한 기업이다.

동양파워 지분 100%의 가치는 2020년부터 나올 매출액에 대한 미래 가치를 추산해 최대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파느냐다. 동양파워 매각은 매수인 우위로 진행되는 인수·합병(M&A)이다. 통상 M&A는 매각 공고 후 빠르게 매각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4~5개월은 족히 소요된다. 연말까지 돌아오는 채권과 CP 규모가 1조원을 웃도는 지라 동양그룹은 매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사방팔방이 '벽'
타개책 있나?

매각이 빨리 진행되더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가도 문제다. 매도인이 급하면 매수인은 가격을 깎으려고 한다. 삼척에서 건설 중인 화력발전소 건설이 2019년에나 마무리 된다는 점도 가격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올 하반기 대형 매물인 STX에너지도 걸림돌이다. 에너지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은 STX에너지의 가치가 동양파워보다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STX에너지 인수에 실패할 경우 차순위로 동양파워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STX에너지 인수 과정을 기다리다보면 마음이 더 급해지는 건 동양그룹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동양이 계열사 법정관리를 감수하고 핵심 계열사도 매각하는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양파워에 동양시멘트를 함께 묶어 매각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높이거나 동양증권을 매각하는 방법 등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 회장은 벼랑 끝에 서있다. 싸늘한 시장반응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사방팔방이 벽으로 막혀버린 상황에서 15년 전의 그 날처럼 다시 일어설지 재계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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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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