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파기환송' 김승연 사건 파장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01 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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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렸지만 경영공백 어찌할꼬

[일요시사=경제1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처리한 것. 김 회장이 일단 실형을 피하면서 한화그룹은 숨을 돌린 모양새. 그러나 한화그룹의 '경영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다. '이라크 재건' '태양광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법원이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에 대해 지난 9월26일 파기환송 처리했다. 이로써 김 회장의 배임·횡령 사건은 다시 항소심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시 재판 받는다

재판부는 일부 배임 행위에서 유·무죄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 일부 유죄 부분과 일부 무죄 부분을 파기했다. 파기된 부분은 부실계열사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부당지급보증 부분, 부동산 저가 매도 부분 등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다.

우선 부실계열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과 재지급보증을 하나의 배임행위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원심은 지급보증 만기로 재지급보증을 하면서 채권자가 달라졌기 때문에 별도의 배임혐의로 판단했다. "부실 계열사가 새로운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을 갚는 과정에서 1차 대출에 보증을 서준 회사가 두 번째 대출에도 그대로 보증을 유지했다면 새로운 손해가 생긴 것은 아니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제외되는 금액은 345억원으로 추산됐다.


부동산 저가매각에 따른 손해액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부동산 감정평가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감정평가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부동산 저가매각 이후 계열사를 인수·합병하는 후속조치에서도 별도의 배임·횡령 혐의가 있는지 심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의 경우 '경영상 판단' 원칙에 따라 면책돼야 한다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신고도 되지 않은 위장 부실계열사를 부당지원한 것으로 이를 허용하면 각종 법령상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원 기준이 없었던 점, 이사회 결의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경영상 판단 원칙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 회장은 위장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등을 통해 한화 계열사와 소액주주, 채권자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받은 뒤 2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1억원으로 감형됐었다.

김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받아 집행유예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을 채운 상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징역 또는 금고형이 3년 이하일 때 가능하다. 한화그룹도 '파기환송 후 집행유예'라는 시나리오에 실낱같은 희망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김 회장이 개인의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 사재를 털어 계열사 피해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6억원을 법원에 공탁해 계열사 손해를 회복시키려 노력한 점,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점 등도 정상 참작의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배임액 다시" 재판 원점…집유 가능성
이라크 건설 등 굵직한 사업들 올스톱

그러나 정작 집행유예 판결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대법원의 횡령·배임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 기준에 따르면 양형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경우 판결문에 이유를 적어야 한다. 법원으로써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배임액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일부 무죄 판단이 유죄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한화그룹은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의 집행유예를 이끌어내기 위해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 부재로 한화그룹이 경영 공백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이 1년을 넘으면서 현상유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라크 신도시 추가 건설, 태양광 신규 투자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모두 올스톱돼 있다.

가장 애를 태우는 건 이라크 신도시 추가 건설 문제다. 김 회장은 지난해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이를 계기로 한화건설은 100억달러 규모의 2차분 사업을 추가로 수주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왔다. 이라크 정부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통해 한화와의 추가사업을 타진해 왔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까지 주택·에너지·IT·의료·보안 등에 총 2750억달러를 이라크 재건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정유공장, 발전소, 도로, 인프라, 공공시설 및 군 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최소 7000억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붓는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10만 세대 규모의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공사로 한화건설이 수주한 해외건설사업 중 최대 규모다.

한화는 신도시 건설 공사 수주 뿐 아니라 건설 및 철도·항만·도로 등 기간사업과 발전소·정유공장·석유화학공장 등 생산설비 공사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또 신도시에 건설되는 학교에 태양광을 활용한 발전설비 공사도 담당할 예정이었다.

이라크에서 한화건설이 100억달러 규모 재건사업을 추가 수주할 경우 한화 임직원 500여명과 협력업체 1500명 등 하루 평균 2000여명의 현장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중소협력사 동반진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발판도 다질 수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사업단이 이라크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라크 재건사업의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중국, 터키, 인도는 물론 유럽 건설사들이 앞다퉈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짙어지는 먹구름

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 사업도 문제다. 태양광 같은 발전 사업을 하려면 각국 정부의 협조가 필수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오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김 회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당연히 한화그룹의 대규모 공장 증설 등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태양광 시장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 큐셀 공장 증설은 시급한 과제지만 발이 묶여 있다. 투자금액이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투자를 비상경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그룹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며 "공백 상태에서 그룹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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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