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 여고생 살인사건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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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짓 하려고? 도박빚 때문에?

[일요시사=사회팀] 증거 확보에 난항을 겪던 '하남 여고생 살인사건'이 용의자 진모(42)씨를 체포하면서 일단락됐다. 사건 당일 자전거를 타고 현장 주변을 배회했던 진씨. 진씨는 그날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위치한 송파도서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최근 이 송파도서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가하던 최모(18)양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목격자가 없었다

최양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 인근 고가도로서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사인은 자상에 의한 장기손상. 등과 목, 옆구리 등 4∼5곳을 찔린 최양은 피를 흘리며 112에 신고했다. 15일 오후 10시42분께 일이었다.

최양은 경찰과의 통화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칼에 찔렸다. 피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자 경찰은 최양의 위치와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물었다. 이에 최양은 "한전 근처 육교. 빨리 와 달라"고 짧게 답했다. 전화는 곧 끊어졌다.

경찰은 신고 6분만인 10시48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파출소와 사건 현장은 500여m 정도 떨어져 있었고, 119안전센터와 현장은 250여m정도 거리였다. 최양이 입고 있던 반소매 상의에는 피가 흥건했다. 119구조대는 최양을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신고 접수 4시간여 만에 최양은 끝내 숨졌다.


최양이 발견된 고가도로는 감일2육교였다. 최양은 송파도서관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뒤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과는 150여m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CCTV 분석결과에 따르면 최양은 버스에서 혼자 내렸다. 즉 범인이 도서관에서부터 최양을 따라온 건 아니란 얘기다. 범인은 캄캄한 어둠에서 범행 대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정류장 인근의 한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민은 "이 마을은 8시만 돼도 불이 다 꺼진다"며 "6시30분에서 7시30분 사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기 때문에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육교를 기준으로 최양의 집은 정류장 맞은 편 기업 사택가가 위치한 곳에 있었다. 최양이 집에 가기 위해선 고가도로 끝자락에 위치한 A 변전소 앞을 지나가야했다. 해당 변전소 관계자는 "변전소 주변에 CCTV가 설치돼있고, 변전소 입구에는 경비직원이 24시간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비직원은 일반인의 사택가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변전소 주변에 설치된 카메라는 최양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해결하는 단서가 되지 못했다. 최양이 귀가하던 도로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현장 주변에는 나무가 무성해 렌즈 시야를 방해했다. 도로 쪽의 CCTV는 가로등 불빛이 너무 세서 녹화상태가 좋지 못했다. 현장 주변 CCTV만으로 범인의 얼굴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최양이 숨진 당일 행적을 따라 버스정류장에서부터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150여m 구간에 설치된 모든 CCTV 기록을 발췌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용의자로 추정되는 몇몇 인물들을 추려냈다.

숨진 최양의 지갑이 그대로 있었던 점, 성범죄의 흔적이 없었던 점, 피해자나 가족에게 별다른 원한관계가 없었던 점 등은 '묻지마 살인'의 가능성을 높였다. 때문에 한 주민은 "마을에 공장이 많은데 그곳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한 명이 범인이 아니겠냐"는 근거 없는 의심을 하기도 했다.


인적 드문 육교 살인사건…괴소문 무성
수사 10일 만에 용의자 검거…그는 왜?

복수 언론을 통해 용의자 특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각에선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숨진 최양의 학교 주변에는 괴소문이 횡행했고 '추석 때 범인이 사과와 배를 육교 위에 놓고 갔다더라'는 얘기까지 들렸다. 또 다른 주민은 "몇 가구 되지도 않는 마을인데 범인이 잡히지 않으니 무서워서 산책도 못하겠다"고 하소연했다. 65명의 대형 전담반까지 꾸린 경찰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자 경찰은 주변 주택가와 우범자 등을 대상으로 탐문수사 범위를 넓혔다. 차량 통행과 인적이 뜸한 고가도로를 범행 장소로 선택한 범인이 인근 지리를 잘 아는 인물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만약 범인이 지리를 잘 몰랐다면 도주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기자가 파악한 도주로는 한 곳 밖에 없었다. 현장 주변은 경사진 낭떠러지인데다 불빛도 없어 도주 시 부상 위험이 있었다. 아울러 정상적으로 산을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산 밑에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사업장이 있어 신속한 도주가 불가능했다. 결국 민가가 밀집한 사택 반대편 도로가 도주로로 이용됐을 확률이 높아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4일 한 경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단정 짓는 건 불가능하다"며 "수색은 지금도 계속하고 있고, 모두가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26일 경찰은 용의자가 체포됐음을 알렸다.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자동차 공업사 직원 진모(42)씨였다.

하남경찰서 수사전담반은 지난 25일 오후 7시40분께 최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진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정류장 주변의 CCTV 영상분석 등을 통해 당시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배회한 진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얻은 성과였다.

또 경찰은 진씨의 집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를 압수, 범행 도구가 맞는지 분석하고 있다. 최초 "운동을 하러 갔다"며 혐의를 부인했던 진씨는 "금전적으로 어려워 돈을 빼앗을 생각도 있었고 성적 호기심도 있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돈이 없어서…

진씨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있으며 두 아이의 가장이다. 그러나 7∼8년 전부터 경륜에 빠져 2000여만원의 빚을 졌다. 급기야는 3500만원짜리 전셋집 보증금을 빼고 월세 30만원짜리 집으로 옮기는 등 생활이 궁핍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씨는 술을 마신 뒤 잘못된 선택을 했다. 돈을 빼앗을 생각으로 최양을 흉기로 위협하다가 살인까지 이르게 된 것. 경찰 조사에서 진씨는 "최양이 학생인줄은 몰랐다. 피해자 유가족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울먹거렸다.

경찰 조사결과 진씨에게는 전과가 없었고, 평소 마을에 있는 지인을 만나러 다니면서 근방의 지리를 익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7일 진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강현석 기자<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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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