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사태 배후세력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30 14: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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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 진실게임 2라운드…'포스트 총장' 청와대와 스킨십?

[일요시사=사회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청와대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불법 행위에 대한 야권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 싸움 뒤편에서 조용히 검찰 장악을 준비하는 세력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채동욱 죽이기'에 어디까지 가담했던 것일까.




지난 4월 채동욱(사법연수원 14기) 전 검찰총장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자신의 취임식에서 "깨끗하지 못한 칼이 정의의 도구가 될 수 없듯 청렴하지 못한 자는 국민이 납득하는 정의로운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5개월 뒤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에 휩싸였다. 그가 강조했던 도덕적 청렴함은 땅에 떨어졌다. 많은 국민은 채 전 총장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했고, 일부는 채 전 총장의 '두 집 살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채 전 총장은 결백을 주장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사필귀정'을 언급했다. 마침내 그가 칼을 빼들었다.

곳곳에서
진검승부

지난 24일 채 전 총장은 자신의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채 전 총장의 변호인인 신상규(11기) 변호사는 "오늘 오전 소장을 접수했다"며 "입증서류와 유전자 감식을 신청한다는 내용의 서류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혼외아들의 유무를 놓고 채 전 총장과 <조선일보>는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앞두게 됐다.


지나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 전 총장의 정정보도 청구소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배호근)에 배당됐다. 첫 변론준비기일은 10월16일. 세기의 재판을 앞두고 양측은 유전자 감식 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상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사안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따라서 재판부는 늦어도 올해 말까지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앞서 채 전 총장은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황교안(13기)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가 떨어지자 사의를 표명했다. 현직 검찰총장을 향한 법무부의 공개 감찰 지시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흔들기 막후조종 '보이지 않는 손' 존재
정권 차원 광범위한 정보 수집 정황 포착

이미 3개월여 전부터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채 총장이 현 정권의 심기를 건드려 곧 쫓겨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오갔다. 채 전 총장 스스로도 본인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발언을 꺼낸 적이 있다.

그는 지난 6월3일 여야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 의원들과 대검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의 상견례 자리에서 "지켜봐주십시오. 예전에도 밝혔듯이 국민이 원하는 검찰을 만들겠습니다. 제 임기가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당시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황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 현 정권이 져야할 부담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국정원 수사'를 밀어붙였고 이 때문에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국정원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채 총장의 옷을 벗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안과 특수
검찰의 두집살림

이 같은 배경으로 혼외아들의 유무 못지않게 청와대가 실제로 채 전 총장의 사퇴를 종용했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26일 한국여성단체연합·함께하는시민행동은 '청와대 외압설'의 배후로 지목된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를 받아 쓴 <조선일보> 기자 2명,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성명불상인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두 단체는 검찰에 낸 고발장에서 "<조선일보>는 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임모(54·여)씨와 채모(11)군의 가족관계등록부·학교기록·출입국·거주지·아파트입주자 정보를 무단 열람했다"며 "총장을 음해할 목적으로 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받은 증명서를 기사작성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곽 전 수석은 채 전 총장의 내연녀로 의심받고 있는 임씨와 아들 채군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고발 사건이 어디로 배당될지 현재로선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굵직한 사건을 도맡아 온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권력기관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인 정보를 불법 취득해 언론에 흘렸다는 불법사찰 의혹인데다 검찰 수장이 직접 연루된 사건인 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채 전 총장이 '특수통' 출신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 사건은 특수부의 명예와도 직결된 문제다. 그러나 곽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청와대를 겨눈 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 특수부 투입이 채 총장을 위시한 현 검찰조직의 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은 특수부 배당의 걸림돌이다. 이 지점에서 앞서 언급한 '6월 회동'은 꽤 의미심장하다.

당시 상견례에는 국회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13명이 참석했다. 법사위 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에선 이춘석, 박범계, 서영교 의원 등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간사직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 등이 참석했다. 불참한 의원은 3명(민주당 2명, 새누리당 1명)이었고 이들은 모두 일정상의 이유를 댔다.

대검에서는 채 전 총장과 길태기 차장이 참석했다. 또 형사부장, 강력부장 등 8명이 동석했다. 그런데 부장검사 중 유독 공안부장만이 불참했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특수부와 공안부 간의 갈등설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특수부와 공안부는 검찰 내 오랜 앙숙으로 통한다.

복수 검찰 관계자는 "채 총장을 흔드는 세력 중 검찰 내부의 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안 출신 검사라고 꼭 집어 얘기하진 않았다. 다만 채 전 총장 퇴임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아무래도 16기 공안 검사들이 자리에 오르지 않겠냐"고 언급할 뿐이었다.

현재 검찰에는 채 전 총장의 동기가 남아있지 않다. 그동안의 관례에 따라 검찰총장과 같은 기수의 검사들은 모두 사임했다. 채 전 총장 다음 기수인 15기로는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길 차장과 지난 검찰총장 인선 때 채 전 총장과 마지막까지 경합한 소병철 법무연수원장 등 2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최근 채 전 총장은 "검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청와대는 지난 주말 채 전 총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했다. 이에 따라 차기 총장 후보군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만약 청와대나 법무부가 직접 나서서 검찰총장 후보군을 추린다면 '채동욱 죽이기'를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과 통했나

이와 관련해 한 법사위 관계자는 "이미 후임 총장 후보군은 어느 정도 선에서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사람'의 이름이 언론에서 밝혀진다면 채 총장을 흔든 세력으로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에 협조한 지검장급 검사들은 외부로부터 "청와대와 사전 스킨십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울러 황 장관과 국민수(16기) 법무부 차관 등이 혼외아들 보도 전부터 채 전 총장의 자진사퇴를 유도했다는 정황을 볼 때 '차기 총장 내정설'은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내정설'이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A 지검장은 이른바 '공안라인'으로 분류된다.

반면 일각에선 외부 수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김진태(14기) 전 대검차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 그러나 변수가 있다. 바로 김기춘(고등고시 12회)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김'이다.

올 2월 초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는 김 전 차장과 채 전 총장(당시 서울고검장), 소 원장(당시 대구고검장) 등 3명을 총장 후보로 법무부에 추천했다.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 내부에서 추천된 인사를 법무부가 인선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의 속내는 달랐다. 안창호(14기)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김학의(14기) 당시 대전고검장이 총장 후보로 고려됐다. 이들은 정권과 말이 통하는 친여 성향의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총추위는 두 사람 모두 탈락시켰다.

김기춘·홍경식 검찰에 외압?
특수부·공안부 갈등설 모락
후임총장 16기 공안출신 유력

세 후보 중 최종 후보가 된 건 채 전 총장이었다. 당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청와대는 큰 결격 사유가 없던 채 전 총장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는 파격을 감행했지만 김 전 고검장은 '성접대 의혹'으로 취임 6일 만에 사퇴했다. 이 사건은 엉뚱하게도 경찰 조직 개편의 도화선이 됐다.


박근혜정부가 경찰 조직을 '손보는' 사이 검찰은 나름의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와 검찰의 '엇박자'는 다가올 파국을 예고했다.

지난달 5일 박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과 홍경식(8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임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김 비서실장과 홍 비서관은 채 총장보다 훨씬 선배인데다 '공안통'이기 때문에 검찰을 손보기 위한 인사로 풀이됐다.

이 무렵 검찰 안팎에선 "채 총장이 곧 물러날 것”이란 설이 파다했다. 정치권에선 "채 총장이 민주당 모 의원과 자주 통화하는 등 야당과 더 친해 정권 입장에선 부담"이란 말도 들렸다. 그리고 채 전 총장은 한 달 뒤 옷을 벗었다.

이와 관련해 한 법무부 관계자는 "아마도 채 총장의 혼외아들 보도는 김 비서실장의 작품일 것"이란 추측을 내놨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총추위 후보 추천 과정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법사위 등에서 김 비서실장이 미는 인물로는 김 전 차장이 거론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채 총장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정보가 처음 나온 시점이 지난 2월이란 점이다. "박 대통령의 측근인 모 오페라단 B 이사장과 채 총장이 내연관계에 있다"는 이 소문은 당시 여의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하지만 어떤 언론도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 <일요시사> 역시 B 이사장과의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당시 채 총장의 내연관계를 취재했던 한 언론사 관계자는 "각 후보마다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생성되고 유포됐는데 이는 모두 검찰 내부로부터 나온 정보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검찰 내부에서 각 후보들을 견제하는 정보가 생성·유포됐음을 의미한다. 또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는 인수위를 비롯한 각 정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짜 배후
따로 있다?

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사퇴한 검란사태 때 '특수통'들은 가장 먼저 앞장서 한 전 총장을 끌어내렸다. '공안통'의 대부였던 한 전 총장은 후배들에 의해 쫓겨나듯 조직을 떠났다. 이를 지켜보는 '공안통'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검찰 일각에선 "특수부가 작당해 한 전 총장을 불명예 퇴진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당시 분위기를 잘 기억하고 있는 한 검찰 관계자는 "은퇴한 '공안통'들이 검찰 밖에서 검찰 내부의 움직임을 우려했던 건 사실"이라며 "이번 채 총장 사건도 정치권 선배들이 힘을 쓰고, 후배들은 침묵을 통해 협조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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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