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판치는 방송가 천태만상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24 13: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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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뭐길래…여기도 구라 저기도 구라

[일요시사=사회팀] ‘꾼 리스트’. 방송에 거짓 사연을 보내 상품을 챙겨가는, 일명 ‘꾼’을 색출하기 위한 리스트이다.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가짜 사연들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진솔한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면 반응은 정말 뜨겁다.”

어느 방송작가의 말이다. 최근 일반인의 출연이나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들의 ‘사연’이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면?

‘거짓 사연’들이 많아지자 속은 시청자들은 ‘노이즈 마케팅이다’ ‘시청자를 우롱하냐’며 제작진들의 ‘출연자 검증 여부’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허나 뿔난 시청자만큼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 또한 의도적으로 속이는 사연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인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진짜 사연’을 찾기 위해 최소 3∼4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간단한 서류 확인부터 전화 인터뷰, 방송용 인터뷰 등을 통해 ‘가짜 사연’을 골라내기도 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남긴 이력도 ‘네티즌 수사대’를 통해 알려져 제작진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날 때는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이유로 (사연)참가자의 개인정보를 물을 수 없다”며 “속이려고 작정한 (사연)신청자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공감얻는 감동사연
진실없는 방송으로


가슴 절절한 사연으로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의 도전이 돋보이는 <슈퍼스타K>가 얼마 전 시즌5(이하 <슈퍼스타K5>)까지 제작됐다. 얼마 전 <슈퍼스타K5>에는 ‘말더듬이’ 사연으로 지원자 박상돈씨가 출연했다. 말더듬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씨는 “노래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고 장애를 극복하는 박씨의 사연에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박씨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사연 또한 거짓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페라리 차량대여를 빌미로 피해자 A씨로부터 차량 운송비 등 50만원을 입금받은 뒤 잠적하는 등 같은 수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금전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이 되자 <슈퍼스타K5>측은 “박씨가 슈퍼위크에서 탈락했다”고 전하며 박씨가 출연하는 장면을 통편집해 사건을 일단락했다. 제작진과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박씨는 현재 사기 및 횡령혐의로 기소중지됐다.

<슈퍼스타K5> 제작사인 CJ E&M 측은 법적 문제 때문에 “지원자를 받을 때 개인 신상과 관련해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며 참가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 속이는 사연 넘쳐 제작진 골머리
‘진짜 찾기’최소 3∼4번 검증도 무용지물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성형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주는 CJ E&M <렛미인> 또한 ‘거짓 사연’의 피해를 입었다.

<렛미인>은 MC와 성형외과, 정신외과의 등으로 이루어진 닥터스가 신청자의 사연을 듣고 최종 선정하여 치료해주는 성형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렛미인>에 급격한 노화로 남편에게 버림받는 ‘라보니 루나’씨의 사연이 방영됐다. 방송에 출연한 루나는 “변한 외모와 늘어진 살 때문에 남편의 폭력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린다”며 눈물흘렸다.
 최종 선정된 루나는 방송절차에 따라 우울증 검사를 했다. <렛미인>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루나는 우울증 검사의 모든 문항에 '심하다'고 체크했다”며 “실제 우울증 환자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나의 수술을 맡은 의료진이 의구심을 제기했고, 제작진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루나의 거짓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5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루나는 한 다문화신문에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글을 기고했다. “내가 가진 재능과 꿈을 한국에서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던 저는 속을 풀어 놓을 친구 하나 없이 좌절과 상처 속에서 우울증을 앓기 시작해 자살을 시도했다”며 “이후 남편의 격려과 보살핌 속에서 내 스스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고 작성한 루나의 글은 방송에서 언급했던 말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노안 외모로 외부활동이 어렵다는 말 또한 거짓이었다. 도리어 다문화극단과 TV프로그램에서 공연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루나는 <렛미인> 사상 초유로 선정이 취소됐다.

‘의도적인 숨기기’
“법적 책임 묻겠다”

SBS <짝>은 일반인 싱글남녀가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며 자신을 짝을 찾는 방송이다. ‘진실된 만남’이 전제인 <짝>에 의류 쇼핑몰 모델·운영자들이 경력을 숨기고 출연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프로그램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많다. SBS <짝>은 배우자를 찾는 프로그램인 만큼 ‘홍보’로 의심되는 자기소개서는 철저히 거른 후 각종 증명서 등으로 학력·재직 여부를 확인한다. 이와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도 <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짝> 돌싱특집에 출연한 한 여성 출연자가 에로영화 주인공과 흡사하다는 의심에 이어 지난해 7월 출연한 남성 출연자 또한 ‘에로배우’ 출신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남성이 출연한 방송이 나가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근 <짝>에 출연한 한 남자와 성인물에 등장하는 남성의 체격과 점 네 개의 위치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짝> 제작진은 “성인용 방송 출연이 사실인 것 같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직업의 귀천이 어딨냐. 에로배우는 배우자 찾으면 안 되는 것이냐”라고 옹호하자 제작진은 “에로배우 출신은 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제작진에게 미리 공지를 했다면 출연을 시키지 않았거나 그와 관련한 정보를 방송을 통해 제공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 전, 출연동의서 작성 과정에서 과거 매체에 출연한 적이 있냐는 항목에 없다고 응답한 남성 출연자에 대해 “일반인들이 짝을 찾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훼손한 점을 그냥 넘길 수 없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이한 사연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수많은 ‘거짓 사연’으로  ‘홍보를 위한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10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아우라 피부녀’ 박현숙씨가 출연했다. 박씨는 결혼 5년차 주부임에도 불구하고 무결점 피부로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고현정에 피부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있다”며 미스코리아 수상과거를 고백한 박씨는 무결점 피부의 비결인 ‘노터치 피부 관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름진 것을 피하기 위해 일년에 고기는 5번 정도만 섭취하며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커피와 녹차 대신 허브티를 주로 마신다”며 “튀김, 햄버거, 빵, 라면 등을 피하고 와인 한 모금에 물을 4∼5잔 정도씩 먹으며 수분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라고 하는 등 자신만의 피부 관리 비법에 대해 밝혔다.

가족들과의 스킨십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피부 관리녀 박씨는 알고보니 “피부관리실 대표”였다. 방송이후 한 네티즌은 “박씨가 일반 주부가 아닌 ‘피부 관리실 대표’다”라고 주장했고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며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실을 밝힌 네티즌은 “이번에 나온 피부녀도 피부관리실 원장님이네요. 화성인은 홍보의 장”이라며 비아냥거리듯 비난했다.

말 바꾸는 사연자…
해명하기 바쁜 제작진

지난 7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약술을 사랑하는 엄마’ 때문에 고민이라는 가족이 방송됐다.

집안을 가득 채운 수천 개의 약술로 생활이 어렵다는 사연이었다. 수천 개의 약술은 출연자의 어머니가 10년 동안 담근 것으로 “방안 가득 약술이 있다.”고 고민을 호소하며 “거실, 부엌, 안방, 엄마방이 약술로 꽉 차있다. 내 방에도 못 들어가며 3년째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술 사업을 구상 중인 것 아니냐”는 MC의 질문에 사연을 보낸 아들의 어머니는 상업목적이 아니며 “5000가지가 넘는 약재로 술을 담가서 내 이름을 걸고 전시하고 싶다” 라는 바람을 밝혀 화제가 됐다.

 ‘약술사랑 엄마’의 사연이 방영되고 일부 네티즌은 이들 가족이 지난해 10월 MBN <리얼다큐 숨>에 말벌사냥꾼 가족으로 출연했다며 사연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다큐프로에서는 이들 부부가 함께 말벌을 잡아 술을 담그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부인의 약술 사랑이 고민이라고 했는데 함께 술을 담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근 약술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불거졌다.일었다.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다큐)방송 출연 당시 말벌사냥꾼으로 소개돼 곤혹스러웠다고 하더라. 부인에게 촬영 섭외가 와서 도와준 것 뿐, 술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가족이 아니다”며 “조작이나 설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녕하세요>이전에 출연한 다큐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함께 말벌을 채집하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며 “이 때문에 촬영도 함께 이뤄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신상·경력 숨기고 출연
신분 세탁했다가 덜미도

지난 2011년 MBC <100분 토론>은 이른바 ‘신촌 냉면집 논란’으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SNS 규제 논란’의 주제로 제작진이 사실 확인 없이 SNS 심의에 찬성하는 발언을 내보낸 것이다. 생방송 도중 전화로 “신촌에서 10년 동안 냉면 음식점을 운영했다”고 밝힌 한 시청자는 “손님이 종업원에게 욕설을 들었다는 거짓 정보를 트위터에 띄워 나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바람에 음식점이 폐쇄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100분 토론>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수만 명이 리트윗했다는 냉면집, 리트윗했다는 사람 한 명도 못 찾겠네” “전화한 사람 말대로 신촌 냉면집 쳐도 그런 말이 안 나오는데?”라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냉면식당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 <100분 토론>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서울 모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중, 해고된 강사가 허위사실을 트위터로 유포시켜 큰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던 억울한 심경을 밝히고 싶었으나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원을 식당으로 바꿔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전확인에 미흡함이 발생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제작진의 공식 사과문과 해당 시청자에게 받은 사실확인서 원본을 올렸다.

팔팔 나는 98세 노인
알고보니 전과 9범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KBS <전국노래자랑>에도 황당한 ‘거짓말쟁이’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안복영 할아버지가 참가했다. 98세의 나이로 출연한 안씨는 사회자 송해에게 ‘동생’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고령의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트로트 가요를 부른 안씨는 인기상을 수상했고, 연말 결선에서도 인기상을 한 번 더 받았다. 나이에 비해 정정한 할아버지(?)인 안씨는 지난 1월 한 아침 교양프로에도 출연해 건강비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안씨의 방송에서 알려진 나이보다 38살 어린 60세로 9범 전과자였다.

안씨는 유가증권 위조죄로 2년동안 교도소 신세를 진 뒤 2005년 출소해 고아인 척하며 청주의 한 목사에게 접근했다. 많은 주름과 이가 없는 노안 외모의 안씨는 목사의 도움을 받아 출생년도를 1915년으로 신고해 95살의 나이로 2009년 새 호적을 얻었다.

새 신분을 얻은 안씨는 손에 강력접착제를 발라 지문을 손상시키는 등 치밀하게 90세 노인으로 살며 지난 1월까지 48개월 동안 2285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장수수당과 기초생계비를 챙겼다.

이어 5만원 미만의 복권을 위조해 총 47만원의 당첨금액을 타낸 안씨는 위조 복권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덜미가 붙잡혔다. 안씨를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치아도 없고 흰 수염을 길러 99세 노인으로 착각할만 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안씨는 허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고 복권을 위조한 혐의 등(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됐다.


최현경 기자<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끊이지 않는' 스타들의 거짓말
재미에 급급…입만 열면 뻥?

클라라는 최근 거짓말 논란과 해명으로 화제를 모았다. KBS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코너에 출연한 클라라는 소시지에 파스타면을 넣어 요리하는 기발한 레시피를 소개했다. 

MC 박미선이 “이걸 어떻게 생각했냐”고 묻자 클라라는 “음식에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tvN <세 얼간이>에서 해당 메뉴가 소개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야간매점’코너는 스타가 직접 만든 메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즐겨 먹는 야식을 소개하는 것이 기획의도다”라며 “클라라 또한 방송에서 직접 이를 자신이 개발한 메뉴라고 한 적이 없다. 출연자들끼리 대화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클라라의 상반되는 주장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클라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죄송합니다. 변명, 해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전적으로 제 욕심으로 기인한 저의 잘못입니다. 부디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명했다.

재치있는 입담의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또한 거짓말 논란으로 공개사과를 한 바 있다. 2007년 SBS <강심장>에 출연한 이특은 “피겨선수 김연아와 함께 CF촬영하며 친해졌고, 일촌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거짓말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 “김연아에게 피해가 갈까봐”라고 해명하며 공식사과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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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