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판치는 방송가 천태만상

  • 최현경 mw2871@naver.com
  • 등록 2013.09.24 13:4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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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뭐길래…여기도 구라 저기도 구라

[일요시사=사회팀] ‘꾼 리스트’. 방송에 거짓 사연을 보내 상품을 챙겨가는, 일명 ‘꾼’을 색출하기 위한 리스트이다.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가짜 사연들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진솔한 사연이 방송에 소개되면 반응은 정말 뜨겁다.”

어느 방송작가의 말이다. 최근 일반인의 출연이나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프로그램이 많다. 그런데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들의 ‘사연’이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면?

‘거짓 사연’들이 많아지자 속은 시청자들은 ‘노이즈 마케팅이다’ ‘시청자를 우롱하냐’며 제작진들의 ‘출연자 검증 여부’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허나 뿔난 시청자만큼 해당 프로그램 제작진들 또한 의도적으로 속이는 사연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반인을 출연시키는 프로그램의 제작진들은 ‘진짜 사연’을 찾기 위해 최소 3∼4번의 검증 과정을 거친다. 간단한 서류 확인부터 전화 인터뷰, 방송용 인터뷰 등을 통해 ‘가짜 사연’을 골라내기도 한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요즘은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댓글을 남긴 이력도 ‘네티즌 수사대’를 통해 알려져 제작진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드러날 때는 곤혹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인 이유로 (사연)참가자의 개인정보를 물을 수 없다”며 “속이려고 작정한 (사연)신청자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공감얻는 감동사연
진실없는 방송으로


가슴 절절한 사연으로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의 도전이 돋보이는 <슈퍼스타K>가 얼마 전 시즌5(이하 <슈퍼스타K5>)까지 제작됐다. 얼마 전 <슈퍼스타K5>에는 ‘말더듬이’ 사연으로 지원자 박상돈씨가 출연했다. 말더듬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씨는 “노래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고 장애를 극복하는 박씨의 사연에 심사위원들과 시청자들은 그를 응원했다.

그러나 박씨가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그의 사연 또한 거짓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페라리 차량대여를 빌미로 피해자 A씨로부터 차량 운송비 등 50만원을 입금받은 뒤 잠적하는 등 같은 수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금전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논란이 되자 <슈퍼스타K5>측은 “박씨가 슈퍼위크에서 탈락했다”고 전하며 박씨가 출연하는 장면을 통편집해 사건을 일단락했다. 제작진과 연락을 끊은 채 잠적한 박씨는 현재 사기 및 횡령혐의로 기소중지됐다.

<슈퍼스타K5> 제작사인 CJ E&M 측은 법적 문제 때문에 “지원자를 받을 때 개인 신상과 관련해 자세한 부분까지는 알지 못한다”며 참가자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 속이는 사연 넘쳐 제작진 골머리
‘진짜 찾기’최소 3∼4번 검증도 무용지물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성형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주는 CJ E&M <렛미인> 또한 ‘거짓 사연’의 피해를 입었다.

<렛미인>은 MC와 성형외과, 정신외과의 등으로 이루어진 닥터스가 신청자의 사연을 듣고 최종 선정하여 치료해주는 성형 프로그램이다.

지난 8월, <렛미인>에 급격한 노화로 남편에게 버림받는 ‘라보니 루나’씨의 사연이 방영됐다. 방송에 출연한 루나는 “변한 외모와 늘어진 살 때문에 남편의 폭력과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시달린다”며 눈물흘렸다.
 최종 선정된 루나는 방송절차에 따라 우울증 검사를 했다. <렛미인>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루나는 우울증 검사의 모든 문항에 '심하다'고 체크했다”며 “실제 우울증 환자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나의 수술을 맡은 의료진이 의구심을 제기했고, 제작진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루나의 거짓말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5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루나는 한 다문화신문에 우울증을 극복했다는 글을 기고했다. “내가 가진 재능과 꿈을 한국에서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던 저는 속을 풀어 놓을 친구 하나 없이 좌절과 상처 속에서 우울증을 앓기 시작해 자살을 시도했다”며 “이후 남편의 격려과 보살핌 속에서 내 스스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고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고 작성한 루나의 글은 방송에서 언급했던 말과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노안 외모로 외부활동이 어렵다는 말 또한 거짓이었다. 도리어 다문화극단과 TV프로그램에서 공연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결국 루나는 <렛미인> 사상 초유로 선정이 취소됐다.

‘의도적인 숨기기’
“법적 책임 묻겠다”

SBS <짝>은 일반인 싱글남녀가 일주일동안 함께 지내며 자신을 짝을 찾는 방송이다. ‘진실된 만남’이 전제인 <짝>에 의류 쇼핑몰 모델·운영자들이 경력을 숨기고 출연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프로그램의 진실성 여부에 대한 지적이 많다. SBS <짝>은 배우자를 찾는 프로그램인 만큼 ‘홍보’로 의심되는 자기소개서는 철저히 거른 후 각종 증명서 등으로 학력·재직 여부를 확인한다. 이와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도 <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1년 <짝> 돌싱특집에 출연한 한 여성 출연자가 에로영화 주인공과 흡사하다는 의심에 이어 지난해 7월 출연한 남성 출연자 또한 ‘에로배우’ 출신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남성이 출연한 방송이 나가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최근 <짝>에 출연한 한 남자와 성인물에 등장하는 남성의 체격과 점 네 개의 위치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논란이 커지자, <짝> 제작진은 “성인용 방송 출연이 사실인 것 같다”며 사실을 인정했다. 일부 네티즌들이 “직업의 귀천이 어딨냐. 에로배우는 배우자 찾으면 안 되는 것이냐”라고 옹호하자 제작진은 “에로배우 출신은 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제작진에게 미리 공지를 했다면 출연을 시키지 않았거나 그와 관련한 정보를 방송을 통해 제공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촬영 전, 출연동의서 작성 과정에서 과거 매체에 출연한 적이 있냐는 항목에 없다고 응답한 남성 출연자에 대해 “일반인들이 짝을 찾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을 알리지 않음으로써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훼손한 점을 그냥 넘길 수 없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이한 사연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는 tvN <화성인 바이러스>는 수많은 ‘거짓 사연’으로  ‘홍보를 위한 방송’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10년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아우라 피부녀’ 박현숙씨가 출연했다. 박씨는 결혼 5년차 주부임에도 불구하고 무결점 피부로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샀다. “고현정에 피부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있다”며 미스코리아 수상과거를 고백한 박씨는 무결점 피부의 비결인 ‘노터치 피부 관리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기름진 것을 피하기 위해 일년에 고기는 5번 정도만 섭취하며 피부를 건조하게 만드는 커피와 녹차 대신 허브티를 주로 마신다”며 “튀김, 햄버거, 빵, 라면 등을 피하고 와인 한 모금에 물을 4∼5잔 정도씩 먹으며 수분 유지에 최선을 다한다”라고 하는 등 자신만의 피부 관리 비법에 대해 밝혔다.

가족들과의 스킨십도 절대 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피부 관리녀 박씨는 알고보니 “피부관리실 대표”였다. 방송이후 한 네티즌은 “박씨가 일반 주부가 아닌 ‘피부 관리실 대표’다”라고 주장했고 이와 같은 사실이 밝혀지며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실을 밝힌 네티즌은 “이번에 나온 피부녀도 피부관리실 원장님이네요. 화성인은 홍보의 장”이라며 비아냥거리듯 비난했다.

말 바꾸는 사연자…
해명하기 바쁜 제작진

지난 7월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약술을 사랑하는 엄마’ 때문에 고민이라는 가족이 방송됐다.

집안을 가득 채운 수천 개의 약술로 생활이 어렵다는 사연이었다. 수천 개의 약술은 출연자의 어머니가 10년 동안 담근 것으로 “방안 가득 약술이 있다.”고 고민을 호소하며 “거실, 부엌, 안방, 엄마방이 약술로 꽉 차있다. 내 방에도 못 들어가며 3년째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술 사업을 구상 중인 것 아니냐”는 MC의 질문에 사연을 보낸 아들의 어머니는 상업목적이 아니며 “5000가지가 넘는 약재로 술을 담가서 내 이름을 걸고 전시하고 싶다” 라는 바람을 밝혀 화제가 됐다.

 ‘약술사랑 엄마’의 사연이 방영되고 일부 네티즌은 이들 가족이 지난해 10월 MBN <리얼다큐 숨>에 말벌사냥꾼 가족으로 출연했다며 사연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다큐프로에서는 이들 부부가 함께 말벌을 잡아 술을 담그는 장면이 방송됐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부인의 약술 사랑이 고민이라고 했는데 함께 술을 담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담근 약술이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것이 밝혀져 논란이 불거졌다.일었다.


<안녕하세요> 제작진은 “(다큐)방송 출연 당시 말벌사냥꾼으로 소개돼 곤혹스러웠다고 하더라. 부인에게 촬영 섭외가 와서 도와준 것 뿐, 술 판매를 주업으로 하는 가족이 아니다”며 “조작이나 설정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녕하세요>이전에 출연한 다큐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함께 말벌을 채집하는 생활을 한다고 했다”며 “이 때문에 촬영도 함께 이뤄진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신상·경력 숨기고 출연
신분 세탁했다가 덜미도

지난 2011년 MBC <100분 토론>은 이른바 ‘신촌 냉면집 논란’으로 방통심의위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았다.
‘SNS 규제 논란’의 주제로 제작진이 사실 확인 없이 SNS 심의에 찬성하는 발언을 내보낸 것이다. 생방송 도중 전화로 “신촌에서 10년 동안 냉면 음식점을 운영했다”고 밝힌 한 시청자는 “손님이 종업원에게 욕설을 들었다는 거짓 정보를 트위터에 띄워 나쁜 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는 바람에 음식점이 폐쇄당하는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100분 토론>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수만 명이 리트윗했다는 냉면집, 리트윗했다는 사람 한 명도 못 찾겠네” “전화한 사람 말대로 신촌 냉면집 쳐도 그런 말이 안 나오는데?”라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냉면식당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MBC <100분 토론> 제작진은 홈페이지에 “서울 모처에서 학원을 운영하던 중, 해고된 강사가 허위사실을 트위터로 유포시켜 큰 정신적 물질적 손해를 입었던 억울한 심경을 밝히고 싶었으나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학원을 식당으로 바꿔 이야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전확인에 미흡함이 발생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방송되게 된 점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라는 제작진의 공식 사과문과 해당 시청자에게 받은 사실확인서 원본을 올렸다.

팔팔 나는 98세 노인
알고보니 전과 9범


올해로 33주년을 맞은 KBS <전국노래자랑>에도 황당한 ‘거짓말쟁이’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 충북 청주시에서 열린 <전국노래자랑>에 안복영 할아버지가 참가했다. 98세의 나이로 출연한 안씨는 사회자 송해에게 ‘동생’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고령의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트로트 가요를 부른 안씨는 인기상을 수상했고, 연말 결선에서도 인기상을 한 번 더 받았다. 나이에 비해 정정한 할아버지(?)인 안씨는 지난 1월 한 아침 교양프로에도 출연해 건강비법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안씨의 방송에서 알려진 나이보다 38살 어린 60세로 9범 전과자였다.

안씨는 유가증권 위조죄로 2년동안 교도소 신세를 진 뒤 2005년 출소해 고아인 척하며 청주의 한 목사에게 접근했다. 많은 주름과 이가 없는 노안 외모의 안씨는 목사의 도움을 받아 출생년도를 1915년으로 신고해 95살의 나이로 2009년 새 호적을 얻었다.

새 신분을 얻은 안씨는 손에 강력접착제를 발라 지문을 손상시키는 등 치밀하게 90세 노인으로 살며 지난 1월까지 48개월 동안 2285만원의 기초노령연금, 장수수당과 기초생계비를 챙겼다.

이어 5만원 미만의 복권을 위조해 총 47만원의 당첨금액을 타낸 안씨는 위조 복권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게 덜미가 붙잡혔다. 안씨를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안씨가 치아도 없고 흰 수염을 길러 99세 노인으로 착각할만 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안씨는 허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고 복권을 위조한 혐의 등(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됐다.


최현경 기자<mw287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끊이지 않는' 스타들의 거짓말
재미에 급급…입만 열면 뻥?

클라라는 최근 거짓말 논란과 해명으로 화제를 모았다. KBS <해피투게더>의 ‘야간 매점’코너에 출연한 클라라는 소시지에 파스타면을 넣어 요리하는 기발한 레시피를 소개했다. 

MC 박미선이 “이걸 어떻게 생각했냐”고 묻자 클라라는 “음식에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tvN <세 얼간이>에서 해당 메뉴가 소개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제작진은 “‘야간매점’코너는 스타가 직접 만든 메뉴를 소개하는 것이 아닌, 즐겨 먹는 야식을 소개하는 것이 기획의도다”라며 “클라라 또한 방송에서 직접 이를 자신이 개발한 메뉴라고 한 적이 없다. 출연자들끼리 대화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과 클라라의 상반되는 주장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클라라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죄송합니다. 변명, 해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제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전적으로 제 욕심으로 기인한 저의 잘못입니다. 부디 너그럽게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해명했다.

재치있는 입담의 슈퍼주니어 멤버 이특 또한 거짓말 논란으로 공개사과를 한 바 있다. 2007년 SBS <강심장>에 출연한 이특은 “피겨선수 김연아와 함께 CF촬영하며 친해졌고, 일촌 신청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는 거짓말을 해 논란이 됐다. 이후 “김연아에게 피해가 갈까봐”라고 해명하며 공식사과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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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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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