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 ⑤경찰백서로 본 우리 고향 건달들 얼마나 설치나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7 07:41:29
  • 댓글 0개

지난해 조폭검거 853명…전년 552명 비해 늘어


[일요시사=특별기획팀] 추석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간 이들은 저마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개중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오랜만에 둘러앉아 옛 무용담을 꺼내놓는 사람이 있다. 여기서 무용담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 바로 조폭과 얽힌 사연. 그때 그 조폭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철없는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인 조폭. 최근 경찰청이 한국형사정책원구원과 공동으로 발간한 '2012 범죄통계'를 보면 우리 동네 건달들의 지난 행적을 가늠할 수 있다. 올 추석에도 조폭 영화는 변함없이 안방을 찾지만 실제로 검거된 조폭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 않다.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범죄건수는 179만3400건이다. 이는 2011년 전체 범죄건수인 175만2598건보다 4만802건 증가한 수치다.

그렇다면 이중 조폭이 연루된 조직폭력 범죄의 발생건수는 얼마나 될까. '2012년 범죄발생 및 전국 검거현황'에 따르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은 모두 125건이다.

앞서 말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조항은 흔히 '조폭 맞춤형' 규정으로 불린다. 법정에서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인정되면 피고가 이미 개별 폭력 행위로 처벌 받았더라도 가중 처벌이 가능해진다.

조폭인지 아닌지
혐의적용 어려워


법률에 명시된 형벌 수위는 단체 수괴에게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조직원에게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조폭들은 중형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조직명과 조직 계보를 숨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1990년대 이후 조폭세계에 이 같은 불문율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막가파’와 ‘지존파’ 등 조폭과 유사한 범죄단체 수괴가 사형을 언도받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아무에게나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진 않는다. 형벌이 무겁다보니 해당 법률을 적용하는 기준 또한 엄격한 까닭이다.

지난 2010년 12월15일 서울중앙지법의 판단에 따르면 '조폭들이 단합대회를 하거나 요란한 교도소 출소식을 했더라도 범죄단체 활동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가 나와 있다. 실제로 범죄 조직을 구성해 타인에게 위해를 가했는지 혹은 위해를 가할 준비를 했는지 등이 법률 적용의 핵심 요소다.

즉 조폭들이 연루된 범죄는 조폭 스스로 조직원 전체가 발각되지 않도록 조심할뿐더러 법률 적용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사건 발생 빈도가 통상 범죄에 비해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경찰청이 지난 2011년 밝힌 조직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모두 63건(552명)이었다. 하지만 1년 사이 조직폭력 범죄 검거가 2배에 가까운 상승세를 보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기준 파악된 국내 조직폭력배 수는 모두 5384명이다.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하반기 조폭 수는 5년 전인 2007년의 5296명과 비교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전체 규모면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범죄 늘었거나
경찰 뛰었거나


이는 종합적으로 두 가지 가능성을 시사한다. 첫째, 조폭 수는 그대로인데 조직범죄의 발생 건수가 증가했을 가능성. 둘째, 조폭을 겨냥한 경찰의 집중단속이 강화됐을 가능성이다.

지난해 기준 경찰청이 파악하고 있는 전국 모든 조직 수는 217개였다.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조직 29개·조직원 912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서울(22개·484명) ▲전북(16개·410명) ▲경남(18명·400명) ▲경북(12개·391명) ▲부산(23개·381명) ▲광주(8개·322명) ▲대구(11개·310명) ▲인천(13개·297명) ▲강원(17개·264명) ▲충남(16개·252명) ▲충북(6개·252명) ▲전남(8개·233명) ▲울산(6개·197명) ▲대전(9개·144명) ▲제주(3개·137명) 순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 초까지 경찰이 파악한 조직범죄 유형은 ▲폭력행사 7991명(39.2%) ▲유흥업소 갈취 3703명(18.2%) ▲서민상대 갈취 2189명(10.7%) ▲탈세 및 사채업 750명(3.7%) 순이었고, 같은 기간 검거된 조폭 현황은 경기청이 4357명(21.4%), 서울청이 3922명(19.2%) 그 뒤를 ▲부산 2199명(10.8%) ▲인천 1448명(7.1%) ▲대구 1304명(6.4%) 순으로 따랐다.

다만 올해 들어 광주를 근거로 한 '범서방파'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조직 수는 216개로 줄고, 전체 내사 대상이 확대되면서 조직원은 5425명으로 증가했다는 발표가 지난 4월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난해 경찰이 검거한 조직폭력원은 모두 몇 명일까. 개별 범죄를 제외하고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검거된 조폭은 모두 853명이었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단체 등의 구성·활동 발생 건수가 125건이고, 검거된 건수도 125건이라는 점이다. 통계상 나타난 검거율이 100%에 달한 것.

그러나 조직범죄 수사 활동이 통상 '인지수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결과다.

경기·서울·전북·경남·경북·부산·광주 순
216개 조직에 5425명 활동 중
전국구 범서방파 와해로 감소

앞서 말했듯 조폭들은 자신의 조직 이름을 스스로 발설하지 않는다.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범서방파' '양은이파' 'OB파' 등의 작명도 실은 경찰 등 수사기관의 솜씨다. 수사기관이 조폭에게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씌우기 위해 조직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조직범죄 사건은 초동 수사 때부터 용의자가 조폭인 것을 인지한 채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부분의 조폭 수사가 결국은 기획 수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는 반대로 경찰 입장에서 평소 조폭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신원이 노출된 조폭들은 비정기적으로 사정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조폭들이 매번 물리적인 폭력만을 동원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21세기형 조폭들은 본인들의 활동무대를 합법적인 영역으로 옮겨왔다.

2000년대 들어 조폭들은 건설, 금융, 증권, 유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영향력을 넓혀왔다. 이들 중 일부는 법인을 만들어 합법적인 주식회사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엔 조폭들이 수십명씩 떼를 지어 다니며 막무가내로 쇠파이프를 휘둘렀다면 요즘 조폭들은 조용히 등에 칼을 숨긴 채 전화 몇 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다.


이제 '형님'이란 표현은 장례식에서만 쓰이며, 평소에는 '회장님'이란 호칭으로 대변된다. 이들의 범죄가 점차 '화이트칼라 범죄'의 성향을 띠면서 구속률 또한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속율 줄고
회장님 늘고

지난해 10월 한 언론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조폭 구속율은 꾸준히 감소했는데 2008년 27.12%였던 구속율은 ▲2009년 23.55% ▲2010년 22.77% ▲2011년 18.02%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폭력조직의 전체 규모는 대동소이했는데  2008년 기준 221개 조직, 5413명이었던 조폭은 ▲2009년 223개(5450명) ▲2010년 216개(5438명) ▲2011년 220개(5451명) ▲2012년 217개(5348명)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시 말해 ▲폭력조직의 규모는 그대로지만 ▲검거율은 매년 낮아지면서 ▲잠재적인 범죄 가능성이 높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서도 이와 동일한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10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국정감사 자료에는 조폭 구속자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는 통계가 포함됐다.


2003년 1191명이었던 구속자 수는 ▲2005년 879명 ▲2007년 667명 ▲2009년 604명 ▲2011년 416명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검찰 수사망에 오른 간부급 조폭은 매년 증가했다. 2003년 283명(147개)이던 '형님'은 ▲2005년 351명(185개) ▲2007년 366명(166개) ▲2009년 410명(177개) ▲2011년 421명(191개) 순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선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일부 경찰청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중 경기청은 지난해 6월20일부터 8월12일까지 59일 동안 무려 1394명의 '골목조폭'을 검거하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경기청은 검거한 조폭 중 161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 조폭에게는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상권이 크지 않은 골목을 중심으로 단속하다보니 '거물급 조폭'이 포획되지 않은 까닭이다.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거물급 조폭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지난 4월 이후 막을 올렸다.

검찰과 경쟁?
윗선 밝혀야

일각에서는 범서방파의 두목 고 김태촌씨가 사망한 후 김씨의 후계자로 불리는 사업가 나모(48)씨가 납치된 사건이 이번 '기획수사'의 도화선을 당겼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 2월 '국제PJ파' 부두목 조모(54)씨 등은 나씨에게 살인청부 의뢰와 함께 거액의 금품을 요구했다. 그러나 나씨가 이를 거절하자 조씨 등은 나씨를 납치·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배경 하에 경찰은 "조직폭력배에 대한 첩보수집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계획을 브리핑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최근 폭력조직 간 다툼이 잦고 신흥 폭력조직이 발호하는 등 조직폭력배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집중단속을 벌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경찰의 집중단속 1호는 조폭들의 건설·대부업을 가장한 이권 개입, 그리고 폭력을 동원한 갈취 행위였다. 또 전통적으로 조폭들의 '돈줄'이었던 도박장, 게임장, 성매매 업소 등도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아울러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이미 노후화된 과거 조폭세력보다는 신흥 조폭세력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게 경찰이 세운 복안이었다.

비슷한 시기 검찰도 조폭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4월 대검찰청 강력부는 전국 9대 지방검찰청 조폭전담 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조폭 척결에 전 수사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중점 단속 대상은 고리 대부·사채업을 하거나 불법 채권추심에 가담하는 조폭, 영세 상인들에게 자릿세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조폭, 사행성 게임기 공급 및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는 조폭 등이었다.

이는 검찰과 경찰이 각각 조폭을 겨냥한 대규모 기획수사를 예고한 격이었다. 이후 검찰은 지난 6월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 '신20세기파' 두목 홍모(39)씨 등 조직원 14명을 검거하며 수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경찰의 '2012 지역별 검거 현황'은 검경 간의 묘한 신경전을 암시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해 '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를 적용해 검거한 조폭 수는 경기청이 336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남청은 98명, 인천청은 84명이었다. 이중 경기와 인천은 일선 수사력이 가장 센 곳으로 꼽힌다.

이어 울산청은 73명 광주청은 70명이었고, 뒤를 이어 ▲전남청 50명 ▲전북청 41명  ▲경남청 36명 ▲제주청 22명 ▲충북청 17명 ▲서울청 14명 ▲대구청 2명 순을 기록했다. 부산청과 강원청, 대전청은 공식 기록이 없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