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사고사' 유족들 애끓는 사연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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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출생신고 하면서 남편 사망신고

[일요시사=사회팀] 부산 한 중견기업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전기설비직원 김모(34)씨는 야간작업 중 크레인에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사고 책임을 놓고 사측은 말 바꾸기를 반복하고 있다. 출산을 앞뒀던 김씨의 아내는 결국 남편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




향년 34세. 고 김모(34)씨는 코스닥 상장업체 T사의 전기설비 담당 직원이었다. 그는 지난 8월26일 저녁 9시30분께(추정시간)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이날 야간작업을 하던 김씨는 16m 크레인에서 떨어져 숨을 거뒀다.

유족이 김씨의 사망소식을 접한 건 같은 날 저녁 10시40분께였다. 김씨의 사망으로부터 1시간이 넘은 시각, 김씨의 아내는 T사의 한 직원으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남편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오열할 틈도 없이 아내는 옷을 챙겨 입었다.

책임전가 급급

고인이 사망한 날, 김씨의 아내는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는 결국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보지 못했다. 유족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김씨의 시신은 피가 깨끗이 닦인 채 병원 안치실에 누워 있었다.

유족들이 경찰을 통해 전해들은 사고 경위는 이렇다.


"김씨는 사고 당일 저녁 9시10분께 크레인의 소음이 심하다는 이유로 사측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았다. 이어 김씨는 크레인 위로 올라가 수리를 하던 중 추락사했다."

유족 입장에선 도무지 믿기지 않는 설명이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한 유족은 회사 관계자를 찾아 "김씨가 이렇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T사 측은 "고공 작업의 경우 2인1조로 작업을 하는데 사고 당시 김씨가 동료에게 '파이프렌치를 가져다 달라'고 크레인 위에서 소리쳤고, 이에 동료가 공무부 사무실로 공구를 가지러 간 사이 김씨가 실수로 사망한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며칠 뒤 이 말은 거짓으로 판명났다.

27일 새벽 3시 김씨의 영정사진과 함께 빈소가 마련됐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T사 측 대표자는 유족에게 "회사가 장례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유족은 T사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사고 합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T사 측이 태도를 바꿔 김씨의 과실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T사 측은 "김씨의 과실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지만 산재는 기본적으로 7대3이고, 회사가 봐줘서 5대5까지는 맞춰주겠다"고 말했다. 보상 문제를 놓고 T사 측이 작업 중 사망한 근로자에게 일방적인 책임 전가를 시작한 것이다. 사건 내막을 알고 있던 유족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김씨는 어떻게 사망한 것일까.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강서경찰서는 지난 11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씨가 작업 중 사망한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경찰이 밝힌 김씨의 사망 장소는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T사 내부 사업장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사안이고 개인정보 노출이 우려되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아울러 경찰은 "T사가 부산에서 상당히 큰 회사임은 맞다"고 말했다.


경찰 통화 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한 확인 작업은 더이상 진행할 수 없었다.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유족 및 사고 관계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의 시신을 부검한 한 부검의는 "심장과 늑골이 파열된 상태 등을 볼 때 추락사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타살 의혹은 없었다. 단 추락사에 비해 시신의 훼손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안전모를 착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경찰 조사 결과 사건 현장 인근에서 김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안전모가 발견됐다. 그러나 T사 측은 첫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안전모를 쓰지 않았다”고 진술해 유족 측의 반발을 샀다. 그러자 T사 측은 "관계자의 말을 듣고 그대로 진술한 것"이란 해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족이 확인한 현장 인근 CCTV를 보면 김씨가 크레인으로 올라간 시간은 9시10분께였다. 그러나 CCTV에 마땅히 찍혔어야 할 김씨의 동료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야간 고공작업 시 2인1조 근무수칙은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출산 앞두고 남편 사망…현장서 무슨일?
야간작업 중 추락…사측 책임 떠넘기기
"부산 재벌회사 화환도 안보내"

유족 측 관계자는 "야간에 위험한 작업을 시키면서도 기본적인 근무수칙 준수는 물론 현장 책임자의 안전 점검도 없었는데 이 사고를 어떻게 고인의 100% 과실로 몰아붙일 수 있느냐"고 말했다.

사고 당시 김씨와 함께 근무조로 투입됐던 동료는 "공구를 가지러 간 것은 맞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잠깐 쉬고 있는 사이에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씨의 시신은 동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지게차로 작업 중이던 한 직원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사망 추정시간으로부터 약 20분 정도가 지난 시간에 시신을 발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즉 처음부터 2인1조로 작업에 투입된 것이 아니란 설명이다. 유족 측은 만약 김씨의 동료가 근처에 있었다면 김씨가 추락했을 때 난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측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자 유족 측은 억울함에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피켓을 들고 T사를 상대로 한 시위를 벌였다. 아이를 밴 김씨의 부인도 함께했다. 이 시위 과정은 포털사이트 DAUM '아고라'에 소개됐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응원 댓글이 달렸고 정확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 글은 하루도 안돼 삭제됐다. T사 측의 신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유족 측 관계자는 장례절차와 관련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도의적인 차원에서 동생의 장례를 책임지겠다던 T사 측이 갑자기 입장을 바꿔 '식대는 우리가 낼 테니 나머지 비용은 유족 측에서 부담하라'는 말을 하는 등 아이 엄마와 유족을 욕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던 회장은 그 뒤로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며 "T사 측은 본인들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계속된 말 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T사는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한 중견기업이다. 원자력·풍력·플랜트·조선업 등 수요산업에 필요한 핵심 단조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다. T사의 회장은 한때 주식시장에서 '1조원대 거부'로 통했다.


현재 T사의 직원은 400명 수준. 그러나 노조는 설립돼있지 않다. 사고 후 유족 측은 민주노총의 문을 두드렸다. 한 유족은 "왜 이제야 노조가 있는지 이해가 된다"고 탄식했다. 고인의 빈소에선 T사 측이 보낸 화환을 발견할 수 없었다.

"유족 우롱했다"

<일요시사>는 T사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연락을 주겠다"고 답변한 담당자는 그 뒤로 아무 해명이 없었다.

협상이 진통을 겪으면서 김씨의 발인도 늦어지고 있다. 입관만 마쳤을 뿐 2주째 빈소도 그대로다. 텅빈 빈소에는 영정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특히 김씨의 아내는 남편의 장례와 아이의 출산을 동시에 맞는 기구한 운명에 처했다. 최근 유족은 산후조리 중인 아내를 대신해 아이의 출생신고와 김씨의 사망신고를 함께했다. 사진을 통해 본 김씨의 딸의 눈매는 아빠를 꼭 닮아 있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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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