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민영기업' 포스코-KT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0: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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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꼬리표 뗀 지 오랜데…권력자 눈엔 '무늬만 민영기업'

[일요시사=경제1팀] '민영기업' 포스코와 KT가 또 '외풍'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이란 꼬리표를 뗀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여전하다. 끊이지 않는 퇴진 압박설에 수장들의 주름은 펴질 줄 모른다. 정권교체기마다 하릴없는 정부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악순환. 그 고리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걸까?




지난 6일 일부 언론매체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후임 회장에 포스코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왔다. 전임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운 후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6개월 가량 남아 있는 상태. 정 회장은 후임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란 근거 없는 설도 돌았다.

임기 1년 6개월
지킬까? 밀릴까?

정 회장은 특히 지난달 청와대 측으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통보를 받고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지난 3일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대해 재계에서 '정 회장 사퇴 압박용'이란 해석을 덧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정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 회장이 이미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포스코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더이상 버티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사퇴를 택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포스코 측은 "정 회장이 청와대나 정부에 사의를 밝힌 사실이 없다"며 "(6일자) 해당언론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 회장은 다음달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며 "현 시점에서 거취와 관련된 오보가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도 지난달 29일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이 회장의 임기도 오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 반 정도 남은 상태다. 이날 한 언론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 3년 만의 특별 세무조사 추측 무성
'사퇴종용설' 이석채 KT 회장 거취는?

이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청와대도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해명했다.

이처럼 외압설이 번번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서 재계에서는 '우회적인 사퇴압박-언론 흘리기-사정'으로 이어지는 '인사외풍'의 전형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지난 3일부터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제철소(29명)와 전남 광양제철소(19명),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29명) 등 총 77명의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2010년 이후 3년 만. 포스코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정기 세무조사라고 알려왔다"며 "통상적인 조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본사를 관할하는 대구지방국세청 외 서울지방국세청 인원이 조사에 투입된 점 ▲서울청에서 나간 조사팀은 일반적인 정기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 소속이 아닌 점 ▲사전예고가 없었던 점 ▲임원급 사무실에서까지 자료를 제출받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세무조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정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거나 종국엔 자진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란 것이다.


'외압설' 사실무근?
전형적 '인사외풍'!

세무조사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포스코와 '거리두기'를 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베트남 방문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빠졌으며,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 간담회 참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이석채 KT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 대통령의 지난 5월 방미 경제사절단의 초청장을 받지 못했고, 6월 방중 때는 포함됐지만 국빈만찬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서 KT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MB색채 지우기'도 정 회장과 이 회장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MB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순수 민간기업인데
인사권은 정부가?

정 회장은 MB정부  실세그룹이었던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과 손잡고 CEO에 올랐다는 꼬리표가 아직까지도 그를 따라다니고 있으며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회장도 비슷한 의혹을 받았다. 이 회장은 특히 취임 이후 특정지역 출신과 정권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채우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2004년 전무로 승진한 정 회장은 2006년 부사장,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2008년 말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은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 남기고 자진사퇴한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신화다.

포스코와 KT의 공통점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1968년 4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를 시작해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가 됐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지분율은 6.14% 수준이고 외국인 주주가 51.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이 됐다.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자사주(6.6%), 우리사주(1.1%) 등으로 분산돼 사실상 지배주주는 없다.

그러나 포스코와 KT는 그동안 CEO 선임에서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포스코의 경우 박태준 초대 회장에 이은 2대 황경로 회장이 김영삼정부에서 1년 만에 밀려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들어서자 유상부 회장으로 교체됐다. 그 후임인 이구택 회장은 MB정권이 들어서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정 회장으로 바뀌었다.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 논란…MB색깔 지우기?
정부 지분 0%, 민영기업 인사개입 악순환 반복

KT는 합병 전 KTF 조영주 사장에 이어 사장에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를 떴고, 이후 이 회장이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 본인도 취임 당시 MB정권의 입김이 닿은 인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자산규모로 포스코는 재계 6위(81조원), KT는 35조원으로 11위다. 포스코는 52개 계열사, KT는 54개 계열사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청와대 외압설과 자진사퇴설이 불거지자 재계는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도 넘은 인사외압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CEO의 거취가 정권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 철강 수요감소로 중대고비를 맞고 있고, KT는 LTE 주파수 권역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럴 때 인사외압은 기업 자율성을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부의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국내 최대 민영화기업인 포스코와 KT에 대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향후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인사, 회장 선임해야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의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경영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KT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정해 정부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뽑는 식의 시스템 개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구시대적인 인사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며 "양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회장에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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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