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여주인 살인사건 전말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0 1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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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파·막가파 뺨치는 동갑내기 2인조?

[일요시사=사회팀] 강원도 속초의 한 펜션을 운영하던 50대 여주인이 살해됐다. 그는 두 명의 남자에게 차례로 성폭행 당한 뒤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펜션 여주인 살해사건'은 그 피해의 심각성뿐만 아니라 범인들이 범행 후 저지른 돌출행동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7월 제주도에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대형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제주 올레1코스를 걷던 한 40대 여성은 갑자기 나타난 괴한에게 목숨을 잃었다. 사체 발견 당시 피해 여성의 웃옷은 벗겨져 있었다. 누군가 성폭행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통칭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의 범인 강모(46)씨는 피해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대법원은 강씨에게 징역 23년과 정보공개 10년, 전자발찌 착용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감형 없는 중형이었다. 

여성만 노린
사이코 범죄

그러나 이로부터 1년여가 흐른 지난 8월 강원도에서는 또 다른 대형 강력 성범죄가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이른바 '펜션 여주인 살해사건'은 ▲처음부터 여성을 노린 계획범죄라는 점 ▲성범죄와 살인, 시신유기가 한꺼번에 이뤄졌다는 점 ▲범인(들)이 전과를 갖고 있으며,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였다는 점 등이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과 동일했다.

지난 2일 강원 춘천경찰서는 부녀자를 납치 살해한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김모(42·제주)씨와 또 다른 김모(42·전북 군산)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이들은 50대 펜션 여주인을 살해한 후 오대산 국도변에 시신을 유기하고,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해 윤간하는 등 범행 수법에서 잔인함을 보였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아동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수배 중에 있던 인물로 알려져 그 충격은 더했다.

두 김씨는 3년 전 서울갱생보호소에서 처음 만났다. 각자 강도상해와 특수강도 등 다수의 전과가 있었던 이들은 출소 후 다시 만나기로 하고 친분을 쌓았다. 약속대로 재회한 이들은 곧바로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변변한 직장도 없던 이들에게 뾰족한 방도가 있을 리 만무했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남에게서 돈을 빼앗을 궁리를 하는 것뿐이었다. 특히 욕정에 목마른 김씨 등에게 유흥비는 절실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오전 3시께 서울에서 40대 여성 A(44)씨를 납치했다. A씨는 두 김씨가 안면이 있는 사업가로부터 소개받은 인물로 전해졌다. A씨는 한 상조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영업 직군의 사원이었다.

서울서 40대녀 납치해 번갈아 성폭행
경찰 추적 피해 도주 중 펜션에 숨어

김씨 등은 범행으로부터 하루 전 26일 "상조에 가입할 사람들을 소개해주겠다"며 A씨를 불러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15명은 가입시켜 주겠다"는 이들의 꾐에 A씨는 김씨 등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A씨를 만난 두 김씨는 돌변했다. 이들은 A씨가 타고 온 차를 탈취한 뒤 강원 춘천시 남산면의 야산으로 A씨를 끌고 갔다. 김씨 등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A씨를 잔인하게 윤간했다. 번갈아가며 성폭행하고 수중에 있던 돈과 체크카드를 빼앗았다.

하지만 A씨의 체크카드에는 잔액이 없었다. 김씨 등이 A씨에게서 빼앗은 돈은 3만원에 불과했다.

27일 오전 7시 현금 인출 시도 과정에서 김씨 등의 경계가 느슨해졌다. 이 틈을 타 A씨는 자신의 차를 타고 서울로 도망쳤다. 오전 7시50분께 A씨는 탈출 과정에서 도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신고했지만
잡지못했다

A씨가 차를 타고 빠져나간 것을 알게 된 범인들은 택시를 타고 속초로 도주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숨을 곳을 찾던 김씨 등은 B씨(54·여)가 운영하는 한 펜션에 묵게 됐다.

그 시각 탈출에 성공한 A씨는 경찰에 자신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을 분석해 이들의 신원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강원에서 김서방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음날 B씨의 펜션에 은신하고 있던 김씨 등은 B씨가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돈이 필요했던 김씨 등은 B씨를 새로운 범행 대상으로 정했다.

29일 오후 4시50분께 김씨 등은 여주인 B씨에게 "경포대로 놀러가자"며 유혹했다. 이들의 꼬드김에 넘어간 B씨는 김씨 등과 함께 펜션을 나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B씨는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알지 못했다.

한참을 노닥이던 김씨 등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30일 새벽 4시20분께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인근 야산으로 B씨를 끌고 갔다. 그곳에서 김씨 등은 B씨를 차례로 성폭행했다.

김씨 등은 B씨에게서 현금 20여만원을 빼앗았다. 범인들의 입장에서는 기대보다 적은 액수였다. 그러자 B씨는 "집에 돈이 더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제주에 사는 김씨는 B씨의 얼굴에 비닐을 씌웠다. 김씨는 살의를 갖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김씨가 친구의 행동을 말렸다. 그러나 제주에 사는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B씨의 손이 부르르 떨렸고, B씨는 질식사했다.

살인 후 김씨 등은 B씨의 시신을 앞에 두고 제사 지내듯 절했다. 이 절의 의미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불안한 심리상태를 표출한 돌출행동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단 경찰 조사에서 김씨는 "B씨의 죽은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절을 마친 김씨 등은 B씨의 시신을 오대산 인근 풀숲에 유기했다. 그리고 펜션을 떠날 때 타고 온 차를 몰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의문의 뭉칫돈
범죄와 연관성

경찰의 추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지난 1일이다. 범행 후 제주에 사는 김씨는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이날 오전 5시35분쯤 경찰 민원상담 전화인 182 민원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에서 김씨는 “내가 사람을 죽이고 시신을 오대산에 유기했다"며 "곧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즉각 통화 내용 등을 토대로 용의자의 위치를 추적했다.

1일 오후 김씨 등은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 펜션 앞 노상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자살하겠다"던 김씨는 비교적 태연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두 김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경찰은 오대산 8부 능선 비포장도로 옆 풀숲에서 B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두 김씨의 또 다른 범죄 행각이 윤곽을 드러냈다. 제주에 사는 김씨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경기 경찰청으로부터 체포 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전북에 사는 김씨 역시 특수절도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는 중이었다. 이들은 모두 과거 성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들은 A씨를 성폭행하기 전인 26일 후배의 집에서 시가 680만원 상당의 금(3냥)을 훔쳐 달아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춘천경찰서 김병희 형사과장은 "(범인들의) 전과가 30범 가까이 되기 때문에 수사하는 방법을 다 알고 있어 체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수사진조차 애를 먹은 이들의 도피 행각은 김씨의 돌발 신고로 비교적 쉽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남아있다.

첫째, 김씨 등이 수중에 갖고 있던 돈이 수백만원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김씨 등이 후배에게서 훔친 금 3냥을 팔고 남은 돈으로 볼 수 있지만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김씨 등이 보유한 돈은 모두 부정한 범죄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씨 등이 수백만원의 돈을 입수한 경로와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둘째, 이번 사건의 주범인 제주에 사는 김씨의 사이코패스 판정 여부다. 앞서 김씨는 182 신고 전화에서 "자살하겠다"고 말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죄책감에 자살할 생각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의 말을 온전히 믿을 수 없다"며 "김씨 등은 도피 생활 중 안마시술소에 가는 등 죄를 뉘우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여주인 야산 끌고가 차례로 몹쓸짓
반항하자 얼굴에 비닐 씌워 질식사

실제로 경찰은 "김씨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감지됐다"며 "프로파일러에게 전문 상담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3일 춘전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직후 "돌아가신 분과 유족들에게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흐느낀 뒤 갑자기 태도를 바꿔 "돈 때문에 그 여자를 죽였다"고 진술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보이고 있다.

셋째, 이들이 갖고 있던 명함 60여장과 추가 범행의 상관성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지난 4일 <동아일보>는 "제주 출신 김씨가 체포될 당시 보험사, 상조회사 등 영업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명함 60여장을 가지고 있었다"며 "(김씨에게) 명함의 용도를 묻자 김씨가 ‘다 죽이려고 했다. 살려주면 금방 잡히니까"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씨 등은 확보한 명함을 토대로 여성들에게 접근, 돈을 빼앗으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이 부분도 보강 수사 중이다.

형량 높여도
강간은 계속

일각에서는 이번 '펜션 여주인 살해사건'이 경찰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B씨가 살해되기 전 김씨 등은 이미 경찰의 수배를 받는 상황이었지만 수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제2의 피해자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또 경찰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4대악 근절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늘어나는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그야말로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2 범죄통계'를 봐도 지난해 발생한 성범죄는 1만9670건으로 2011년에 비해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국민적 불안은 매년 가중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단기간에 해소할 뚜렷한 해결책은 현재로서 전무하다. 한쪽에선 '형벌의 수위를 높이면 강력범죄가 줄어들 것'이라 단언하지만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진 올해에도 '용인 살인사건' '펜션 여주인 살해사건' 등과 같은 강력 성범죄는 작년과 다름없이 반복되고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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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