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기림비' 방해 세력은 누구?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9.10 1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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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미주 한인사회를 중심으로 본격화됐던 위안부 기림비 건립 열풍이 주춤한 모양새다. 그 원인을 놓고 "진짜 적은 내부에 있다"는 원망 섞인 탄식이 들린다.




매주 수요일이면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누군가는 피켓을 들고, 또 누군가는 손수건을 들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라."

일본은 사과하라

지난 1992년 1월8일 위안부 피해자들과 여성단체 등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가 지난 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 징집한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첫 집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수요집회는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다. 당시 집회에 참석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제 80∼90세의 고령이 되었다.

지난 8월26일에는 위안부 피해자 최선순(87) 씨가 영면하면서 이제 남은 생존자는 56명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진실을 외면한 채 지금껏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미국에서는 재미 교포를 중심으로 한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에는 모두 6개의 기림비가 세워져있다. 미국 내 한인단체가 주도한 '위안부 기림비 건립 프로젝트'는 이미 고국에서 1000번도 넘게 이어진 수요집회에 대한 미주 한인사회의 대답이었다.

2010년 10월 미국 뉴저지 팰팍에 위안부 기림비가 해외 최초로 건립됐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적 분쟁'이 아닌 '전세계적인 인권 문제'로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지난해 5월 뉴욕주재 일본총영사와 자민당 소속 의원 4명을 잇따라 팰팍에 급파하면서 기림비 철거를 도모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행정부 및 의회의 시도는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즈>나 <FOX-TV>와 같은 현지 메이저 언론이 일본의 이 같은 조건부 매수 정황을 보도하면서 전에 없는 반일감정이 고조됐다. 더불어 미주 한인사회에는 기림비 건립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 현충원에 세워진 기림비를 비롯해 뉴저지 버겐카운티정부 청사 옆, LA 한인타운 내부 등에 차례로 기림비가 건립됐다. 또 디트로이트, 애틀란타, 시카고 등에서도 미주 한인단체를 중심으로 기림비 건립이 추진됐다. 미주 한인사회의 주요 의제로 '위안부 기림비 건립'이 논의된 순간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한인들이 열정적으로 추진해온 '기림비 건립 프로젝트'가 잇단 악재에 휘청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널리 알려진 일본 측의 전방위 로비는 물론이고, 한인 간의 반목과 갈등, 이로 인한 협상력의 부재 등은 기림비를 갉아먹는 원흉으로 지목됐다.

얼마 전 뉴저지 포트리에서는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둘러싸고 한인간의 주먹다툼이 벌어졌다. 지난달 8일 미국 현지 소식통은 위안부 기림비를 두고 뉴저지 한인회관에서 한인 간의 주먹다짐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월남전참전자회 뉴저지지회 소속 이모씨는 같은 날 예정돼 있던 뉴저지 한인단체장협의회를 앞두고 재미월남참전전우회 소속 김모씨를 폭행했다. 김씨의 언행에 흥분한 이씨가 김씨의 얼굴을 수차례 가격한 것이다. 이씨와 김씨는 각각 위안부 기림비의 형태와 재미월남참전전우회 문제 등을 놓고 온라인상에서 설전을 주고받았던 인물이다.

미주 한인단체 갈등·반목 수면 위로 부상
퇴역 군인간 주먹다짐…모임 만들고 '쉬쉬'

이씨는 미국 내 기림비 건립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뉴저지에서 활동해왔다. 이씨가 소속된 월남전참전자회는 일본인의 기림비 말뚝테러를 맨 처음 발견한 것은 물론 뉴저지 버겐카운티정부 청사 옆에 기림비가 들어설 때 간사단체로 이름을 올렸던 조직이다.

하지만 기림비 건립이 한인사회의 핫 이슈로 부각되자 몇몇 단체도 뒤늦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재미월남참전전우회는 월남전참전자회에 비해 후발주자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을 위시해 각 한인 단체는 기림비 건립 형태를 놓고 대립양상을 보였다. 추진 단체 간에 '기림비'와 '소녀상'으로 갈려 공개석상에서 상대를 비난하는 일이 잦아졌다. 뉴저지한인회 유강훈 회장 등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단체 간의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결국 뉴저지 포트리의 위안부 기림비 건립안은 이들의 주도권 다툼으로 6개월째 공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나 보편적인 인권보다 자신들의 조직 논리를 앞세우다보니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는 탄식이 들린다. 이런 불협화음은 미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뉴욕 플러싱의 경우 지난해 2월 기림비 건립과 함께 세계최초의 '위안부 추모길' 지정계획이 발표됐지만 현재 해당 사업들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당시 '기림비 붐'을 타고 추진위원회까지 발족됐지만 참여인사들은 저마다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뉴욕 플러싱 기림비 사업이 중단된 나름의 이유는 있다. 뉴욕의 경우 기림비 건립을 위해선 뉴욕 당국의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엇보다 뉴욕 공원국에 최대 10만 달러의 관리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럼에도 추진위원회가 서로 간의 이견으로 활동조차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특히 기림비 건립이 미주 한인사회 오피니언들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인사회가 내분으로 주춤한 사이 일본은 외교력을 동원,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지난 4월 디트로이트 사우스필드 시립도서관 앞에 추진되던 소녀상 건립계획이 좌초된 것을 시작으로 '기림비 건립안'이 시의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부에나파크에서도 회기 내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도구?

부에나파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진 6선의 아트 브라운 의원은 최근 위안부 기림비 건립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선거에서 공식적으로 브라운 의원을 지지했던 한인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 와중에 브라운 의원은 부에나파크와 자매결연 관계에 있는 포천시 방문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취할 것은 한국에게 취하면서 정작 손은 일본을 들어주는 식이다.

이 때문에 몇몇 한인단체가 실제로는 일본 현지의 우익 단체와 유대관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브라운 의원을 중심으로 희미하게나마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달 브라운 의원은 성명을 통해 기림비 건립은 한·일간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부에나파크 시에 건립되는 기림비는 이 지역의 시민과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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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