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가끔은 혼자이고 싶어라, 훌쩍 떠나는 힐링여행 ② 충남 공주

‘곰여인’의 전설이 강물되어 흐르네

높아진 하늘과 투명해진 바람결에서 가을이 느껴지는 요즘, 번잡한 일상을 떠나 호젓함을 느끼기에 백제의 고도 공주가 제격이다. 인간을 사랑했다가 버림받은 곰 여인이 강에 몸을 던졌다는 슬픈 전설이 서린 고마나루에서 공주보까지 이어진 강변길은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백제 왕이 거주하던 공산성은 성벽 길을 따라 멋진 풍광이 이어지고, 야경도 특별하다. 


백제의 역사 간직한 사적지와 명승 ‘재발견’
박물관·시민어울림마당 등 다양한 축제 행사

고마나루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 내려온다. 인간 세상을 동경하던 연미산의 곰이 여인네로 변신해 길 잃은 나무꾼과 아들딸 낳고 잘 살다가 나무꾼이 마을로 돌아가 버리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금강에 몸을 던졌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 금강이 범람하고 거칠어질 때마다 곰 가족을 기리며 제를 올렸다고 한다. 

둑길 따라 곳곳 곰 전설 자취


고마나루의 ‘고마’는 ‘넓다’는 의미다. 백제 시절 서해에서 올라온 배나 금강 상류를 오가던 배가 드나들던 넓은 나루터가 고마나루다. 고마나루엔 지금도 아담한 곰 사당이 남아있다. 돌로 깎은 작은 곰 상을 모신 사당 주변으로 키 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보기 좋다. 솔숲 사이사이 현대 작가들이 만든 곰 가족상도 있다. 강변으로 내려가면 백제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국가가 주관하여 금강에 수신제를 지내던 웅진단 터가 나온다. 강 건너편이 곰가족이 살던 연미산이다. 
시간이 넉넉하면 고마나루에서 시작해 공주의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고마나루 명승길(총 23km, 6시간 30분 소요)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코스는 ‘고마나루-공주한옥마을-국립공주박물관-송산리 고분군-황새바위성지-산성시장-공산성-금강철교-정안천 생태공원-연미산-공주보-고마나루 수상공연장-고마나루’다. 


공산성은 백제시대에 쌓은 왕성이다. 22대 문주왕이 475년 한성(서울)에서 웅진(공주)으로 천도한 뒤, 538년 성왕이 사비(부여)로 옮길 때까지 64년간 5대에 걸친 백제왕들이 공산성 안 왕궁에서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웅진성이라 했고, 고려시대에는 공주산성, 조선 시대에는 쌍수산성으로 불렀다. 성의 동서남북에 영동루, 금서루, 진남루, 공북루 등 성문이 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주 출입문은 서문에 해당하는 금서루다. 백제 때는 고마나루를 이용했지만, 조선시대에는 공북루 아래 큰 나루터로 금강을 건넜다. 
공북루 위쪽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금강과 공주 시내 전망이 시원하다. 


성벽은 2.6km로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리고, 금서루에서 왕궁추정지와 쌍수정까지 보고 돌아오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하다. 4~10월 매주 토·일요일(7~8월 제외) 금서루에서 웅진수문병교대식이 열린다. 백제 의상 체험, 활쏘기, 백제 왕관 만들기, 백제 탈 그리기 등 체험 코너도 마련된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오면 공산성의 밤 풍광을 보러 나선다. 화려하지 않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공주 야경과 금강 위에 걸린 철교, 성벽을 비추는 조명이 시원한 밤공기와 어울려 기분 좋다. 


동글동글한 언덕처럼 보이는 송산리 고분군은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의 밝혀진 무령왕릉을 비롯해 고분 7기가 모여 있다. 1~6호 분은 백제 시대 왕과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7호 분은 백제 25대 무령왕과 왕비의 능으로, 1971년 여름 5~6호 분의 배수로 공사 중에 우연히 발견됐다. 모형전시관에서 고분 발굴 과정, 내부 모습, 백제 문화 등을 접할 수 있다. 모형전시관을 둘러보고 공원처럼 깔끔하게 조성된 고분군 주변을 산책하면 된다. 출구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 중간에 공예품전시관과 관광객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밤으로 만든 과자, 쿠키, 알밤막걸리 등 주전부리로 적당한 공주 특산물을 판매한다. 송산리 고분군 입구에 최근 개관한 웅진백제역사관도 들러볼 것.

오감 자극하는 향긋한 산책로


백제시대 문화를 테마로 한 국립공주박물관에는 무령왕릉의 주요 출토 유물이 전시되었다. 왕릉에서 출토된 유물 4600여 점 가운데 무령왕 금제관식(국보 154호), 무령왕 금귀걸이(국보 156호) 등 12점이나 국보로 지정됐다. 
무령왕릉에서 국립공주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공주한옥마을은 공주를 찾는 개별 여행객은 물론 수학여행객에게도 인기 있는 숙소다. 한옥 고유의 멋을 간직하면서도 내부 시설은 편리하게 갖춰놓았다. 사이버공주 홈페이지(http://cyber.gongju.go.kr)에서 회원 가입하면 공주 주요 관광지 입장료와 공주한옥마을 숙박료가 무료 혹은 할인된다. 
공주를 대표하는 사찰로 마곡사와 동학사가 있다. 백제시대에 창건된 고찰 마곡사는 <정감록>이나 <택리지>에서 기근이나 전란의 염려가 없는 곳으로 꼽혔는데, 일제강점기에 김구 선생이 은거하기도 했다. 선생이 다니던 길을 따라 만든 백범 명상길은 솔향기를 맡으며 가볍게 산책하기 좋다. 마음속 번뇌를 씻어내는 템플 스테이도 가능하다.


계룡산국립공원에 자리한 동학사는 올라가는 길에 절로 삼림욕이 된다. 짙은 그늘이 이어지고 투명한 계곡을 끼고 있어 여름철에는 피서객이 줄을 잇고, 가을이면 단풍이 눈부시다. 
동학사 입구의 계룡산자연사박물관에는 희귀한 전시물이 많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거대한 초식 공룡 브라키오사우루스의 실물 골격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2층의 매머드 화석, 3층의 미라관도 인기 있다. 미라관에서는 조선 시대 학봉장군 미라가 눈길을 끈다.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시골에서’라는 취지로 시행되는 5도2촌마을은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된다. 돌담풍경마을, 지게놀이마을, 천탑마을, 산수박마을, 도담골 호반마을, 자연애밤토랑마을, 무르실 고추마을 등 재미있는 체험 마을 20여 곳이 있다. 차곡차곡 쌓은 돌담이 보기 좋은 돌담풍경마을에서 접시를 만들고, 만두를 빚어 전골을 끓여 먹었다. 계절에 따라 체험 프로그램이 다르고, 마을 위쪽에 자리한 계룡산도예촌에서 작가들의 도예 작품 감상과 구입도 가능하다.

자료제공=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역사 유적 코스 : 공산성→무령왕릉→공주한옥마을→국립공주박물관→고마나루→마곡사
·문화 탐방 코스 : 고마나루→공산성→돌담풍경마을, 계룡산도예촌→계룡산 자연사박물관→동학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마곡사→공산성→무령왕릉→국립공주박물관→고마나루→공주한옥마을(숙박)
·둘째 날 : 동학사→계룡산 자연사박물관→계룡산 도예촌→돌담풍경마을

관련 웹사이트 주소
·공주문화관광         http://tour.gongju.go.kr
·국립공주박물관       http://gongju.museum.go.kr
·공주한옥마을         http://hanok.gongju.go.kr 
·마곡사              www.magoksa.or.kr
·계룡산 자연사박물관   www.krnamu.or.kr
·동학사              www.donghaksa.or.kr
 

문의 전화
·공주시청 문화관광과 : 041)840-8081
·공산성 안내소 : 041)856-7700
·송산리 고분군 안내소 : 041)856-3151
·국립공주박물관 : 041)850-6300
·마곡사 : 041)841-6221
·동학사 : 042)825-2570
·공주시청 5도2촌과 : 041)840-8645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남부터미널-공주 : 20~40분 간격(06:30~20:30) 운행, 우등(직행) 1시간 30분, 일반 2시간 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공주 : 1시간 간격(07:10~18:50) 운행, 2시간 소요. 
·대전서부시외버스터미널-공주 : 시외버스 하루 수십 회(06:30~22:15)운행, 1시간 소요.
* 문의 : 서울남부터미널 02)521-8550, www.nambuterminal.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대전서부시외버스터미널 042)584-1616, www.bustago.or.kr 
        공주종합버스터미널 041)855-8114, www.usquare.co.kr 


자가운전 정보 
천안논산고속도로 공주 IC→공주·공주보 방면 우회전→백제큰길 1.4km→생명과학고 교차로 대전 방면 좌회전→전막교차로 무령왕릉 방면 우회전→금강철교→공산성 


숙박 정보
·호텔동학산장 : 반포면 동학사1로, 042)825-4301, http://dhsanjang.co.kr 
·공주한옥마을 : 공주시 관광단지길, 041)840-8900, http://hanok.gongju.go.kr
·금강관광호텔 : 공주시 전막2길, 041)852-1071, www.hotel-kumkang.com
·공주유스호스텔 : 탄천면 삼거리1길, 041)852-1212, www.gongjuyh.com 


식당 정보
·고마나루돌쌈밥 : 돌쌈밥, 공주시 백미고을길, 041)857-9999, www.gomanaru.co.kr
·새이학가든 : 공주국밥, 공주시 금강공원길, 041)855-7080 
·동학산장식당 : 한정식, 반포면 동학사1로, 042)825-4301
·고향손칼국수 : 칼국수·들깨수제비, 공주시 무령로, 041)853-9566
  

축제와 행사 정보
·웅진수문병교대식 : 2013년 4월20일~10월6일(매주 토·일요일, 7~8월 제외), 공산성 금서루, 041)840-8112(관광과 축제 담당)
·백제문화제 : 2013년 9월28일~10월6일, 금강둔치공원·공산성 일원, www.baekje.org 
·공주알밤축제 : 2013년 9월28일~10월6일, 금성동 연문광장 일원, 041)840-8112(관광과 축제 담당)
·금강자연미술프레비엔날레 : 2013년 9~10월, 연미산자연미술공원, 041)840-8112(관광과 축제 담당)


주변 볼거리
충청남도 역사박물관, 박동진 판소리전수관, 석장리박물관, 임립미술관, 지당자연사박물관, 황새바위성지, 우금치 전적지, 금강온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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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