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경제민주화 기조 후퇴 논란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5: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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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옥죄기' 일단 멈춤 "6개월 만에 '백기'?"

[일요시사=경제1팀] 박근혜 대통령이 10대그룹 총수들과 청와대 오찬을 가졌다. 대통령은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당부했고 참석자들은 향후 투자계획을 설명하면서 정부 측의 지원을 요청했다. 일단은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은 모양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재벌 달래기'를 두고 경제민주화가 대폭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로 국내 민간 10대그룹 총수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김창근 SK 의장, 구본무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조양호 한진 회장, 홍기준 한화 부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허창수 GS 회장 등이 참석했다.

모두발언 요점
재계 기 살리기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그동안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줘 감사하다"며 "지난 4월초 30대그룹이 14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과 12만8000명의 신규채용 계획을 발표한 것이 경기부양 노력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과 정부의 추경을 비롯한 경기활력 회복을 위한 정책을 통해 최근 취업자 수가 2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늘어났고 2.4분기 성장률도 9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창조경제 구현과 일감 나누기·동반성장 노력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협조한 것에 대해서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점이 많다며 기업들의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을 맞을 때마다 과감한 선제적 투자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를 새롭게 일으키는 동력이 되어왔다"며 "규제 전반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불합리한 규제가 새로 도입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경제민주화 입법과정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신중히 검토하고 더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맡을 이사는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도록 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허용하며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여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견제할 수 있도록 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게 취지다. 집중투표제는 1개의 주식에 선임될 이사의 수만큼 투표권을 부여해 소액주주가 지금보다 쉽게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10대그룹 총수와 오찬 엇갈린 평가
경제 살리기에 밀려난 경제민주화

재계는 현재 상법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도 재계의 반발이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이날 오찬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와 기업투자 요구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지난 대선과 현정부 경제분야의 핵심화두였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설득 정도의 수준만 언급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 성과 창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정재계는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반드시 기업들의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

박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언론사 논설·해설실장들을 만나 "(경제민주화 관련) 중점 법안들이 7개 정도였는데 6개가 통과됐다"며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는 투자하고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들은 그동안 지속돼온 경제민주화 후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상법개정안' 완화
"사실상 항복 선언"

실제로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후퇴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야당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간담회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핵심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를 공식적으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자리였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 중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겠다" "상법개정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 등은 사실상 대기업에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는 것.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포기할 테니 대기업 투자를 늘려달라고,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 대변인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업의 의지를 당부한 발언을 두고 "화룡점정이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며 "박 대통령 논리대로라면, 정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무능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대통령 핵심공약 사실상 포기"
새누리당 "좀 더 논의하겠다는 취지"

그는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대해 "재벌들은 투자보다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것에몰두했다"며 "재벌들이 곳간을 채워가는 동안, 청년들은 88만원에 인생을 저당 잡혔다. 중장년층은 실업과 노후불안에 시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오답노트'부터 만들기 바란다. 전임 대통령의 실패에서 정말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는 것인가"라며 "재벌 투자를 유도한다는 명분 아래 재벌들의 불법행위를 눈감아주거나 경제민주화를 후퇴시키는 것은 경제 살리기와 전혀 상관없다는 점을 명심하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김제남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박 대통령이 재벌들의 요구사항을 일방적으로 청취하다시피 한 이번 청와대 오찬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던 경제민주화의 포기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친기업적 태도를 표명하는 터닝포인트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투자활성화가 규제정책 때문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일관되게 규제완화조치를 추구해왔고, 그 혜택은 대부분 재벌대기업들에게 돌아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대기업은 지금까지 국내투자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과 10대그룹 총수들의 오찬이 경제민주화 후퇴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야당의 경제민주화 포기 관련 비판에 대해 "오찬간담회를 함께하면서 재계의 현안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듣고, 올 하반기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업들의 협력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상법개정안·집중투표제 '백지화' 가닥?


유 대변인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우리가 경제민주화를 이뤄내는 동시에 현재의 어려운 경제환경의 개선을 위해 기업들이 솔선수범하여 투자해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정부 또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 대변인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한 하도급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핵심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했다"며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나머지 경제민주화 완성을 위한 법안들도 국회에 제출되어 논의 중에 있다는 사실을 야당도 잘 알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후퇴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오찬간담회에서 언급한 내용들은 대기업의 협조를 위해 정책적 과제를 지연시켰다는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 자체가 여권의 공식석상에서 사라졌고 핵심법안들은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도 밟지 못했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법안과 보험·증권 등 제2금융권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하는 법안은 6월국회 처리가 목표였지만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 횡령·배임 등 재벌 총수의 중대 범죄에 대해 집행유예를 금지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형 확정 이후 대통령 사면을 차단하는 사면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에 머물러 있다. 이런 법안들은 국회에 장기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도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정기국회 초점을 맞추는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심법안 대부분
국회 계류 중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기업은 '모든 계열사'에서 '총수 일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로 축소됐고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지주회사 전환촉진을 위한 금융 자회사 규제개편, 집단소송제,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도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박근혜정부의 제1국정기조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이다. 그런데 취임 첫해, 그것도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박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는 뭐 하나 제대로 이룬 것도 없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0대그룹 총수들 무슨 말 했나

말씀들은 그럴싸한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세계 경제가 어렵다. 규제를 풀어준 것은 기업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이며 기업들이 앞장서서 실행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삼성의) 투자 고용 계획은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으며 SW 인재육성에 노력하고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융복합 기술개발에 노력할 계획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연 740만대 생산 중이며 해외 생산도 늘고 있다. 국내 임금과 물류비용의 상승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연 1000만대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자동차, 철강 등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 친환경과 첨단소재 개발도 노력 중이며 해외 협력업체 동반진출 지원에 힘쓰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융복합 IT 기술,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자동차 등에 있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필요가 있으며 이중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 지원확대가 필요하다. (LG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휴대폰 사업, 저성장아동을 위한 성장호르몬 보급 등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롯데는) 여성이나 지방대 출신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며 지역 전통시장과 중소상인과의 상생에도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비닐 장바구니를 5만개 제작·배포하기로 했다. 잠실 제2롯데월드 등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적극 나서겠다.

▲조양호 한진 회장=사회적 보상시스템 부재 등으로 고용시장 수급이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무인항공기 등 방위산업의 경우 사업연속성의 부족으로 어려움이 있다. 인천공항 허브화와 중국인 비자확대, 특급관광호텔 건립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한진은) 60대의 신규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로 인해 1대당 25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김창근 SK 의장=대중소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가 줄 세우기 평가보다는 기업별로 자발적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중국의 석유국유기업인 시노펙과 합작투자가 상업생산에 돌입하는데 국가 지도자간 신뢰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스마트 그리드, 빌딩관리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 등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신 시장 창출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촉진법 합작투자가 조속한 처리가 되면 이를 통해 울산에 1만개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을 것이다.

▲허창수 GS 회장=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가 시급하다. (GS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홈쇼핑이 중소기업 제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동반성장의 주요 사례다.

▲박용만 두산 회장=72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들을 모두 만나본 결과 투자와 일자리 창출 의지는 있지만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눈이 너무 좁고 턱이 너무 높다. 통상임금은 공멸의 문제다. 입법이 개별 기업의 경우 어디에 해당되는지 모를 만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과 실패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솔선수범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상공인의 사회적 지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 수출 등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정부 금융 지원도 필요하다.

▲홍기준 한화 부회장=(한화는) 80억달러 프로젝트인 이라크 주택 10만호 건설을 진행 중이다. 중소업체와 동반진출을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의 보증과 보험지원이 필요하다. 태양광산업에 대한 기회도 찾고 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심해저 자원개발과 해양플랜트에 대한 자원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는데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서 물꼬를 터주기 바란다. 이제 골드러쉬에서 블루러쉬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호주, 브라질 등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세일즈 외교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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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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