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모펀드 불편한 동거 백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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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재계 위협 공공의 적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인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친 뒤 연말에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그간 국내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끊임없이 빚어온 '먹튀' 논란이다. '론스타-외환은행'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ING생명과 MBK파트너스 역시 '먹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ING그룹은 이 같은 내용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ING그룹은 주식인수대금 중 1200억원을 재투자한다는 내용의 인수본계약(SPA)에 서명했다.

MBK는 최대 5년간 ING 브랜드를 사용하고 ING그룹은 향후 1년간 자문과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앞으로 MBK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독립·독자적인 기업체로 경영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금융위
인수 적정성 검토

MBK는 재원 1조8000억원 마련을 위해 인수금융 8000억원을 포함, 자기자본 약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인수 금융에는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KB국민은행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자기자본 1조원 중 6800억원은 MBK 3호 펀드에서 출자하며 국내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연기금의 투자를 받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캐나다 PSP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ING생명이 재투자한다.

인수 금액을 두고 업계에서는 MBK가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 가격이 3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KB금융과 매각 협상을 할 때에도 2조원 초반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남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다. 금융당국은 MBK의 ING생명 인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들고 있다.


2005년 설립된 MBK는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다. 운용자금은 2012년 기준 약 4조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1호 펀드로 한미캐피탈, HK저축은행, C&M, 중국의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루예제약, 일본의 야요이, 타사키, 대만의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를 인수했으며 이중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 루예제약은 투자를 회수했다.

2호 펀드로는 두산테크팩, 영화엔지니어링, 금호렌터카, 중국의 GSEI, 뉴차이나생명,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인보이스를 사들였고 이후 금호렌터카는 KT렌탈로 합병됐으며, MBK는 KT렌탈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다.

3호 펀드는 2012년 1차 자금조달로 약 1조4000억원을 유치했으며 최근 HK저축은행, 코웨이, 네파 등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ING생명 노조는 "MBK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 직군 분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C&M 인수 후에는 하청을 통한 무분별한 분사를 시도해 노동자들이 MBK의 핍박에 맞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55일간의 파업 후에야 노조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ING생명 우선협상자 1조8000억에 MBK 선정
혹시 또…론스타 먹튀 트라우마 '조마조마'

또한 노조는 "이러한 경영형태를 볼 때 MBK는 보험회사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만을 쫓기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든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사모펀드의 운용은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말하며 우리나라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개인 간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감독기관 감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 자금 이동 수단, 불법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하기보다 비용 절감 등 단기 처방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먹튀'다.

국내에서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상당수 사모펀드가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회사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당장의 경쟁력만 강화시켜 차입금과 고수익을 일으키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게 '론스타 사태'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IMF 직후 한국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당시 론스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이를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형태의 영업을 했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뻗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6330억원에 인수해 3년 뒤 매각, 3120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론스타와 한국 간 큰 갈등은 없었으나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탈세 혐의 등 각종 고발에 시달렸고 이후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가면서 '먹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약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챙겨 9년 만에 한국을 떠났다.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

'론스타 사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IB업계에서는 한국은 투자하기에 적절치 못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론스타라는 실체는 한국 땅에서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 남긴 여운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론스타 사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다른 사모펀드들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겼다.

에어컨 생산 업체로 유명한 만도는 회사가 둘로 쪼개진 채 각각의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1998년 미국 사모펀드 로스차일드에 매각된 만도기계는 만도공조(위니아만도)와 ㈜만도로 분리돼 각각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JP모건 자회사인 선세이지에 팔렸다.

선세이지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2002년 유상감자를 통해 ㈜만도로부터 950억원을 회수했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위니아만도의 소유주가 된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은 페이퍼컴퍼니인 만도홀딩스를 만들어 인수·합병하면서 만도홀딩스 주식 절반을 유상 소각해 52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회수했다.


오리온전기 인수
반년 만에 청산

오리온전기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반년 만에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 매틀린패터슨의 행보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2005년 4월27일 오리온전기를 인수한 매틀린패터슨은 일주일 뒤인 5월2일 오리온전기의 주식 100%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틀 뒤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OLED 사업부문을 분사해 오리온 OLED를 설립했다. 이후 5월13일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오리온전기 주식을 50%씩 나눠 트랜스캐피털그룹과 파트너얼아이어드그룹에 넘겼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오션링크라는 회사가 100% 주주다. 결국 오리온전기 지분 모두가 오션링크에 넘어간 것. 그리고 10월31일 오션링크는 오리온 전기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들도 사모펀드의 힘을 피할 수 없었다. 2004년 SK는 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8.6%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참여를 선언,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72% 수준.

반면 소버린은 경영 참여 선언 1년 전부터 SK그룹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흔들릴 때마다 값이 내려간 SK(주) 주식을 싸게 사들여왔다. 이후 소버린은 1768억원을 들여 SK(주) 지분의 14.99%를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최 회장과 소버린은 치열한 지분경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2005년까지 SK(주) 주식 25만3648주를 사들이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2년여에 걸친 이들의 분쟁은 소버린이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소버린은 보유하고 있는 SK(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선언했다. 결국 1768억원을 투자해 SK(주) 지분을 사들인 소버린은 2년 뒤 8000여억원의 이익을 챙겨 떠난 셈이 됐다.

KT&G는 '기업사냥꾼' 칼아이칸에 호되게 당했다. 2006년 칼아이칸은 KT&G의 지분을 6.59% 확보하고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KT&G 측에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압박한 것. 이후 칼아이칸은 KT&G의 주식 한주에 6만원으로 매수하겠다고 공개매수 의사를 나타내면서 집요하게 KT&G를 압박했고 당시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이 칼아이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자 KT&G는 국민연금 등의 힘을 빌려 간신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칼아이칸은 보유하고 있던 KT&G 주식 700만주를 팔아치워 150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장류 생산 전문업체 샘표와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캐프는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외 이사 정도로 경영권에 간접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버린·칼아이칸 공격에 SK·KT&G 흔들
샘표·캐프 적대적 M&A로 최근까지 골머리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는 캐프 경영진에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IMM은 같은 계열인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0년 5월 캐프에 600억원을 투자, 캐프 보통주 5만주(10.22%)와 우선주 28만8892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IMM의 우선주는 보통주 10주 이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캐프의 경영진과 노조는 대자본의 '기업 강탈'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맞섰다. 고병헌 전 대표는 보통주 전환을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IMM은 지난 2월 법원에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IMM이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를 시작하자 캐프 노조는 지난 7월 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인 IMM 측이 총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회사의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구조 안정에 나서면서 노조 측도 이를 경영정상화의 단계로 보고 보름 만에 조업을 완전 정상화했다.

샘표식품은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6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마르스1호는 2006년 9월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이복동생인 박승재 전 사장이 넘긴 샘표식품 지분 24.1%를 매수한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샘표식품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마르스1호는 2007년 3월 샘표식품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율을 29.97%까지 끌어올렸고 샘표식품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후 2008년 4월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 계획을 전격 발표했으며 샘표식품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풀무원과 전략적 파트너로 손을 잡으면서 맞섰다.

캐프 공장 중단
보름 만에 재개

마르스1호는 지난 6년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지속적인 공개매수에도 불구 주총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표 대결에서 밀리며 주주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이 지분을 매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샘표식품이 자기주식 120만주를 공개매수를 통해 3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히면서 6년간의 지지부진한 경영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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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