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먹거리 이물질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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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vs "넣었다"…과연 진실은?

[일요시사=경제1팀] '쥐식빵' '쥐머리 새우깡' '튀김가루 쥐 사체' '커터칼 참치캔'. 지난 5년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형 식품 이물질 사건들이다. 이 중 이물질 유입 경로가 명확히 밝혀진 사건은 단 하나. '쥐식빵'뿐이다. 나머지는 제조업체의 실수인지, 소비과정의 문제인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개구리 분유' 사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의 말이 정반대여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분유에서 개구리 사체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속에는 약 4cm가량의 개구리 사체가 분유 속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자신을 6개월 된 딸을 둔 주부라고 밝힌 후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개구리네요"라며 "크기는 약 4cm에 달합니다. 말라비틀어진 모습이네요"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됐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전남 목포에서 남양유업이 제조한 분유에서 길이 4.5cm의 죽은 개구리가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양유업 적극대응
경찰에 수사의뢰

보도에 따르면 목포 상동에 사는 주부 양모씨는 6개월 된 딸에게 줄 분유를 타 먹이기 위해 분유통을 열었다가 반건조 상태의 개구리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양씨는 "아프지만 말라고 아기한테 계속…. 제가 죄인 같고 계속…"이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뉴스데스크>는 분유 제조사의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제조사 특유의 ‘왕관’모양의 로고가 수차례 노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제조사는 남양유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일단 제조공정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반박을 정리하면 이렇다.

남양유업 분유는 최소 0.4mm, 최대 4mm의 거름막 7개를 통과하기 때문에 4.5cm의 개구리는 통과할 수 없으며 분유 생산라인은 완전 무인 자동화 공정이어서 외부와 차단·밀폐돼 있어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특히 분유는 수분 5% 미만의 극히 건조한 상태로 분유 완제품에 생물이 혼입된다 하더라고 삼투압에 의해 2주의 시간동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이 경우 부서질 정도로 건조하게 된다. 제조과정 중 혼입됐다면 온전한 형체를 유지한 개구리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해명대로 제조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 가능성은 소비과정으로 넘어간다. 소비 단계 조사를 진행한 목포시 보건소는 신고자 거주지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신고자 양씨는 "지난 3일 지인으로부터 집들이 선물로 분유를 받았고, 13일 이를 개봉했으며 19일 개구리가 혼입된 사실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체(남양유업 세종공장)의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로 사건이 이첩됐다.



보건소 측은 "거주지 형태가 아파트여서 인근에 논이나 연못이 없어 개구리가 서식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일단 소비 단계에서 특별한 혼입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제조업체 관할 지자체로 넘겼고 앞으로 제조단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가 사는 곳은 지역 여건상 개구리, 가재 등 생물이 많은 곳이어서 어린이들이 자주 채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어린이 중 한 명이 해당 분유 캔을 다 먹은 분유 캔으로 오인하고 죽은 개구리를 분유 통 안에 넣었을 가능성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또 "개구리가 발견됐다는 제품을 식약처에서 조사 중이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개구리 분유'파문 일파만파
유입경로 밝혀지기 힘들어…미제로 남나

식약처 관계자도 "현재 분유제조공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곧 조사가 매듭 되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맨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 7개를 4.5cm에 달하는 개구리가 어떻게 통과해 혼입됐을까. 그게 아니라면 누가 멀쩡한 분유통에 개구리를 넣었을까.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10년 발생한 '이마트 튀김가루'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튀김가루 사건은 지난 2010년 5월 한 소비자가 이마트 시화점에서 구입한 튀김가루에 쥐 사체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제품은 삼양밀맥스가 제조하고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제품이었다.

검찰과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해당 제품과 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유전자 감식 등 분석 작업을 벌였다. 발견된 쥐는 내장이 말라붙어 있어 위장에서 음식물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건조된 상태로 튀김가루에 들어갔다는 잠정결론이 나왔다.

검찰과 식약청은 삼양밀맥스 제조과정을 살폈다.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 있는 쥐를 제조공정에 투입하기도 했다. 고온·고압의 과정을 거친 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이 결과에 따라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의혹은 소비자의 자작극으로 옮겨졌고 보건당국은 당사자 거주지 일대의 쥐를 잡아 DNA 조사를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땅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검찰과 식약청은 유통과정에서 쥐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삼양밀맥스 직원과 이마트 직원을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기 못했다.

결국 검찰은 삼양밀맥스와 이를 신고한 소비자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이마트와 삼양밀맥스는 생쥐 튀김가루를 제조·유통했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약청이 조사과정에서 튀김가루에서 발견된 쥐와 같은 종류의 쥐 사체가 공장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도 밝혀 사실상 제조사의 문제점을 부각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튀김가루에서 죽은 쥐가 나온 것은 업체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식의 중간발표를 한 셈이다.

이후 삼양밀맥스는 몇 달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고 검찰이 "삼양밀맥스의 잘못은 없다"고 발표를 했지만 식양청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2008년 3월에는 '쥐머리 새우깡' '지렁이 단팥빵' '커터칼 참치캔' 등 충격적인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유입경로 미스터리
사건 미궁 속으로

커터칼이 발견된 참치 캔은 동원F&B의 제품이었다. 문제의 커터칼 조각이 나온 곳은 창원 공장 내 참치 캔 제조 6개 라인 중 하나로, 2009년 7월 이 라인에서 생산돼 유통기한이 '2014년 6월29일'로 찍힌 통조림으로 모두 16만7000여개에 이른다고 공장 측은 설명했다.

식양청은 칼날 이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식양청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이 생산된 지난 2007년 7월4일에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져 약 32분간 생산 작업이 정지됐으며, 이때 공장 관계자가 문제가 된 커터칼과 동일한 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품에 사용되는 빈 캔의 입고검사 과정에서도 동일한 칼이 사용됐으며, 지난 2006년 11월에도 커터칼날 이물이 검출됐다는 소비자 불만 신고가 있었다고 식약청은 전했다.

식약청은 또 제조공정을 정밀 조사한 결과 금속성 이물을 걸러낼 수 있는 금속검출기 및 X-레이가 이물의 위치에 따라 이를 검색하지 못하는 기계적 결함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상관없이
천당·지옥 넘나들어

동원F&B는 이와 관련 회사 홈페이지 배너 안내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고객 숙여 사죄를 드린다"면서 "'우리가 만든 식품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산 철학을 바탕으로 제조과정 전반에 대해 더욱 철저한 확인과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 국민의 간식으로 사랑받아온 장수 스낵 농심 '새우깡'은 '쥐우깡 파문'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정든 새우깡을 손에서 놓았고 농심이 광고를 한 언론들에게까지 불씨가 번지면서 농심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졸지에 '생쥐깡'이라는 오명도 붙었고 지금까지도 식품 이물질 검출의 대명사로 불린다. 굴지의 식품업체 농심은 매출 감소와 이미지 실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심 측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고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조건에서 생산된 노래방 새우깡 2만5719상자와 시중에 풀린 노래방 새우깡 6만 상자 등 8만5000상자를 수거해 소각했다. 종전 대비 매출의 50%를 회복하는데 정확히 106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쥐머리 새우깡'은 "제조과정에서는 쥐가 온전한 형태로 제품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라는 검찰과 식양청의 조사결과 발표만 있었을 뿐 정확한 유입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SPC는 '지렁이 단팥빵' 사건으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이 사건은 "단팥빵에 지렁이가 들었다"라고 제보한 김모씨가 광주 북부경찰서에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발생 50일 만에 종결됐다.

동원-커터칼, 삼립-지렁이
농심 '쥐'때문에 대망신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국과수에 정밀조사를 의뢰, 국과수는 "발견 당시 지렁이가 빵 속에 들어 있던 게 아니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단팥빵이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는 데 반해 지렁이는 발견 당시 물기가 남아 있었고, 열을 받은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렁이 단팥빵'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지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결국 지렁이 단팥빵을 제보하고, 진술 번복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과 재판부는 속시원한 결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형사 4단독(장정희 판사)은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지렁이가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힐 수 없다"며 물음표를 찍었다.

경찰과 삼립도 "제조 과정에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결론만 내렸을 뿐이다. 결국 김씨는 공갈협박에 대한 혐의만 적용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불과 50일이었지만 SPC가 입은 피해는 컸다. 빵을 제조한 삼립은 사건 발생 직후 생산을 중단하고 전국에 유통된 3만5000개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가해졌다.

이를 교훈으로 삼은 SPC는 2년 뒤인 2010년 12월 발생한 '쥐식빵' 사건에서 신속한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는 여전했다. SPC는 사건 발생 직후 즉각 긴급상황팀을 구성하고 경찰 수사 의뢰, 식약청 신고, 기자회견을 모두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경찰 수사 결과 쥐식빵 사진 유포자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CJ푸드빌)의 가맹점주였음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실수' 인가
'고의' 인가

그러나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파리바게뜨 등 대형 체인점은 물론 동네 빵집들까지 성수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파리바게뜨 측은 전국 2600여 곳의 점포에 사건 이후 일주일동안 빵과 케이크 예약 주문을 취소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으며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동네 빵집들도 유탄을 맞았다. 미리 만들어놓은 케이크가 수백 개씩 창고에 쌓일 정도였다. 당시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점들이 매출 감소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혐오감을 줄 만한 화면의 노출이나 '쥐식빵'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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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