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사회팀] 교회 목사가 선교원 간판을 내걸고 한의사 행세를 하면서 불법 의료행위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동안 챙긴 돈이 무려 10억원에 이른다. 선교원 간판을 걸고 있었지만 내부는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었다.
2007년부터 목사 겸 한의사 행세를 했지만 정작 그가 목사 자격을 취득한 시점은 2012년 2월. 그는 선교원을 설치해 놓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이라며 ‘곡식환’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 한의원 28년 운영, ○○대 한의학 박사, ○○대 자연치유학과 교수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실린 정보는 모두 가짜였다.
만병통치약 사기
최근 한의사를 사칭한 목사가 적발돼 세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목사 오씨(61세)는 면허가 없음에도 한의사, 한의학 박사, 자연치유학과 교수 등을 사칭하고, 교회 신도 및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맥 등 의료행위를 했다. 이번 사건으로 현직 목사 등 총 4명이 검거, 이 중 목사 1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 ‘선교원’을 설치한 후 허가 없이 제조한 곡식환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은평경찰서가 공개한 일당은 오씨(61세), 장씨(57세·여), 장씨(51세), 강씨(52세·여) 등 4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일당은 2007년 12월부터 2013년 8월12일까지 선교원 내에서 몸이 아픈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맥·진찰 등을 시행했다.
또한 기장, 수수, 현미, 콩 등 곡식으로 제조한 곡식환(1봉지 420g, 6만원)이 위, 간, 심장병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해 2800여 명을 대상으로 10억원 상당의 곡식환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압수품은 곡식환 약 7500포, 진료기록부 45권, 영업장부 1권, 경락경혈도감, 수익금 통장, 복약지도 전단지 등이다.
오씨는 이미 전력이 있는 피의자였다. 그는 2004년에도 불법 진료행위 혐의로 징역 7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당 중 한명인 장씨(57세)와는 고향 선후배 사이로 오씨와 함께 목사 안수를 받고 현재 다른 선교원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씨는 한의사 면허가 없고, 교수나 박사가 아님에도 자신을 한의사로 속였다. 심지어 진료기록부에 진료 내역을 기록하는 등 감쪽같이 한의사 역할을 했다.
장씨는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선교회를 총괄 관리하며 환자 안내 및 영업장부 기록, 수익금 관리, 곡식환 제조 등의 업무를 맡았다. 또 다른 장씨(51세)와 강씨(52세)부부는 진료 접수, 곡식환 판매 등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8년간 한의사 행세 무면허 의료행위
신도 상대 ‘곡식환’팔아 10억 챙겨
특히 오씨는 ○○대 한의학 박사, ○○대 자연치유학과 교수, 한의원 28년 운영 등 자신의 프로필을 속이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러나 오씨가 목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불과 1년 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은 “신도와 환자들을 상대로 질병에 대한 상담을 하고 곡식환을 나누는 행위는 봉사활동으로 한 것이고, 곡식환에 대한 대금은 별도로 받지 않았지만 신도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헌금을 내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오씨와 장씨 목사는 2007년 12월경부터 선교원을 운영했다. 목사 취득은 2012년 2월이니 말이 맞지 않는다. 또한 본건과 같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통해 곡식환을 판매했음이 계좌 거래내역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들이 목사가 되기 이전부터 의료인을 사칭해 의료행위를 하고 곡식환을 판매해 왔으므로 그 대금을 헌금으로 받은 것이라는 진술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계좌이체 내역을 보면 6만원, 12만원, 24만원, 30만원 등 6만원(곡식환 2주 복용 분량) 단위로 입금돼 있어 신도들이 이를 헌금을 납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선교원 내부에 진료를 위한 공간과 침대를 별도 설치하고, 접수대까지 만들어 마치 한의원을 방불케 했다.
한의사 역할을 담당한 오 목사의 경우 환자들을 진료하며 환자별로 ‘산후풍으로 관절통’ ‘경추, 요추 디스크’ ‘쇄골과 가슴 통증’ ‘생리불순’ ‘간 기능 약화’ ‘위에 열’ ‘심장에 열’ 등 환자의 아픈 상태 및 장기의 특정 부위에 열이 있다는 내용으로 진료기록부까지 꼼꼼히 기록하며 환자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김모씨는 “처방하는 데 내 약이나 다른 사람 약이나 다 똑같았다”며 “장 나쁜 사람, 위 나쁜 사람, 간 나쁜 사람 등 증세가 다 다른 데도 같은 환을 처방해줬다”고 말했다.
식품제조업 등록 없이 곡식환을 제조하고 식품에 아무 표시 없이 판매한 것도 큰 문제가 된다. 이들은 수수, 기장, 찹쌀, 옥수수, 현미, 참깨 등으로 곡식환을 제조했으나 관할 지자체에 식품제조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곡식환의 외부에 성분, 제조일자, 유통기한 등 아무런 표시사항이 없어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돌팔이 한의사
서울은평경찰서 관계자는 “종교에 의지하는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의사 등 의료인을 사칭해 의료행위를 하고, 확인되지 않은 식품 등을 판매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진료를 받을 때 의료인 면허가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피고, 식품을 구입할 경우 중요 표시사항이 기재돼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저소득수급비 떼먹은 목사
기초생활비 알선수수료 ‘꿀꺽’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1일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수령하도록 도와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수급비 일부를 떼먹은 A복지선교센터 관계자 등 6명을 검거하고 이 단체 회장 박모(52)씨를 구속했다. 또 박씨의 도움을 받아 기초생활수급비를 부정하게 수령한 권모(52)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 선교센터 관계자 6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불법 수령 방법을 알려준 뒤 첫 달 지급되는 기초수급비용 전액과 두 번째 달부터 지급되는 기초수급비용의 20%를 지급받는 등 총 112명의 기초수급자로부터 1억66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초수급자 선정과정에 개입해 허위서류를 제출하거나 진단서를 변조하는가 하면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근로능력이 없다는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가 필요하자 정신과 진단서를 발급받는 방법까지 교육하기도 했다.
입건된 수급자 12명은 이같은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수급자로 선정돼 2억1600여만원을 타냈다. 조사 결과 복지선교센터는 허위의 광고전단지를 뿌리며 저소득층을 유인했다. 사단법인 등록 사실이 없고, 정부승인 복지단체가 아님에도 광고전단지에 ‘사단법인 A복지선교센터, 공익단체 정부 승인번호’라고 기재했다.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