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관광지의 변신은 무죄, 재탄생한 여행지 ③경북 봉화

‘칙칙폭폭’ 백두대간에서 즐기는 알프스의 낭만

경북 봉화군 소천면 분천리는 200여 명이 사는 산골마을이다. 태백산과 청량산, 통고산 등 백두대간 산자락에 둘러싸여 외지인의 발길이 뜸하고, 빈집이 늘어가던 마을이다. 적막감이 감돌던 마을에 최근 변화가 시작되었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분천역이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의 기착지가 되면서 수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채화 같은 오지의 속살…협곡열차의 매력
자연과 예술을 한꺼번에 즐기는 ‘힐링 여행’

하루에 여섯 차례 무궁화호 열차가 서고 화물열차만 오가던 분천역이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수백 명이 V-train을 타기 위해 분천역을 찾는다.
한국·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 하면서 분천역의 외관도 스위스 샬레 분위기로 단장했다. 체르마트역은 스위스 빙하특급열차가 출발하는 역으로,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V-train이 서는 분천역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이 여행자들은 분천역 이곳저곳을 돌며 기념사진을 찍고, 역사 안에 비치된 기념 스탬프도 찍는다.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를 빌려 타고 분천마을을 돌거나, 카 
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이용해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기차를 타고 분천역에서 내린 여행자들이 친환경 전기자동차를 타고 인근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어 호응이 뜨겁다. 

산골 마을의 화려한 변신

역만 변신한 것이 아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면서 조용하던 산골마을도 덩달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어른들도 웃을 일이 많아졌다. 마을 입구에 주차장과 간이화장실이 만들어지고 민박도 생겼다. 주민들이 뜻을 모아 식당을 열고 푸근한 인심까지 얹어 음식을 낸다. 산채비빔밥이나 메밀묵밥 등 산골하면 떠오르는 메뉴를 중심으로 집에서 먹는 밑반찬을 함께 올리니 여행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청정한 산골마을에서 즐기는 파전에 동동주 한 잔도 꿀맛이다. 
이색적인 체험거리로 조랑말 세 마리가 있다. 스코틀랜드산 조랑말은 아이들이 타기 딱 좋은 크기로,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 꽃마차에 연결하면 온 가족이 타고 분천마을을 돌아볼 수도 있다. 


1일 3회 분천과 철암을 왕복 운행하는 V-train은 비동, 양원, 승부, 석포를 거치는 동안 백두대간 협곡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세 칸짜리 관광 열차다. 분천에서 철암까지 1시간10분 정도 열차를 타는데, 평균 시속 30km 내외로 운행하는 열차에 앉아 창밖으로 펼쳐지는 비경을 즐길 수 있어 주말은 두 달 전에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백두대간을 누비던 백호를 형상화한 기관차와 이국적인 관광열차를 닮은 분홍색 객차는 잠자는 듯 고요하던 분천역 철로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4인용 좌석과 다정하게 마주 볼 수 있는 2인용 좌석이 배치되었고,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파는 매점도 있다. 추운 겨울이 오면 군고구마를 즐길 수 있도록 전용 난로까지 마련했다. 승무원이 창밖으로 지나가는 마을과 지형에 대해 설명도 해준다. 
더욱 매력적인 것은 객차 지붕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해 그 힘으로 열차가 운행되고, 객실 안의 선풍기도 돌아가는 친환경 열차라는 점이다. 객실 창으로 들어오는 협곡의 바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계곡 따라 흐르는 봉화의 추억

분천역을 출발한 V-train은 화전민이 모여 살던 비동에서 잠시 정차한 뒤 양원역에 도착한다. 양원역은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라는 별칭이 있는 간이역이다. 양원마을에는 원래 열차가 서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이 시멘트를 사다 역사를 짓고 나서 양원역이라는 이름으로 열차가 서게 되었다. 간이역이라 부르기도 어색할 정도로 작지만, 내부는 향수를 자극하는 구식 TV와 책들로 꾸며졌다. 열차가 서는 시각에 맞춰 찐 감자를 가지고 나와 파는 할머니도 계신다.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는 문구로 잘 알려진 승부역을 지나 석포를 거쳐 철암에서 멈춘 열차는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분천으로 돌아간다. 협곡의 비경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비동마을에서 양원역까지 2.2.km 이어지는 체르마트길을 걸어보자. 양원마을과 비동마을 주민들이 걸어 다니던 길로,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 하면서 새롭게 명명되었다. 열차 창밖으로 보이던 협곡을 걸으며 때 묻지 않은 계곡의 절경과 울창한 산길, 철길을 만날 수 있다. 민가도 없는 오지이므로 길동무와 함께 걷는 것이 좋다. 
비동마을에서 분천마을까지는 콘크리트 포장길이 약 4.6km 이어지는데, 오가는 차량이 없고 너른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라 조용히 사색하며 걷기에 그만이다. 분천역에서 비동마을로 가서 체르마트길을 걷고 양원역에 도착하는 V-train을 타는 것으로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


분천역에서 춘양역으로 나가면 정자와 고택의 고장 봉화의 매력에 빠진다. 봉화만산고택은 조선 말기의 문신인 만산 강용이 1878년에 지은 집으로 긴 행랑채와 너른 사랑채, 서재와 별채, 안채를 거느린 빼어난 건축물이다. 문인과 우국지사들이 모여 독립운동을 모의한 의양리 권진사댁, 충재 권벌 선생의 후손이 지은 봉화한수정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춘양역에서 봉화읍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안동 권씨 집성촌 달실마을에 닿는다. 황금 닭이 알을 품고 있는 ‘금계포란형’ 명당으로, 조선 중기의 충신이자 대학자인 충재 권벌 선생이 일가를 이루어 살기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른 한옥 마을이다. 종가에서는 왕이 명한 불천위 제사를 지금까지 지내는데, 충재 선생의 유품을 모아 정리한 충재박물관에는 불천위 제사의 내용이 자세히 정리되었다. 충재 선생이 지은 청암정과 그 아들이 지은 석천정사의 계곡은 달실마을이 품은 보석이다.


국보 201호로 지정된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도 찾아보자. 호고산 자락의 바위에 새겨진 부조 형식 여래좌상으로, 통일신라 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애여래좌상이 있는 지림사는 의상대사가 머물며 축서사 창건의 계시를 받은 곳으로 알려졌다. 지림사에서 약 10km 거리에 위치한 축서사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타기 / 분천역 V-train 탑승→ 분천~철암 
구간 왕복→ 만산고택→ 권진사댁→ 달실마을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분천역→ 비동마을→ 체르마트길 트레킹→ 양원역에서 
  V-train 탑승→ 철암→ V-train 구간 왕복→ 분천역→ 만산고택 숙박 
·둘째 날 : 권진사댁→ 봉화 서동리 동·서 삼층석탑→ 한수정→ 달실
  마을→ 봉화 북지리 마애여래좌상→ 축서사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 www.v-train.co.kr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봉화군청 문화관광 http://culture.bonghwa.go.kr 
· 권진사댁 054)672-6118, http://blog.naver.com/kwonjinsa
· 달실마을 054)673-0963, www.darsil.kr
· 축서사 054)672-7579, www.chooksersa.org

문의 전화
·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41 
· 분천역 054)672-7711 
· 봉화역 054)672-7788 
· 춘양역 054)673-7788 
· 만산고택 054)672-3206 
· 지림사 054)673-6735 

대중교통 정보 
<기차>  서울 출발(07:45), 수원 출발(07:40), 제천출발(15:00, 15:03)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 분천역 정차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빠져나와 우회전→신재로 따라가다 
영주·풍기 방향 좌회전→36번 국도 따라 이동→노루재터널 
→분천삼거리에서 분천역 이정표 보고 좌회전→분천역 

숙박 정보
· 만산고택 : 춘양면 낙천당길, 054)672-3206 (한옥에서의 하루) 
· 권진사댁 : 춘양면 낙천당길, 054)672-6118 (한옥에서의 하루) 
· 추원재 : 봉화읍 충재길, 054)673-0963 

식당 정보
· 우돈명가 : 청국장, 춘양면 의양로4길, 054)672-2234 
· 홍가네매운탕 : 매운탕, 춘양면 소천로, 054)673-1541 
· 솔봉이 : 송이돌솥밥, 봉화읍 내성천1길, 054)673-1090 
· 인화원 : 송이돌솥밥, 봉화읍 유록길, 054)672-8289 

축제와 행사 정보
· 은어축제 : 2013년 7월27일~8월3일, 봉화읍 내성천 일원, 

주변 볼거리
청량산도립공원, 다덕약수, 천주교 우곡성지, 영화 〈워낭소리〉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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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