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롯데가 형제’ 주판알 튕겨보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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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경쟁’ 아버지 재산 누가 더 챙길까

[일요시사=경제팀] 롯데일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그룹회장의 한 살 터울 친형이 갑자기 지분 매입에 나선 것. 기존 지분율에 변화를 가져올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민감한 시기인 만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왕회장’이 올해 91세 고령인 점도 두 형제 간 힘겨루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9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겸 일본롯데상사 사장이 주식 643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6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이번 주식 취득으로 신 부회장의 보유주식수는 4만9450주에서 5만93주로, 지분율은 3.48%에서 3.52%로 늘었다. 투입금액은 10억원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알미늄이 15.2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 뒤를 신격호 총괄회장(6.3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34%)이 잇고 있다. 신 부회장이 추가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해서 기존 지분율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 앞두고
계열분리 신호탄?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얼마 전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15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됐다. 특히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이 동원됐다. 롯데그룹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특별 세무조사라고 볼 수 있다. 롯데쇼핑은 오너 일가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실질적 지주사. 매출도 그룹 전체 매출액 82조원의 약 31%를 차지한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정당국의 조사가 있었다.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재계 안팎에서는 CJ와 롯데그룹이 사정당국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따라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는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이끌어내고 있다.

롯데그룹이 현 정부 들어서면서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은 첫 번째 이유는 롯데그룹이 MB정부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기 때문이다. MB정부 시절 롯데의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의 사업허가를 받았으며 맥주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고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해 ‘베이스캠프’로 사용한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9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경영권 승계 막바지…갑자기 변수 돌출
‘장남 일본 차남 한국’구도에 변화 감지

MB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룹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다. 롯데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1년 14.19%에서 지난해 15.47%로 상승했다. 이는 10대 그룹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롯데는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의식해 지난 2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에 맡겼던 영화관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내부거래 비중이 과도한 계열사가 상당수로 파악된다.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에스앤에스인터내셜날 등이다.

양측 지배력
강화에 촉각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으며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7497억원 중 4392억원(59%)을, 8029억원 중 4784억원(60%)을 계열사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2009년 79%, 2010년 80%, 2011년 79%의 매출을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올렸다. 대홍기획의 내부거래율은 2009년 96%, 2010년 92%, 2011년 67%로 조사됐으며 롯데닷컴은 2009년 49%, 2010년 53%, 2011년 66%에 달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2009년 96% 2010년 93%, 2011년 95%의 내부거래율을 기록했으며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2010년과 2011년 매출 100%를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내부거래와 배당금 형태로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 자금 때문에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의 불똥은 오너 일가 쪽으로 튈 가능성도 보인다. 그룹 회장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 6월 신 회장이 개인 돈 100억23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린 것과 신 총괄회장이 올해 91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더해져 이번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90년대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주·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념겼다. 97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캐미칼) 부사장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났고 당시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전무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가져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들 형제 중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롯데쇼핑은 30여 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2.6%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4.3%를 갖고 있다. 

실속계산 보니…형보다 아우
고령 ‘왕회장’지시 있었나

지난 9일 기업 경엉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롯데그룹 계열사의 순환출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계열사들의 지분 관계로 맺어진 순환고리는 51개. 이 중 43개 고리에 롯데쇼핑이 걸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주요 주주는 신 회장(13.46%), 신 부회장(13.45%),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텔롯데의 지분율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의 지분은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신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22% 정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캐피탈(26.60%), 롯데손해보험(26.09%), 롯데닷컴(17.20%), 롯데케미칼(12.68%), 롯데쇼핑(9.58%), 롯데푸드(9.33%), 롯데칠성음료(5.83%), 롯데제과(3.2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카드,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산개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햄, 대홍기획 등 37개 계열사의 지분을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1.24%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건설, 한국후지필름, 캐논코리아, 롯데물산, 롯데손해보험, 롯데DF글로벌 등과 롯데쇼핑과 관계없이 호텔롯데가 독자적 출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수도”

이러한 구조는 향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질 경우 그룹 장악력에서 신 회장이 열세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롯데그룹 전반을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신 회장이 갖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맡도록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신 회장 스스로도 그룹 내 또 다른 주력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의 주식을 잇달아 매입하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는 식품 계열사로서 유통 계열사와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그룹 내 51개 순환출자 고리 중 24개에 걸려있으며 롯데제과는 12개 고리에 들어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1월과 5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202억원어치 매입했다. 지난 6월26일에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7580주를 각각 100억원, 99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에서 0.3%로, 롯데제과 지분율은 4.9%에서 5.3%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5.1%에서 5.7%로 높아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신 회장이 개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처음 매입한 후 지난 9년간 단 한 번도 개인 돈으로 지분 확장에 나선 적이 없다.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고리를 통해 2007년 말 46개였던 계열사 수를 지난해 말 79개사로 늘린 게 전부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제쳐두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서 우위를 점해 지배구조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회장은 IT(정보기술)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의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은 2006년 롯데쇼핑 이후 7년 동안 계열사를 증시에 상장한 적이 없다. 롯데정보통신의 최대주주는 롯데리아로 3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대홍기획(28.1%), 롯데제과(6.1%), 호텔롯데(2.9%), 롯데칠성음료(1.5%), 롯데장학재단(0.9%), 롯데삼강(0.4%) 등 계열사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그룹 오너일가는 신 회장(7.5%), 신 부회장(4%),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3.5%) 순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다.

코리아세븐은 일본계 자금 유치를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쇼핑(51.14%)과 롯데제과(16.50%) 등이 대주주다. 전체 지분의 98.94%를 롯데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소유 중이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에 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설립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소규모이긴 하지만 십년을 넘게 보유하고 있던 롯데카드 지분 1.24%를 지난 4월 293억원에 처분했고 최근에는 부산 국제빌딩 토지 및 건물을 121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MB정부 최대수혜
팔 걷은 국세청

이러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은 그간 롯데그룹의 보수적 경영방침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롯데는 기업공개를 꺼리고 외부투자 유치를 멀리하는 기업풍토로 잘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의 이러한 심상치 않은 최근 행보에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의 관심이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에 집중된 상태에서 돌출적 행동을 이어간다면 롯데그룹이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계열분리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 두 형제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동주·동빈 승진 비교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90년 일본롯데그룹 이사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같은 해 바로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3년 롯데칠성의 해외담당 이사 및 롯데쇼핑 이사직을 맡으며 한국롯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일본롯데상사 사장직과 함께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전에는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91년 롯데 오리온즈(현·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하고 95년 구단 대표이사에 취임, ‘바비 발렌타인’ 감독을 불러들이고 침체하던 팀을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렸다.

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한국롯데의 경영권을 맡았다. 2004년부터는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 마크로(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그룹 회장에는 2011년 2월 취임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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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