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롯데가 형제’ 주판알 튕겨보니…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0 09: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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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경쟁’ 아버지 재산 누가 더 챙길까

[일요시사=경제팀] 롯데일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그룹회장의 한 살 터울 친형이 갑자기 지분 매입에 나선 것. 기존 지분율에 변화를 가져올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민감한 시기인 만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기업지배구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왕회장’이 올해 91세 고령인 점도 두 형제 간 힘겨루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9일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겸 일본롯데상사 사장이 주식 643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6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이번 주식 취득으로 신 부회장의 보유주식수는 4만9450주에서 5만93주로, 지분율은 3.48%에서 3.52%로 늘었다. 투입금액은 10억원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알미늄이 15.29%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그 뒤를 신격호 총괄회장(6.38%),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34%)이 잇고 있다. 신 부회장이 추가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해서 기존 지분율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 앞두고
계열분리 신호탄?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얼마 전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15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됐다. 특히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이 동원됐다. 롯데그룹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특별 세무조사라고 볼 수 있다. 롯데쇼핑은 오너 일가가 최대 지분을 갖고 있는 실질적 지주사. 매출도 그룹 전체 매출액 82조원의 약 31%를 차지한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정당국의 조사가 있었다.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재계 안팎에서는 CJ와 롯데그룹이 사정당국의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따라서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는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이끌어내고 있다.

롯데그룹이 현 정부 들어서면서 사정당국의 주목을 받은 첫 번째 이유는 롯데그룹이 MB정부의 수혜를 톡톡히 받았기 때문이다. MB정부 시절 롯데의 숙원사업이던 롯데월드타워의 사업허가를 받았으며 맥주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고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을 전후로 해 ‘베이스캠프’로 사용한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9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경영권 승계 막바지…갑자기 변수 돌출
‘장남 일본 차남 한국’구도에 변화 감지

MB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그룹 계열사 간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다. 롯데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1년 14.19%에서 지난해 15.47%로 상승했다. 이는 10대 그룹 가운데서도 가장 높다. 롯데는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를 의식해 지난 2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에 맡겼던 영화관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지만 아직도 내부거래 비중이 과도한 계열사가 상당수로 파악된다.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에스앤에스인터내셜날 등이다.

양측 지배력
강화에 촉각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으며 2009년과 2010년에도 각각 7497억원 중 4392억원(59%)을, 8029억원 중 4784억원(60%)을 계열사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2009년 79%, 2010년 80%, 2011년 79%의 매출을 계열사들과 거래에서 올렸다. 대홍기획의 내부거래율은 2009년 96%, 2010년 92%, 2011년 67%로 조사됐으며 롯데닷컴은 2009년 49%, 2010년 53%, 2011년 66%에 달했다. 롯데후레쉬델리카는 2009년 96% 2010년 93%, 2011년 95%의 내부거래율을 기록했으며 에스앤에스인터내셔날은 2010년과 2011년 매출 100%를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올렸다.

내부거래와 배당금 형태로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 자금 때문에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의 불똥은 오너 일가 쪽으로 튈 가능성도 보인다. 그룹 회장이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지난 6월 신 회장이 개인 돈 100억2300만원을 들여 롯데제과 지분을 4.88%에서 5.34%로 늘린 것과 신 총괄회장이 올해 91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더해져 이번 신 부회장의 지분 매입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90년대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동주·동빈 두 아들에게 경영권을 념겼다. 97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캐미칼) 부사장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 발령났고 당시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 전무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때부터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가져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롯데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상 이들 형제 중 누가 우위에 서 있는지를 가늠하기란 매우 어렵다.

롯데그룹은 일본롯데는 호텔롯데가, 한국롯데는 롯데쇼핑이 각각 지주회사를 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롯데쇼핑은 30여 개 계열사에 출자하며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롯데의 중심이자 단순 계열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롯데의 주요 순환출자고리는 ‘롯데쇼핑→롯데카드→롯데칠성음료→롯데쇼핑’으로 이어진다. 롯데쇼핑은 롯데카드의 지분 92.6%를 보유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1.5%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의 지분 4.3%를 갖고 있다. 

실속계산 보니…형보다 아우
고령 ‘왕회장’지시 있었나

지난 9일 기업 경엉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롯데그룹 계열사의 순환출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계열사들의 지분 관계로 맺어진 순환고리는 51개. 이 중 43개 고리에 롯데쇼핑이 걸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의 주요 주주는 신 회장(13.46%), 신 부회장(13.45%), 호텔롯데(8.83%), 한국후지필름(7.86%), 롯데제과(7.86%) 등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호텔롯데의 지분율이다.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리고 신 부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쇼핑의 지분은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신 부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22% 정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38.34%), 롯데상사(34.64%), 롯데물산(31.07%), 롯데캐피탈(26.60%), 롯데손해보험(26.09%), 롯데닷컴(17.20%), 롯데케미칼(12.68%), 롯데쇼핑(9.58%), 롯데푸드(9.33%), 롯데칠성음료(5.83%), 롯데제과(3.21%) 등 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카드, 롯데리아, 부산롯데호텔, 롯데자산개발, 롯데로지스틱스, 롯데햄, 대홍기획 등 37개 계열사의 지분을 많게는 100%에서 적게는 1.24%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롯데건설, 한국후지필름, 캐논코리아, 롯데물산, 롯데손해보험, 롯데DF글로벌 등과 롯데쇼핑과 관계없이 호텔롯데가 독자적 출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수도”

이러한 구조는 향후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질 경우 그룹 장악력에서 신 회장이 열세에 놓일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롯데그룹 전반을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질적인 경영권은 신 회장이 갖고 있으며 신 총괄회장이 일본롯데는 신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 회장이 맡도록 교통정리를 해놨기 때문이다.


신 회장 스스로도 그룹 내 또 다른 주력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의 주식을 잇달아 매입하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는 식품 계열사로서 유통 계열사와 함께 롯데그룹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그룹 내 51개 순환출자 고리 중 24개에 걸려있으며 롯데제과는 12개 고리에 들어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쇼핑 다음으로 덩치가 큰 계열사다.

신 회장은 지난 1월과 5월 롯데케미칼 주식을 202억원어치 매입했다. 지난 6월26일에는 롯데제과 주식 6500주와 롯데칠성음료 주식 7580주를 각각 100억원, 99억원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롯데케미칼 지분율은 0%에서 0.3%로, 롯데제과 지분율은 4.9%에서 5.3%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5.1%에서 5.7%로 높아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신 회장이 개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2003년 롯데제과 주식을 처음 매입한 후 지난 9년간 단 한 번도 개인 돈으로 지분 확장에 나선 적이 없다. 계열사 간의 상호출자고리를 통해 2007년 말 46개였던 계열사 수를 지난해 말 79개사로 늘린 게 전부다.

신 회장의 이러한 움직임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구조 해소를 앞두고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 부회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롯데쇼핑은 제쳐두고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 등 나머지 주요 계열사에서 우위를 점해 지배구조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계열분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회장은 IT(정보기술)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의 IPO(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다. 롯데그룹은 2006년 롯데쇼핑 이후 7년 동안 계열사를 증시에 상장한 적이 없다. 롯데정보통신의 최대주주는 롯데리아로 3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대홍기획(28.1%), 롯데제과(6.1%), 호텔롯데(2.9%), 롯데칠성음료(1.5%), 롯데장학재단(0.9%), 롯데삼강(0.4%) 등 계열사 지분이 절반을 넘는다. 그룹 오너일가는 신 회장(7.5%), 신 부회장(4%),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3.5%) 순으로 지분을 보유 중이다.

코리아세븐은 일본계 자금 유치를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코리아세븐은 롯데쇼핑(51.14%)과 롯데제과(16.50%) 등이 대주주다. 전체 지분의 98.94%를 롯데그룹 계열사와 오너 일가가 소유 중이다.


롯데쇼핑은 싱가포르에 부동산투자회사(REITs)를 설립하고 기업공개를 통해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소규모이긴 하지만 십년을 넘게 보유하고 있던 롯데카드 지분 1.24%를 지난 4월 293억원에 처분했고 최근에는 부산 국제빌딩 토지 및 건물을 121억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했다.

MB정부 최대수혜
팔 걷은 국세청

이러한 롯데그룹의 움직임은 그간 롯데그룹의 보수적 경영방침과 비교했을 때 무척이나 이례적이다. 롯데는 기업공개를 꺼리고 외부투자 유치를 멀리하는 기업풍토로 잘 알려져 있다.

롯데그룹의 이러한 심상치 않은 최근 행보에 재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의 관심이 롯데그룹과 오너 일가에 집중된 상태에서 돌출적 행동을 이어간다면 롯데그룹이 순환출자구조 해소와 계열분리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내 두 형제의 움직임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동주·동빈 승진 비교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1990년 일본롯데그룹 이사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 등장했다. 같은 해 바로 일본롯데그룹 부사장 자리에 올랐고 2003년 롯데칠성의 해외담당 이사 및 롯데쇼핑 이사직을 맡으며 한국롯데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일본롯데상사 사장직과 함께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88년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해 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취임하면서 롯데그룹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전에는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일했다.

91년 롯데 오리온즈(현·지바 롯데 마린스)의 구단 사장 대행으로 취임하고 95년 구단 대표이사에 취임, ‘바비 발렌타인’ 감독을 불러들이고 침체하던 팀을 인기 구단으로 끌어올렸다.

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을 거쳐 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한국롯데의 경영권을 맡았다. 2004년부터는 롯데그룹의 정책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케이피케이칼, 한화마트,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마크로(중국), 마크로(인도네시아), 럭키파이(중국), 길리안(벨기에), 타이탄(말레이시아) 등을 인수하며 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그룹 회장에는 2011년 2월 취임했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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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