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창석-아모레 수상한 거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8.19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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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새도 모르게 '수백억 현금화'

[일요시사=정치팀] '전두환 금고지기' 이창석씨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됐다. 상대는 아모레퍼시픽. 수만평 부지가 이씨 수중에서 아모레퍼시픽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나온 정황이 석연치 않다. 전씨일가의 은닉재산 의혹이 제기된다. '비자금 세탁'이 아니냐는 것이다.



'비자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씨를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이다.

'전씨네 곳간지기'
수십만평 이미 정리

전두환씨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됐다. 아모레퍼시픽에 팔아 거액을 챙겼다. 이를 두고 전씨의 은닉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이 소유했던 오산 땅은 양산동 산19-3, 산19-57, 산19-116, 산19-117 등 일대로 모두 38만8542㎡(약 12만여 평) 규모다. 아모레퍼시픽의 모회사 ㈜태평양이 2002년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이중 산19-116, 산19-117 2필지(6만6180㎡·약 2만여 평)를 아모레퍼시픽에 판 인물이 바로 이씨다. 아모레퍼시픽은 이 부지를 검찰의 ‘전두환 비자금’수사가 그 일가로 확대되기 전인 2002년 7월 이씨로부터 매입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오산 땅에 대해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스킨케어사업장(수원공장) 등을 오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따라 2002년 전후 양산동 땅을 집중 매입했다"며 "이씨의 땅 2필지 외에도 모두 12만여 평에 달하는 양산동 임야를 사들였기 때문에 특정 인물과 연계된 것은 아니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임야의 공시지가(㎡당)는 아모레퍼시픽이 매입한 시점인 2003년 1만3000원대에서 지난해 7만8000∼8만2000원대로 6배 이상 뛰었다. 부지 바로 앞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 등이 들어선 게 호재였다.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고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이곳엔 SM엔터테인먼트의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비자금 수사 확대전 오산땅 2만평 매매
다시 지인 회사로 넘어가…실소유 의문

때문에 이 일대의 토지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수백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씨와 아모레퍼시픽이 거래한 땅이 100억원대를 호가한다는 계산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양산동 산19-116, 산19-117 일대는 개발 호재가 많아 2만평 정도면 약 100억원에 거래된다"며 "해당 부지가 개발될 경우 땅값은 훨씬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도시계획변경으로 2006년 양산동 개발이 무산되고 확보한 부지를 부동산개발업체에 되팔았다"며 "이미 매각 대금도 다 받는 등 매매 거래가 끝났다. 이젠 오산 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지는 아모레퍼시픽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2011년 6월 부동산개발회사인 오산랜드마크프로젝트로 넘어갔다. 이 업체는 대형 건설사와 함께 이곳에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오산랜드 설립자는 박정수 늘푸른오스카빌 사장. 이씨와 박 사장은 20년 지기 친구다. 전씨의 은닉재산 의혹과 비자금 세탁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둘은 또 다른 오산땅을 수백억원에 거래하기도 했다. 이씨의 수상한 거래 때마다 박 사장이 거액을 들여 땅을 매입했다. 검찰은 박 사장이 전씨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오산 땅의 매입 경위와 거래에 쓰인 자금 내역 등을 조사 중이다.


전두환 수사 키맨
사정당국 예의주시

검찰은 이씨를 '전씨네 곳간지기'로 지목, 집중적으로 털고 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전씨 일가의 재산관리인 역할을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산 땅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오산 땅이 전씨 일가의 은닉재산이라면 벌써 거액을 세탁해 챙겼다는 얘기가 된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씨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씨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엔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씨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초 이씨는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규동씨도 비자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다. 이규동씨는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해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청문회 당시 전씨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진짜 주인 누구? 
은닉 재산 의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그 금액이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 이들 거래엔 항상 박 사장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게 전씨 차남 재용씨와의 거래다. 이씨는 조카 재용씨와 함께 부동산개발업체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에 2만평을 처분한데 이어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매각했다. 이중 절반을 박 사장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재용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 사장이었다. 결국 이씨는 재용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재용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재용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이 소유했던 오산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재용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아들 소유 7만평
"아직 남아있다"

이씨 소유의 오산 땅은 아직 남아있다. 양산동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부지를 아들 원근씨와 50:50 지분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씨가 2006년 증여했다. 이 땅은 현재 S사에 신탁된 상태. 또 언제 팔릴지 모를 일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마 오른 '오산 땅'가보니…

"전두환꺼"소문 무성

전두환씨 처남 이창석씨는 오산시 양산동 일대의 대지주다. 그래서일까. 현지 주민들은 이 일대를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 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씨가)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씨는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그 금액이 무려 1000억원에 이른다.

이씨 소유의 부지 바로 뒤편엔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74만7470㎡(약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시의 랜드마크인 유적지 등 주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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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