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김현주가 열혈 아줌마로 변신한다. 김현주는 KBS 2TV 수목드라마 <파트너>에서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일곱 살짜리 아이를 키우며 사법고시에 합격, 늦깎이로 변호사가 된 강은호 역할을 맡았다. 아직 결혼한 적도,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는 32세의 김현주가 억척스럽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아줌마 변호사를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가 된다.
홀로 애 키우는 억척 아줌마…“경험 없어서 걱정 반 설렘 반”
옷도 머리도 아줌마 싹 변신…“아줌마 감정 살려야 하는데”
<파트너>는 한국형 리얼 법정 드라마를 표방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법정 드라마는 성공한 전례가 극히 드물다. 이는 작품의 선택을 앞둔 배우에게 영향을 준다. 김현주는 <파트너>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을 ‘관심 없었다’라는 짧은 말로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솔직히 ‘법정 드라마? 누가 봐. 재미없어’라는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시놉시스와 1,2회 대본을 받았을 때는 <꽃보다 남자> 촬영 중이었고 다른 작품을 할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법정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뒤엎을 수 있는 색다른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에 출연 결정을 하면서 김현주의 최대 고민은 아줌마의 감정을 살려야 하는데 경험이 없어서 억지스러운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밝은 모습, 코믹함 보여주고 싶어
“배역이 아줌마인데 아줌마처럼 보이지 않아서, 일부러 투박한 갈색 옷을 입고 단추도 끝까지 잠그고 입어요. 구두도 초반에는 신지 않고 나오고요. 헤어스타일도 아줌마처럼 바꿨어요.”
그는 최근 <꽃보다 남자>에서 재벌가 귀공녀 구준희 역할을 맡았던 터라 배역 차이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배역에 매력을 느껴 선택했고 찍는 과정에서 더욱 기대가 되고 있어요. 강은호는 법이랑 무관할 것 같은 캐릭터에 취미가 복싱인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밝은 캐릭터를 안 했던 것 같아 오랜만에 밝은 모습, 코믹함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은호는 한마디로 ‘변호사지만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인물’이에요.”
김현주는 법과 소송이 전혀 낯설지만은 않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영됐던 같은 방송사의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에서 학창시절 실수로 살인을 저지른 전과자로 나왔던 것.
“<파트너>에 캐스팅된 후 법정 견학을 한차례 했어요. 변호사역을 맡았지만 법 공부를 할 수는 없었고, 다만 극중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은 좀 찾아봤어요. 또 드라마의 법률 자문단으로부터 도움을 많이 얻고 있기도 하고요.”
김현주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결혼을 정말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결혼생활의 힘든 얘기와 고민을 털어놓는 것을 보고 결혼 생각이 싸악 사라졌다. 아니 자신이 없어졌다.
“결혼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생각도 없고 자신도 없어요. 남자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에요. 제가 성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2년 전 출연했던 KBS 2TV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때도 새롭게 거듭나고 싶다는 말을 했었는데, 지금은 더욱 그러고 싶어요. <파트너>가 2년 만의 작품이어서 연기에 목마른 상황이에요.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김현주는 지독한 ‘엇박자 사랑’만을 해왔다.
“이상하게도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안 좋아하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나를 꼭 좋아하더라고요. 나는 ‘1등’을 좋아하는데 ‘2등’ 혹은 ‘꼴등’들이 나를 좋아했어요.”
최근 사극전문 연출가 이병훈이 펴낸 체험 에세이 <꿈의 왕국을 세워라>에는 김현주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책에는 그의 연출가로서의 사명과 어려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쏟아야 하는 피와 땀, 열정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여배우의 캐스팅 과정에 대한 어려움이 실명과 함께 거론돼 있는데, 이 중 드라마 <상도>의 여주인공 캐스팅 때문에 피가 마른 사연도 포함돼 있다.
책에 따르면 김현주를 캐스팅하기 위해 한 달이 넘게 기다렸으며 김현주를 포기할 즈음 김현주에게 캐스팅 제안을 하기 전에 거론됐던 연기자로부터 배역을 맡겠다는 연락이 왔다. 이에 다급해진 이 감독은 김현주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당일 6시까지 대답을 주지 않으면 배역이 다른 연기자에게 넘어간다고 말했다.
연기, 더 진지하고 진실해진 느낌
결국 김현주가 다른 연기자보다 한 시간 먼저 출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상도>의 주인공이 됐다. 이 감독은 사극이 여자 톱스타들에게는 모험이라며, 출연을 꺼리는 스타가 많다고 덧붙였다.
“당시는 20대 중반이 안 됐을 때이고 이 일(연기)을 시작한 지도 4~5년 밖에 되지 않아 사극과 현대물의 차이를 알 수 없었어요. 사극이기 때문에 <상도> 캐스팅을 고사한 것은 아니었어요.”
“30대가 되면서 연기가 더 진지하고 진실해진 느낌을 받는다”면서 “20대 때는 놀러 다닌다는 느낌으로 일했는데, 30대가 되면서 일에 애정도 생기고 고집도 늘어 촬영하면서 자기주장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는 김현주를 보면서 드라마 <파트너>에서의 호연을 예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