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추적> '원세훈 사건 키맨' 건설 로비스트 생생증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7: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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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아닌 다른 실세 있다

[일요시사=사회팀] 대형 관급공사마다 수주를 따냈던 한 건설업체가 있었다. 수도권 지역 1위 전문건설업체로 불린 W건설은 지난해 부도와 함께 수많은 의혹을 낳았다. 지난 정권 핵심실세와의 커넥션이 불거진 이 건설업체의 비밀은 무엇일까. 



시작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가 확대되면서 정치권에 나돈 기밀 문건이 하나 있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사건은 2010년 7월로 거슬러갔다.

한국남부발전에서 발주한 삼척그린파워발전소, 해당 토목공사 하청업체 선정과 관련 원 전 원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원 전 원장이 뒤를 봐준 것으로 지목된 건설업체는 W건설과 황보건설이었다.

하청업체 선정에
외압 첩보 입수

이들은 각각 1공구와 2공구의 하도급업체로 선정됐다. 1공구의 원도급 업체는 두산중공업이었으며, 2공구는 두산중공업과 대림산업이 공동으로 시공을 맡았다. 이상호 당시 한국남부발전 기술본부장(현 사장)은 원 전 원장을 대신해 이들 원도급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원 전 원장과 황보건설의 숨겨진 커넥션은 황보건설 대표 황모씨가 입을 열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여환섭 부장검사)는 최근 황씨로부터 지난 2009년 이후 수차례에 걸쳐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원 전 원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황보건설과 함께 거론된 W건설은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W건설 전 대표 김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린(W건설) 수의계약이 아닌 저가입찰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고 원 전 원장과는 일면식도 없다"면서 "두산중공업과는 몇 년 전부터 협력관계에 있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답했다.

W건설은 지난 1994년 설립된 전문건설업체다. 201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토건 486억원, 건축 480억원, 토목 333억원으로 국내 전체 건설사 중 300위권을 기록했다. 2010년 12월 기준 자본금은 33억원, 종합신용등급과 현금흐름등급에서 각각 BBB-(양호)와 CF3(양호)로 기준점을 넘겼다.

MB정부 실세 만나고 관급공사 '싹쓸이'
정국 뒤흔들 또 다른 핵뇌관 W건설 커넥션

주로 굵직한 관급공사를 수주했던 W건설은 인천지역 전문건설업체 중 1위로 평가 받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W건설은 일반 건설사로 치면 현대건설 정도의 위상이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W건설은 지난해 부도를 맞았고 같은 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서는 기획부도 의혹이 일었다.

W건설은 부도 직전인 2010년까지 10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기업으로 이름 높았다. 그러나 2년 뒤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하고 허망하게 문을 닫았다. W건설의 협력사들은 그 피해를 떠안아야 했다.

삼척그린파워발전소 하도급 입찰 당시 W건설과 경쟁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W건설이 입찰을 전후로 무리한 수주 때문에 머지않아 문을 닫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했다"며 입찰 전후 분위기를 전했다.

잘나가다 갑자기…
기획성 부도 의심

W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등 주로 공기업이 발주한 관급공사를 수주 받았다. 호남고속철도 제5-1공구 구조물 및 터널공사,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제4공구), 청주내덕(율량)-청원북일(북이) 일반도로 건설공사(2공구)는 물론이고, 지난 2009년 착공한 1조2000억원 규모의 경인 아라뱃길 시설공사에도 사업자로 참여했다.

KSICON(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W건설은 지난 3년간 하도급 공사로만 395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원도급 계약까지 합하면 4373억원에 이른다. 중소건설업체 중 이 정도 실적을 기록하는 업체는 흔치 않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업계에서 기술력과 영업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업계에서 김씨는 마당발로 통했다. 자연스레 따르는 로비 의혹도 많았다. 아라뱃길 시설공사에 SK건설과 함께 공동도급사로 참여했던 W건설은 아라뱃길 개통을 두 달 앞둔 시점에 부도를 맞으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익명의 제보자는 W건설이 입찰을 따낸 호남고속철도 공사에서 '하도급 몰아주기' 혜택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W건설은 호남고속철도의 총 19개 공구 중 5개 공구(1-1공구, 2-3공구, 3-1공구, 4-2공구, 5-1공구)의 공사를 맡았다. 한 건설업체가 단일 공사에서 5개 공구의 공사를 따낸 건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각 공사의 착공시기는 2009년 8월부터 2010년 11월까지였다. 2010년 들어서는 5월, 6월, 9월, 11월로 1∼3개월마다 한 번씩 공사에 들어갔다. 원도급사는 각 공구마다 모두 달랐으며 하도급 금액의 합은 1000억원을 상회했다.

'제2의 황보건설' 대형 관급공사 대거 수주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특혜설 도마

호남고속철도 공사를 발주한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은 "몰아주기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압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각 원도급사에 특정 하도급업체를 선정할 것을 부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설득해야 할 업체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원도급사 한 곳을 선정되도록 밀어주는 게 자연스럽다"며 "특정 하도급업체를 밀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의 말도 비슷했다. 그는 "영업의 달인이 아닌 이상 5개 원도급에 모두 로비가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사 시기가 집중돼있어 일정은 빡빡하지만 해당 업체의 시공능력을 봤을 때 (무리가 있지만) 공사는 가능하다"고 의견을 냈다.

다만 "한 업체가 특정 국책사업의 5개 공구 수주를 따낸 건 일반적인 사례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호남고속철도 공사에 참여한 30개 하도급 업체 중 W건설을 포함한 12곳의 업체는 현재 부도를 맞았다.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동홍천-양양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8·9공구), 삼척-동해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1 4공구), 담양-성산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3공구)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800억원에서 1300억원에 이르는 공사 규모도 규모지만 공사 시기가 호남고속철도 착공 시기와 아슬아슬하게 맞아 떨어진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W건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W건설은 업체 특성상 터널이나 지반 구조물을 작업하는 데 장점을 보였다"며 "이런 업체들은 고속국도 사업과 같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관급공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주로 민간 건설사가 발주하는 아파트 공사 등에서는 해당 업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얘기다.

확실한 건 W건설이 시공능력 이상의 대형 관급공사를 대거 수주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W건설은 삼척그린파워발전소 1공구 공사 당시 또 다른 도급업체를 하도급의 하도급으로 끌어들이다가 건설협회 측의 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의혹 대부분 부인
"소문이 너무 와전"

현재 W건설처럼 관급공사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건설사는 어림잡아 5곳. 황보건설을 비롯해 태아건설, H건설, T건설 등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선수금을 꽂고, 이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으로 뒷돈을 챙기는 건 업계에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W건설이 주목받았던 건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김씨가 과거 대기업에 비자금을 조성해 준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유명호텔. 건물 로비에서 만난 홍모씨는 "W건설과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며 접근했다. 홍씨는 업계 일각에서 '로비스트'로 알려진 인물. 홍씨는 최근 모 대기업 건설사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먼저 홍씨는 "W건설을 둘러싼 소문이 와전됐다"며 김씨와 관련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했다. 홍씨는 "(부도 직전인) 2011년 하반기부터 W건설에서 일했는데 가장 놀란 부분은 김씨가 결제를 한 번도 안 한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홍씨에 따르면 W건설은 지난 수년간 저가 입찰 원칙을 고수했다. 을의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수주를 따내기 위해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홍씨는 "내가 회사 장부를 살펴보니 매달 20억원 이상씩 적자를 보고 있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부도를 내자' 내가 그렇게 말했었다"고 회고했다.

W건설은 지난 2004년까지 대우건설의 오른팔로 불리며 고공 성장을 이뤘다. 홍씨는 "김씨가 일을 대우랑만 했었다"며 "예전 고 남상국 사장 때 비자금도 많이 해줬다"고 폭로했다. 홍씨에 따르면 김씨는 남 사장과 돈독한 관계였는데 W건설이 공사에서 손해를 보면 원도급인 대우건설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향으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남 사장이 유명을 달리하자 W건설은 대우건설과의 커넥션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서종욱 사장 부임 후 일부 협력 관계를 회복했다는 게 홍씨의 증언이다.

"몰아주기 불가능”vs “이례적 수주"
"대기업 비자금 브로커" 그는 누구?

홍씨는 현대건설과의 인연도 털어놨다. 과거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대북송금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김씨와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 2000년 11월께 W건설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동해고속도로 동해-주문진 간 건설공사 중 115억원 규모의 토목공사를 수주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국회 정무위 간사였던 이모 전 의원은 정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는 조건으로 W건설의 하도급 선정을 청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과정에서 정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김씨와 홍씨는 수사 종결과 함께 풀려났다.

홍씨는 "이렇게 매번 고생만 하고 덕 본 데는 없는 회사가 바로 W건설"이라며 "특혜를 받았느니 윗선에다가 로비를 했느니 지금 말이 많은데 윗선에서 보호해줬으면 김씨가 오늘 이 지경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홍씨는 삼척그린파워발전소 수의계약 의혹에 관해서도 김씨의 입장을 대변했다. 홍씨는 "W건설과 황보건설은 성격이 다르다"며 "황보건설은 그 당시 춘천지검 강릉지청장, 동해해경청장 등 만나는 사람이 어마어마했는데 우리는 두산중공업과 단 둘이 담판을 짓고 정정당당하게 계약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W건설이 저가 수주로 유명해서 입찰을 딴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항변했다.

일련의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단순히 밥을 먹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김씨는 MB정부 실세의 측근 A씨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러나 홍씨는 "김씨가 실세의 측근을 몇 차례 만난 건 맞지만 도움은 받지 않았다"며 "4년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외곽조직인 국실련(국민행복실천연합) 행사에서 그 측근을 만나 밥을 같이 먹었지만 청탁한 적은 없고, 관련 조사도 이미 다 받았다"고 밝혔다.

홍씨에 따르면 김씨는 유명 사업가와의 친분으로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그 측근을 소개받고, 몇 차례 식사를 대접했다. A씨를 소개한 사업가는 지난 MB정부 때 버마 정부로부터 해상광구 4곳의 탐사개발권을 따내 박영준 전 차관과의 커넥션이 돌았던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여권의 숨은 실세'라는 평도 있다.

"로비스트면
왜 망했겠냐"

홍씨는 기자 앞에서 김씨와 직접 통화하며 "김씨가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민주평통자문회의 등 이런 저런 모임을 많이 해 오해를 샀던 부분이 있었다"며 "(김씨가) 원래 무엇을 부탁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내가 대신 부탁을 하고는 했는데 그런 소문들이 모여 (김씨와) 나를 로비스트로 본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김씨는 자신의 재산을 법원에 의해 차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의의 부동산도 경매에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쓴 돈에 비해 10분의 1도 못 건진 게 김씨"라면서 "만약 조사받을 게 있다면 떳떳이 받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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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