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축구대표팀 내홍 논란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8 12: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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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항명에 축구팬 뿔났다

[일요시사=사회팀]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팀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위시한 국내파와 해외파의 갈등설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축구팬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양측은 서둘러 사건 진화에 나섰지만 한 번 불거진 불화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표팀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과연 누구일까.



'봉동이장'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언론 인터뷰는 축구계에 큰 파장을 불렀다. 추측만 무성했던 대표팀 내 불화설에 대해 당사자인 최 전 감독 본인이 입을 연 것이기 때문이다.

불 지핀 기성용

최 전 감독은 지난 3일 있었던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성남과의 경기를 앞두고 "기성용이 비겁했다" "(혈액형이) O형인 수비수보다 B형인 수비수가 낫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각, 복수 언론은 최 전 감독의 발언을 근거로 대표팀 내 불화설을 기정사실화했다. 해외파와 불편한 관계에 있던 최 전 감독이 언론을 통해 섭섭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해석이었다.

앞서 최 전 감독은 "일부 해외파가 식사시간에 자신들끼리만 밥을 먹는다"며 대표님 내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축구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기성용 등이 포함된 해외파와 이동국 등이 포함된 국내파가 갈등 관계에 놓여있다"고 불화설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월드컵 최종예선의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원인으로 와해된 팀 분위기가 지목됐다.


시작은 기성용의 SNS였다. 그는 지난달 한국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엔트리가 발표된 후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며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리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트위터(@thekey16·현재 삭제)에 올렸다. 타이밍 상 자신을 엔트리에서 제외시킨 최 전 감독을 겨냥한 글로 풀이됐다.

결과적으로 최 전 감독의 "기성용이 비겁했다"는 인터뷰는 기성용의 트윗글에 대한 반박으로 이해됐다. 후속 보도를 통해 최 전 감독의 발언이 일부 과장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오해는 또 다른 오해를 낳았다.

기성용은 최 전 감독의 인터뷰가 공개된 후 "내가 (SNS로) 표현한 것들이 (기사화되면서) 오해를 샀다"며 "트위터를 탈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또 다른 해외파 축구선수 윤석영은 트위터(@syyun317)를 통해 갈등설에 기름을 부었다.

윤석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2002월드컵 4강 - 이영표,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2012올림픽 동메달 - 윤석영, 김영권, 김창수 그리고 아쉽게 빠진 홍정호. 이상 모두 O형. 그 외 최고의 수비력 박지성 O형"이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누가 봐도 최 전 감독의 혈액형 발언을 비꼰 뉘앙스가 강했다.

윤석영의 트윗글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자 최 전 감독은 "농담으로 한 얘기가 와전됐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언론에 전했다. 악화된 여론에 부담스런 눈치였다.

해외파-국내파 불화설 공론화…배후 윤곽
"감독에 감히…" SNS 최강희 조롱글 도화선

논란의 중심이 된 윤석영 역시 "혈액형으로 성격을 평가하는 건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해서 올린 글인데 다른 감정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 듯하다"며 "최 (전) 감독님께 심려 끼쳐드린 것 같아 죄송하다"는 사과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성용이 직접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비밀 페이스북 계정이 드러나면서 실망은 분노로 바뀌었다. 지난 4일 한 축구 전문 기자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지난해 2월 기성용의 최 전 감독을 겨냥한 비판글을 폭로했다.

당시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리그는 팀 간 격차가 크다. 셀틱(기성용의 전 소속팀) 빼면 내셔널리그(국내 2부리그)와 같다"는 최 전 감독의 과거 인터뷰를 비꼬며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 뽑아줘서"란 글을 올렸다.

또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는 "소집 전부터 갈구더니 이제는 못하기만을 바라겠네. 님아 재밌겠네"라는 글도 올렸다.

더불어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사실 전반부터 나가지 못해 정말 충격 먹고 실망했지만 이제는 모든 사람이 느꼈을 거다. 해외파의 필요성을. 우리를 건들지 말았어야 됐고 다음부턴 그 오만한 모습 보이지 않길 바란다. 그러다 다친다"고 적어 최 전 감독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토로했다. 대표팀 내 불화설의 실체가 드러난 꼴이었다.

내막을 접한 축구팬들의 반응은 분노와 허탈감으로 가득했다. 각 게시판마다 기성용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가득했다.

닉네임 실**은 "차라리 대놓고 대드는 놈이 낫지. 뒤에서 살살 약 올리고 조롱하다가 문제되면 '그 얘기 한 거 아닌데요?'라고 하는 놈이 진짜 주먹을 부른다"며 기성용을 공격했다.

닉네임 cele***도 "성공하는 사람은 입이 무겁다는데 설사 감독이 마음에 안 들었더라도 저렇게 SNS에 자기감정 싸지르는 게 얼마나 부끄럽고 어린 행동이냐"며 "나이만 어린 게 아니라 참을성도 한참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닉네임 weojf***** 역시 "예전부터 기성용이 대표팀 분위기 흐리는 건 사실이란 얘기"라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대표팀 망치는 선수는 필요없다"고 동조했다.

기름 부은 윤석영

기성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파벌을 형성한 해외파 축구 선수들에게도 이어졌다.

닉네임 o2p***는 "해외파놈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지들이 무슨 메시나 호날두인줄 안다"며 "파벌이 있으니까 조직력도 없고 경기력도 엉망인 것 아니냐"고 의견을 폈다.

닉네임 씨**는 "해외파라는 것들이 특히 리그 최하위권 팀에서조차 주전경쟁에서 밀린 놈들이 해외파랍시고 대표팀 선발은 마치 당연하다는 식의 패권적 발상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닉네임 서울**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말했듯 감독을 무시하고 이겨 먹으려고 하는 선수는 필요 없다"며 "홍명보 감독은 해외파가 반성할 때까지 저 비겁한 것들을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닉네임 daum***은 "새삼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던 박지성과 이영표의 공백이 느껴진다"며 "인간성은 변하지 않는다던데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된 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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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