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전두환 비자금 '그림 세탁설' 추적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7.01 1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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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천경자…작품 보유하다 팔았다"

[일요시사=사회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천문학적인 규모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림을 보관한 수장고가 오산에 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 배경과 실체는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추적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인 박수근의 작품이 경매에 나왔다. 작품 이름은 '빨래터'. 이른바 세기의 경매로 불렸던 지난 2007년 5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빨래터'는 45억2000만원의 낙찰가를 기록했다. 만약 이런 '세기의 명화'들이 한 수장고 안에 수십점이 보관돼 있다면 그 환산가치는 얼마나 될까.

전두환의 큰아들
그림을 사랑하다

지난 6월 20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술계 쪽 상당히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첩보"라며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의혹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미술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경기도 오산 인근에 천문학적 규모의 명화 수장고가 있다"면서 관련 내용을 증언했다. 1990년대부터 재국씨의 대리인격인 전모(55)씨와 한모(52)씨가 화랑을 돌아다니며 명화 컬렉션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해당 내용의 확인을 위해 복수 국회 관계자와 만났다. 하지만 명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 의원 측도 마찬가지. 하지만 신 의원 측은 "그런 첩보가 전해 들어 온 것은 사실"이라며 수장고의 존재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재국씨의 명화 수장고 소유 여부는 미술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기자가 접촉한 한 미술계 관계자는 "수장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부터 재국씨가 어떠한 그림을 사고팔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재국씨가 그림을 비롯한 순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는 소문이 맞다"고 확인했다.

재국씨는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러나 미국 유학 생활 당시 재국씨의 관심은 온통 미술에 쏠려 있었다고 전해진다. 대학 도서관보다 뉴욕에 있는 유명 미술관을 찾는 일이 더 잦았던 재국씨는 1980년대부터 미술 비평을 비롯한 국내외 미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장남 재국씨 유명 작가 명작들 거액매매 의혹
국보급 문화재도?…'검은돈' 은닉 소문 파다

회화는 물론이고 순수 예술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던 재국씨는 군사정권의 탄압을 피해 뉴욕에 머물던 가수 겸 사진작가 한대수씨와의 친분을 쌓았다.

재국씨에 대한 한씨의 평가는 굉장히 인상적인데 한씨는 "그(재국씨)는 명백히 사회 엘리트 계층이 키워낸 인물"이라며 "세계 지도자들과 교육받은 장군들과 외교관 틈에서 자란 청년, 나는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키워낸 전(전두환) 대통령이 다시 보였다"고 호평했다. 이후 한씨는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2003년 11월 사진 전시회를 열어 인연을 이어갔다.

체제에 저항한 예술가와 독재자의 장손. 이 기묘한 궁합은 재국씨의 그림 수집과도 연관된다. 전 전 대통령이 금기시한 민중미술 작품을 재국씨가 사들인 것.

한 민중미술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1990년대 민중화가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어떻게 그 사람에게 그림을 팔 수 있냐'고 언성을 높였던 일화가 있었다”며 "재국씨가 미술 다방면에 걸쳐 관심을 가졌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큐레이터 1세대
전재국과 통하다

귀국 후 재국씨가 공을 쏟은 일은 국내 미술시장을 파악하는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국내 갤러리가 밀집한 서울 강북 일대가 재국씨의 활동 무대였다.

1990년 재국씨는 그의 외삼촌 이창석씨가 운영하는 출판사에 투자하며 출판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같은 해 미술서적 출판을 주력으로 한 시공사를 설립했다.

국내 미술계에서 1990년대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전문 큐레이터(학예사)를 중심으로 한 미술 평론과 시장 구축이 본격적으로 태동됐던 시기이기 때문. 당시 재국씨는 큐레이터 1세대격인 정준모씨(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 등과 활발히 교류했다. 그리고 이때 만났던 인연이 바로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알려진 전씨와 한씨다.

전씨와 한씨는 모두 큐레이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업계의 평판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한씨와 달리 전씨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사생활이 베일에 싸여있다.

한씨는 경기 남부의 유명 갤러리인 H갤러리에서 1992년까지 큐레이터로 재직했다. 그리고 1999년부터 재국씨 소유 갤러리인 아티누스에서 갤러리 디렉터로 일했다. 이후 한씨는 돌연 전업 작가로 전직했다. 서양화가인 그는 지난 3월 서울 청담동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한씨는 외부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렵게 접촉한 그에게서 수장고의 행방을 알아낼 수는 없었다. 한씨는 "내가 재국씨의 대리인으로 그림을 사들였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재국씨가 미술 애호가로써 그림을 사들인 건 맞지만 어떤 경로로 샀고,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한씨는 전씨와 함께 지난 1994년 아티누스 건립의 총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한씨는 재국씨로부터 화랑 관리와 미술품 수집 등을 위임받았다. 재국씨가 본격적인 미술품 컬렉션을 시작했던 것도 이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재국씨와 함께 일했던 한 내부 관계자는 "신 의원의 주장이 너무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재국씨가 대량의 미술품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 다른 사연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 관계자는 "재국씨의 그림 수집이 개인의 기호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비자금 은닉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재국씨가 박수근·천경자 등 유명 작가들의 명화를 보유했던 것은 맞다"고 확인했다.

"유명 작가들
 작품 샀었다"

재국씨는 지난 1993년 한씨, 전씨와 함께 <아르비방>(생동하는 미술)이라는 미술 전문잡지를 준비했다. <아르비방>은 당시 젊은 신진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됐다. 1994년 출간한 <아르비방>은 1996년까지 모두 55편이 제작됐다. 각 호마다 1명의 신진작가가 <아르비방>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문제는 돈이었다. 자신을 다뤄준 잡지를 살 돈이 없던 작가들은 <아르비방>을 받으면서 그 대가로 자신의 그림을 재국씨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받은 그림들이 외부로 와전이 돼 '천문학적인 명화'로 둔갑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무명이나 다름없던 작가들의 작품이 팔려봐야 얼마나 했겠냐"면서 "지금 그 작가들의 그림이 유명해졌다고 하더라도 경매가의 총합은 아마 10억원이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재국씨가 '다른 그림'을 사들인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더불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박수근, 천경자 등 유명 화가의 작품을 처분한 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재국씨는 '권력가 2세' 컬렉터 중 1세대로 꼽힌다. 그의 그림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순수한 취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의 미술품에 대한 수집욕은 남달라서 때때로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지난 2000년 국보급 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에 조건 없이 2억원을 내밀었다는 소문은 미술판에 파다했다. 간송미술관 측은 "재국씨로부터 공식적인 제의는 없었다"며 소문을 부인했다. 2000년은 재국씨가 서울 시내 대형서점인 을지서적을 인수하는 등 자금력이 극에 달해있을 때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 중 일부가 명화를 사들이는데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베일에 싸인 재국씨의 대리인 전씨의 행적도 의문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대표를 지내면서 재국씨와 자주 만났다. 서울 역삼동 한 일식집에서 재국씨와 전씨가 사업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는 일화도 들렸다. 그러나 이들의 확인된 커넥션은 따로 있었다.

대리인 내세워 거래오산에 명화 수장고?
한점에 수억∼수십억…처분한 돈 어디로 갔나


재국씨와 전씨가 <아르비방>을 준비하던 1993년 3월, 전씨는 서울 서초구 신반포 15차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전씨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2억4000만원을 빌렸다.

해당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1993년 11월 시공사는 전씨의 채무를 떠안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시공사 대표인 재국씨가 전씨의 아파트를 사들인 것이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전 전 대통령의 딸 효선씨에게 매매됐고, 시공사가 진 채무는 2006년 3월 해지됐다. 이후 효선씨는 2010년 9월, 21억2000만원에 이 아파트를 매도했다. 즉 재국씨가 전씨의 명의를 빌려 서초구 아파트를 매입하고, 이를 다시 효선씨에게 넘겼다는 의혹인 셈이다.

현재 전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과거 전씨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던 한 유명 작가는 "전씨와 연락이 안 된다"며 "갤러리를 하다가 갑자기 문을 닫았고, 이후로는 (내가 그린) 드로잉 한 점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최근 몇 년간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에 꼽힐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전씨가 유명 작가의 그림을 몰래 빼돌린 셈이다.

수상한 오산땅
미술품 어디있나

재국씨와 친분이 있는 한 관계자는 "그림 경매가가 피크에 올랐을 때 재국씨가 명화를 다 팔았다"는 정보가 있었다며 "만약 이 매각대금을 추징금 얘기가 나온 시점인 2004년 전에 다른 경로로 보냈다면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두환 일가는 금고지기 이씨를 우회해 규모 132만㎡의 오산 땅을 소유했었다. 재국씨가 수장고를 감추기에는 충분한 규모. 기자는 경기 오산에 살고 있는 복수 미술계 관계자에게 문의, 수장고 위치를 수소문했지만 찾지 못했다.

취재를 도운 한 관계자는 "수장고라는 게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만들 수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다"며 "인근 골프장 등에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울 평창동의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찾았다. 시공아트스페이스는 한국미술연구소 등이 있는 추정가 60억원가량의 복합 건물. 갤러리로 사용되던 2층에는 텅빈 박스만이 가득했다. 건물 관리인은 "이곳에는 이제 그림이 없고, 이벤트 물품만 있다"고 말했다.

재국씨의 미술 사업이 시작된 한국미술연구소에 갔다. 굳게 닫힌 철문 틈으로 수장고의 위치를 물었지만 연구소 직원은 "우리는 말할 게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비웠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재국 수상한 소포박스 보니…
'호화 골프장' 회원

재국씨가 SK그룹 계열사가 운영하는 '핀크스 골프클럽'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지난 6월26일 서울 평창동 시공아트스페이스 인근에 놓여있던 뜯어진 소포박스를 발견, '핀크스 골프클럽'이 재국씨 앞으로 발송한 우편물을 확인했다. 텅빈 박스 오른쪽 하단에는 '전재국 회원님 귀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즉 재국씨가 해당 골프장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는 얘기.

핀크스 골프클럽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객 개인정보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통상 회원권은 2억∼3억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소포물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핀크스 골프클럽은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골프장으로 SK그룹 계열사인 ㈜SK핀크스가 소유하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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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