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60주년 기획> 생활고와 전쟁 중인 ‘'6·25 참전용사들’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6.24 10: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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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청춘 나라에 바치고, 이젠 끼니도 어려워~

[일요시사=정치팀] 한반도는 1945년 일제 치하를 벗어나 독립을 쟁취했지만 평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해방 후 5년 만에 남북이 총을 겨누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1950년 6월25일 오전 4시경. 포화소리에 천지가 흔들렸다. 한반도는 그로부터 3년1개월간 전쟁에 시달렸다. 정전 60주년인 올해. 6·25 전쟁에 참전했던 용사들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금 극심한 가난과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들에겐 사회의 관심이 종전에 이르는 유일한 통로다.



한국전쟁은 남북 쌍방에 약 150만명의 사망자와 360만명의 부상자를 냈다. 국토는 황폐화됐다. 특히 폭격으로 인한 북한지역의 피해는 극심했다. 미군지휘관이 “더 이상 목표물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을 정도다. 남한 측 피해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살날 얼마 안 남아”

6월 보훈의 날을 맞이해 전국 각지에서 참전용사들을 향한 따듯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지역에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하는 무료 의료지원시스템이 가동됐다.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사령관 박성규 대장)는 7개 협력 병원과 '6·25참전용사 사랑의 진료를 위한 의료협약'을 맺었다.

육군 제23보병사단은 ‘6·25참전용사 돕기 10대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은 담당지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 1830여 명 중 가사·간병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대상자 23명을 선정, 사단 예하대대와 직할대 등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또 사단의 모든 장병들은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랑의 달팽이와 영산조용기자선재단은 춘천보훈지청에서 지역 내 저소득 6·25 참전용사 중 청력약화로 보청기가 필요한 50명을 대상으로 무료 난청검사를 실시하고 보청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인 서경석씨와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태국 방콕에 위치한 6·25참전용사마을 내 ‘한글 공부방’ 교육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자신의 젊음을 조국을 구하는 전쟁에 바치고도 극심한 생활고와 외로움에 시달리는 참전용사들을 돕기 위함이다.

현재 참전용사의 평균연령은 83세다. 이들의 87%가 생활고와 고령에 따른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참전용사들이 자신을 돌봐줄 가족도 없이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실질적인 혜택이 빈약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있었다. 실제로 참전용사 10명 중 6명은 정부의 지원정책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주는 625참전 명예수당은 고작 월 9만원이다. 무공훈장 수훈자라고 해도 무공영예수당은 15만원이다. 극빈층으로 떨어진 유공자들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저녁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참전용사 87% 생활고에 허덕, 참전명예수당 고작 9만~15만원
신체상이로 자립·자활능력 상실, 가난 대물림해 독거노인 다수

참전유공자 방모(83) 할아버지는 그나마도 무공수당 15만원을 포기했다. 보훈급여와 무공영예수당을 동시에 받을 수 없다는 방침 때문이다. 방 할아버지는 하루 8시간 서울 강남 일대를 돌며 스티커 1000장을 붙이고 일당 3만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해병대에 입대해 전쟁에 참여했던 최모(86)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다.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딸과 당뇨, 골다공증, 백내장으로 고생하는 아내의 병수발을 혼자 도맡아 하고 있다. 방 할아버지는 “가족들 약값이라도 벌어보려고 취로사업이나 전단지 배포 일거리를 찾았지만 모두 안 된다고 해 죽을 지경”이라고 매체를 통해 토로했다. 그는 “장애인은 버스라도 무료인데, 우리 참전유공자는 그런 혜택도 없다”고 말했다.

최전방에서 전장을 누볐던 88세의 박모 할아버지. 낡은 집에 혼자 사는 그는 참전명예수당 12만원과 텃밭에서 나오는 30만원 남짓이 수입의 전부다. “12만원 줘서 되겠습니까? 말이 됩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17세에 징집된 김모(82) 할아버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전쟁에 참여한 노병들에게 예우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경남 창원시에는 참전용사와 유족들의 집단 거주촌인 ‘광명촌’이 있다. 지난 1975년 말 33가구가 입주했지만 35년이 흐른 지금, 생존 노병 그리고 미망인 소수만 남아 있다.

조국을 위해 주저없이 전장에 뛰어들었던 김모(78) 할아버지는 스물두 살 앳된 청년이었다. 그는 전쟁에서 눈과 귀를 잃었고 이젠 거동조차 불편한 백발노인이 됐다. 그는 다시 눈이 떠진다면 아들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끔찍한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일조차도 쉽지 않다. 평균 80세를 넘은 참전유공자들은 고령과 건강 때문에 구직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참전유공자들은 신체상이로 인해 자립·자활능력을 상실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여건상 스스로의 힘으로 취업을 기대할 수도 없다.

참전유공자들은 자녀 교육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해 자식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는 경우도 많다. 자녀들이 앞가림하기에도 바빠 연락을 끊는 바람에 독거노인으로 전락한 유공자가 부지기수다.

끝나지 않은 전쟁

각계각층에서 온정과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것이 6월 보훈의 행사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적으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정전협정을 맺은 지 벌써 6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한국전쟁은 3년 만에 끝이 났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그들의 전쟁은 종전 후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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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