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쇼크' 메가톤 후폭풍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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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원세훈 전 국정원장…혼자 죽지 않는다

[일요시사=정치1팀]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이 거세다. 당장 검찰과 법무부가 적지 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 쪽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결국 자유의 몸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14일 원 전 원장을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4월18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선거법 위반 공소시효 만료(19일)를 5일 앞두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불구속 기소
압력 의혹 증폭

예상대로 '원세훈 불구속'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다. 가장 시끄러운 쪽은 그를 불구속한 검찰과 법무부다.

검찰의 구속 의지는 강했다. 수사 내내 그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치검찰'오명을 벗겠다는 각오였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신속하고 철저하게 성역 없는 수사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공언했다.

일찌감치 법무부에 구속 방침도 전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생각을 바꿨다. 검찰은 왜 그랬는지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구속해도 수사 기간이 짧다는 불구속 배경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법무부가 튀어나온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구속 기소 의지를 사실상 꺾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보고했지만, 황 장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아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다시 검토하란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법무부가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검찰에 압력을 행사하고 수사권을 지휘했다는 정황이다. 황 장관은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황 장관에 고개를 숙인 채동욱 검찰총장도 외압을 막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수사팀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을 수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청와대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법무부가 청와대와 교감 없이 단독으로 결정했을 리 없어서다. 사전에 사건을 조율했다는 의심이 가득하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수상한 전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곽 수석이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5월 하순에 (국정원 정치개입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저녁회식을 할 때 곽 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너희들 뭐하는 사람들이냐, 도대체 뭐하는 거냐, 이렇게 수사를 해서 되겠느냐'는 요지로 얘기했다”며 청와대의 수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곽 수석과 법무부, 검찰은 한목소리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법무부 적지 않은 후유증
청와대·국정원·경찰에도 불똥

경찰과 국정원에도 '원세훈 불똥'이 튀었다. 양대 권력기관이 '한통속'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불신이 팽배한 두 기관에 대한 개혁 소용돌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다.

원 전 원장과 함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은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두고 "국정원 직원은 혐의 없다"고 발표했다. 이는 선거판을 뒤흔들었다. 이후 국정원 여직원 수사 과정에선 수사팀에 부당하게 외압을 행사했다. 

원 전 원장이 기소됐다는 점은 국정원의 여론조작을 통한 정치개입 의혹이 더 이상 의혹이 아닌 사실이란 의미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정치에 관여한 셈이다. 정치도구로 전락한 국정원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들통 나면서 개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급기야 일각에선 해체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국정원 국정조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야권은 황 장관과 곽 수석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태세. 이들의 해임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원 사건과의 전쟁'을 선포한 민주당은 황 장관과 곽 수석의 사퇴, 국정조사 합의 등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요구하고 있다. 최근 검찰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SNS 팀장을 맡았던 당직자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한 것은 민주당 분노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민주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물타기'로 풀이하고 있다. 불구속된 원 전 원장과의 '차별'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미지근한 반응이다. 앞서 민주당과 검찰 수사 종결 이후 즉각적인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지만, 돌연 '조건부'단서를 달고 나섰다.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재판 이후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목적으로 국정조사가 행사되면 안 된다고 규정한 관련법을 거들먹거리고 있다.

국정원 개혁 불가피
일각선 해체론까지

정치권에선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이 끝나도 새누리당이 국정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만약 선거개입이 사실로 결론 나면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 국정원 사건을 적극 활용했다. 새누리당은 경찰의 '깜짝'수사결과 발표를 근거로 국정원 개입 의혹을 단순한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몰아세웠다. 새누리당도 이번 국정원 사건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노골적으로 원 전 원장을 감싸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누구보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둘 다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이 전 대통령은 전 정권 비리로 확대되지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원 전 원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공직선거법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개인비리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원 전 국정원장이 황보건설 전 대표 황보연씨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를 캐고 있다. 이미 지난 6일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분식회계로 사기 대출을 받은 혐의로 황씨를 구속한 상태. 황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원 전 원장에게 10여 차례에 걸쳐 건넨 명품가방과 순금 등 '선물리스트'도 확보했다. 대가성 여부가 수사의 초점. 특히 '선물리스트'엔 정관계, 금융·언론계 인사도 포함돼 있어 원 전 원장 외 정권실세들도 로비에 연루된 MB정권 '게이트'사건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홈플러스의 무의도 연수원 인허가 과정에서 산림청에 외압을 넣은 정황도 포착했다. 원 전 원장은 홈플러스의 청탁을 받고 2010년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SSM(기업형슈퍼마켓)법의 국회 처리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원 전 원장이 행안부 장관 취임 전까지 대형마트로부터 매달 500만∼600만원의 현금을 지원받고, 에쿠스 승용차를 렌트해 운전기사와 함께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국정조사 '뜨거운 감자'
이명박·박근혜 조마조마 '좌불안석'

원 전 원장이 개인비리로 구속될 경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원 전 원장을 캐면 4대강, 주가조작, 내곡동 등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올 수 있어서다. 둘의 관계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원 전 원장은 대표적인 'MB맨'. 그중에서도 몇 안 되는 독대가 가능한 심복이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MB정부 들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발탁된 후 2009년 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무려 4년간 국정원장을 지냈다.


국정원 사건은 박 대통령에게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 때 상황이라 입술이 바짝바짝 마를 만하다.

국정원 선거개입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선거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일부에서 도출한 불공정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추상적인 결론도 무리가 없어 보일 정도다. 박 대통령은 대선 직전 TV토론에서 오피스텔에 감금당한 국정원 여직원을 옹호했다. 한 유세 현장에선 아예 "무죄"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혐의가 없다"는 섣부른 결론을 내렸고, 이는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민주당은 "전 정권과 현 정권의 권력 기관들이 총동원해 사건을 은폐 축소했던 일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만 봐도 권력기관에 의한 국기문란이고, 이명박·박근혜정권으로 이어지는 국기문란 계승 사건"이라고 밝혔다.

MB정권 게이트?
현 정부 족쇄?

국정원 사건은 이 전 대통령 때 벌어졌지만, 박 대통령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원 전 원장이 정치에 개입한 것은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선거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외압 의혹 등은 더욱 그렇다. 양측이 모종의 유착관계가 아니더라도 '원세훈 쇼크'는 현 정권 내내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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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