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다음 타깃은?" 롯데그룹 폭풍전야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6.19 1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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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캐비닛 열리니…신동빈이 떨고 있다

[일요시사=경제1팀] CJ그룹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재계는 서슬퍼런 전방위 사정에 '초긴장' 상태다. 그중 유난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 MB정부 최대 수혜 롯데그룹이다. 이미 사정당국의 내사가 진행 중이며 그룹 총수에 대해선 소환이 시간문제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롯데그룹은 MB정권하에서 가장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롯데는 MB정부하에서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잠실 제2롯데월드의 건축허가. 국방부가 항공기와 건물 충돌 가능성 등 비행 안전을 이유로 반대해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잠실 제2롯데월드는 MB정부의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말 한마디에 초고속 신축허가가 났다.

부산롯데타운은 시작부터 특혜의혹에 휩싸였다.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 주거시설을 허용하겠다는 특혜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으며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은 필요 부지를 마련해 주기 위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의혹 속에서도 부산롯데타운 건설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부산롯데타운은 부산 중구 중앙동 7가 20-1번지 일원에 건립 중으로 지하 8층~지상 107층, 58만여m²의 연면적을 자랑한다. 현재 백화점과 아쿠아몰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 중에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동은 지상 8층 골조공사 중이다. 107층 타워동은 지하 8층부터 지하 1층까지 골조공사를 완료하고 지하층 마감공사를 진행 중이다.

MB 한 마디에
날개 단 롯데

맥주사업 진출도 MB정권 지지를 받았다. 2010년 국세청이 앞장서서 주류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 롯데는 별 무리 없이 맥주시장에 진출했다. 정부는 세종시 일부 땅을 맥주공장으로 내준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잠실 본사에 맥주사무실을 마련하고 인력 스카웃에 나섰으며 오는 10월 맥주 병입설비가 들어오면 생산테스트를 거쳐 연말경 생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사업도 논란의 중심이다. 롯데호텔은 지난 2010년 면세점 운영 사업자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지분 81%를 인수해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을 빚었다. 롯데호텔은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승인을 받았고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사업권' 승계 허가를 취득했다. 이는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에 대한 승계 불허와 비교되며 특혜 시비를 불러 일으켰다.

이밖에 경남 김해유통단지, 대전시 롯데복합테마파크, 경기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이 특혜설에 휘말리면서 정경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MB정부와 롯데그룹의 연결 고리를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대표(현 현대아산 사장)가 담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장 전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동기동창으로 학창시절부터 친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전 대통령, 천실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속한 '61회'라는 모임의 회원이기도 하다.

롯데호텔은 '제2의 청와대'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안국포럼 시절과 2008년 정권 출범 직전까지 소공동 롯데호텔을 자주 활용했으며 대통령 당선 직후 '베이스캠프'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MB정부와의 밀월 관계를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2007년 말 46개사에 불과했던 롯데그룹의 계열사 수는 2011년 말 76개사로 크게 늘었다. 2008년 초 43조6790억원이었던 보유 자산 총액은 2012년 초 83조3050억원으로 늘었다. 5년 새 2배가 불어난 셈이다.

MB 정부가 절정의 권력을 행사하던 2009년부터 2010년 사이 성장폭은 더 크다. 2009년 계열사 54개, 자산총액 48조9000억원이었던 롯데그룹은 1년 뒤인 2010년 계열사 60개, 자산총액 67조2000억원으로 몸집을 불렸다. 재계 순위는 6~7위권에서 단숨에 5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땅 따먹기'도 수준급이다. 롯데그룹의 2008년 토지 보유액은 10조3153억원. 2011년 말 기준으로는 13조6245억원으로 10대 기업 중 토지 보유액 1위를 차지했다. 3년 사이에 무려 32.1%가 증가한 것이다.


MB정부 때 수혜 톡톡 '승승장구'
정권 바뀌고 이상기류 '사면초가'
국세청·공정위·감사원 '정조준'

잘 나가던 롯데그룹이 발목을 잡힌 때는 공교롭게로 MB정부 시대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롯데그룹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계열사를 통해 간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지난해 7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아무 역할도 없는 계열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어 중간 마진을 챙기게 하는 계열사 부당지원, 이른바 '통행세'에 대한 첫 번째 제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롯데피에스넷은 지난 2008년 10월 CD기 위주에서 ATM기 위주로 사업 모델 변경 및 확대 계획을 롯데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하면서 ATM기를 구매할 제조사로 네오아이씨피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 중에 신 회장(당시 부회장)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롯데기공(현 롯데알미늄)을 중간에 끼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 보일러제조 전문 회사인 롯데기공은 금융자동화기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공정위는 ATM 사업 경험이 전혀 없었던 롯데기공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게 한 것은 재무상황이 어려운 롯데기공에 수익을 창출해 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과징금 6억4900만원을 부과했다.

롯데피에스넷은 중소기업 기술탈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2월 ATM과 운영프로그램을 공급받던 협력업체 핵심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롯데피에스넷 김모 대표이사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중소업체 A사는 롯데피에스넷과 2008년 12월부터 A사가 개발한 ATM기와 ATM 운영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로 ATM 운영프로그램을 공급하면서 시스템 유지와 보수 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씨는 그러나 ATM 시스템 유지 및 보수비용으로 지불하는 금액이 만만찮다고 판단해 A사에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라고 여러 차례 강요, A사가 이를 거부하자 김씨는 부하직원 박모씨에게 A사 핵심 프로그램 소스를 빼내오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지주회사
롯데호텔 세무조사

박씨는 롯데피에스넷에 파견근무 중인 A사 직원 노트북에서 ATM 프로그램 소스를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이용해 몰래 빼낸 혐의를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부당하게 빼낸 기밀을 열 차례에 걸쳐 변형해 부정하게 사용, A사 피해 예상금액이 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8월에는 롯데닷컴이 할인율을 허위 표시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롯데닷컴은 다운점퍼와 여성구두를 판매하면서 할인율이 0%임에도 출시가격을 종전판매가격으로 표시해 마치 대폭 할인한 것처럼 허위로 표시했다.

2010년 8월 출시 당시 19만8000원에 판매됐던 다운점퍼 가격이 이후 11만5000원으로 가격이 내렸지만 홈페이지 판매가격을 출고가격으로 계속 기재해 마치 42%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썼다. 여성구두도 인하가격 15만9000원 대신 출고가격 30만9000원으로 기재해 49% 할인되는 것처럼 표시했다. 이를 통해 롯데닷컴은 약 580만원의 부당한 판매수수료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롯데닷컴에 이 같은 허위 사실을 3일간 쇼핑몰 초기화면에 게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이와 함께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12월에는 롯데마트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롯데마트는 서면계약 없이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적발되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억5000만원이 부과됐다.

롯데마트는 6개 납품업체의 직원 145명을 2008년 한 해 동안 자사 점포에서 판매업무를 하도록 하면서 특정매입 계약 관계에 있는 해당 업체와 서면계약을 맺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또 32개 납품업체와 직매입 거래를 하면서 물류업무 대행의 거래조건에 관한 서면계약을, 52개 납품업체와는 기본계약서를 일정기간 늦게 교부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진 모양새다. 국세청은 지난 2월21일 롯데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세무조사에 착수, 사측에 2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롯데호텔 조사에는 보통 대기업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사 1, 2국 요원이 아닌 국제 거래조사국 소속 요원 30여 명이 투입돼 눈길을 끌었다.

팝콘 사업 철수
'눈 가리고 아웅'

그룹 내부거래와 전산자료를 관리하는 롯데정보통신에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 요원들을 보내 롯데호텔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롯데정보통신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나이스정보통신 등 '밴(Van)'사를 압박, 부당이득을 챙기다 적발되어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 통신망을 구축해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밴사는 카드사로부터 카드 거래 1건당 수수료를 받아 이중 일부를 대형가맹점에 전산유지비 명목으로 지급한다.

롯데호텔은 호텔·면세점·잠실롯데월드어드벤처 테마파크·골프장 사업 등을 모두 도맡고 있으며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나 다름없다. 롯데호텔의 세무조사가 그룹 계열사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감사원은 4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자신들의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냈다고 밝혔다. 또 총수 일가들이 수익성이 높은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따내 운영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대의 현금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가 2∼3세들은 부모 회사의 힘을 빌려 땅 짚고 헤엄치기식 돈벌이를 했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의 딸 장선윤씨는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롯데백화점 지점에 잇따라 입점하고 낮은 판매수수료를 내는 등 특혜 의혹을 받았다. 장씨는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포숑' 사업을 철수했지만 뒤이어 장씨의 남편인 양성욱씨가 지난해 독일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 '포이달'을 비롯한 생활용품을 롯데백화점에 들여와 팔았다.

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원실업은 서울과 수도권 지역 롯데시네마에서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매점을 독점 운영했다. 롯데시네마 수도권 점에서 팝콘 매장을 운영하는 시네마통상 최대주주는 신영자 사장(33%)이다. 신 총괄회장의 동생 경애(5.44%)·선호씨(5.44%) 지분도 있다. 롯데쇼핑 시네마사업본부는 영화관 매점사업을 운영 중인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과 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월 서둘러 계약을 해지했다.

공정위는 지난 5월27일 롯데그룹 계열 대홍기획의 남대문로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공정위는 대홍기획이 하도급업체와의 거래 과정에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깎거나 대금을 늦게 지급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홍기획은 지난 2008년에도 광고대행사 중 처음으로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000만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롯데는 국내 대형 유통그룹 가운데 공정거래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5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건수는 총 34건으로 신세계(5회)와 현대백화점(7회)보다 월등히 많았다. 공정위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그룹에 내린 제재는 시정명령 20건과 과태료·과징금 부과 12건, 고발 2건 등이다.

오너 2∼3세들 부모 회사 덕에 '훨훨'
줄줄이 대표이사 사임…소나기 피하기?

롯데그룹은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76개 계열사를 두고 있는 롯데그룹의 일감은 오너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 유원실업에 몰려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최근 이들 회사와의 매점사업 계약을 해지하면서 논란은 해소됐다.

그러나 롯데상사와 롯데정보통신, 대홍기획, 롯데닷컴, 롯데후레쉬델리카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롯데그룹 계열사는 한 둘이 아니다.

롯데상사는 2011년 매출 9994억원 가운데 6510억원(65%)을 롯데쇼핑(2369억원), 롯데삼강(2003억원), 웰가(545억원), 롯데칠성음료(537억원), 롯데후레쉬델리카(271억원), 롯데제과(238억원), 롯데리아(220억원) 등에서 올렸다.

롯데정보통신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담당하면서 2011년 매출 4626억원 중 3649억원을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같은 기간 대홍기업은 2321억원 중 1550억원(67%)을, 롯데닷컴은 1746억원 중 1155억원(66%)를, 롯데후레쉬델리카는 731억원 중 685억원(95%)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박근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롯데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5월2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5월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에 대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룹 계열사
밀고 당기고

하지만 빈말이라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일단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라는 것.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22일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났다. 당시 업계는 정부가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한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직영 전환한 것을 두고도 사정당국 수사에 대한 롯데의 선제 조치라는 얘기도 있다.

재계는 롯데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해도 쉽게 믿어주지 않을 분위기다. 벼랑 끝에 몰린 롯데가 실추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어떤 행보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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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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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