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 체리 역을 맡아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른 가수 출신 탤런트 한예원이 SBS 주말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부잣집 막내딸 선우정 역을 맡아 시청률 고공비행에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 한예원은 극중 배우 유지인과 ‘철없는 모녀’로 나와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년 만에 철부지 아가씨로 돌아온 한예원. 같은 듯 다른 옷을 입고 안방극장을 찾은 한예원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한 이유다.
유지인과 ‘철없는 모녀’ 콤비로 시청률 고공비행 한몫
하지원이 롤모델…“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한예원은 <찬란한 유산>에서 이승기, 한효주, 배수빈, 문채원 등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그녀는 선우환 역의 이승기의 동생으로 쇼핑하는 게 인생의 낙인 철딱서니 없는 부잣집 딸로 집안에서 짝지어준 남자 박준세(배수빈)와 결혼할 날만 기다리다 고은성(한효주)의 등장으로 위기에 놓이게 되는 인물이다.
“‘선우정’은 엉뚱하고 푼수 같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그냥 돈이 많고 공주처럼 자라서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귀여운 캐릭터죠. 얄밉지만 통통 튀는 역할이 제겐 딱이죠.”
“얄밉지만 통통 튀는 역할, 내겐 딱!”
첫 방송에서부터 시청률 16%를 찍은 <찬란한 유산>은 최근 30%를 넘는 시청률을 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찬란한 유산>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철없는 모녀’로 출연하는 유지인과 한예원의 몫도 크다. ‘철없는 모녀’ 콤비 역을 연기할 때에는 출연자들 사이에서 ‘도저히 못 하겠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유지인 선배님과 제가 엉뚱한 모녀 역을 맡았잖아요. 이승기씨도 철이 없는 역을 하다 보니까 정말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한번은 할머니 역을 맡으신 반효정 선배님께서 심각하게 저희를 타이르시는 신에서 저희 모녀가 엉뚱한 말만 하니까, ‘너무 웃겨서 얘네들이랑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놀리시더라고요. 유난히 철없는 ‘선우정’ 역할 때문에 스태프들은 물론 출연자들도 자신을 보기만 하면 웃음을 터뜨려요. 아침에 아무리 힘겹게 일어나도 촬영장에만 가면 다 이겨요.”
그녀가 <찬란한 유산> 현장에 빠르게 적응한 것은 스태프들의 영향이 컸다. <온에어>에 이어 진혁 PD와 또다시 호흡을 맞추는 것은 물론 스태프 중 3분의 1 정도는 전작과 겹치기 때문에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
“스태프 분 중에서는 아직도 ‘체리야’라고 불러주시는 분이 많아요. 굉장히 어려웠던 첫 현장과 비교해보면 지금은 많이 익숙하게 하고 있어요. 스태프 분들이 보면 ‘딸 키우는 심정’이 들지 않으실까요.”
반응이 좋아서 자신이 찾아보지 않아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마 <온에어>로 큰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인기 드라마에 나오고 있지만 본인은 여전히 신인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온에어> 때는 정말 연기에 대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믿기지 않았어요. 지금 작품도 잘되고 있지만 저 자신은 아직 신인이니까 시청률이 높다고 들뜨거나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차근차근 올라가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룹 ‘슈가’의 멤버로 2001년 데뷔한 한예원의 연기자 변신은 갑작스러웠던 반면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연기자 데뷔작인 <온에어>는 평균 시청률 20%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고 한예원이 연기했던 ‘체리’도 독한 캐릭터에서 어설픈 야심가로 변모하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연기를 하면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솔직히 가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가수와 연기자는 전혀 달라요. 가수도 무대 위에서 나름의 연출을 하지만 연기자는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 더 어려웠어요. 사람과 인생에 대해 더 섬세해져야 하기도 하고요.”
연예계 데뷔한 지 벌써 8년
한예원과 함께 가수로 활동했던 그룹 ‘슈가’의 멤버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연기자의 길을 가고 있다. 최근 KBS 2TV <꽃보다 남자>와 MBC <선덕여왕> 초반에 출연한 박수진은 물론 MBC <에덴의 동쪽> 후반에 투입된 황정음,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아유미, 그리고 연기자 준비를 하며 최근에는 가수 린의 뮤직비디오에 모습을 비췄던 하린까지.
“모두 연기를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죠. 원래 제가 나중에 연기하게 되면서 많이 조언을 구했거든요. 저도 이제 연기를 좀 해봤다고 서로 모르는 게 있으면 자주 연락해서 물어봐요. 힘든 게 있으면 이해할 수 있게 설명도 해주고, 도울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스스로를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한예원. 한예원이 꿈꾸는 배우는 어떤 모습일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예쁜 배우,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금은 한정된 모습만 보여드렸지만, 배우 하지원 같이 색깔이 많은 배우로 남았으면 해요.”
사진 송원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