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내나라 호국 · 안보여행 ①양구펀치볼과 두타연

전쟁의 상처 위에 피어난 청정한 자연

6월로 들어서면 추모의 기운들로 마음이 숙연해진다. 현충일, 6·25사변, 6·29제2연평해전 등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날들이 많아서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2013 내나라 호국·안보여행’이라는 주제로 강원도 양구, 경기 연천, 인천 옹진군, 전북 무주, 충남 홍성, 경남 거제 등을 6월의 여행지로 추천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릴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풍성한 곳들이다.

 

지역 전투사 재조명한 3대 안보관광지

눈길 머무는 곳마다 향긋한 자연의 보고

한국전쟁 당시 치열했던 9개 전투가 양구에서 벌어졌다.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 양구전쟁기념관은 펀치볼의 3대 안보관광지다.
을지전망대에 오르자 드넓게 펼쳐진 풍광이 시원하다. 해발 1100m가 넘는 산등성이가 사방을 둘러싸고, 가운데 움푹한 곳에 마을이 형성되었다. 마을의 평균고도는 400~500m, 면적은 여의도의 6배가 넘는다. 한국전쟁 당시 해안분지의 독특한 지형이 화채그릇 같다고 외국 종군기자가 펀치볼이라 부른 데서 유래해, 지금도 해안면은 펀치볼이라는 별명이 더 익숙하다.


한국전쟁 격전지 60066
‘산 속의 섬’ 양구

을지전망대 바로 아래 삼중으로 된 철책이 보이고 그 너머는 DMZ(비무장지대)다. 철책만 없다면 여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산의 모습이다. 남과 북, 어느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은 덕분에 DMZ는 야생동물과 원시림의 보고가 되었다. 금단의 땅을 평화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원해본다.
1990년에 발견된 제4땅굴은 총 길이 2km 남짓, 군사분계선에서 1km 정도 남쪽으로 내려온 곳에 있다. 안보교육관에서 영상과 전시물을 둘러본 다음 땅굴 입구로 들어선다. 북한 측이 판 땅굴에 이르기까지 우리 측이 판 굴을 걸어서 들어가고, 제4땅굴에 이르면 미니 열차를 타고 내부를 둘러본다.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을 보려면 해안면 소재지에 있는 양구통일관에서 출입신청을 해야 한다. 당일 신청하면 되고, 오후 4시까지 가능하다. 통일관 바로 앞은 양구전쟁기념관이다. 도솔산 전투, 펀치볼 전투, 피의 능선 전투 등 한국전쟁 당시 양구에서 벌어진 9개 전투를 재조명한 곳이다. 입구에 우뚝 선 9개 기둥은 각 고지의 높이와 전투기간을 상징한다.
두타연은 때 묻지 않은 자연 속을 거닐고 빼어난 계곡과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트레킹 코스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두타연갤러리에는 배우 소지섭의 사진과 의상이 전시되고 있고, 갤러리 앞에는 소지섭길 안내판과 소지섭의 손을 본뜨기 한 조형물이 있다.
몇 년 전 드라마 <카인과 아벨>을 양구에서 촬영한 것이 인연이 되어 DMZ를 배경으로 한 사진 에세이 <소지섭의 길>을 출판했는데, 그가 좋아하는 숫자 51에 착안해 총 51km ‘소지섭길’을 만든 것이다. 두타연도 그 코스 가운데 하나가 된 셈인데, 소지섭의 손(조형물)을 잡아보기 위해 일부러 이곳을 찾는 한류팬도 제법 있다고.


두타연 주차장에 도착하면 안내를 맡은 문화해설사와 함께 트레킹을 시작한다. 주차장 맞은편이 두타연이지만, 원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 일부러 두타연 상류와 하류를 한 바퀴 돌아 두타연에 도착한다. ‘지뢰’ 표지가 양쪽에 붙은 흙길을 따라 걷다 보니 넓은 공원이 나온다.
여러 가지 조형물이 잔디밭에 듬성듬성 들어섰다. 발밑에 까만 콩이 널렸기에 의아했는데 콩이 아니라 고라니 똥이란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공원이 밤이면 고라니들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아빠~ 도와주세요!” 천방지축으로 숲길을 앞서 달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를 찾는다. 숲길 끝에 징검다리가 놓인 계곡물이 나타난 것이다.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숲에는 산철쭉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싱그러운 초록빛이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언덕 위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나무 데크가 이어진다. 데크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폭포를 좀 더 가까이 볼 수 있고, 출렁다리(두타교)를 지나 다시 두타연 쪽으로 올라가면 폭포를 맞은편에서 볼 수 있다.
전망대에 오르니 폭포와 소가 발아래 있다. 옛날 두타사라는 절이 근방에 있었다 하여 이름 붙은 두타연은 소가 깊어 검푸르다. 폭포 위쪽은 물이 바위틈으로 굽이치는데, 그 형상이 한반도와 비슷하다. 두타연 상류와 하류를 아우르는 두타연길은 2~3km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고, 출렁다리 아래쪽까지 다녀오려면 30분쯤 더 걸린다. 60년 동안 출입이 통제된 덕분에 두타연의 비경은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다.
두타연 트레킹을 즐기려면 평일에는 하루 전,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 1시 전까지 양구군 문화관광 홈페이지(www.ygtour.kr)에서 출입 신청을 해야 한다. 개인 방문자는 두타연갤러리에서 하루 두 차례(오전 10시, 오후 2시) 서약서와 입장료를 내고 문화해설사와 함께 들어간다. 문화해설사 없이 개별 입장은 불가능하니 시간을 지킬 것.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양을 코앞에서 보고 싶다면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로 가보자. 멸종 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고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자연 암벽 지대에 만든 센터로, 산양 사육장과 야생동물 치료 센터, 조류장, 구조 산양 회복실, 산책로 등이 조성되었다.
사람이 다가가면 멀찍이 피하는 녀석도 있고, 아랑곳없이 풀을 뜯는 녀석이나 사람이 건네는 풀을 받아먹는 대담한 녀석도 보인다. 꽃사슴 사육장, 양구의 주요 야생동물을 박제해서 보여주는 야생동물 생태관도 있다.
박수근미술관에 가면 거칠게 깎은 화강암을 쌓아올린 건축물에서 작가의 화풍이 느껴진다. 박수근의 삶과 가족에 대한 전시물을 둘러보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의 작품은 작은 유화 한 점이 수억 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미술관을 개관할 당시 진품 유화는 한 점도 없었지만, 1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기증 받은 작품 4점을 포함해 모두 7점의 진품 유화가 전시됐다. 유화 외에도 스케치, 목판화 등을 볼 수 있다.
박수근미술관 덕분에 양구는 군인 도시에서 예술의 고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문을 연 ‘이해인 시문학의 공간, 김형석·안병욱 철학의 집’(약칭 이해인 시문학관)은 양구에 또 한 번 문화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양구에서 태어난 이해인 수녀를 기리는 시문학관에는 시인의 육필 원고와 시집, 소장품 등을 전시한다. 이곳에서 조그맣게 시를 읽어보자. 아름답고 평안한 시구들이 안보, 지뢰, DMZ 같은 단어로 바짝 긴장했던 마음을 평화롭게 다독인다.


두타연 따라
청정자연 만끽

2층은 철학의 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철학자 김형석·안병욱 선생의 삶과 사상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두 철학자 모두 평안남도가 고향이라 가까운 양구에 철학의 집을 연 것.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두 철학자의 명언을 읽으며 잠시 사색에 잠긴다.
양구는 한반도의 동서남북 각 끝 점이 교차하는 국토 정중앙에 있다. 국토정중앙천문대는 가상의 밤하늘 여행을 관람하는 천체 투영실, 천문학을 재미있게 알아보는 전시 교육실, 신비로운 우주를 관측하는 주관측실 등으로 구성되었다.
천문대 앞에 캠핑장이 조성되어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기 위해 찾는 가족 캠퍼들이 많다. 천문대에서 산길로 950m 올라가면 국토 정중앙 지점을 상징하는 휘모리탑이 있다.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 손을 잡고 다녀오기 적당하다.
두타연처럼 빼어난 비경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광치계곡이 제격이다. 광치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면 계곡을 따라 숙박동이 이어지고, 곳곳에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짙은 나무 그늘 아래 낮잠을 청하거나 맑은 계곡물에 발만 담그고 있어도 세상사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안보 관광 코스 / 을지전망대→제4땅굴→양구전쟁기념관→두타연→국토정중앙천문대
 문화·생태 탐방 코스 / 박수근미술관→이해인 시문학관→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광치계곡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을지전망대→제4땅굴→전쟁기념관→두타연→국토정중앙천문대→광치자연휴양림(숙박)
 둘째 날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양구생태식물원→이해인 시문학관→한반도섬→박수근미술관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양구군 문화관광 www.ygtour.kr (두타연 출입 신청) 
 ●  박수근미술관 033)480-2655 , www.parksookeun.or.kr 
 ●  국토정중앙천문대 033)480-2586, www.ckobs.kr 
 ●  광치자연휴양림 033)482-3115, www.kwangchi.or.kr

 문의 전화
 ●  양구군청 경제관광과 033)480-2251 
 ●  양구관광안내소 033)480-2675 
 ●  양구통일관 033)480-2674 
 ●  양구산양증식복원센터 033)480-2665 
 ●  이해인 시문학관 033)482-98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양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양구터미널까지 하루 22회(06:30~19:35) 운행,

            2시간 10분 소요. 
  춘천-양구,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0회(07:10~21:20) 운행, 50분 소요. 
  양구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해안면까지 하루 4회(06:40~19:00) 운행.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춘천시외버스터미널033)241-0285, www.chuncheonterminal.co.kr
            양구시외버스터미널 1666-0335, www.yangguterminal.co.kr

 자가운전 정보
 서울춘천고속도로 춘천 IC→46번 국도→배후령터널→추곡터널→양구읍→해안면→양구통일관 

 ●  포시즌펜션 : 양구읍 금강산로, 033)481-6666, http://cafe.daum.net/ygfourseason (굿스테이) 
 ●  양구KCP호텔 : 양구읍 파로호로, 033)482-7700, www.yanggukcphotel.com (베니키아)

 숙박 정보
  현대모텔 : 양구읍 관공서로, 033)482-1234 
 ● 광치자연휴양림 : 남면 광치령로1794번길, 033)482-3115,
www.kwangchi.or.kr
 ● 펀치볼민박 : 해안면 펀치볼전망대로, 033)481-0878

 식당 정보
 청수골쉼터 : 산채비빔밥, 방산면 평화로, 033)481-1094
 시래원 : 시래기정식, 남면 봉화산로, 033)481-4200
 ● 석장골오골계식당 : 오골계구이, 양구읍 양록길23번길, 033)482-0801 
  광치막국수 : 막국수, 남면 남동로, 033)481-4095
 ●  도촌막국수 : 막국수, 남면 국토정중앙로, 033)481-4627

 축제와 행사 정보
  도솔산전적문화제 : 2013년 6월 15~16일, 양구종합운동장·도솔산전적비 일원,

  http://ygfestival.kr


 주변볼거리
  양구생태식물원, 양구선사박물관, 양구백자박물관, 한반도섬, 파로호, 후곡약수, 팔랑폭포,

   팔랑민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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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