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이재현 CJ그룹 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31 15: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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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표적은…CJ 제물 삼아 MB 치나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의 '재벌 손보기'가 시작됐다. CJ그룹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은 이재현 회장 일가의 출국금지까지. 재계 데뷔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이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더니 그 칼끝이 CJ그룹을 향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비자금 수사가 포문을 연 것이다.

수천억 비자금
판도라 열리나

지난 21일 서울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거액을 탈세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CJ그룹이 탈세를 통해 조성한 70여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반입,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CJ그룹 서울 남대문로 본사를 포함한 5∼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장충동 CJ경영연구소,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임직원 자택, CJ인재원 등은 검찰의 표적이 됐다.

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비자금이 거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압수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전·현직 회사 간부 등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과 CJ그룹의 악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간다.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한 이모(43)씨가 살인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과정에서 비자금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차명계좌 40여개를 이용,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 수천억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은 뒤늦게 17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비자금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 CJ그룹 간의 편법 거래 의혹이 일면서 이 회장은 또 다시 검찰 수사망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CJ그룹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MB 측근인 천 회장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고, CJ그룹은 MB 정부 하에 독보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방위 압수수색·출금 '오너가 정조준'
정권 바뀌고 첫 재벌 손보기…배경 주목


하지만 이명박 정권 말기 CJ그룹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30억원대 탈세 의혹에 연루되면서 또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CJ그룹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고가 미술품 1422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 더불어 미술품을 시세보다 고가에 사들여 그 차액을 되돌려 받은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이때부터 검찰이 CJ그룹과 관련한 광범위한 내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그리고 타깃은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수색 대상에서 이 회장의 자택은 제외됐지만 과거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재무팀장 이씨의 자택은 포함됐다. 검찰은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수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로서는 이 회장이 '탈세'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회장 자택 부근에 있는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 CJ경영연구소는 이 회장의 회사 운영이나 방침 등 그룹 전반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곳으로 이 회장의 개별적인 지시가 이곳에서 내려진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이 회장의 개인 비리를 포착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은둔의 경영자
소통의 리더십
 
이 회장은 언론과 잘 마주치지 않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 흔한 인터뷰조차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 회장을 가리켜 흔히 은둔의 경영자로 지칭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그의 작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비교된다.

다만 작은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비교적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고려대 대학 재학 시절 주변 친구들조차 그가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이 회장은 자신은 드러나지 않은 채 CJ그룹을 경영해왔다. 하지만 그가 특별히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알려졌다. 오히려 소탈하고 개방적인 면도 많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이 대외활동보다 CJ그룹 내부경영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로 삼성가의 오래된 경영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그룹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을 일찍부터 보고 자란 탓에 자신을 뒤로 감추는 데 익숙하단 것이다.

비록 최근 들어 이 회장이 언론 노출 빈도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은 이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이런 이 회장도 자신의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청부살인 의혹이 무죄로 판결 난 이후에는 CJ그룹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CJ그룹 홍보만큼은 어느 재벌 그룹에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이 회장은 이른바 소통의 리더십을 재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인물로 첫 손꼽힌다. 그는 몇 년 전까지 부하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마련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해 내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탈권위의 표상으로 불린 것이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남산에 올라 토론을 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빠짐없이 참석해 신입사원들과 군무를 추고 연극까지 하는 등 소통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책상에 걸터앉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 그의 자유로운 사고는 여러 재벌 오너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런 이 회장의 경영 마인드 덕택에 CJ그룹 직원들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율복장제의 수혜자가 됐다. 이는 CJ그룹이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복장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는 CJ그룹을 필두로 다른 대기업들도 자율복장제를 일부 채택하고 있다.

수직보단 수평
재용보단 재현

업계에서 들리는 유명한 일화로는 이 회장이 미국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맺을 때 청바지 차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피자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를 만난 이 회장은 허름한 티셔츠 차림으로 이들을 응대했다. 당시 딱딱했던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보란 듯이 투자건을 성사시켰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해외출장을 나갈 때 가급적 편안한 복장을 즐긴다고 전해진다. <주간경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필요한 의전을 싫어해 해외에서도 혼자 업무를 본다고 한다. 또 현지 직원들이 마중을 나오는 등의 의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이 기업 운영에서 합리성을 중요시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또 수직보다는 수평적인 구조를 좋아한다. CJ그룹은 직위 호칭을 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회장이든 사장이든 부장이든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 그래서 이 회장은 기업 내부에서 '이재현님'으로 불린다.

또 외부에서 CJ그룹 직원의 직급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명함 밖에 없다. CJ그룹은 사내전화에도 직급이 없고 가나다 순으로 직원들을 병렬 표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CJ그룹을 꼽으며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 회장 본인도 재벌 오너치고는 수평적 구조에 익숙해 있다는 평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씨티은행에 취직했는데 선대회장인 할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범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덕을 보지 않겠다"던 이 회장도 결국은 삼성으로 돌아왔다. 손자의 남의집살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제일제당 경리부에 입사시켰기 때문.

제일제당 입사 후 이 회장은 평직원들과도 밤늦게까지 회식을 같이하며 때로는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2차 술자리를 갖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또 이 회장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1990년대 중반 웬만한 유행가는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음악에 밝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삼성가 사람들처럼 술은 잘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의 경영자소탈한 리더로 변신
삼성 이재용과 비교…가문적통 두고 신경전

삼성가 후계구도와 관련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촌동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석에서 허물없이 충고와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다. 성격적으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과 자동차광이라는 점이 공통분모다. 2000년대 중반 이 두 사람은 나란히 엔초 페라리를 구입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모두 스피드광이라는 것 이외에는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지 않아 이들의 언론 전략마저 결국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면에서는 CJ그룹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낸 이 회장이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며,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가의 후계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과 친분을 맺어왔다. 재벌 2·3세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리더스초이스라는 회사를 설립, 김상범 이수화학 회장,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 등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장손인 그는 선대회장의 저택에서 그의 할머니인 고 박두을 여사를 모시고 살았으며, 부친인 이맹희씨, 모친인 손복남씨 등과 함께 장충동 집에 거주하는 등 효성 또한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지우기에
'수술' 당하나

이처럼 기업 내부는 물론 재계 외부에서도 평가가 좋은 이 회장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는 결국은 'MB맨 지우기'란 분석이 많다. 고대 라인으로 분류되며 MB정권 내내 승승장구하던 CJ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각종 세무조사를 피해감은 물론 주력 산업인 미디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며 이른바 'CJ 왕국'을 건설했다. '초국적 기업'인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키웠다는 얘기.

실제로 재계에서는 최근 CJ그룹의 미디어산업 독주를 우려, 삼성이 컨텐츠 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더불어 삼성가의 유산 분쟁 소송이 터지면서 CJ그룹이 친삼성 중심의 내각으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들어갈 것"이라고 지난 인수위 정국 때 귀띔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한 측근이 "'친노'랑은 일해도 'MB맨'이랑은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따른 해석이었다. 이 회장은 MB 정부 실세 중 1명인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의 남다른 친분으로 소위 '연예인 룸살롱 접대'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찰의 본격적인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 지난 2월 국회 문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 문방위 모 의원이 (삼성이 아닌) CJ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MB정부의 블루칩은 CJ였다"며 "정권 말기 해당 의원이 삼성으로 갈아타는 걸 보고 그때 권력추가 기운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이 회장이 비자금으로 매입한 무기명 채권 500여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자녀 2명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가운데 이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검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회심의 카드로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선임, 검찰 수사를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재현은?

▲1988년 제일제당 경리부 과장
▲1989년 제일제당 기획관리부 부장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
▲1993∼1997년 제일제당 상무이사
▲1997년 제일제당 부사장
▲1998∼2002년 제일제당 대표이사부회장
▲19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비상임이사
▲2002∼2013년 CJ 대표이사 회장
▲2011∼2013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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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