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이재현 CJ그룹 회장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31 15: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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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표적은…CJ 제물 삼아 MB 치나

[일요시사=사회팀] 박근혜정부의 '재벌 손보기'가 시작됐다. CJ그룹이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 전방위 압수수색에 이은 이재현 회장 일가의 출국금지까지. 재계 데뷔 이후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이 회장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다. 



채동욱 검찰총장 취임 이후 검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더니 그 칼끝이 CJ그룹을 향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비자금 수사가 포문을 연 것이다.

수천억 비자금
판도라 열리나

지난 21일 서울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는 거액을 탈세해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CJ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최근 CJ그룹이 탈세를 통해 조성한 70여억원의 해외 비자금을 국내로 반입,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CJ그룹 서울 남대문로 본사를 포함한 5∼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장충동 CJ경영연구소,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임직원 자택, CJ인재원 등은 검찰의 표적이 됐다.

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비자금이 거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압수했다. 그리고 검찰은 이 회장 등 총수 일가와 전·현직 회사 간부 등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과 CJ그룹의 악연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간다.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을 관리한 이모(43)씨가 살인청부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는 과정에서 비자금의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이씨는 차명계좌 40여개를 이용, 이 회장의 개인 비자금 수천억원을 관리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회장은 뒤늦게 17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뒤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상속재산이라는 이유로 비자금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1년 뒤인 2009년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과 CJ그룹 간의 편법 거래 의혹이 일면서 이 회장은 또 다시 검찰 수사망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CJ그룹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앞두고 MB 측근인 천 회장에게 로비를 벌인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고, CJ그룹은 MB 정부 하에 독보적인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방위 압수수색·출금 '오너가 정조준'
정권 바뀌고 첫 재벌 손보기…배경 주목


하지만 이명박 정권 말기 CJ그룹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의 30억원대 탈세 의혹에 연루되면서 또 다시 검찰의 수사망에 올랐다.

CJ그룹이 서미갤러리를 통해 해외 고가 미술품 1422억원어치를 사들이면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 더불어 미술품을 시세보다 고가에 사들여 그 차액을 되돌려 받은 정황도 함께 드러났다.

이때부터 검찰이 CJ그룹과 관련한 광범위한 내사를 벌여왔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졌다. 그리고 타깃은 이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이번 수색 대상에서 이 회장의 자택은 제외됐지만 과거 이 회장의 차명재산을 관리했던 재무팀장 이씨의 자택은 포함됐다. 검찰은 특정인물을 염두에 둔 수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현재로서는 이 회장이 '탈세'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검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 회장 자택 부근에 있는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는 반응. CJ경영연구소는 이 회장의 회사 운영이나 방침 등 그룹 전반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곳으로 이 회장의 개별적인 지시가 이곳에서 내려진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검찰이 CJ경영연구소를 압수수색한 배경에 이 회장의 개인 비리를 포착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시각이 많다.
 
은둔의 경영자
소통의 리더십
 
이 회장은 언론과 잘 마주치지 않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그 흔한 인터뷰조차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이 회장을 가리켜 흔히 은둔의 경영자로 지칭한다. 이 회장의 이 같은 경영 스타일은 그의 작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비교된다.

다만 작은 아버지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비교적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채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고려대 대학 재학 시절 주변 친구들조차 그가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손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이 회장은 자신은 드러나지 않은 채 CJ그룹을 경영해왔다. 하지만 그가 특별히 폐쇄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고 알려졌다. 오히려 소탈하고 개방적인 면도 많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이 대외활동보다 CJ그룹 내부경영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로 삼성가의 오래된 경영권 다툼이 꼽히고 있다. 그룹 후계자를 둘러싼 갈등을 일찍부터 보고 자란 탓에 자신을 뒤로 감추는 데 익숙하단 것이다.

비록 최근 들어 이 회장이 언론 노출 빈도를 조금씩 늘리고 있지만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은 이 회장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고 있다.

이런 이 회장도 자신의 비자금 의혹을 둘러싼 청부살인 의혹이 무죄로 판결 난 이후에는 CJ그룹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신이 직접 나서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CJ그룹 홍보만큼은 어느 재벌 그룹에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평이다.

이 회장은 이른바 소통의 리더십을 재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인물로 첫 손꼽힌다. 그는 몇 년 전까지 부하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마련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시도해 내부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친근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탈권위의 표상으로 불린 것이다.

그는 직원들과 함께 남산에 올라 토론을 하는가 하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빠짐없이 참석해 신입사원들과 군무를 추고 연극까지 하는 등 소통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로는 책상에 걸터앉아 회의를 진행할 정도로 격식을 따지지 않는 그의 자유로운 사고는 여러 재벌 오너들과 비교되기도 했다.

이런 이 회장의 경영 마인드 덕택에 CJ그룹 직원들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율복장제의 수혜자가 됐다. 이는 CJ그룹이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자유로운 복장에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가 나온다는 것이다. 현재는 CJ그룹을 필두로 다른 대기업들도 자율복장제를 일부 채택하고 있다.

수직보단 수평
재용보단 재현

업계에서 들리는 유명한 일화로는 이 회장이 미국 드림웍스와 투자 계약을 맺을 때 청바지 차림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지난 199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피자집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제프리 카젠버그를 만난 이 회장은 허름한 티셔츠 차림으로 이들을 응대했다. 당시 딱딱했던 한국 기업 문화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보란 듯이 투자건을 성사시켰다.

이후에도 이 회장은 해외출장을 나갈 때 가급적 편안한 복장을 즐긴다고 전해진다. <주간경향>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 회장은 불필요한 의전을 싫어해 해외에서도 혼자 업무를 본다고 한다. 또 현지 직원들이 마중을 나오는 등의 의전도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장이 기업 운영에서 합리성을 중요시 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회장은 또 수직보다는 수평적인 구조를 좋아한다. CJ그룹은 직위 호칭을 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회장이든 사장이든 부장이든 모두 '~님'으로 통일한다. 그래서 이 회장은 기업 내부에서 '이재현님'으로 불린다.

또 외부에서 CJ그룹 직원의 직급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은 명함 밖에 없다. CJ그룹은 사내전화에도 직급이 없고 가나다 순으로 직원들을 병렬 표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CJ그룹의 수평적 구조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지만 많은 대학생들은 입사하고 싶은 기업 1위로 CJ그룹을 꼽으며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이 회장 본인도 재벌 오너치고는 수평적 구조에 익숙해 있다는 평이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씨티은행에 취직했는데 선대회장인 할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범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 덕을 보지 않겠다"던 이 회장도 결국은 삼성으로 돌아왔다. 손자의 남의집살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삼성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제일제당 경리부에 입사시켰기 때문.

제일제당 입사 후 이 회장은 평직원들과도 밤늦게까지 회식을 같이하며 때로는 직원들을 집으로 초대해 2차 술자리를 갖는 등 소탈한 면모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또 이 회장은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1990년대 중반 웬만한 유행가는 다 알고 있을 정도로 음악에 밝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삼성가 사람들처럼 술은 잘 마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의 경영자소탈한 리더로 변신
삼성 이재용과 비교…가문적통 두고 신경전

삼성가 후계구도와 관련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사촌동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사석에서 허물없이 충고와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다. 성격적으로 둘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점과 자동차광이라는 점이 공통분모다. 2000년대 중반 이 두 사람은 나란히 엔초 페라리를 구입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모두 스피드광이라는 것 이외에는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지 않아 이들의 언론 전략마저 결국은 비슷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면에서는 CJ그룹을 굴지의 대기업으로 일궈낸 이 회장이 한 발 앞서 있다는 평가며,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삼성가의 후계구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과 친분을 맺어왔다. 재벌 2·3세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리더스초이스라는 회사를 설립, 김상범 이수화학 회장,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 등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장손인 그는 선대회장의 저택에서 그의 할머니인 고 박두을 여사를 모시고 살았으며, 부친인 이맹희씨, 모친인 손복남씨 등과 함께 장충동 집에 거주하는 등 효성 또한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MB지우기에
'수술' 당하나

이처럼 기업 내부는 물론 재계 외부에서도 평가가 좋은 이 회장에 대한 이번 검찰 수사는 결국은 'MB맨 지우기'란 분석이 많다. 고대 라인으로 분류되며 MB정권 내내 승승장구하던 CJ그룹은 지난 2008년부터 각종 세무조사를 피해감은 물론 주력 산업인 미디어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며 이른바 'CJ 왕국'을 건설했다. '초국적 기업'인 삼성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삼성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키웠다는 얘기.

실제로 재계에서는 최근 CJ그룹의 미디어산업 독주를 우려, 삼성이 컨텐츠 사업을 통해 간접적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더불어 삼성가의 유산 분쟁 소송이 터지면서 CJ그룹이 친삼성 중심의 내각으로부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도 전해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CJ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들어갈 것"이라고 지난 인수위 정국 때 귀띔하기도 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한 측근이 "'친노'랑은 일해도 'MB맨'이랑은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한 데 따른 해석이었다. 이 회장은 MB 정부 실세 중 1명인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과의 남다른 친분으로 소위 '연예인 룸살롱 접대'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검찰의 본격적인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 지난 2월 국회 문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 문방위 모 의원이 (삼성이 아닌) CJ편을 일방적으로 드는 걸 보고 의아했는데 MB정부의 블루칩은 CJ였다"며 "정권 말기 해당 의원이 삼성으로 갈아타는 걸 보고 그때 권력추가 기운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지난 24일 이 회장이 비자금으로 매입한 무기명 채권 500여억원을 현금으로 바꿔 자녀 2명에게 편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된 가운데 이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매서운 검찰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장은 회심의 카드로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선임, 검찰 수사를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이재현은?

▲1988년 제일제당 경리부 과장
▲1989년 제일제당 기획관리부 부장
▲1993년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이사
▲1993∼1997년 제일제당 상무이사
▲1997년 제일제당 부사장
▲1998∼2002년 제일제당 대표이사부회장
▲1999년 제일투자신탁증권 비상임이사
▲2002∼2013년 CJ 대표이사 회장
▲2011∼2013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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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