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친노 ‘부활의 노래’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3.05.29 10: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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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아웃’ 당한 잘나가던 폐족 ‘지금은 워밍업?’

[일요시사=정치팀] 지난 23일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행보에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친노세력이 주축이 된 작년 총선과 대선에서 잇따라 패배했다. 올해 이어진 당내 선거에서도 연패를 거듭했다. 일단 친노는 추진동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분고분 물러날리 없는 친노다. 드라마틱했던 ‘노무현의 삶’ 만큼 ‘노무현의 후예’들도 위기를 극복하고 부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대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평가만큼 진폭이 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노풍’을 일으키며 한때 대선후보 여론조사 6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다. 그랬던 노 전 대통령의 인기는 임기 말 바닥까지 떨어졌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재보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민주당에 40대 0이라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노 전 대통령은 혹독한 민심을 경험했다. 그러나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다시 오르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후에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친노의 생명력이 엿보인다.

영결식에 500여 만명
재평가 시작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전국은 추모열풍에 휩싸였다. 노 전 대통령은 불굴의 의지로 기득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그는 비극적인 죽음과 맞물려 국민의 슬픔을 자아냈다. 노 전 대통령 영결식 자리엔 그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와 함께 전국 500여 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대한민국 역사상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이와 더불어 민주당의 지지율도 함께 올라갔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탓이다. 당시 10%에 그쳤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 것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열풍에 힘입은 것이란 평가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강원도지사가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이것은 민주당 내 친노세력이 득세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30여 명 현역의원
여전히 최대계파


2011년 민주당은 친노가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 등 시민사회세력과 합당해 민주통합당으로 거듭나면서, 명실상부한 ‘친노의 당’이 됐다.

친노는 지도부 자리도 대거 꿰찼다. 이들은 국민이 전당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모바일투표’를 전격 도입했다. 그리고 2012년 친노인 한명숙 의원이 모바일투표 도입 후 첫 선거를 치르며 당대표에 올랐다. 역시 친노성향의 문성근 전 상임고문이 2위로 최고위원이 됐다.

그러나 친노는 곧 위기를 맞았다. MB정권 말기 국회의원 총선은 민주당의 완승이 예상됐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전략공천’ 논란을 일으키며 결국 다 이긴 선거에서 졌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한 전 대표는 이에 책임을 지고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재까지 친노를 괴롭히고 있는 ‘패권주의’ 논란이 일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최고위원이었던 박영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면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총선 패배의 트라우마는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5월4일 치러진 전당대회에서도 당대표 선출권한을 가진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친노와 비주류 사이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아직까지도 친노에 대한 비주류의 불신이 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서거 당시 민주당 지지율 급등, 지방선거에서 친노 당선
모바일투표 통한 전당대회, 잇따라 선거 패배하면서 갈등 증폭

한 전 대표가 물러난 후 6·9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한 반발도 매우 극심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모바일투표가 있었다.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친노와 비주류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은 대선경선까지 이어졌다. 사실상 비주류는 문재인 의원의 대선후보 선출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당내 위기는 대통령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결국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깝게 분패하고 말았다.

그 후 민주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대선이 끝나고 반년이 지나도록 이들의 갈등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선 책임론’으로 문재인 의원 및 친노 대표 주자들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하고,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수장 자리에 오르면서 친노세력은 현재 벼랑 끝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친노세력의 부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친노가 여전히 30여 명이 현역의원을 보유한 당내 최대계파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이 전체 127명의 3분의 1을 넘는다. 당협위원장도 어림잡아 40%는 된다. 전문가들이 작금의 위기를 ‘친노의 몰락’이라고 섣불리 단정하지 않는 배경 중 하나다. 당권을 장악한 신임 김 대표가 친노를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성의 목소리 넘쳐
‘업그레이드 친노’ 전망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를 맞아 봉하마을을 방문해 친노와 접촉면을 넓혔다. 

앞서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의 추모문화제에서 김 대표가 친노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하면서 지도부의 봉하마을 불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의원들에게 참석을 독려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에 대한 친노의 노골적인 거부감 표시에 대해 친노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그렇다. 문재인 의원과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김 대표에게 직접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진 것도 청신호로 해석된다.



이날 봉하마을에서는 문 의원을 비롯해 이해찬·한명숙 전 대표, 그리고 최근 탈당한 문성근 전 대표대행이 참석해 자연스럽게 김 대표와 친노세력과의 ‘스킨십’이 이뤄졌다.

친노가 곧 부활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이들은 ‘업그레이드된’ 친노를 전망한다. 당장 친노진영 자체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좌장격인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는 이미 원로가 됐다. ‘노무현의 그림자’이자 지난해 유력한 잠룡이었던 문재인 의원, ‘노무현의 적자’로 불리는 안희정 충남지사 등은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계를 떠났고, 문성근 전 상임고문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다.

봉하마을 추모제 민주당 주요인사 총집결, 계파 간 스킨십 강화
분화단계 거쳐 이전과 다른 친노, 친(親)문재인 세력으로 재집결

관계자들은 친노는 분화의 단계를 거치면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 재집결에 나설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 의원과 안 지사가 구심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독자세력화 흐름에 맞물려 문 의원이 보폭을 넓히면서 친노진영이 친문(친문재인) 그룹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안 지사의 행보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현재로선 친노가 대선 패배의 책임론 공방에서 자유롭지 않은 까닭에 당분간은 잠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친노를 향한 비난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운신의 폭을 넓히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보폭을 넓히는 전환점으로 10석 가까운 의석이 걸려 있는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한길호’가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해 책임론이 제기될 경우 친노의 재등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분간 잠행
보궐·지방선거 발판

안으로는 명목상으로라도 김 대표와 손을 잡고 정치쇄신에 일조하고, 밖으로는 불리한 여론을 타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친노가 벼랑 끝 위기감에 맹목적 헤쳐모이기에만 매달린다면 희망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인맥에 따른 이합집산이 아닌 가치지향적 세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 본부장은 “정치세력으로서 친노는 이제 무의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매체를 통해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를 공유하고 함께 추구한다는 의미에서 ‘가치로서의 친노’는 의미가 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김 본부장은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하는 정당이니까 민주당 정체가 친노라고 볼 수도 있고 국민 사이에서도 그런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치로서의 친노’라는 의미를 해석한 후에 “하지만 ‘친노 프레임’이라고 하는 게 결국 그것을 통해 이득을 얻는 세력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건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립과 갈등의 정치문화는 극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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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