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스캔들’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4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21 11: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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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인사 참사…술친구가 꽂아줬다?

[일요시사=사회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윤 전 대변인의 사건 당일 행적도 의문이지만 과연 '예고된 인사 참사'를 누가 밀어붙였는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윤 전 대변인과 피해 여성, 청와대의 진술이 서로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짚어봤다.



"예고된 인사 참사다. 언젠가는 사고 한 번 크게 칠 줄 알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자 인수위 시절부터 그를 지켜본 한 기자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이 '고위층 성접대' 사건에 연루, 내정 6일 만에 옷을 벗은데 이어 윤 전 대변인은 미국발 섹스 스캔들에 휘말리며 청와대를 '패닉'에 빠뜨렸다.

[미스터리1]

[누구와 마셨나]

미국 내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미시USA'에 올라온 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 여대생을 성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피해 여성은 이번 방미 일정을 돕기 위해 미국 대사관에 임시 고용된 교포 출신 여대생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저녁부터 이 피해 여성과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날 조원동 경제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프레스룸에서 진행하는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시각 윤 전 대변인은 주미 한국문화원 소속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워싱턴 댈러스 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전날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외신 보도 및 본보의 취재 내용을 종합한 윤 전 대변인의 사건 당일 행적은 이렇다. 7일 저녁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수행단 숙소인 윌러드 호텔 인근에 있는 W호텔에서 인턴 여대생과 술을 마셨다. W호텔은 윌러드 호텔과는 도보로 약 1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여대생 숙소인 패어팩스 호텔과는 약 30분 거리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여성이 술을 마신 곳은 W호텔 지하에 있는 호화 주점 'J&G Steakhouse & Wine Bar'다. 이 자리에는 윤 전 대변인의 운전기사가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운전기사의 증언에 따르면 당초 윤 전 대변인은 이 여성과 W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술을 마시려고 했다. 그러나 스카이라운지 예약이 꽉차있자 지하에 있는 J&G Steakhouse & Wine Bar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이날 오후 9시30분께 이들 3명은 지하 바의 긴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은 서로 마주 보며 앉았다. 이어진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여성 인턴과 2시간여 동안 와인 2병을 마셨다. 평소 소주나 맥주를 잘 마시지 않는 윤 전 대변인의 음주 습관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같은 날 자정 무렵 지하 주점의 영업시간이 종료되자 이들은 W호텔 로비로 자리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는 차를 빼기 위해 자리를 떴다. 윤 전 대변인과 여성 인턴은 로비에서도 술을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술에 취한 윤 전 대변인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들을 페어팩스 호텔로 데려가 줄 것을 요구했다.

숙소에 도착한 윤 전 대변인은 기자와 청와대 직원들이 상주하는 후문을 피해 정문에서 내렸고, 여성 인턴은 1분 뒤에 내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윤 전 대변인이 이 여성을 자신의 숙소로 데려가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들이 어떤 대화를 주고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여성 인턴의 신원과 관련해서는 일체 함구에 붙여졌으나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박지원 의원의 첩' 등의 루머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

엇갈린 주장으로 파문 장기화 조짐
윤창중-피해여성-청와대 진실게임


[미스터리2]
[의도적? 우발적?]

복수 매체를 통해 공개된 현지 경찰보고서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성추행 신고는 8일 오후 12시30분께 접수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56세의 남성은 7일 밤 10시께 '515 15th Street NW. Washington DC'(주소지 상 W호텔)에서 신고자의 엉덩이를 허락 없이 움켜잡아 만졌다. 이 56세의 남성은 바로 윤 전 대변인이다.

윤 전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던 시각, 자리를 피해 프레스센터로 향하던 중 자신을 수행하던 여성 인턴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이 술자리에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이어 다음 날에는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방에서 이 여성 인턴을 알몸으로 맞았다. 수치심을 느낀 이 여성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흐느꼈다.

지난 11일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엉덩이를 움켜잡았다는 의혹에 대해 "허리를 툭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한 게 전부"라고 대꾸했다. 또 "헤어지면서 내일 아침에 모닝콜을 넣어 달라했더니 다음날 아침 인턴 여성이 급작스레 찾아와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연 게 성추행이 됐다"고 억울해했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워싱턴 경찰국은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찰 보고서를 릴리즈 하는 등 보도에 협조적이었던 현지 경찰은 '윤창중 사건'이 한국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된 후 입을 닫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CCTV만 확인해도 윤 전 대변인의 행적 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수사가 느리게 진행되는 건 아무래도 외교적인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일 것"이란 의견을 전달했다. 최초 신고를 접수받은 워싱턴 경찰국 측은 지난 15일 "사건을 FBI에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따라서 이 성추행 사건은 '중범죄'가 아닌 '경범죄'로 분류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최초 성폭행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성추행 쪽으로 가닥을 잡는 분위기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이 잠자리를 요구했다는 추가적인 진술이 없는 상황에서 강간 미수 등의 혐의 적용은 불가할 전망.

하지만 사건 당일 밤 '만취 상태'로 알려졌던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여성을 자신보다 차에서 뒤늦게 내리게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볼 때 범행이 우발적이었다는 주장은 신빙성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또 복수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자료를 가려오라'며 인턴 여성을 아침부터 호출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여성을 부른 뒤 알몸 상태로 문을 연 것부터가 성폭행의 의도가 있지 않았겠냐는 것.

이와 함께 인턴 여성이 호텔에서 '1차 성추행'을 당한 후 한국문화원 쪽에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한국문화원이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한국문화원은 윤 전 대변인의 국내 도피를 적극적으로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인턴 여성의 '2차 피해' 직후 이 소식을 전해들은 한국문화원과 청와대 수행단 측이 인턴 여성의 회유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윤 전 대변인도 인턴 여성에게 찾아가 사과를 하려했지만 인턴 여성이 방문을 잠근 채 경찰에 신고하자 윤 전 대변인이 도피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미스터리3]
[입국 지시 받았나]

"서로가 알면서도 쉬쉬한 거겠죠. 보고는 청와대 윗선까지 다 들어갔을 겁니다. 만약 보고를 못 받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 아닙니까?"


참여정부 출신 한 인사는 비서실의 기강 해이를 지적했다. 윤 전 대변인은 성추행 신고가 접수되자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워싱턴 댈러스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그는 400여만원에 달하는 비즈니스석을 이용하면서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꼼꼼함을 보였다.

귀국 직후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고 "인턴의 엉덩이를 만졌다"는 진술을 청와대에 했다. 이어 자신의 진술이 맞다는 친필 사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 경내에는 들어가지 않고 기자회견 전까지 잠적했다. 이 무렵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변호사를 만나 '기자회견문'을 다듬는 등 파문이 커질 것에 대비했다.

윤 전 대변인은 귀국 전 이남기 홍보수석과 만났다. 8일 오전 9시께부터 9시30분께까지 사건 뒷수습을 논의했다. 이들은 스캔들 직후 '귀국을 종용했다' '귀국을 종용한 적 없다'는 입장으로 갈려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청와대 라인이 모두 '너(윤 전 대변인)가 알아서 해'라는 분위기였다"며 "뉘앙스로 봤을 때 귀국을 종용한 건 모르겠지만 방관하거나 도와준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윤 전 대변인은 현지 경찰 수사망을 피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미국 현지에 있는 것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와 사건 추이를 지켜보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이 미국에 남겠다고 했던 기억이 없다"며 "귀국 후 수사를 받거나 미국 경찰에 소환되거나 둘 중 하나를 택일하라고 했는데 본인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통상 방미 기간 중에는 수행단의 여권이 통합 관리되는 게 관례"라면서 "윤 전 대변인이 독단으로 여권을 달라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오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도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방미 수행단 홍보팀은 사건을 보고 받은 직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윤 전 대변인을 귀국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가 퇴색되는 등 외교적 마찰을 우려한 조치였다.

회의를 마친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에게 자신의 숙소키를 내어주고 윌러드 호텔에 머물도록 지시했다. 페어팩스 호텔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포진한 상태였다. 즉 청와대 홍보수석이 현지 경찰 몰래 피의자를 은닉한 모양새였다.

윌러드 호텔을 빠져나올 때는 한국문화원에서 제공하는 차편을 이용했다. 처음 문화원 측은 윤 전 대변인이 스스로 택시를 타고 공항에 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한국문화원의 비호 아래 공항으로 이동한 셈이다.

또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의 귀국 항공편은 8일 오전 9시께 대사관이 직접 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변인과 이 수석이 만나기도 전에 대사관이 먼저 움직여 피의자의 항공권을 예매한 것이다. 즉 윤 전 대변인의 귀국 시나리오는 청와대, 대사관, 한국문화원의 합작품이란 설명이다.

"대통령 뉴욕에 있는데 전용기 워싱턴 이탈 왜?"
친분 있는 막후 권력이 추천?

[미스터리4]
[누가 책임지나]

주미 대사관이 예약해준 티켓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온 윤 전 대변인. 그러나 이어진 경질 기자회견과 해명 기자회견,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 유감표명까지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부터 이 수석은 청와대로 출근하지 않고 있다. '윤창중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 현재는 박 대통령의 재가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상황 발생 26시간 만에 사건을 보고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수 정치권 관계자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보고 받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비서실장 퇴진론을 들고 나온 상황이다. 이 엄청난 스캔들을 이 수석 혼자서 드리블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

얼마 전 몇몇 기자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전해진 '대통령 전용기 이탈' 의혹은 이 전 수석의 '독단'과 맞물려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재미블로거 안치용씨가 자신의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폭로한 내용은 박 대통령이 뉴욕에 체류 중일 때 대통령 전용기가 뉴욕을 이탈, 워싱턴에 다녀왔다는 전용기 신호가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즉 박 대통령 몰래 대통령 전용기가 누군가에 의해 움직였다는 의혹인 셈.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만약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현재 청와대 내 공직기강이 얼마나 해이한 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이번 '윤창중 사건'만 봐도 보고 받았다는 사람은 없는데 모두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윤 전 대변인을 인선한 인물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상황이다. 윤 전 대변인을 박 대통령에게 추천한 사람으로 청와대 막후 권력 A씨가 거론되고 있는 것.
복수 관계자는 "A씨와 윤 전 대변인이 오래도록 술친구였는데 어느 날 보니 한 사람은 언론에 드러나지 않고,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로 들어가 굉장히 놀랐다"고 진술했다.

청와대 인선 과정 당시 유력 후보로 꼽히던 사람들은 대개 며칠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일례로 김행 대변인은 한 방송국 촬영장에서 전화를 받고 인수위 합류 사실을 알게 됐으며, 박선규 전 대변인 역시 지역 행사에 있던 중 전화를 받고 인수위에 합류했다.

이 같은 배경 하에 인수위 당시 청와대로 입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력 후보군은 박 전 대변인과 김 대변인이었다. 이들이 청와대 인선과 관련한 전화를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박 전 대변인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윤창중'이 호명돼 모두가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며 "박 대통령은 인사에 관해 당 사람들과 잘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즉 박 대통령이 인사에 관해 얘기하는 사람은 정치권 밖에 따로 있다는 설명.

윤 전 대변인의 인선 사실을 며칠전부터 파악하고 있던 한 관계자는 "A씨의 측근과 절친으로 알려진 인물이 인수위 당시 윤창중이 뽑힐 거라는 소문을 내고 다녔다"라며 "지금 모든 책임소재가 박 대통령에게 가고 있는데 실은 다른 곳에 책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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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