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성접대 스캔들 관전포인트

  • 강현석 angeli@ilyosisa.co.kr
  • 등록 2013.05.15 13: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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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파티 불똥 '법조계서 재계로'

[일요시사=사회팀] 결국 사회 고위층의 '별장 섹스파티'는 실재했다. 난관에 봉착했던 성접대 수사는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원본 동영상의 존재가 확인됨은 물론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졌다. 속도를 낸 경찰은 성접대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를 소환하며 수사에 정점을 찍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성접대 수사가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습니다."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은 고위층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3월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었다. 수십여 차례의 통화 시도, 윤 전 회장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습 드러내다

지난 2일 윤 전 회장은 자신이 간통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 불출석했다. 법원은 "윤 전 회장에게 송달한 공소장이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왔고, 윤 전 회장과도 연락이 닿질 않았다"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이로부터 1주일이 흐른 8일, 경찰청 관계자는 "윤 전 회장에게 9일 오후 출석해달라고 통보했고, 윤 전 회장이 소환에 응할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 낮 12시30분께 수십여 대의 카메라 앞에 윤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윤 전 회장은 경찰청 특수수사과 조사실이 마련된 서울 미근동 경찰청 별관에 출두했다. 그는 '성접대를 한 사실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성접대 동영상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은 김 전 차관을 포함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향응을 제공하고, 이 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윤 전 회장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한 추문은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최초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한 관계자는 "윤 전 회장의 로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며 대형 게이트로의 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전 회장에게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하나둘 성접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윤 전 회장과 관련한 인물은 대부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와 내연 관계에 있던 권모씨,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씨 등은 차례로 경찰과 접촉했다.

하지만 사건의 '몸통'인 윤 전 회장만은 유독 수사망을 피해가는 듯 보였다. 소환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일각에서는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리스트에 경찰 간부들이 포함돼 경찰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핵심 피의자를 소환하지 못하는 '헛발 수사'에 뜬소문만 우후죽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4월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휘부가 교체되는 굴욕을 겪었다. '의혹만으로 덤볐던 수사가 미궁에 빠졌다'는 언론의 비아냥거림은 계속됐고, 동영상의 실체마저 확언할 수 없다는 검찰발 전언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김 전 차관이 낙마하면서 청와대와의 불편한 관계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두 달 가까이 끌어 온 성접대 수사가 반전을 맞이한 건 경찰이 동영상 원본을 입수하면서부터다. 경찰이 내사 단계에서 입수한 동영상 사본은 화질이 나빠 영상 속 인물을 특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동영상을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 전 차관임을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경찰은 권씨 등의 증언을 빌어 김 전 차관의 혐의 입증에 박차를 가했다.

마침내 경찰이 승부수를 띄웠다. 동영상 원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와 공범인 운전기사 박모씨를 구속한 것. 이들은 윤 전 회장의 채무를 해결해주겠다며 권씨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체포됐다. 그리고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동영상 원본을 입수했다.

두문불출 윤중천 자진출석 "혐의 일부 인정"
동영상 확보 후 속도…'칼날' 대기업 정조준


경찰이 입수한 3개의 원본. 등장인물은 모두 김 전 차관이다. 수사 착수 50여일 만에 비로소 수사가 정상화된 모양새. 경찰은 운전기사 박씨가 임의 제출한 노트북에서 이 원본을 입수했다. 앞서 운전기사 박씨는 권씨의 부탁을 받은 박씨의 지시로 윤씨가 갖고 있던 벤츠를 찾는 과정에서 동영상을 발견했다.

동영상을 입수하자 경찰이 방아쇠를 당겼다. 당초 '수사 막바지 단계에 소환하겠다'던 윤 전 회장을 기존 방침보다 앞당겨 소환하게 된 것이다. 이는 윤 전 회장에게 동영상의 촬영 경위와 김 전 차관과의 관계, 로비의 대가성 등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 전 회장은 사회 유력인사들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대가로 건설공사 수주 및 인·허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더불어 서울 동대문구 주상복합건물 분양 과정에서 있었던 횡령 사건에 대해 검찰이 3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검찰 고위 관계자와의 친분 때문이라는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소환조사에 응한 윤 전 회장은 14시간의 조사 끝에 10일 오전 1시50분께 귀가했다. 조사를 마친 경찰은 "윤 전 회장이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하고, 일부를 부인했다"며 "윤 전 회장에게 확인해야 할 부분 가운데 반 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자신에게 씌워진 입찰비리 일부를 시인한 것이다.

이어 경찰은 "윤 전 회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여 혐의가 분명해질 경우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경찰은 성접대 의혹의 '키맨' 중 1명인 권씨를 불러 윤 전 회장의 성접대 및 건설 특혜 혐의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 주 내로 윤 전 회장의 2차 소환조사가 예정된 가운데 내연관계였던 권씨와의 대질신문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윤 전 회장의 소환으로 성접대 동영상의 주인공인 김 전 차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곧 이뤄지지 않겠냐는 게 주된 분석이다. 

대기업도 연루?

아울러 경찰은 모 대기업 고문도 윤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포착, 윤 전 회장이 과거 운영하던 건설업체의 재무재표와 손익계산서 등 회계장부를 압수했다. 현재 경찰은 대기업 고문과 윤 전 회장 사이에 대가성을 띤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가리는 중이다. 결과 여하에 따라 성접대 수사는 법조계에서 재계로 칼끝이 넘어 갈 공산이 크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성접대' 대기업 회장 누구?

최근 복수매체는 경찰이 운전기사 박씨로부터 원본 동영상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회장이 연루된 다른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지난 9일 보도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대기업 회장이 등장하는 성접대 동영상이 등장할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현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인물은 모두 3명. K그룹 A회장과 P그룹 B회장, J건설 C회장 등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이 가운데 경찰은 P그룹의 D고문이 윤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정황을 포착, 수사를 진행 중이다. D고문의 동영상이 존재하는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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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